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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인재들
"난세에 영웅이 난다" 는 진리가 있습니다. 후한이 난세이기 때문에 짚신 삼던 유비가 서촉
제왕이 되고 환관의 자손인 조조가 천자를 끼고 제후들을 호령했고, 현리의 자손인 손권이
강동에서 오나라의 주인이 되었습니다. 삼국시대에는 인재가 유래 없이 많았던 것은 삼국의
주인인 조조, 유비, 손권의 뛰어난 용인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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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유비, 손권은 온갖 수단을 다 써서 서로 연합하고 분열시키며 이간질하고 포섭하는 등
상상을 뛰어넘는 권모술수를 펼쳤습니다. 삼국시대의 걸출한 삼대 전략가로는 제갈공명, 순욱,
노숙 등이 있었고, 장막 안에서 전략을 세워 천리 밖 전투를 결정지은 사람들로는 주유, 육손,
곽가, 정욱, 사마의, 방통, 서서 등이 있었고, 문무를 겸비한 이들로는 관우, 장비, 황충, 조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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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황, 서성, 주환 등이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용맹한 촉나라의 마초와 위연, 위나라의 허저와
전위, 오나라의 감녕과 태사자가 있었고. 채옹, 왕찬, 예형, 조식, 양수는 뛰어난 문장과 풍류로
한 시대를 풍미했습니다. 조조는 아주 잔인하고 뛰어난 재능을 지닌 간웅 이었습니다.
과실과 공로가 많았던 그는 나라의 안정에 중대한 몫을 했고 용인술이 매우 뛰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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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를 따지지 않고 재주만 있으면 발탁했습니다. 따라서 적이었던 인물도 모두 그의
휘하에 모여들어 그를 위해 힘을 다했고 결국 조조는 북방을 통일할 수 있었습니다
젊었을 때의 조조를 보고 당시 유명한 명사인 여남 사람 허소가 “당신은 치세의 능신이고
난세의 간웅이 될 사람”이란 말을 했습니다. 태평 시절엔 유능한 관료가 되지만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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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우면 교활한 영웅이 된다는 뜻인데, 듣기에 따라 기분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만.
조조는 이 말을 듣고 기뻐했다고 합니다. 또한 조조는 평생에 자신에 대해 두 가지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하나는 아버지 조숭이 환관의 양자로 들어가서, 환관의 자손이라는 것과 자신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조조의 외모는 대단히 볼품이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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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위나라 왕에 오른 후 흉노에서 사신이 왔는데 자신의 볼품없는 외모를 보고 업신여기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을 하다가 번듯하게 생긴 부하 하나를 데리고 와서 자신의 대리역을 시키고
사신을 맞았습니다. 조조 자신은 칼을 차고 부하인 척 그 옆에 서 있었던 것입니다.
이 외국사신이 돌아가는 길에 위왕의 외모는 기풍이 넘쳤습니다. 그러나 진짜 영웅은 그 옆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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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차고 있던 사람이더군요. 조조가 비록 볼품은 없었지만 온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은
가히 영웅다운 풍모였나봅니다. 손권은 기발한 계책을 내놓지 못했지만 현명하고 능력 있는
인물들을 등용해서 여러 사람의 지혜와 힘을 모을 줄 알았기 때문에 군주가 되었습니다.
삼국이 흥하게 된 것은 조조, 유비, 손권의 용인술 덕택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동의 안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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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왈, 처자는 의복과도 같고 형제는 수족과도 같다며 툭하면 처자를 버리고 도망 다녔지만,
그에게는 조조, 손권 보다 인복이 있었습니다. 유비는 삼고초려로 제갈공명을 얻었고,
손권은 여러 사람의 의견과 힘을 잘 아우를 수 있었고,
노숙과 한 침대에서 자며 들은 계책에 따랐기 때문에 강동을 얻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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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마음을 비우고 순욱의 가르침을 받았고 그 결과 나라의 기초를 충실히 하여 천하를
다스리는 방책과 굳게 관도를 지키며 변화를 기다리는 방책을 얻었기에 북방의 영웅이 되었지요.
반면에 원소는 병력과 양식도 충분했고 모사들도 구름처럼 많이 모여 들어 관도전투에서 그의
병력은 조조 군보다 훨씬 강해 원소군은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전풍과 저수의 간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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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았고 허유의 계책도 따르지 않아서(결국 원소는 군대를 잘못 움직여) 크게 패한 뒤 일어
서지 못했습니다. 유표는 좋은 사람을 기용하지 못했으며 악한사람을 제거하지도 못했습니다.
