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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2 종주기 3구간(한계령-망대암산-점봉산-오색삼거리-단목령-북암령--1130봉-양수발전소-943봉-조침령 비포장도로)
1.일시: 2015년 10월 30~2015년 10월 31일
2.참가인원: 바람, 그윽한 미소 그리고 나
3.날씨: 쨍하고 깨질 듯한 비취빛 하늘에 엊저녁에 잠깐 흩날린 첫눈발과 어울린 가을과 겨울의 공존!
그러나 이런 날씨는 언제나 그렇듯 산행 자체로만 볼때는 쥐약이다. 만심이 작용하여 조난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고, 특히 이번 암릉구간을 지날 때에는 바위도 미끄럽고 날씨도 영하 6도를 가리켜 쉽지만은 않은 구간이었다. 거기다 산에서 1박을 한다고 다들 20kg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위험한 암릉구간을 주파하려니, 몸을 운신하기가 부담스러워 위험천만이었다. 그나마 새벽 어스름 별빛에 빛나는 한계령 능선길과 점봉산 암릉길은 위험했지만 우리에게는 커다란 위안이기도 했다.
4.산행거리 및 시간:
한계령 공원 지킴터! 현재시간 2시 54분에다 날씨도 영하6도를 가리킨다. 이 위험한 구간을 꼭 야밤에 넘어가야 하는 현실!
전에도 말했듯이 예약제로 운영하며 안전하게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텐데...
아쉽다!
험로의 시작이다. 오늘 특히 배낭의 무게로 인해 운신을 자유롭게 못하고, 게다가 살짝 첫눈까지 왔으니 오늘 우리의 앞길에 신산의 길이 놓여 있다. 가느다란 줄이 우리의 생명줄이다. 이거라도 없으면 여기를 올라 갈 수 없다.
배낭을 짊어진 채 내가 먼저 매달려 보니 이건 도대체 운신을 할 수가 없고 자꾸 중력의 작용으로 배낭이며 몸까지 아래로 아래로 잡아챈다. 할 수 없이 내가 먼저 어렵게 올라가 '바람' 의 배낭을 자일에 묶어 일단 끌어 올리고, 다음 맨몸으로 올라가는 방식을 택했다.
남들은 이 암릉 구간을 한시간에 주파했다는데 우리는 날씨도 도와주지 않고 배낭의 무게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아 두배의 시간이 들었다.
보통의 배낭 무게라면 우리의 실력으로 그리 어려운 구간도 아닐진데 오늘 자칫 잘못하면 목숨줄이 위태로울 판이다.
덜 위험한 구간을 에둘러 가려고 해도 길은 없다. 위험한 암릉 구간을 치고 넘어 갈 수 밖에...
다행히 '바람' 과 '그윽한 미소' 둘 다 조심스런 성격들이고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을 우선하는 마음 가짐 덕에 무사히 험로를 뚫을 수 있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서 지금 시간은 중요하지 않다 안전하게 지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인 것이다.
험로를 뚫고 지나오니 서서히 동쪽에서 여명이 밝아온다.
일명 UFO 바위에 도착했다. 6시21분.
하도 긴장하며 지나온 길이라 이게 UFO바위인지도 몰랐는데 '그윽한 미소' 가 이구간 공부를 많이 했는지 이 바위를 금새 알아본다.
여기까지 근 세시간이 걸렸다.
UFO 바위를 지나 바로 산죽밭의 연속으로 한시간 가량 이길이 펼쳐진다. 딱딱한 바위 투성이 길을 치고 넘어 온 발바닥이 부드러운 흙길을 만나니 좋아서 아우성이다.
망대암산의 동영상
망대암이란 말 그대로 망을 보던 암봉의 준말이란다. 신라 마의태자가 고려 군사들에 쫒기면서 금강산으로 향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공원 지킴터로 들어오기 전 만났던 필례약수로 가는 도로도, 필례약수가 유명한 것도 있지만 이곳 필례약수터가 필히 난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는 대서 유래한다. 20여년 전에 필례약수터 근처에 뜻을 같이하는 도사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는 걸 확인은 했는데, 아직도 거기서 모여 사는 지는 확인할 길 없다.
'그윽한미소' 뒤로 설악의 주릉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스파이더맨?
