내설악 원점회귀 산행(백담사 봉정암 그리고 대청봉)
1. 일자 : 2005. 07. 27 (수요일) 04:00분-15:30분(11시간 30분 산행)
2. 날씨
: 오전은 안개, 오후는 쾌청
3. 인원 : 2명(본인, 힐라리오 님)
4. 구간별 거리 및 시간 : 도보거리(33.2㎞),
산행시간(11시간 30분)
□ 04:00 용대리 주차장 출발
□ 05:08 백담사 입구 도착 7.6㎞
□ 06:04 영시암
도착(아침 식사) 3.7㎞
□ 06:33 영시암 출발 07:27 오세암 도착 2.5㎞
□ 07:48 오세암 출발 09:35 봉정암
도착 4.0㎞
□ 09:41 봉정암 출발 10.14 소청산장 도착 0.7㎞
□ 10:29 소청산장 출발 10:40 소청봉 도착
0.4㎞
□ 11:01 중청산장 도착 0.6㎞ 11:15 대청봉 도착 0.6㎞
□ 11:26 대청봉 출발 12:14 봉점암 도착
1.9㎞
□ 12:32 봉점암 출발 14:17 수렴동대피소 5.9㎞
□ 15:30 백담사 도착 5.1㎞
□ 산행 전
지난 7월 24일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마치고 치악예술회관 주차장에서 버스를 내릴
때 힐라리오님이 설악산 산행에 함께하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있었다. 별다른 계획이 없으면 함께하기로 하고 헤어졌는데 제대로된 설악산 산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행하기로 마음을 먹고 오늘 출발을 하는 것이다. 그저께 갑자기 고장이 난 냉장고가 토요일 오전 중으로 배달이 된다더니 하루 종일을
기다려도 오지 않더니 21:00가 넘어서야 배달이 되는 바람에 하루 종일 방콕을 하며 기다리느라 아무 것도 못하고 아까운 시간만 흘렸다. 낮에
눈이라도 좀 붙여 두어야 산행에 도움이 될텐데 아수움이 크다. 23:00에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려고 자리에 누워 약 1시간 정도를 자고
알람소리에 잠이 깨어 보니 집사람이 유부초밥을 싸고 있다. 일요일 마다 미쳐서(?) 산으로 가는데 불평한번 안하고 먹을 것을 챙겨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날이 무덥다고 석류액과 꿀을 섞은 물도 1ℓ 준비해 주었다. 부지런히 배낭을 챙겨 콜택시를 부르고 부랴부랴 출발을 한다. 치악예술관
주차장에 도착하여 택시에 내리는데 힐라리오님의 애마 카렌스도 막 도착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트렁크에 짐을 싣고 목적지 용대리를 행해
출발이다. 02:00 원주를 출발 평소에는 많은 차량들로 붐비던 도로가 시원스럽게 뻥 뚫려 차는 막힘없이 달린다. 공근면 입구의 검문소에는
바리케이드를 지그재그로 4중으로 놓아 자칫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총기 탈취범 때문인 듯 한데 정작 검문은 하지도 않고
그냥 통과를 시킨다. 홍천을 지나니 도로 확장 공사 구간이 몇 곳 있는데 공사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크다. 해 마다
피서철이면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앓는데도 공사진척은 굼뱅이 걸음이니 말이다. 네비게이션의 친절하고 명확한 안내로 조그만 착오도 없이 무사히
용대리에 도착하였다. 제법 넓어 보이는 주차장에는 몇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을 뿐 텅 비어 있다. 오후에 햇볕을 덜 받을만한 곳을 찾아 주차를
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사방은 어둡고 조용하기만 한데 하늘에는 하현달이 옅은 구름 사이로 수줍은 듯 모습을 보인다. 밝기가
제법이다.
