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양미 삼백석과 개똥쑥(여성불교 11월호)

심청전에 보면, 효녀 심청이가, 심봉사의 시력을 찾아주기 위해 공양미 삼백석을 절에 시주하고, 인당수에 몸을 던진다. 하지만 심봉사는 눈도 뜨지 못하고, 심청이를 잃은 슬픔에, 맹인신세에, 뺑덕 어멈의 학대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끝에 가면, 심청은 용왕님을 만나서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와서, 임금님의 부인이되고, 이를 통해, 심봉사와 만나서 심봉사 또한 눈을 번쩍 뜨게 되었다.   그러면 심청이는 절에게 공양미 삼백석은 사기를 당한것인가? 아닌가?   공양미를 권한 절의 스님이 앞으로 펼쳐질 파란만장한 심청이의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었다면, 이건 사기가 아니다. 혹은 결과에 대한 확신만 있어도 사기라 단정 지울 수는 없다. 그런데 그 스님이 공양미와 심봉사의 개안에 대한 설득력 있는 개연성을 가진 증거를 대지 않는다면, 사기죄는 성립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심봉사는 눈을 떴으며, 상식적으로 공양미 300석으로 바로 눈뜨지는 않지만, 어떤 인연을 만날 거라는 운명적인 처방이였다면, 사기로 단정 짓기도 애매하다. 과연 그 스님은 사기친걸까? 아닐까?   뜬금없이 건강코너에, 심청이 이야기로 시작한 것은, 요즘 넘치는 건강식품 방송 때문에 그렇다. 지상파를 비롯한 각종 채널에서 진귀한 약재, 식품, 건강비결이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한의원에 오시는 환자분들도, 이런 정보의 진위를 종종 묻는다. 이런 논쟁은 위의 심청전 이야기와도 맥이 닿는 부분이 있다.   만성 암환자가 개똥쑥을 먹었더니, 감쪽같이 나았어요.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그게 개똥쑥 때문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도 알기가 어렵다. 또 그 개똥쑥을 다른 암환자가 먹는다치면, 모든 암이 낫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런데 방송에서는 개똥쑥이야 말로 암을 치료하는 기적의 식품이라고 이야기한다.   만약 심청의 절이 방송탔다면, 공양미 삼백석을 가지고 올라오는 도처의 실명 장애우들이 넘쳐났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런 시각장애우는 비웃으면서, 개똥쑥은 열심히 먹어야 되는 것일까?   바다에 용왕님이 사는지 안 사는지 나는 모른다. 개똥쑥이 암을 치료하는 지 아닌지는 나는 모른다. 하지만, 용왕님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것과 암은 참 치료하기 힘든 병이라는 것을 나는 비슷한 확률로 안다. 그렇다고 용왕님을 부정하거나, 암을 불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심청이가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한 것의 매개체는 공양미 3백석이였지만, 그 근저는 심청이의 갸륵한 마음이 있었던게 아닐까? 그 마음이 공양미를 만나게 했고, 또 용왕님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까? 개똥쑥으로 암이 나았다면, 절실하게 암에서 낫고 싶었고, 개뚱쑥 뿐만 아니라, 얼마나 처절하게 암을 연구하고, 암에서 탈출하려고 애쓰고 마음먹고 조심하고 생활했을까?   공양미 300석의 위력이나, 개똥쑥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다만, 그런 매개체로 표현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적으로 몸에 좋은 것을 찾아 먹고 건강비결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마음의 절실함과, 내 몸에 대한 애정이 저절로 길을 만들고, 답을 찾아가게 만드는 원리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