또 미래에 대한 원대한 계획도 없이 현실에 만족해서 형주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겨 버렸지요.
여포는 삼국지 초고의 장수라고들 했으나 그에게 충성을 다하던 진궁이 온갖 계략을 다 내놓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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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듣지 않고 앞에서 아첨하고 뒤에서 적과 내통하던 진규 부자의 말만 들었습니다.
그는 조조에게 포위된 위급한 상황에서도 장요 등 용감한 장군에게 의지해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삼국이 망한 것도 인재를 적절히 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후주의 유선은 환관과 황호 만 총애 했고, 위나라는 조상을 중용했으며, 오나라 손호는 잠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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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신을 중용해 위, 촉, 오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지요. 사람을 제대로 알아야만 적당한 때에 적당한
자리에 쓸 수 있고 현명한 이를 추천 해야만 널리 인재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용인술의 기본입니다.
삼국지의 탄생과 배경
지금으로부터 약 천팔백 여 년 전 중국 탁현 고을에 누상촌 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었습니다.
집이 이삼 십호 밖에 안 되는 작고 가난한 마을이 있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모두가
움막 같은 초가집뿐이었습니다. 이 마을 한쪽구석에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아 있는 커다란
뽕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연륜이 족히 100년은 넘은 듯 밑동이 한 아름이나 되는데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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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가 사방으로 뻗어 있고 잎이 무성해서 마치 한 그루만이 누각을 이룬 듯이 보였습니다.
이 마을을 누상촌 이라 부르는 것도 그 뽕나무 때문인데 이곳이 유비의 집이었습니다.
유비는 한나라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이자 경제의 후손이었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돗자리를
짜는 것을 생업으로 삼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유비는 친구들과 어울려 서당에 다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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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의 어느 석양 무렵 등에 바랑을 짊어지고 손에는 지팡이를 든 탁발승 하나가 이 마을을
지나다가 발길을 멈추고 뽕나무를 우러러보았습니다. 나무가 워낙 탐스럽게 생긴데다가 석양
노을이 찬연히 비쳐 물이 오른 뽕나무 잎들은 마치 물고기의 비늘처럼 황금빛으로 번득였습니다.
"허어 그 뽕나무 참 잘생겼다. 마치 천자가 타고 다니는 거개 같구나."며 탁발승은 뽕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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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다 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그 때 초가집에서 귀가 박죽 같이 크고 눈이 시원스럽게
빛나는 열댓 살 먹은 소년이 나왔습니다. 소년들은 이 소년을 중심으로 모여 서당을 향해 걸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가 유비를 보고 말합니다. "유비야 누가 그러는데 너희 집 마당에
있는 뽕나무는 천자가 타고 다니는 수레와 꼭 같더라." "나도 그런 소릴 들었어. 그러고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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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장래에 천자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야." "그래 내가 천자가 되면 그런 수레를 타게 될
거다. 두고 보아라!"며 유비가 미소를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유비는 노승을 보고 저녁은 먹었냐고 물어보고 잠 잘 곳이 마땅치 않으면 선생님께 말씀드려
서당에서 잠을 자면 된다했습니다.노승은 유비의 안내로 서당 방에서 융숭한 저녁대접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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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자려다 서당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노승은 낮에 도둑에게 쫒기는 사람의 행방을 알려 주어
도둑의 칼에 사람을 죽게 한 일 때문에 마음이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이 노승은 낮의 일을 아이들에게 얘기하며 이럴 경우 너희들은 어떡게 하겠느냐? 나도 죽지 않고
그 사람도 죽이지 않아도 될 좋은 방법이 없을까? 노승이 아이들을 향해 물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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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그때 스님께서 지팡이를 짚고 있었냐고 묻자 노승은 그렇다고 했습니다.
유비는 그러면 그때 스님께서는 지팡이를 짚고 장님행세를 했어야 한다고 하자 노승은 무릎을
치며 탄복했습니다."자네는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내가 그때 장님행세만 했어도 그 선한 사람을
살리고 나도 죽음을 면할 수 있을 텐데 말일세." 노승은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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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당신은 난세를 바로잡을 소년 천자이십니다."라고 했답니다.
