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실관계
○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부동산등기부에 원고들의 선대인 소외 망 1, 2, 3이 각 소유자로 등재된 사실 ○ 피고들(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은 1940. 11. 1.경부터 1973. 3. 30.경까지 이 사건 각 토지의 지목을 도로, 구거, 제방, 하천 등으로 변경한 후 그 때부터 이 사건 토지를 점유ㆍ사용해 오고 있는 사실 ○ 피고들이 점유 개시 당시 매입이나 기부 등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한 사실
2. 당사자의 주장 및 관련조문
1) 원고들의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 토지의 점유 개시 당시에 소외 1, 2, 3으로부터 사용승낙을 받거나 협의수용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무단으로 위 각 토지를 점유하였으므로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졌는바,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토지점유사용에 따른 부당이득금 반환 의무가 있다.
2) 피고들의 주장 피고들의 점유는 자주점유로 추정되며 또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는 사정은 발견되지 않았는바, 피고들은 점유취득시효 완성자에 해당하고 따라서 원고들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는 기각되어야 한다.
3) 관련조문 민법 제245조 제1항, 민법 제197조 제1항
3. 이 사건의 쟁점(대법원 판시사항)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자주점유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
4. 원심판결 및 대법원판결의 요지
1) 원심판결(서울고법 2009. 10. 23. 선고 2009나16782 판결) 피고들이 위 각 토지를 도로, 구거, 하천, 제방 등으로 점유·사용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원고들의 피상속인들이나 원고들이 그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보상을 요구한 흔적이 없고, 일부 토지에 관하여는 1985년경에야 망 소외 3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 또는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었으며, 1940. 11.경 도로로 지목변경된 토지의 경우 그 후 6·25 전란 등 숱한 국가적 변혁을 겪어서 위 각 토지의 점유권원과 관련된 자료가 정상적으로 보관되어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고, 당시의 조선도로령 등 관련 규정에서 도로공사를 위하여 타인의 토지를 사용한 경우 손해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들이 위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할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그에 관한 피고들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
2) 대법원판결(대법원 2011.11.24. 선고 2009다99143 판결) [1]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의 취득절차를 밟았다는 점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이 6·25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기타 사유로 존재하지 아니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적공부 등에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따로 있음을 알면서 그 토지를 점유하여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 취득의 법률요건이 없이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 토지를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와 같이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토지에 관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의 점유·사용을 개시할 당시의 지적공부 등이 멸실된 적 없이 보존되어 있고 거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 취득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기재도 없는 경우까지 함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유권 취득의 가능성을 수긍하여서는 아니 된다. [2]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목을 도로, 구거, 제방, 하천으로 변경하여 점유·사용해 온 토지들에 관하여 시효취득 항변을 하면서도 점유 개시 당시 매입이나 기부 등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는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에서,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의 멸실 여부와 기재 내용 및 해당 토지들이 공공용 재산으로 편입되게 된 경위 등에 관하여 구체적 심리 없이 그 경위와는 실질적 관련성이 없는 일부 사정만을 들어 소유권 취득 가능성을 긍정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 추정을 유지하고 시효취득 항변을 받아들인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5. 해설
1)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점유취득시효에서의 주안점 다수설은 점유취득시효제도의 존재이유로서 권리 위에 잠자고 있는 자를 희생하여 사회의 정당한 신뢰를 보호함으로써 법률관계 및 법질서의 안정을 꾀하는 것을 주된 근거로 삼고 있다(곽윤직). 즉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이 점유취득시효제도의 주된 취지인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국민의 권리와 재산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주체이며, 일반 국민보다 많은 정보와 법지식을 보유하고 있고 그 정보 및 법지식에 대한 접근이 매우 용이하다는 점에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점유에 대한 신뢰보호 필요성은 일반 국민보다는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2)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의 추정 부동산의 점유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않을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선의, 평온 및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나,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이른바 악의의 무단점유 사안),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지고(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추정은 지적공부 등의 관리주체인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므로(대법원 2007.12.27. 선고 2007다42112 판결 참조),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자신의 부담이나 기부채납 등 지방재정법 또는 국유재산법 등에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는 등 토지를 점유할 수 있는 권원 없이 사유 토지를 임의로 도로부지로 편입시킨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다32553 판결 참조).
다만 위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 사안은 점유자의 무단점유가 증거에 의하여 입증된 경우이므로, 만일 이와 달리 증거에 의하여 점유자의 무단점유가 밝혀지지 않거나 진위불명 상태라면 자주점유의 추정은 유지된다.
3)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 추정이 번복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부담이나 기부채납 등 국유재산법 또는 지방재정법 등에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거나 그 소유자들의 사용승낙을 받는 등 토지를 점유할 수 있는 일정한 권원 없이 사유토지를 도로부지 등에 편입시킨 경우(대법원 1998. 5. 29. 선고 97다30349 판결, 대법원 2001. 3. 27. 선고 2000다64472 판결, 대법원 2009.6.11. 선고 2009다19444 판결 등 다수) 즉 지적공부나 등기부의 기재에 의하여 당해 토지의 점유 당시나 그 이후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이외의 다른 사람이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공공용 재산으로 적법하게 취득하였다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또한 지방자치단체가 학교법인으로부터 기부채납을 받아 사용하였으나 학교법인의 기본재산 처분에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었던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번복된다(대법원 1998. 5. 8. 선고 98다2945 판결).