□ 04:00 용대리 주차장 출발
헤드랜턴을 준비하고 모자를 찾는데 안 보인다. 분명 출발전에
챙긴 것 같은데 없다. 번번이 이런 짓을 하면서도 안 고쳐진다. 그냥 맨 머리에 착용을 했다. 머리에 느낌이 안 좋다. 내가 저지른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배낭을 둘러 메는데 10여㎏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진다. 무더운 날씨 탓에 물을 4ℓ씩이나 준비했기 때문일 것이다. 포장된
7.1㎞ 도로를 걸어야하다니 재미없다. 팻말에 콜택시 전화 번호가 있어 전화를 걸어 보니 원통인데 지금 시간은 운행을 안 한다고 한다. 그럴거면
왜 광고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택시는 포기하고 그냥 걷기로 했다. 빠른 걸음으로 5분여를 걸으니 매표소가 나타난다. 아무도 없으니 그냥
무사통과다. 성인 3,200이라는데 돈 벌었다. 이곳부터 백담사까지 셔틀버스가 운행이 되는데 07:00시부터 18:00시까지란다. 10여대의
버스가 조용히 주차되어 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왼쪽으로 개울의 바위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하얀 모습을 보인다. 낮이면 계곡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면이 어둡고 조용한데 물소리만이 커졌다. 작아졌다 들린다. 전에도 몇 번을 다녀갔었다는
힐라리오님은 이것저것 안내를 해 주신다. 낮은 언덕과 평지를 굽이굽이 돌고돌아 하염없이 걷는다. 사람의 인기척도 없이 산속은 고요하기만 한데
금속성의 이름 모를 산새만 따라오며 울어댄다. 주변도 서서히 밝아지며 산자락을 휘감는 안개의 멋진 광경도 눈에 들어온다.
□ 05:08 백담사 주차장 도착
오가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보았다. 몇 분을 걷자 오른편에
백담산장이 나타난다. 주차장에는 봉고 및 몇 대의 차량이 보이는데 산장에는 불빛도 사람의 인기척도 안보이고 조용하다 못해 으스스한 기분까지
든다. 제법 평탄하고 넓은 자갈과 모래가 깔린 길을 걷는다. 이따금 냇바닥을 걷기도 하고 숲길을 걷기도 하며 걷는다. 앞쪽에 두 사람이 걷고
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두 명의 젊은 여성들이다. 백담사에서 숙박을 하고 04:30에 출발했단다. 추월을 한 후 조금 더 가니
영시암이 나타나고 아까 만난 두 사람들의 일행인 듯한 3명의 여성을 만났다.
□ 06:04 영시암 도착
영시암 이곳 저곳은 한창 공사 중이었다. 지붕공사가 안되어 비닐을
씌워 놓은 목조건물이 보이고 포크레인도 한 대 서 있다. 샘터에서 목을 축이는데 별로 시원하지가 않다. 긴 의자가 있어 그 곳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세상이 좋아지긴 좋아졌다. 중장비도 이 첩첩산중까지 옮겨져 사람의 힘을 덜어주고 있다. '아마 헬기로 옮겨 왔으리라'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을텐데 규모를 자꾸 확장하는 비용 또한 어떻게 조달되는지 괜한 걱정을 해 본다.