이날 밤 유비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으므로 어머니가 캄캄한 대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오늘은 제가 이상한 말을 들었습니다. 어떤 스님이 저에게 큰 절을 하면서 저를 소년 천자라
고 불렀습니다. 어떤 스님이 너를 소년 천자라고 부르더냐?" 늙은 어머니는 자세를 바로 잡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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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손을 덥석 부여잡았습니다. 어떤 이유로 너를 그렇게 부르더란 말이냐! 이 어미에게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보아라하자 유비는 낮에 서당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상세하게 말
해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무릎 위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 경건한 태도로 이야기를 듣고 나더니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대사는 분명 범상한 어른이 아니라 여기고 내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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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길을 떠날지 모르니 지금 당장 그 스님을 찾아뵈러 가자고 합니다. 유비는 마지못해 어머니를
모시고 서당으로 갔으나 서당에 있던 노승은 어디로 종적을 감추고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무엇인가 느낀 바가 있는지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더니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 어른은 하늘이 너에게 계시를 내리기 위해 보내 주신 어른이 분명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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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어머니는 집으로 돌아오자 아들 앞에서 자세를 단정히 하고서 천자가 무엇인지,
천자가 되면 무엇으로 다스리는 가를 묻자 유비는 덕으로 다스린다고 했고 집안의 혈통을 묻자
“저는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로 한나라의 제왕이셨던 경제 폐하의 원손입니다."며 한나라 종실의
후예임을 말하자, 어머니는 조상 때부터 전해 오는 검이 한 자루 있으니 그것을 너에게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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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겠다.”며 벽장 속에서 커다란 검 한 자루를 두 손으로 받들어 내리더니 유비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이 검은 한나라 황실의 정신을 상징한다며 백성을 무력으로 다스리지 않고 불의를 격멸하는 데는
추상같이 준엄하고 양민을 보호 하는 데는 어버이 같이 자애로워야 한다며, 후일 천자가 되거든
이 검이 지니는 고매한 정신을 깊이 명심해야 하느니라. 고 하자. 유비는 어머니가 내미는 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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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우러러 받으며 “가슴에 아로새겨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유비를 불러 네가 지금 짜고 있는 돗자리를 가져오라 말하고 어머니는 가보로
전해 내려오는 검을 뽑아 들고 앞에 놓여 있는 돗자리의 날을 말없이 끊었습니다.
유비는 깜짝 놀라 어머니를 쳐다보았고 어머니는 검을 조용한 표정으로 아들에게 공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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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었습니다. “길을 떠날 때 이 검을 꼭 몸에 지니게 하고 이 검에 서려 있는 선열들의 거룩한
정신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하고, 네 나이 스물넷이 되었으니 이제 누상촌에서 돗자리를
짜지 말고 세상이 어지러우니 차도 구해올 겸 세상구경이나 실컷 하고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유비는 집을 떠나 세상에 나오니 가는 곳 마다 황건적이 날뛰었고, 그들은 인정사정없이 곡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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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들을 강탈해 갔습니다. 또 유비는 황건적들에게 잡혀 빼앗은 물건들을 지고 가게 했습니다.
유비는 낙양에서 산 차를 황건적 도당인 이주범이 빼앗으려 하자 어머니 생각이 나서 대신 허리에
찾던 검을 내밀었습니다. 이것을 줄 테니 제발 차만은 빼앗지 말아 달라고 사정하자, 옆에 마원이가
검을 탐내 빼앗아 갔고 이주범은 점점 약이 오르는지 창대로 유비의 허리를 후려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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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결국 검도 뺏기고 차도 빼앗겨 버렸습니다. 유비는 그날 밤 도망치려다가 경비병들에게
붙잡혀 당장 죽을 뻔 했으나 마원이가 저놈이 정말 관군의 밀정일지도 모르니 내일 저놈의 입을
통해서 관군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고 죽여도 된다며 포승을 지운 채 토굴 속에 가두었습니다.
토굴은 높이가 두 길이나 되는데다가 바람벽을 우물처럼 수직선으로 파내서 빛이 들어 올 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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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습니다. 유비는 흙바닥에 주저 않아 절망에 빠져 있는데 포승 줄 하나가 내려와 유비는 기적
적으로 구출되었고 지옥에서 자기를 구해준 사람은 옛날의 그 노승이었습니다. 노승은 유비의
소맷귀를 잡아당기며 그의 절간으로 길을 재촉했습니다. 유비는 노승에게 거듭 감사해 하자 노승은
손을 휘저었고 하얀 말 한 필을 끌고 나오며 부용 아가씨를 불렀습니다. 잠시 후 안방에서 꽃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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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따운 처녀 하나가 나오는데 그야말로 천하절색이었습니다. 십 팔세 가량 된 그녀는 말로만
듣던 선녀의 자태 그대로였습니다. 노승은 이 아가씨는 원래 이 고을 성주님의 여식입니다.