4)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 추정이 유지되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거나 그 소유자들의 사용승낙을 받는 등 토지를 점유할 수 있는 일정한 권원에 의하여 사유 토지를 도로부지에 편입시킨 경우(대법원 2009.4.23. 선고 2009다3173,3180 판결), 임야에 대하여 소유권보존등기를 경료하고 점유를 개시한 지방자치단체가 점유권원을 주장·증명하지 못한다는 경우(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다49627 판결), 국가가 등기부 및 지적공부가 6·25 전란으로 모두 소실되어 지적공부만 복구된 토지를 군부대, 야전병원, 산림청 육종원 등의 용도로 점유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점유·사용하고 있는 경우(대법원 2005.12.9. 선고 2005다33541 판결), 지방자치단체가 토지구획정리사업의 시행자로서 그 사업 완료로 인하여 시행구역 안에 설치된 도로를 점유한 경우(대법원 1998. 8. 21. 선고 98다1607,1614 판결, 대법원 2007.12.13. 선고 2005다77428 판결) 등은 자주점유의 추정이 유지된다.
5)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는 두가지 경우로 나누어 정리하여야 한다.
첫째, 위 3)에서 언급한 대로 지적공부나 등기부의 기재에 의하여 당해 토지의 점유 당시나 그 이후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이외의 다른 사람이 소유자로 등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공공용 재산으로 적법하게 취득하였다는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통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사유지를 도로 등으로 점용하기 시작한 경우에는 국유재산법 등의 규정에 의하여 그 근거 서류 등을 만들어 보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위 대법원 2011.11.24. 선고 2009다99143 판결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토지의 점유·사용을 개시할 당시의 지적공부 등이 멸실된 적 없이 보존되어 있고 거기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소유권 취득을 뒷받침하는 어떠한 기재도 없는 경우까지 함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소유권 취득의 가능성을 수긍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하였다.
둘째, 토지에 관한 지적공부 등이 6·25 전란으로 소실되었거나 기타 사유로 존재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진다고 볼 수 없다. 토지대장 등의 지적공부나 등기부 등이 소실하였다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도 공부상 명의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고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지적공부 등에 소유자로 등재된 자가 따로 있음을 알면서 그 토지를 점유하여 온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적공부 등의 부존재로 인하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의 대표적인 예는 6ㆍ25 전쟁으로 인한 지적공부 소실이다. 즉 6ㆍ25 전쟁 이전부터 일제 강점기의 조선총독부 또는 국가ㆍ지방자치단체가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가 이후 6ㆍ25 전쟁시 화재 등으로 지적공부가 소실되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말할 수 없고, 이런 경우라도 점유의 경위와 용도 등을 감안할 때 일제 강점기의 조선총독부 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점유 개시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자주점유의 추정은 유지되는 것이다(대법원 2009.9.24. 선고 2009다41687 판결, 대법원 2009.4.9. 선고 2008다95380 판결, 대법원 2009.8.20. 선고 2009다30878 판결, 대법원 2008.5.15. 선고 2008다13432 판결, 대법원 2008.3.27. 선고 2007다78258 판결 등).
6) 본 사안의 검토 이 사건에서 피고들은 이 사건 토지를 그 지목이 도로, 구거, 제방, 하천 등으로 변경된 1940. 11. 1.경부터 1973. 3. 30.경까지 사이에 점유·사용하기 시작하였다고만 주장할 뿐, 당시 위 토지에 관하여 매입이나 기부 등 당시의 국유재산법이나 지방재정법 등에서 정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밟았다는 점에 관하여 이를 뒷받침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원심법원은 위 대법원 판례의 논리에 따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가 멸실된 바 있는지를 심리하여 이를 확정한 다음, 1) 만일 지적공부가 멸실되지 않고 존속하였다면, 그 지적공부에 피고들의 소유권 취득사실을 뒷받침할 만한 기재가 나타나 있는지 살펴야 할 것이고, 2) 반대로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고 밝혀지면, 이 사건 토지가 도로나 구거, 제방, 하천 등으로 편입된 경위 등을 개별적·구체적으로 살핌으로써 피고들이 이 사건 토지를 도로 등으로 점유·사용할 당시 매입이나 기부 등 당시의 국유재산법 또는 지방재정법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공공용 재산으로 취득하였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원심법원은 이 사건 토지에 관한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는지를 심리ㆍ확정하는 단계를 누락한 채, “피고들이 위 각 토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할 당시 공공용 재산의 취득절차를 거쳐서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각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그에 관한 피고들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서, 부동산점유취득시효의 요건인 자주점유의 추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던 것이다.
6. 이 판결의 의의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토지의 취득절차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라도, 6ㆍ25 전쟁 등으로 토지대장 등 지적공부가 멸실되었다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존의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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