□ 06:33 영시암 출발
영시암을 떠나 조금을 걷자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에서 오세암과 수렴동
대피소로 갈라지는 곳이다. 우리는 오세암 쪽으로 해서 수렴동 대피소 쪽으로 하산을 하기로 하고 오세암을 향한다. 이제부터 산행다운 산행이
시작이다. 아름드리 전나무와 소나무들이 곧고,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듯 하다. 원시림을 연상하게 하는 광경이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오른쪽으로 는
안개와 숲 사이로 용아장성의 절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서툰 솜씨지만 얼마전 새로 장만한 디디탈 카메라에 열심히 담는다.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인지 다람쥐들이 인기척에도 달아나 줄 모르고 주위를 맴돈다. 귀여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 했지만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까불어 대는
통에 흔들린 장면만 몇 컷을 찍고 말았다. 나이가 드신 많은 분들이 오세암에서 1박 하고 봉정암으로 향하고 있고, 또 한 무리들은 봉점암에서
1박 하고 오세암 방면으로 향한다. 이 사람들은 말투로 보아 경상도 사람들이다. '성불하세요'라는 인사말이 정겹다. 체구와 연령으로 보아 설악산
산행에는 무리라고 생각되었지만 불심으로 인내하고 천천히 산행하는 모습에 종교의 힘이 크다는 것을 실감한다. 꽃 모양은 참나리 비슷한데 잎줄기의
모습은 우산나물 비슷한 야생화의 활짝 핀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 접사로 열심히 찍었다. 크고 작은 언덕을 오르내리기를 다섯 번을 거듭하다 보니
드디어 오세암에 도착한다.
□ 07:27 오세암 도착
책에서와 언론매체를 통해서 보고 듣던 그 오세암이 바로 내 눈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웅장한 자태의 북루, 천진관음보전, 五歲庵의 연혁을 기록한 금속판이 눈에 띈다. <오세암의 연혁> 산경은 수려하고
기암절벽은 낱낱이 불보살의 형상을 하였으며, 백두산 정맥으로부터 금강산 줄기를 따라 반도명산의 정기가 한곳에 어우러진 여기가 설악의 오세암이라!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관음암을 창건한 후, 고려 때 설정조사의 조카 오세동자가 겨울동안 관세움보살의 가호를 얻어 성불한 뒤 寺名을
오세암이라 개명하였다. 조선 세조 원년에는 매월당 김시습이 삭발출가하였으며, 근래에는 만해 한용운 선사가 이곳에 오세암 북루와 천진관음보전
기거하면서 불교유신론과, 님의 침묵을 집필한 대찰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6.25의 戰火를 입어 모두 소실되었으며 그 이후 중건한 현재의 건물과
옛터의 주춧돌만이 재건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저곳을 둘러 보고 연혁을 읽고는 6.25는 인간뿐만 아니라 문화재에게도 큰 상처와 아픔을
주었다는 안타움을 크다.
□ 07:48 오세암 출발
□ 09:29 봉정암 앞 고개마루 도착
오세암에서 봉정암까지의
등산로는 비지정 등산로여서 지도에는 자세히 표기가 안 되어 있다. 산행길은 지금까지 보다는 좀 더 난이도가 있으며 신비함도 더 하다. 멀리
보이는 설악의 비경들은 수시로 변하는 날씨에 자태를 숨겼다가는 어느 순간에는 환하게 웃는 듯 나타나고, 정말로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다. 고사목, 바위 절벽, 숲 등은 각자 나름대로의 멋이 있었다. 아래쪽으로부터 뭉개구름 피어오르듯 안개가 피어 오를 때는
신비함과 황홀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름 모를 여러 종류의 야생화들은 저 마다의 특징을 나타내며, 우람한 고목들은 원시림을 연상케 한다. 가끔
보이는 고사목들과 태풍의 영향 때문인지 아름드리 고목들이 뿌리 채 뽑혀져 쓰러져서 썩고 있었다. 운반만 된다면 훌륭한 건축재일텐데 아깝다는
생각이 정말로 크다. 산속에 사는 희귀종의 개구리도 만날 수 있었다. 낙엽 색깔에 어울리는 갈색 빛깔의 보호색을 가진 개구리는 내 생애 처음
접하는 희귀종이어서 얼른 카메라에 담았다. 봉정암을 향하는 힘든 등반로에도 어김없이 나이 지긋한 여자분들이 많았다. 등산화도 안 신고 복장도