황건적들 때문에 성은 불타고 성주님이 돌아가시자 제가 보호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제 조석을 대접 할 쌀이 없어 아가씨를 돌려보내려고 하오니 부디 부용 아가씨를 관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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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을 친 곳까지 모셔다 주기를 간청했습니다. 유비는 부용 아씨를 말 뒤에 태우고 질풍같이 내
달렸는데 얼마쯤 가자 다섯 필의 인마가 맹렬히 달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머리에 누른 두건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황건적이 틀림없습니다.유비는 맹렬하게 채찍질을
가했으나 말 한 필에 두 사람이 타고 있어 제 아무리 채찍질을 가해도 추격자들처럼 빠를 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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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었습니다. 멀리 강가에 관군이 진을 치고 있다는 그 강변이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작강가에 도달해보니 진을 치고 있다던 관군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제 저녁때까지 강변에 진을 치고 있던 관군은 황건적이 대거 습격해 온다는 바람에 철수해
버린 것입니다. 아! 큰일이로구나! 유비가 그렇게 한탄 했을 때에는 이미 황건적 무리들이 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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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달려들어 두 사람이 탄 말을 양 옆으로 포위하고 난 뒤였습니다. 한 놈이 철봉으로 후려
갈기는 바람에 말이 꼬꾸라졌고 유비와 부용은 모래밭으로 곤두박질쳐졌습니다.
유비는 즉시 일어나면서 태산이 무너질듯 한 고함을 질렀습니다. 유비는 발 앞에 있는 돌을
집어 들기 무섭게 달려드는 적도의 머리를 후려갈기자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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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그 틈을 타 놈의 창검을 재빠르게 빼앗아 들며 마주 섰습니다. 한참 동안 접전을 벌였고
유비는 중과부적으로 뒷걸음치다가 모래 바닥에 쓰러져 버렸습니다. 이주범의 예리한 창검이
유비의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가까스로 몸을 굴려 피하려는 순간 유비의 시야에 장정 하나가
맹렬하게 달리는 말 위에 올라탄 채 채찍을 휘둘러 대고 있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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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말 위에서 우레 같은 목소리로 그만두지 못하겠느냐! 저놈은 누구냐! 키가 구척이나 되고
수염이 시꺼먼 이 사나이는 바로 장비였습니다. 몇 일전 장비는 황건적에 입적했기에그 사람을
나한테 인계해라며 장비가 말하자 이주범은 화가 치밀어 장비를 공격했고 장비는 이주범을 허공
으로 번쩍 치켜들었다가 바닥을 향해 그대로 내동댕이쳐버렸습니다. 다른 졸개들이 일제히 덤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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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었으나 적도들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추풍낙엽처럼 쓰러졌습니다. 유비는 그제야 일어서며
장비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니 키가 구척에 검은 수염이 모질게 났고 눈은 고리눈에 얼굴이 험상
궂게 생긴 사나이였습니다. 유비는 장비 앞에 공손히 인사를 하며 뉘신데 나를 도와주셨냐고
물었습니다. 장비는 유비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땅 바닥에 쓰러져 있는 부용 아가씨를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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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 일어키더니 깍듯이 존대를 했습니다. 소생은 아가씨의 선친을 모셨던 장비라는 사람입니다.
아가씨가 황건적들에게 추격을 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렇게 급히 구하려고 달려오는 길
입니다. 유비는 그 소리를 듣고는 “황건적인 당신이 부용 아가씨를 구하러 왔다는 말이오?” “
그건 나를 모르고 하는 말이오. 공은 나를 황건적 졸개로 알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이 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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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님의 부하였소. 황건적들의 행패로 성은 불에 타고 성주님 또한 적도의 손에 무참하게 돌아
가셨소. 나는 성주님의 원수를 갚기 위해 황건적에게 거짓 항복하고 잠시 놈들의 부하 행세를
했던 것이오. 유비는 그 소리를 듣고 크게 감격하고 서로 인사나 나누자며 자신은 탁현 누상촌에
사는 유비 현덕이라고 소개하자 “유공의 말은 이미 들어 알고 있소. 이 사람의 성은 장이고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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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고 자는 익덕이라 하오 부용 아가씨를 여기까지 모시고 오르라 정말 고생했소.”