설악의 서북능선과 대청봉 능선길, 그리고 한계령에서 이곳 망대암산에 이르는 능선길이 적나라하다.
망대암산을 지나 조금 평평하고 양달진 곳을 골라 인생고를 해결했다. 김밥 한줄과 백설기 한조각! 배는 고픈데 영하 6도의 날씨에 몸이 얼어 김밥이 배로 녹아들지 못하고 겉돈다. 이런 상황에서 찬밥을 잘못 먹으면 급체하고 체온도 급강한다. 배고프다고 급하게 먹을 일이 아니라 체온 조절를 해 가며 먹어야 한다. '그윽한 미소'가 싸온 보온병도 영하 6도의 날씨에 기능을 상실하고 미지근하다. 그러나 이것 마저도 없었다면 김밥이고 뭐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금새 보온병의 물도 거덜나고 마지막 백설기는 입으로 녹이면서 살기 위해 천천히 먹었다.
점봉산의 동영상!
점봉산 전경!
야생화의 보고, 남한 식물의 보물창고로 불리우는 점봉산. 그러나 우리는 야샹화를 볼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다만 갈색의 능선길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점봉산 도착 시간이 9시다. 우리가 애초에 계획했던 시간에 두시간이 지난 시간이다.
만약 단목령에 공원지키미가 있다면 우리는 백퍼센트 걸린다는 얘기다. 딱지를 50만원짜리를 끊고 지나왔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우리도 그런 댓가를 치뤄야할 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세 좋고!
인상 펴고!
점봉산에서 동해를 바라 본 전경. 동해바다 위로 높은 구름들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우리가 지나게 될 백두대간의 파노라마!
먹고 살겠다고 아니 죽으라고 무게를 줄여보겠다고 고프지도 않은 배를 채우는 '바람' 과 '그윽한미소'!
선박에 평형수라는 게 있는데 이놈이 없으면 배의 복원력이 없어져 전복된다. 무거운 인생의 짐, 마찬가지로 각자 개개인의 인생 평형수를 이고 지고 생의 고비를 넘어간다. 당장은 이고 지고 가기 어렵지만 이것이 우리에게 목표도 되고 전복되지 않도록 힘을 실어주는 원동력도 된다. 앞으로 가는데 다소 불편하지만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인 것이다.
배낭도 이와 같으니 이 무게가 우리의 삶과 바로 직통으로 연결된 통로다. 밥이며 물이며 침낭 텐트까지 다 들어 있으니...
500m 간격으로 이런 팻말들이 잘 박혀있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상의 기적은 없기에 더더욱 등로가 힘이 든다. 가도 가도 500m!
드디어 단목령 12시 22분에 도착했다. 다행히 지키미는 없다. 이 이후의 백두대간은 노심초사하며 지나지 않아도 된다.
휴식년이니 금지구간이 당분간은 없을테니깐!
점심 동영상! 이런 추운 날씨에는 뜨거운 국물을 먹어야만 보온할 수가 있다. 얼어 죽지 않기 위해서 먹는 것이다.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니 양해를 바라마지 않는다.
산림 유전자원 보호구가 인제를 중심으로 양양까지 뻗어있다.
조침령부터 한계령구간은 늘어진 태극 모양으로 조침령에서 한계령을 바라보면 그리 멀리 느껴지지는 않는다. 휘어지는 마지막 구간은 조망도 없고 능선의 연속이다.
이구간 양양의 앞바다가 보이는 유일한 곳이다.
양양 양수 수력발전소에서 설치한 팻말인가 본데 실제로 발전소 저수지에 가보면 이제는 산책로까지 개방하여 운영한다. 이거는 이전에 설치한걸 정리하지 못한 것 같다. 이 양양 양수 발전소가 설치된지 근 15년 이상이 되었으니 모니터링 결과가 나왔을 것이고, 이게 내가 보기에 이 동네 환경 영향 평가에 부정적인 면이 많을 것으로 보는데 어느 누구하나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이 중요한 생태의 보고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콘크리트 구조물과 그 부속 건물이 영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지금도 그렇고 내가 2003년 이곳 백두대간을 지날 그때도 똑같은 심정이었다.
바뀐 것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943봉으로 가는 길목에서...