어설픈데 무리한 산행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갑자기 일기라도 돌변하면 사고가 발생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모두들 열심히 가파른
등산로를 오른다. 경사도 80도 정도의 할딱 고개를 오르자 암벽 사이로 통로가 뻥 뚫려 있고 에어컨 바람만큼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왔다. 봉정암이
저 만큼 눈 아래 자리잡고 있었다.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여유를 갖는다. 얼마를 지나지 않아 등줄기가 서늘함을 느끼며 한기를 느낄 정도이다. 뒤
이어 힘겹게 도착하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오른쪽 작은 봉우리를 넘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서북능선이 안개에 가려져
흐릿하게 보이고 용아장성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발 아래에는 사리탑이 바위 끝자락에 서 있다. 5층 석탑인데 각목 4개로 4방향에서
탑을 고정하고 있었다. 보기에 흉물스러웠다. 왼쪽 골짜기 안쪽으로는 봉정암의 여러 건물이 눈에 들어 왔다. 몇 년전 수해를 당한 배수 등의
보수공사가 한창이다. 공사 자재를 나르는 민간 헬기가 10여분 간격으로 오고갔다. 굉음이 상당히 시끄러웠다. 설악산의 여러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았다. 점심 공양을 무료로 제공하는 장소가 목조로 새로이 단장을 마쳤음을 알 수 있다. 샘터가 있는데 오늘 먹는 샘물 중에서
제일 시원하고 맛이 있다. 배낭을 두고 갈까하다가 그냥 메고 가기로 하고 소청을 향해 출발을 했다. 부지런히 서둘러야 점심 공양시간에 닿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10:15 소청산장 도착
봉정암에서 소청산장까지는 0.7㎞이다. 등산로는 경사가 급하고
울퉁불퉁 돌밭길이다. 등산로 주변에는 여러 가지 야생화들이 만개해 있다. 카메라에 담느라고 시간이 자꾸 늦어진다. 야생화를 찍다. 뒤를 돌아보면
산등성이의 모습이 수시로 변한다. 안개와 구름이 몰려 왔다가는 어느새 말끔히 걷히기도 하고 정말 변화무쌍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설악산이 아니면 어디서 이런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겠는가? 한참을 헐떡이며 발길을 재촉하다보니 눈앞에 건물이 나타난다. 이곳이
소청산장이다. 오른쪽은 매점이고 오른쪽에 숙박시설이 보인다. 힐라리오님이 음료수를 사서 시원하게 나누어 마셨다.
□ 10:29 소청산장 출발
□ 10:40 소청봉 도착
소청봉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잔돌과 돌덩이가 조금 보일 뿐 잡초도 안 보인다. 소청봉의 해발이 1550m라는 이정표가 서 있어 그나마 삭막함을 조금은 덜어 주었다. 멀리
중청과 대청봉이 시야에 들어왔다.
□ 11:01 중청산장 도착
소청봉을 지나 10여분을 가니 여기서부터는 눈에 익는 구간이다.
2003년 10월 춘천에 사는 동생과 함께 한계령에서 서북능선을 타고 중청산장에 왔을 때 용아장성을 보러 일부러 왔던 곳이었다. 조금 더 가니
중청산장이 보이고 손에 잡힐 듯 보인다. 평일이라 그런지 등산객들이 1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몇 번 왔을 때마다 휴일이나 공휴일에
왔기 때문에 번번이 인파에 시달렸는데 조용하고 한가해서 좋았다.
□ 11:15 대청봉 도착
드디어 오늘의 1차 목적지인 설악산의 최고봉 대청봉에 도착하였다.
해발 1708m 대청봉이라는 표지석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새벽 4시 용대리를 출발한지 7시간 15분만에 도착이다. 생각 보다는 빨리 온 것
같다. 오색 방향에서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물을 마시며 가쁜 숨을 달래고 여유를 가져 본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 땀을
식혀준다. 간단하게 과일을 조금 먹어 요기를 대신한다.
□ 11:26 대청봉 출발
이제 다시 백담사로 돌아가야 한다. 내리막길은 조심스럽다. 무릎에
무리가 갈까봐 신경을 쓰며 한 걸음 한 걸음을 딛는다. 아직까지도 오르는 길 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부담스럽다.