“내가 이렇게 살아나게 된 것은 오르지 장공의 덕택이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을 어떻게 아시고 따라오셨소?”“어젯밤 유공이 산성에서 황건적 일당에게 검과 차를 빼앗길 때
나 또한 놈들의 틈에 끼여 있었소. 유공이 밤중에 도망을 치려다가 결박을 지고 토굴에 갇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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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은 오늘 아침에야 알게 되었소. 그래서 유공을 내 손으로 구출해 주려고 토굴을 찾아갔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린 뒤였소. 유공을 구출해 낼 사람은 아무리 생각해도 山海 스님 밖에는 없을 것
같아 그리로 찾아갔지요.”산해 스님을 찾아갔더니 유공이 피신하는 길에 부용 아가씨를 모시고
가게 했지만 무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니 곧장 뒤따라가 보라고 하여 왔다고 하자 ,유비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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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오르지 산해 스님과 장공의 덕택 이라며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고 다시금
머리를 숙였습니다. 장비는 부용 아가씨를 돌아보며“나는 돌아가신 성주님을 위해 의를 다했을
뿐이오.”라고 말하고 문득 생각난 듯 품 안에서 황건적에게 빼앗겼던 차 통을 꺼내 유비에게 내밀
었습니다. 유비는 이런 고마운 일이 어디 있느냐며 이 은혜는 죽어도 못 잊을 것이라며 두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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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통을 받았습니다. 장비는 차 통을 건 내고 나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끌러 유비에게 내밀며
유공이 놈들에게 빼앗겼던 검도 다시 찾아 왔다며 한눈에 보기에도 소중한 검 같은데 놈들한테
줘 버릴 수야 없지 않냐고 하자 유비는 검을 받아 들기는 했지만 그것마저 되돌려 받기에는 너무나
염치가 없어 보였습니다. 장비는 일찍이 산해 스님으로부터 유공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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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용 아가씨를 도와주려다가 욕을 보게 됐으니 오히려 내가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며 세상이 바로
되려면 황건적의 무리를 깨끗이 없애 버려야 할 것이니 뜻을 같이해 세상을 바로 잡자고 했습니다.
황건적을 없애는 것은 돌아가신 성주님에 대한 나의 의무마며 장비가 무뚝뚝하게 대답했습니다.
유비는 이 정도의 신의 있는 인물이라면 평생 생사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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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유비는 방금 받아 들었던 검을 장비 앞에 내밀며 오늘의 은혜를 생각해 이
검을 장 공 같은 호걸의 소유물이 되는 것을 더 바랄 것이오. 라고 하자 장비는 뜻하지 않았던
말에 깜짝 놀라며 사양했으나 유비가 자꾸 드리고 싶다 하자 그럼 감사히 받겠다며 즉석에서
허리에 차보고 매우 기뻐하며 이 검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인물이 되도록 노력하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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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고 장비는 부용 아가씨를 모시고 길을 떠납니다.
세월은 흘러 그로부터 사오 년이 지났습니다. 황건적의 세력은 날이 갈수록 확대되어 갔고 십상시
들은 권세를 움켜잡고 매관매직으로 정사를 어지럽히고 있는 바람에 관기가 날로 문란해져
적도를 토벌할 기력이 없었고, 뜻있는 사람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한숨을 지어 며 개탄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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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습니다.한편 관우는 탁현 고을에서 십 리쯤 떨어진 하동 해량촌에 살고 있었고 어려서부터
공맹학을 배워 고서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호반의 집에서 태어나 무예에도 조예가 깊은 사람
이었습니다. 그는 평소에 백학선을 애용했고 외출할 때는 반드시 수레를 타고 다녔습니다.
관우는 세상 돌아가는 정세도 살펴보고 뜻을 같이할 수 있는 동지를 찾아보려고 출타를 하는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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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적 사 오명과 한 사람이 싸우는데 황건적이 당해내지를 못했고 도망을 치려 하자 괴력의
장사는 산이 무너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그 들을 뒤쫓아 가 두세 명의 뒷덜미를 움켜잡고 내동댕이
쳐 버렸습니다. 관우는 멀찍이서 그 광경을 통쾌한 기분으로 바라보며 이제야 장수다운 장수를
한 사람 발견했다는 희열감이 저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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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와 장비가 이렇게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뜻을 같이해 서로 큰일을 도모해 보자 했고 관우는
우리와 생사를 같이할 만한 인물이 있느냐고 묻자 장비는 한참을 생각하더니 자기가 사 오 년
전에 우연한 기회에 한 번 만난 유비가 한나라의 종실이며 제법 쓸 만한 인물 이라고 했습니다.
