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지맥 3구간
2010.10.24 (일)
산길 : 노삼동~두타산(휴양림)
거리 : 10.9km
구간거리
노삼동고개~6.4~모리재~3.5~두타산~1.0~휴양림안부
(탈출: 두타산안부~휴양림 = 3.0km /1시간)
Cartographic Length 15.3km Total Time: 06:07
황병3(노삼동~두타산).gpx
단풍 절정기라 교통체증이 겁난다. 까딱하면 오늘 중으로 귀가가 안될지도 모른다며 출발부터 걱정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관광버스가 가득하다. 어떤 산악회는 4, 5호차 번호까지 달고 형형색색 등산복장의 등산객인지 행락객인지 모를 그야말로 묻지마파들로 요란벅적하다. 여자화장실의 줄은 마당까지 늘어지고, 기중 용감한 줌마 몇몇은 자켓모자 뒤집어쓰고 남탕으로 들어온다.
횡계IC에서 노삼동으로 가는 길은 용평리조트 정문을 통해 들어가는데, 정문의 경비가 우리차를 향해 부동자세로 거수경례를 붙인다. 여유있게 경례를 받아주고, 리조트로 들어가는 척 하다가 옆길로 샌다. 길이 그리 나있는걸 우짜노. 리조트에서 옆길로 벗어나면서 좁은 시멘트길로 변하고 언덕하나 넘으면 노삼동이다.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인데, 대관령면도 오늘로 이별이고 모래재 내려서면 진부면이다. 새벽에 집에서는 우산들고 나섰는데 평창 날씨는 화창한 가을이다. 하늘도 깨끗해 먼산이 뚜렷하다. 오후에도 “비가 이렇게 오는데 무신 산엘 갔느냐” 전화도 받았지만 부산과 평창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오늘 구간은, 노삼동 고랭지채소밭 가장자리로 지맥 마루금이 이어지면서 고개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950봉을 내려서면 다시 밭지대를 지나고는 모래재까지 숲속이다. 낙엽이 졌다고는 하나 나뭇가지가 조망을 가려 먼산의 윤곽만 알아볼 뿐 카메라 갖다댈 틈은 없다.
남서진 하다가 진부면계를 접하는 ×1168봉에서 가파르게 떨어졌다가 다시 그만큼 솟구치고 짧은 거리에 산길은 급하게 요동을 쳐대는 난이도가 다소 높은 구간이다. 모래재 아스팔트를 건너고 봉산재 임도 삼거리를 만나 10분간 임도를 타고는 다시 두타산을 향해 꾸역꾸역 고도를 올린다.
박지산에서 이름을 바꾼 두타산에서의 조망은 시원하다. 공기가 오전 출발 때 만큼만 맑았다면 더없는 행운을 누렸을텐데 박무가 방해하는 바람에 다소 아쉬웠다. 노삼동에서부터 보이던 발왕산 스키장 건물은 뒤로 돌아 앉았고, 출발점 황병산부터의 능선이 다 보인다. 선자령의 바람개비가 있는 백두대간, 남쪽에 덩치 큰 봉우리는 가리왕산이다.
10:30 노삼동
12:15 ×1,090
12:40 ×1,078
13:02 ×1,168
13:40 ×1,175
13:56 ×1,163 발왕산 분기봉
14:21 모래재
14:42 봉산재
15:12 △1,140.6m
16:03 두타산
16:38 휴양림 안부
17:40 휴양림
노삼동 고개 (880m)
행장을 갖추고 남쪽을 향해 서면 마루금은 우측 능선으로 휘돈다. 예라이, 멀리갈꺼 있나 쪼빠로 질러가자. 이런 장면에서는 의견일치는 일사천리다. 배추를 다 걷어낸 밭에는 저절로 난 풀인지 초지 조성용 풀인지 초겨울 보리처럼 파릇파릇 돋아난다.
고랭지 비탈밭을 가로질러 정면 능선에 올라서서 돌아보면 펼쳐진 밭이 더넓게 보이고 그 너머로 오대산 능선이 가물거린다. 철조망 울타리를 따르다가 960쯤 되는 봉을 지나 마루금스럽지 않은 우측 비탈로 떨어지니 또 밭이다. 우측으로 마루금 경계를 이룬 낙엽송이 노랗게 물들고 있다.
(노삼동 고개. 용산)
(고랭지채소밭)
×1,090봉에 먼저 오른 사람들은 자리잡고 점심을 꺼내는데 희중아우는 생각이 없는 듯 무심히 지나친다. 한 집안끼리 따로 놀기도 뭣해 따라가다가 한고비 떨어진 안부에서 자리를 잡았다. 마눌님이 출타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충무김밥을 넣어 왔는데, 두 번 다시 못 먹을 음식이다. 차라리 보리떡 한 봉지 사올걸 그랬나.
낙엽은 다 떨어져 발밑은 더 요란스럽고 벌써 발목이 잠기는 곳도 있다. 두타산도 그랬지만 전반적으로 잔돌이 깔려있어 낙엽깔린 바닥에 뭐가 숨어있는지 디디기가 조심스럽다.
