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렸지만 정장을 차려입고 출발장소로 향했다.
캐쥬얼한 차림의 기철씨가 나와 소연씨를 반겼으며 잠시 뒤 신종호 주사님이
오시고 석훈이도 오고 근영이도 오고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버스에 나눠타고 충주로 향했다. 이 얼마만인가. 버스창가에 기대앉아 유리창
너머로 부서지는 빗방울을 바라보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잠에 빠졌다.
깨어보니 충주교육청이 바로 눈앞에 있다. 250여억원을 들여 지은 청주 교육청
에 비하면 오래되서 낡아보였다. 회의장에서 간략하게 충주교육청 현황에 대해
들은 후 교육과와 관리과를 돌아보았다. 사무집기며 시설들이 역시 매우 오래된
느낌을 받았다. 작은 모니터 화면만이 새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을 나설
때 동기생들의 손에는 포장된 머그컵이 하나씩 들려있었다. 교육청 견학이 끝나고
모두가 기다렸던 식사시간이 돌아왔다. 한정식이 주를 이루는 곳이었다. 여러가지
반찬들이 나왔는데 그중에 삼겹살은 정말 꿀맛이었다. 같이 먹었던 네 명 모두 맛
있다는 말을 연발하였고 더 안주시냐는 물음에 '기브미더머니'라는 말을 들었다.
모두가 좌절하던 그때 아주머니가 고기 두세점씩 집어서 각자의 밥그릇의 넣어주셨
다. 그래 아직 충청도 인심이 죽지 않았어라고 속으로 속삭였다. 밥을 먹고 난 뒤 잠시
밖에 다녀오려는데 승은이가 커피를 저기서 뽑아먹으라며 알려주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은거 같아 마시진 않았지만 그 말이 매우 고마웠다. 나이가 들수록 이제는 아주 소소한
일에 더 감동을 받는거 같다. 크고 화려한 모습보다는 잔잔한 여유로움이 편한걸까?
식사후에는 안찬수주사님의 퀴즈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동기애를 확인한다며 총무 미경이가 뒤로 넘
어갈때 나도 전에 그런 경험을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히 나를 받아줄거라는 걸
알지만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이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의 몸을 자기방어 전혀없이 남에게 맡기는건 본능으로 거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짝 돌아보더니 손쉽게 뒤로 넘어가는걸 보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적어도 우리들이 어느
정도의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애라고나 할까.
식사시간이 끝나고 예성여중으로 향했다. 조경을 매우 잘 해놓았기 때문에 날씨가 좋았다면
더 좋은 구경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에서 43년?째 교직생활을 하신 교장선생님의
연설을 들었다. 웃고 계시지만 그 웃음이 더 무서운 느낌마저 들기도 하는 분이시다. 흡사
양들의 침묵의 앤쏘니 홉킨스를 연상시키는 큰 눈과 매서운 눈빛에 졸지 않을 수 있었다.
내려가는 도중 도민이가 발목을 접질렀다. 처음에는 부끄러워서 안일어나는줄 알았더니 지나고
보니 많이 다친 모양이었다. 그래도 병원에 다녀와서는 조금 절긴 했지만 자기발로 걷는걸 보니
안심이 되었다. 여중에서 나와서는 학생회관을 구경했고 바로 청주로 왔다. 오는 버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곯아떨어졌다. 비까지 오고 눅눅하고 더웠기 때문에 많이 지쳤던 모양이다.
이제 교육이 이틀 남았다.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하다. 언제 다시 이런 시간이 올까. 학교시절에는
신입생으로 공직에 들어서는 신규로서 맞게 되는 이런 경험은 평생에 다시 오기 힘든 기회이며 시간
이다. 내일이 시험이지만 아직 공부를 시작을 안했다. 한시간 정도 보고 자야겠다. 그냥 잘까? 나로 인해
동기들이 1등이 더 올라간다면야 ㅎㅎ 농담이다.
첫댓글 ㅋㅋ 충효 형 오늘도 저는 술을 먹었어요 ㅠ . ㅜ
귀여운 이미지 뒤에 꼭꼭 숨겨논 네 본색을 내가 언젠가는.... 후훗
워~대단하다 나도 그 나이때는..ㅋㅋ
충주견학 후기 잘 봤어요~
문장력이 예술 인데요?? 대단!! 대단!!!
충효형~ 전 지금까지 놀다가 잘려구요~ ㅋㅋ 내일 시험은 운에 맞겨야죠 ㅋㅋ
우일아 시험 잘 봤니? 난 오전 수업시간에 책한번 읽고 봐서 좋은 성적은 기대하기 힘들겠다..이 글에서 적은 것처럼 동기들을 위해 희생한거지 크
형님 글 덕분에 멍한 정신으로 흘려보낸 하루가 그나마도 정리가 되네요ㅎ
예성여중 교장 선생님에 대한 묘사, 심히 공감되는군요ㅋㅋㅋ
글 끝에 '농담이다'라는 한마디 왠지 무섭네요. 지금 책과 함께 버닝 중이실 듯.
일등하시는 겁니다. 그리고... 쏘세요~!
쏘고 싶었지만 일등은 내자리가 아닌거 같다. 아 병훈이 너만 보면 운동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네 각진 몸이 부럽다.
우리 같이 헬스 다니자!~~
형님들이랑 운동하면 저야 완전 좋죠~ 같이 합시다~!!
셤 일찍 보고 나와서 컴퓨터 중ㅋㅋ 아직 밥 시간이 조금 남았네요~ 아 배고파ㅋㅋ
와...나 20번 풀때 나오던데...역시 주신..주신은 다르구나 ㅋ
아마 내가 4등 했을거라고 믿고 있어요..ㅠㅠ ㅋㅋㅋ
역시 카페 지기는 다르구나...주말에 글쓰고 오랜만에 들어와보니... 이런 글들이 있네. 교장선생님에 대한 느낌은 나도 동감~!!! ^^
ㅎㅎ 교장선생님이 인상파라 다들 기억하네~~
오빠 문장력이.ㅋㅋㅋ 예성중 교장님을 보고 느낀 생각이 나만 한거마는 아니라는 생각.ㅋㅋㅋ
ㅋㅋㅋ 사람 눈이 크게 다르지 않지~~
충효형, 마치 고등학교 때 배웠던 '불국사 기행'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졌었습니다 ㅇ.ㅇ! 오늘 마무리 회식 때도 형님과 말을 못붙여서 몹시 아쉬웠습니다.ㅠㅠ 카페나, 네이트로 연을 이어 가길 바랍니다~^^
응 그래. 시간은충분할거야~
나중에 수필집 내도 되겠어.
오~ 오빠 글 잘쓴다.ㅋㅋ 중간에 나 넘어진 얘기도 써있고.ㅋㅋㅋ 아 창피창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