장비는 내일 유비를 만나 보기로 하고 주막을 나와 관우와 작별했습니다. 장비가 거나하게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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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내로 들어오다 보니 가장 번화한 네거리 한복판에 사람들이 이삼십 명 쯤 모여 서서 무엇인가를
열심히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가까이 가보니 방문이 한 장 붙어 있었는데"근래에 황건적의
행패가 심한 것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평화롭기만 하던 탁현도 이제는 황건적들의 행패가
날로 심해 민생은 날이 갈수록 도탄 속에서 허덕이게 되었다. 이에 본인은 황건적을 근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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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멸하여 국가의 대본을 밝히고, 백성들을 도탄에서 구하고자 의병을 널리 모집하는 바이다.
초야에 묻혀 있는 의혈남아는 나의 뜻을 깊이 명심하여 모병에 응해 주기를 호소하노라."
장비는 멀리서 방문을 읽어 보고는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나 방문을 읽어 본 사람들은
제각기 입맛을 다지며 한 두 사람씩 뿔뿔이 사라져 갔습니다. 장비는 혹시 한 명이라도 관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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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용감한 지망자가 있을까 하여 멀리 토담 밑에 쭈그리고 앉아 방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오직 한 사람만이 남아 방문을 언제까지나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장비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혼자 남아 있는 그 사람한테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언제까지나 방문만 올려다본
채 움직일 줄을 몰랐습니다. 그 사람은 오랫동안 방문을 올려 보다가 급기야 발길을 돌려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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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려는 것이 아닌가?장비는 참았던 울화통이 치밀어 “이 빌어먹을 놈아! 방문을 그렇게 까지
오래 들여다보고도 정녕 의병지원을 안 하겠다는 말이냐!”며 장비가 벽산이 무너질 듯한 고함을
지르며 비호같이 달려가기가 무섭게 그 사람의 목들 미를 움켜잡아 허공으로 휙 던져버렸습니다.
그러나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던 사나이는 저 만치 나가떨어지는가 싶더니 오뚝이처럼 우뚝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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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는 아무 죄도 없는 사람에게 이렇게 폭력을 가하는 것이냐며 점잖게
책망하자, 이 놈 내가 누구인지 알고서 감히 맞설 생각이냐! 지금 황건적 때문에 나라가 망해가는
판국이 아닌가? 새파랗게 젊은 놈이 의병을 모집 한다는 방을 보고도 그냥 꽁무니를 빼면 이
나라는 도대체 누가 구한단 말인가 라고 하자 상대방은 대꾸도 안 하고 장비의 얼굴을 유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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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여다보며 장비 공이 아니냐며 자신은 유비 현덕 이라 하자, 장비가 놀라며 유비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니 박죽 같은 귀와 덕성스럽게 생긴 코를 보니 틀림없는 유비였습니다.
이렇게 장비와 유비가 다시 만난 것입니다. 유비는 자신은 한나라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로
경제의 원손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며 어찌 세상을 바로 잡는데 뜻이 없을 수 있겠냐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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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이 중산정왕 의 후손이오. 라며 두 손으로 유비의 두 손을 움켜잡은 채 새삼스러이 감격
하다가 생각난 듯이 말했습니다. 장비는 어디로 급히 갔다 오더니 검을 한 자루 들고 와서
전에 받았던 검을 유비에게 돌려주자 유비는 극구 사양했고 장비가 검이란 제격에 맞는 것을
차고 다녀야 하는 법이라며 귀공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받아 달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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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관우를 만난 얘기를 하며 오늘 당장 누상촌으로 관공을 모시고 가겠답니다.
유비는 유쾌하게 웃으며 어째든 우리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를 만들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며칠 후 장비가 관우를 데리고 유비의 집을 방문하여 세 사람이
서로 수인사를 나누는 동안 어머니는 손님을 알아보고 방안을 부산스럽게 치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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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그들이 방안으로 들어와 어머니에게 깍듯이 에를 갖췄습니다. 세 사람은 좁은 방에서
마주 앉아 날이 저물도록 나라의 어지러움을 걱정하며 천하대세를 논했습니다. 신의가 두텁고
뜻을 같이하는 그들은 비록 만난 시간은 길지는 않았지만 肝膽相照하는 바 있었습니다.