□ 12:11 봉정암 도착
봉정암에 도착하니 여기 저기 몇 사람씩 앉아서 공양을 하고 있다.
힐라리오님과 서둘러 공양간으로 갔다. 대접에 미역국을 담고 밥을 한 주걱 넣었다. 반찬은 오이무침 한 가지 뿐이다. 적당한 곳에 앉아 공양을
시작했다. 산사에서 먹는 첫 공양이다. 날이 더운데도 뜨거운 미역국의 맛이 일품이다. 이제껏 이렇게 맛있는 미역국은 처음이다. 아마 많은 양을
끓여서 그런가 보다. 오이무침의 맛도 깔끔하다. 조금 많은 듯한 양이었지만 게눈 감추듯 뚝딱 먹어 치웠다. 주지 스님인지 어느 스님께서
방문객인듯한 사람들에게 서북능선 쪽을 바라보며 설명을 하는데 들어 보니 재미있다. 설악의 5봉(대청봉, 중청봉, 소청봉, 끝청봉, 귀때기청봉)이
있었는데 귀때기청봉이 자기가 제일 높은 곳을 차지하려다 귀때기를 맞고 밀려났다는 이야기이다.
□ 12:32 봉정암 출발
이제 본격적인 하산이다. 오전에 오를 때와는 반대쪽 용아장성을
오른쪽으로 보며 내려간다. 골짜기를 타고 내려간다. 이름도 모를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여러개 있다. 수량이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그런대로
볼만하다. 수량이 많으면 정말 장관일 것이다. 오전과 비슷하게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많이 올라간다. 철제 계단 등 등산로가 제법 잘 정비되었다.
□ 13:20 수렴동 산장 도착
주인인지 아닌지 젊은 남자는 평상에서 오침을 즐기고 있다.
매점에는 간단한 물건을 파는 것 같은데 물건은 사지 않고 잠시 앉아 쉬었다. 모녀지간 같은 두 여인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용아장성 오르는
길목 옆에는 숙박 시설이 있다.
□ 14:30 백담사 도착
개울가의 울퉁불퉁한 돌길을 한 참을 걸어야 했다. 숲길이 아닌
뙤약볕을 걷는 잠시 동안에도 무지 뜨거움을 느낄 수 있다. 중간에 한가한 개울에서 등산화를 벗고, 바지가락을 허벅지까지 걷어 올리고 족탁을
했다. 생각 보다 물이 차갑지 않았지만 그래도 씻고 나니 아쉬운대로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마음 한 구석 알탕을 생각하기도 했지만 질서를
지키자는 생각에 족탁으로 만족했다. 백담사 앞 개울가에는 크고 작은 돌탑들이 엄청나게 많다. 사람들의 정성이 귀하게 생각되었다. 백담사 매점에
'팥빙수' 판다는 광고문이 눈에 쏙 들어온다. 팥빙수를 시켜 먹으니 하루 종일 달아 올랐던 온몸이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다.
□ 산행 후
조금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무사히 산행을 마치니 마음은 뿌듯하다. 제대로
설악산 등반을 했다는 생각 때문이리라. 아래에서 위로 처다 보아도 위에서 아래를 굽어보아도 웅장하기만한 용아장성,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까불며
뛰어 놀던 숲속의 다람쥐, 오랜 세월 무더위와 강추위를 이겨내고 우람한 자태를 뽐내는 거목들, 뭉게뭉게 피어올라 주변 경치를 변화무쌍하게 만드는
안개(구름)들 이 모든 것들이 오늘 하루 나에게 큰 감동을 준 것들이다. 여름의 내설악을 음미해 보았으니 앞으로 봄, 가을, 겨울의 설악산도
다시 찾아 올 것을 다짐한다. 이런 좋은 등반 기회를 만들고 함께 해 주신 힐라리오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