여기서 이제 943봉과 조침령 바로 전 봉우리인 900봉만 지나면 조침령이다. 현재 시간 4시 25분, 13시간 25분 정도를 연속 산행하고있는 중이다.
해는 점점 서산에 기울고 먼산에 낙조가 붉어지고 있다. 여기는 조침령 바로 위 900봉이다.
오후 6시 20분 드디어 조침령 도착이다. 장장 15시간 20분의 악전고투였다. 오늘 뼈저리게 깨우친 진리 하나는 배낭이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다.
드디어 조침령에 도착했다. 이때 시간이 6시 27분, 한계령 그 칠흑같은 어둠을 뜷고 어려운 암릉구간을 돌파한 지 15시간 27분만에 꿈에 그리던 조침령 새도 잠들고 간다는 그곳에 도착한 것이다. 누가 얼마만에 주파했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단지 우리는 여기 조침령에 아무 탈 없이 왔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고 대견하고 기쁘기 그지 없다.
저 아무렇지도 않은 얼글들을 보라! 내공이 팍팍 느껴지지 않는가! 느리지만 우리는 간다 굿굿히!
밤이 되니 바람이 온산을 쓸어 갈듯이 불어 안에서도 밖에서도 버너를 지필 수가 없다. 베낭의 무게를 줄이려고 미세하게 조절을 하면서 버너를 지피는 스노우피크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잘못 건드리면 밑으로 휘발유가 확산되어 큰일이 터진다. 이 바람으로 인해 안에서 혹은 밖에서 불이라도 난다면 방법이 없다. 아! 여벌로 가스 버너 하나 가져오는건디 쓰벌...
거기다가 또 하나의 난제가 있으니 물이 없다는 것이다. 햇반을 데워 먹어야 하는데 물이 태부족이다.
애먼 김에다 그나마 조금 남은 김치 쪼가리로 애써 가져 온 소주를 200ml 한병씩 배급받아, 생라면을 안주겸 식사 대용으로 살기 위해 입으로 입으로 우그려 넣었다.
오늘 하루를 의탁할 우리의 보금자리다. 조침령! 새들도 자고 넘어간다는 고산 준령의 능선에서 자리를 골라 골라 잡았다. 어떻든 텐트를 치고 나니 안은 나름 아늑하여 으르렁거리는 바람에도 춥지않게 잘 수 있을 것 같다.
달은 휘엉청 밝은데 으르렁대는 세찬 바람에 달까지 휘청 휘청거린다. 이른 시간에 할거는 없고 배는 고프고 어떻하겠는가 자는 수 밖에...
지금 시간 오전 8시 7분, 장장 12시간을 취침중!
'그윽한 미소'는 밤에 잠이 안와 앉아서 좌선을 한동안 했다 하는데 내가 안본 이상 믿을 수는 없다. 얼어 죽을까봐 오리털 침낭에 푹 빠져 자고 있다. 일찍 털고 일어나 조침령을 새벽에 출발하여 당일 오후 1시에 구룡령에 도착하기로 애당초 계획을 세웠는데 계획은말그대로 계획일 뿐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우리는 몸소 실천중이다. 구룡령은 고사하고 여기서 계속 뭉겔 판이다. 사실 이몸 상태로 또다시 20여km를 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기다가 우리는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다.
답은 한가지 안가는 거다.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라는 선전문구가 갑자기 뇌리를 살짝 스친다.
이건 몸의 아우성이다!
몸의 아우성을 대변하듯이 '바람'은 벌써 몆번째인지도 모를 오리털 이불을 개고 있다. 가기 싫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냐?
가기 싫다고 오리털도 이리 삐지고 저리 삐지고 난리 난리다.
출발하기 전에 찍은 사진이다. 산행을 작파하고 양양으로 회 먹으러 간다니까 다들 입이 귀에 걸렸다. 그래 빨리가면 누가 상주는 것도 아니고 놀맨 놀맨 천천히 가자! 급할 게 뭐가 있더란 말이냐!
조침령 기념사진
조침령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으려니 동네 어르신 같으 신 분이 산책을 나온 행색으로 여기 저기를 두리번거린다.
이동네에 사시냐고 물으니 안내 산행 미니 버스를 운전하시는 어르신인 것이다. 우리의 레이다에 포착된 것이다.