우리 세 사람이 합심하면 천하를 바로 잡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라며 장비가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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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씀이오. 우리 세 사람이 합심 협력한다면 천하에 안 될 일이 어디 있겠소. 라며 관우가
장비의 말에 맞장구 쳤습니다.“우리 세 사람이 오늘을 기해 천하 대사에 나서 생사를 같이 하도록
결의형제를 맺으면 어떻겠소? 유비가 의형제 맺을 것을 제안하자 장비와 관우는 즉석에서 찬동
했습니다.유비는 두 분이 뜻을 같이해주니 기쁘기 한량없다며 노모에게 우리의 뜻을 문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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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록 하자며 얼른 어머니를 방안에다 모셔 놓고 세 사람이 의형제를 맺기로 했다는 것을 알려
주고 나서 물었습니다. 어머니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관우와 장비의 손을 잡으며 천하의 영웅
호걸인 두 분께서 내 아들과 의형제를 맺게 되었다니 이 늙은 몸은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답니다.유비는 이러한 중대한 맹세를 하려면 의식이 필요하니 내일 아침 우리 집 복숭아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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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신명께 의맹의 제사를 올리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하자 어머니는 제사준비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 말랍니다. 이튿날 아침 제단 앞에 세 사람은 나란히 서서 일제히 분향재배를 하고 어젯
밤 관우가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제문을 외웠습니다.“세 사람이 비록 성은 다르오나 이미 의를
맺어 형제가 된 즉 위로는 국가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을 편안케 하되 동년 동월 동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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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를 원하오니 황천후토는 이 마음을 굽어 살피사 의리를 배반하고 은혜를 잊거든 하늘과
사람이 함께 죽여주소서.”삼형제의 서열은 유비, 관우, 장비의 순으로 정해졌고 다 같이 축배를
들며 도원결의를 굳게 맺었습니다. (도원결의 184). 그들은 큰일을 도모하자면 우선 군대가 있어야
하고 군량과 말이 있어야 한다고 하자 모병 모집 격문은 관우가 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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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문이 탁현 일대에 뿌려지자 열혈청년들이 꼬리를 물고 모여 들었습니다.장비는 열혈청년들
앞에서 군율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철칙을 엄수해야 한다며 내가 읽을 테니 잘 들어
두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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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우리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다.
하나, 우리는 자기 자신보다 항상 국가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나, 우리는 남의 재산을 약탈한자와 백성을 함부로 괴롭힌 자를 사형 또는 극형에 처한다.
하나, 우리는 군기를 문란하게 하는 모든 행위자를 사형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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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법을 지킬 자는 있고 자신이 없는 자는 지금 곧 주저 없이 돌아가라 하자 열혈청년들 중에는
아무도 돌아가는 자가 없었습니다.식구가 많아지니 당장 곤란한 것이 식량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황건적을 토벌해주고 정당한 세금을 모아 식량문제를 해결해주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황건적을 토벌하려면 무기도 있어야 하고 말도 있어야 하는데 이 문제로 골치를 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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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어느 날 부하 한 명이 헐레벌떡 거리며 오더니 지금 말을 오십 필이나 끌고 가는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장비는 얼른 관우한테 달려가 상의했고 관우는 내가 마주를 만나 간곡하게
형편을 설명하고 도움을 청해 보겠다며 부하 몇 명을 데리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두 사람의 말 장수는 중산 고을의 거상인 장세평과 소쌍이었습니다. 관우는 그들을 만나 의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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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으키게 된 내막과 장래계획을 자세히 설명하며 지금 도움을 베풀어 주신다면 절대로 은혜를
잊지 않겠노라고 간곡하게 호소했습니다. 그들은 이미 황건적에게 재물을 적지 않게 약탈한
경험이 있는지라 두 사람은 한참 밀담을 나누더니 중대한 의거에 사용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주겠답니다. 그들은 잠시 후 유비를 만났고 유비는 말 오십 여필을 준 것을 거듭 감사해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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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덕망에 더욱 감탄해 하며 그들이 말에 싣고 온 금은 오백냥과 빈철 일천근 수피직물 백
필도 드리고 갈 테이니 부디 긴요하게 써 달라고 합니다. 유비 삼 형제는 거듭 감사의 표시를
했고, 곧 빈철 천근을 대장간으로 가자고 가서 창과 검을 만들게 했습니다.