×1,168
잔잔한 산죽밭속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니 진부면계인 ×1,168봉인데, 삼각점이 있을만한 분위기이나 보지 못했다. 헬기장 이었던지도 모를 숲으로 둘러쌓인 봉이라 지체없이 빠져 나오니 다시 산죽이 펼쳐지고, 사람 헷갈리게 하는 갈림길이 나온다. 이미 선두 몇몇은 우측으로 들어갔다.
좌우 모두 리본들이 달려있어 언뜻 먼저 보이는 우측 리본따라 들어간 것인데, 어디로 가는 길인지 모르겠으나 진부면계 능선이고 지맥은 왼쪽 내리막이다. 몇발짝 내려가니 급하게 쏟아 붓듯이 미끄러진다.
하마나 그만, 그만을 외치며 미끄러지기를 15분에 대충 200m를 떨궜다. 아까워 죽을 지경인데 앞에 발딱 선 봉우리는 이놈보다 더한 비탈이다. 까짓꺼 별 수 있나. 어디 산길이 평탄하기만을 바랐더냐. 한발 한발 들었다 놨다. 태산이 높다하되... 한 20분 중얼거리니 다시 그 높이로 올랐다.
△1,169.1
지도에 표기된 삼각점봉은 왼쪽으로 비켜나 있고 올라선 첫봉에 ×1,175로 표기되어 있는데, 아무래도 삼각점봉 1,169가 잘못 기재된거 같다. 이 봉우리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아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각점봉에는 희중아우를 대표로 보내고 나는 남쪽으로 줄행랑이다. 그 봉에는 표식없는 삼각점과 준희님 팻말, 맨발님 삼돌이 등등이 달려 있더란다.
×1,163 (발왕산 분기봉)
다시 내렸다가 올라서면 T자로 갈라지는 능선인데, 왼쪽은 발왕재, 발왕산으로 가고 지맥은 우측이다. 발왕산 시설물과 선자령의 바람개비가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긴 한다마는 카메라 갖다댈 틈은 주지않는다. 이제 내려가면 모래재이고 대관령면계에서 벗어나 온전히 진부면으로 들어간다.
(모래재)
모래재 (924m)
진부면에서 강릉으로 넘어가는 410번 도로. 새로 아스팔트가 깔린 고갯길에 간간이 차가 넘어 다닌다. 구절양장으로 휘감아 내리는 길따라 노란 낙엽송과 울긋불긋 단풍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준다.
지명고시는 ‘모래재’인데 지도에는 ‘모리재’로 잘못 표기했다.
행정구역 :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봉산리 / 고시일자 : 19610422
고시지명 : 모래재 / 유래 : 고개의 비탈길에 모래가 많아서 옛날부터 모래재라 한다.
봉산재 (917m)
살짝 올라서면 ×979봉이고 다시 앞쪽에 임도가 보인다. 왼쪽 봉산리에서 올라온 ‘봉산재’다. 초소형의 컨테이너와 차 한 대 주차해 있다. 신기리에서 봉산리로는 통행이 되는 모양이고, 우측 거문골쪽으로는 차단기가 닫겨있다. 앞 능선으로 올라붙는 성질급한 아저씨 붙잡아 돌려 임도따라 간다. ×967봉 넘어 다시 이 임도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역시나 짐작대로 -지도가 거짓말하나- 10분이 안걸려 ×967봉 넘어온 마루금과 만난다.
[97국유임도] 표석 뒤에 열린 길로 올라서면 이제 두타산 오름길 시작이다. 일반산악회 리본도 보이는걸보니 등로는 확실하나 어디처럼 뺀질뺀질한 수준은 아니다.
1,140.6m (△411재설 77.9건설부)
서서히 고도를 높혀가며 20분에 삼각점이 있는 봉우리다. 삼각점은 우측으로 잡목속에 숨다시피 있고 조망은 전혀없다. 아직도 두타산은 까마득한게 역광으로 보이니 더 멀어뵌다.
그나마 까꼬막이 아니라 다행이다 싶더니 가도가도 가까워지는 기색이 없으니 차라리 급비탈이면 빨리 끝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한봉우리 올라서면 저만치 가있고 또 올라서면 내나 그 자리고,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정상부 다되어서는 바닥은 잔돌투성이에 넝쿨이 어지러이 휘감겨있어 한 여름철엔 더 어렵겠다.
두타산 (頭陀山 1,391m △도암27)
불쑥솟은 돌탑이 먼저 보이더니 얇은 정상석이 반긴다. 정상석 뒤쪽에서 나온 셈이다. 배낭 내던지고 조망부터 둘러본다. 사방팔방 막힘이 없다. 오늘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조망이다. 발왕산 시설물은 종일 봐온 물건이고 그 뒤로 선자령의 바람개비, 황병산에 불룩솟은 축구공에서 여기까지 이어온 능선이 다 보인다.
(발왕산)
(선자령의 풍력발전기)
원래는 박지산(薄芝山)이었다. 일제가 어쨌느니, 천황봉이 어쩌고 하는 무리들에 의해 영문도 모른채 개명당한 봉우리다. 남서쪽에 있는 주왕지맥의 중왕산과 함께 도매금으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원래 두타산이었는데 일제 때 박지산으로 바뀌었으므로 우리산 이름찾기 운운...”
국토지리정보원 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