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던가?
초연한지 4년만에 보았다. 블랙박스씨어터에서 박근형 작, 연출로 영민이라는 주인공이 동현이를 했다. 그 외에 정보에 항상 무관심한 나로서는 캐스트들을 소개하기가 불가능하다.
입장을 기다리다 화장실 앞에서 동현이 역을 한 영민이라는 주연배우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눈을 돌리지 않고 한참을 응시했다. 그 눈빛이 묘했다. 공허한 눈빛이었다. 배우의 눈빛으로 드물다. 무척 불안하고 위축된 듯한 그러나 무감각한...
공연이 시작되고 아니나 다를까 연기가 조금은 위축되게 느껴졌다. 눌려있었다. 그런데 극이 전개되면서 묘한 공감과 연민을 자아냈다. 무대 밖에서의 눈빛에 나도 모르게 후한 점수를 준게 분명하다. 뭔가 불안하고 편안하지 않고 공허하고 눌려있는 배우의 분위기가 작품의 분위기와 잘 맞았다. 분명 잘하는 연기는 아니었지만... 착해 보이는 동현이에게는 적합했다.
이상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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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는 내 인생이, 세상이 꽃한송이 피울 수 없는 황량한 사막처럼 느껴져 자살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오늘 아슬아슬하고 언제 무참하게 져버릴지 모를 꽃한송이가 피는 걸 보았다.
동현이의 황량하고 희망없는 청춘에 핀 그 꽃 한송이 만으로도 청춘은 예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 순수하고 고독한 청춘의 영혼들만이 피워낼 수 있는 꽃...
앞 뒤 재지 않는... 착한... 어쩌면 삶에 드물게 피는 꽃은 절벽에서만 피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꽃은 염산을 맞고 눈멀고 말지고 모르지만...
오늘... 그저 아무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