유비는 쌍고검을 만들고, 관우는 무게가 팔십 여 근 이나 되는 청룡언월도를 만들고, 장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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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팔사모를 만들었습니다. 그 무렵 유주 탁현 대흥산 속에는 오 만여 명의 황건적이 운집하여
밤낮으로 양민을 괴롭혔습니다. 유비는 오백 명의 군사들을 거느리자 관우를 보내 태수 유언을
만나게 했고 관우는 우리의 군사만으로도 오 만여 명의 황건적을 능히 전멸시킬 자신이 있다고
하자 유 태수에게 관우의 제안은 구세주를 만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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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유비 삼 형제는 황건적 토벌에 나섰고 황건적의 장수 정원지가 이끄는 군사를 맞아
장비와 관우가 적장의 목을 베어 큰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그들은 다시 황건적을 격파하고
황건적의 두목 장각과 맞서 싸우는 유비의 스승인 노식을 돕기 위해 출동했습니다.
노식의 명에 따라 황보숭, 주준을 도우러 영천으로 진격한 유비는 이미 황건적이 크게 패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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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다시 돌아가다가 죄수가 되어 잡혀 가는 노식과 만났습니다. 노식은 감찰을 하러 온 조정
대신에게 뇌물을 바치지 않아 황건적이 두려워 일부러 싸우지 않았다는 죄를 뒤집어쓰고 잡혀
가는 길이었습니다. 이일로 조정에 크게 실망하고서 탁군으로 돌아가던 유비 삼 형제는 노식을
대신해 지휘를 맡은 동탁의 군대가 패할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구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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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동탁은 유비 삼형제가 모두 벼슬이 없다는 걸 알고서는 그들을 무시합니다.
한편 황보숭과 주준에게 패한 황건적의 장보, 장량은 패국 초군 출신인 조조군대에게 다시 크게
져 겨우 목숨만 건져 달아났습니다. 조조는 원래 성이 하후 씨였지만 그의 아버지 조숭이 환관
조등에 양자로 들어간 뒤부터 조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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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려서부터 꾀가 많았고 사냥과 가무를 무척 즐겼다. 동탁의 오만 방자함에 분기탱천한
장비는 동탁을 죽이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유비와 관우의 만류로 그만 두었고 유비 삼 형제는
다시 주준과 함께 황건적과 싸워 크게 이겼습니다. 이때 황보숭은 장량의 목을 베고 이미 사망한
장각의 무덤을 파헤쳐 그 목을 수도로 가져가 바쳤습니다. 그러자 그에게 높은 벼슬이 내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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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식도 풀려 났으며 조조도 지방관으로 임명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준은 양성을 공격하였고
위기감을 느낀 적장이 장보의 목을 베어 바치게 했습니다.이로써 황건적 우두머리 삼 형제는
모두 죽게 되었습니다. 황건적 잔당이 농성하고 있는 완성을 공격하던 주준은 완강한 저항에
부딪쳤습니다. 이때 오군 부춘 출신의 손견이 군사를 이끌고 주준을 도우러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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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적의 잔당은 주준, 유비, 관우, 장비, 손견 등이 힘을 합쳐 공격한 끝에 격파 되었지만 유비
만은 그 공을 인정받지 못하고 큰 벼슬에 오르지도 못했습니다. 유비는 얼마 뒤 중산부 안희현
이라는 작은 고을의 현위 즉 치안 담당관으로 임명 되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안희현으로
독우라는 관리가 내려왔습니다. 독우는 공을 세워 지방관으로 임명된 사람들을 감찰하는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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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는데 유비에게 뇌물을 바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하였고 유비는 뇌물을 바치지 않자 독우는
더욱 유비를 윽박질렀습니다. 이에 장비는 불같이 노하며 탐관오리 독우를 기둥에 붙들어 맨 뒤
버드나무가지를 꺾어 초죽음이 되도록 때려줬습다.유비가 장비를 말려 겨우 목숨을 건진 독우는
달아났고 유비 삼 형제는 도망가는 신세가 되어 대주 지방으로 피신했습니다.
나중에 유비는 혐의가 풀려 평원의 현령으로 임명됩니다.(계속)
2016.4.26.tue. 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