어짜피 구룡령에 산행객들을 부리고 이곳 조침령까지 와서 산행객을 하염없이 기다리느니 잠깐 양양까지 우리를 태워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택시비 정도는 드릴 예산으로...
그말에 대답은 안하시고 빠른 걸음으로 앞서 가신다.
예전에 내가 백두대간을 할 당시에는 없던 표지석이다. 표지석을 안읽는 사람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조침령은 백두에서 지리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중간 지점이며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이어르신은 이미 앞서 가시고 우리는 아쉬운 발걸음을 조침령에 남기고 있다.
뭐가 아쉬워 자꾸 뒤돌아 보는 게야?
보무도 당당하게 작전상 후퇴?
조침령터널에 도착하니 이 어르신 버스에서 나오질 않으면서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문을 열고 다시 말씀드리니 그러지 말고 버스를타고 양양으로 나가란다. 다시 설득을 시도하니 마지못해 타라고 하신다. 양양까지는 가까운 거리가 아니어서 한시름을 놓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어르신 연세가 팔십이시란다. 허거걱! 그 연세에 산을 평지길 가듯하고 운전까지 하시니 대단한 노익장이다.
몸관리 비결을 물으니 운전을 좋아하고 이산 저산을 즐겨 산행한다고 한다.
우리도 이렇게 산 타다가 150까지 사는 거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오래 사는것도 사실 재앙이다.
어르신이 데려다 준 양양의 목욕탕에서 때 빼고 광을 내니 다들 사람 꼴 같다. 목욕탕 주인장이 안내해준다면서 택시까지 불러줘 잘 알려지지 않은 바닷가 횟집으로 택시로 이동했다. 회를 치는 잠깐 짬을 내 부둣가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바람' 과 '그윽한 미소'!
이렇게 한적한 부둣가 횟집이 격보다 양으로 승부하는 우리에게는 제격이다.
횟집 동영상.
회의 양을 보라! 이게 어떻게 세명이 먹을 분량이란 말인가? 광어 우럭 방어 쥐치 오징어 이렇게 종류도 다양하게 회를 시켰다. 이집 여주인하는 말이 이정도 회라면 여섯명도 충분히 먹을 양이란다. 무우 생채도 안깔고 순수 회로만 한접시이니 반드시 남을 것이라고 예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누구인가?
아침도 안먹고 어제 저녁도 생라면에 허기를 달랜 뱃고래들 아닌가! 거기다가 회라면 사족을 못쓰는 인간들인데...
결론은 싹싹 긁어 먹고 매운탕까지 처리했다는 것이다. 회를 더줬으면 아마도 더 먹었을 것이다. 이 회는 '그윽한 미소'가 쐈다!
10만원 어치인데 웬만한 횟집 20만원 어치는 좋이 될 듯 싶다. 아무튼 '그윽한 미소' 덕에 동해 바닷가 횟집에서 회를 원 없이 먹었다!
다 먹고 올라 오는 버스 칸에서 또 앙꼬 찐빵을 디저트로 오늘의 삭사를 마무리하는 '그윽한 미소'!
빵을 네개를 사왔는데 '바람'은 배부르다며 사양해서 나와 '미소' 가 두개씩을 먹었다. 오우! 위대한 나의 배여 이제 그만 적당히 좀 하거라!
존경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바람' 의 눈빛과, 그에 아랑곳 없이 먹는 것에 열중하는 '그윽한 미소'!
그대 이름은 먹빵!
이번 구간에 뼈저리게 배운 경험 한가지는 우리는 연속해서 20km씩 갈 수가 없다는 것이고, 산에서 일박도 구간을 봐가며 해야한다는 것이다. 배낭에 치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앞으로 대간을 할 때 금과옥조로 삼을 일이다.
한가지 더 산에서 일박시 여벌 가스버너 지참이다 무게도 많이 나가지 않으니 꼭 지참할 일이다.
그러면 굶을 일이 없을테니깐!
이번 구간도 다들 고생했다. 앞으로 이렇게 힘든 구간은 많지 않을 것이다. 희망을 갖고 한구간씩 이어 가도록 하자!
안빈낙도회원 모두 화이링!
나의집 도착 시간 오후12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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