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르트를 먹으려고 아침 일찍 나섰지만 한달 전의 복잡했던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길거리 상인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요구르트 장수도 보이지 않는다. 몇 몇 채소장수들만 앉아 있고 지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외국인
관광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주변 곳곳에 지진의 흔적들만 보인다. 그럼에도
주민들은 그들만의 신에 대한 정성은 예전과 다름이 없다. 있는 그대로 삶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는 그
모습에서 신의 모습이 비춰지기도 한다. 신은 왜 그들의 정성을 마다하고 벌을 주시는 걸까. 정성이 부족했던 걸까. 빨리 정신적인 물질적인 피해가 치유되고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와 관광객들이 북적거리는 활기찬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바나나 대신 토마토 1Kg을 60R.에 사서 네팔짱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다. 쿰부히말라야 트레킹을 끝낼 무렵 지진을 만났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는 혼란스러웠지만 지금은 괜찮을
것이란다. 루클라까지 비행기도 다니고 트레커들도 다닌다고 한다. 상당히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대구에서 온 35세 아가씨와 식사를 함께하며 그 동안의 많은 대화를 나눈다. 지금은 네팔짱에서 통신이 되지 않는다. 그녀는 근처 커피숖에서 인터넷을
하고 왔단다. 나도 네팔짱 사장을 만나고 나서 커피숖으로 가서 아내와 통화를 해야겠다. 100R.짜리 커피를 마시며 아내와 카톡을 한다. 아내는 탁구를
치는 중. 나현이가 응답한다. 나현이의 응답 내용은 이 곳
네팔 전 국토의 40%가 파괴되고 전염병이 돈단다. 세상에
이런 엉터리 뉴스가 또 있을까? 내가 어제 포카라에서 카트만두까지 7시간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 도로도 멀쩡하고 오래된 토담집이 쓰러진 것 서너 채만
보았을 뿐이라고 전한다. 그리고 나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다니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두현이는 진앙지가 동쪽이니 서쪽으로 다니란다. 고맙다 두현아 나현아. 아내도 보이스톡을 하니 아주 많이 긍정적이라기 보다는 내 성격이 포기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어쩔 수 없이 조심하라며
인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아마 나 편한 대로 해석했는지도 모르겠다.
길 건너 여행사에 들러 165$에 월요일 06:15발
루크라행 비행기표를 산다. 내일 Tourist Service
Center에 가서 TIMS와 PERMIT만
만들면 준비 끝이다. 좀 더 가벼운 Attack용 배낭으로
바꾸고 침낭을 빼고 그 밖에도 안나푸르나에서 사용치 않았던 몇 가지를 빼니 짐이 엄청 가벼워진다. 쿰부히말라야를
다녀와서 월요일에 안나푸르나를 들어간다는 사람들에게 내가 경험한 것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비빔밥 한 그릇을 먹는다. 그리고 Dipak에게 이야기하여
550R. 방에서 4인용 220R. 방으로 옮긴다. 비싼 방의 혜택이 전혀 없다. 엊저녁에는 물도 나오지 않고 오늘
물이 나오는데 녹슨 물이 나온다. 경제적으로 살아야 한다. 이미
두 명이 숙박중인 404호를 디팍이 주장하지만 나는 비어있는 204호로
주장했더니 먹혀 든다. 오랜 시간 안면을 튼 것이 주효했다. 그리고
상황이 오늘은 더 이상 손님이 들어올 것 같지도 않다. 설사 들어온다고 해도 내가 특별히 불편해 할
일은 없을 것이다. 여행사에서 루크라행 비행기 티켓을 찾고 TIMS와 PERMIT을 물으니 TIMS는 가까운 곳을 알려준다. 그리고 PERMIT는 Monjo에서
만들면 된다면서 TIMS만드는 곳 지도를 그려주고 PERMIT에
들어갈 사진이 필요하다며 오토바이를 태워 사진관으로 간다. 그런데 토요일이라고 문을 닫았다. 내일 다시 와서 사진을 찍으라며 위치를 정확히 알려준다. 다시 네팔짱
앞에까지 태워다 준다. 서비스가 대단하다. 아마 손님이 없어서
그런 모양이다. 저녁 먹는 자리에서 KAS 41기 명성환을
만난다. 나이는 나보다 십 년 아래다. 저녁을 먹으면서 자기도
쿰부히말라야 쪽을 가려고 하니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한다. 무조건 OK하고
의기투합한다. 해외산행 경험은 나보다 한참 수위가 높다. 내일
루크라행 비행기표를 구매하기로 한다. 혹시나 하고 카톡을 확인하고자 커피숖 앞으로 갔지만 wi-fi는 끊어진 상태다. 밤에도 많은 트레커들이 네팔을 즐기려고
타멜거리를 돌아다닌다. 나는 숙소로 돌아와 두고두고 마시려고 사놓은 럼주를 다 마셔가면서 하모니카 몇
곡을 부르고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