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의「걸어서 모닝콜」감상 / 이은봉
걸어서 모닝콜
강인한
텐트의 가림막을 다 내렸다.
밤이 깊어가는데
하마들은 마라강에서 소리 지른다. 저 소릴 들으며
어떻게 잠을 이루나.
침대 속 따끈한 물통을 굴리다 이리저리
이리저리 새벽,
하마들이 또다시 끙끙거린다.
캄캄한 세 시 반.
강에서 하마들 누렇게 칭얼거리는 소리 돌돌 말아
당신이 내다보는 창밖 산딸나무 가장귀에 걸어주고 싶다,
는 우스운 생각을 궁글리다
풍덩 잠에 빠졌는데
내가 잠자는 천막 가까이 대고 굿모닝.
또 저편 우리 아이들 자는 천막에 대고 굿모닝.
페어몬트 마라 사파리클럽 직원이 직접 배달에 나선 듯
굿모닝 디스 이즈 모닝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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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서는 한국 사람들도 자주 해외여행을 한다. 이 시에서도 시인은 해외여행을 하며 겪은 특별한 에피소드를 노래하고 있다. 이때의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프리카 케냐 등에서 체험한 사파리 여행을 가리킨다. 사파리 여행을 하게 되면 때로 텐트 호텔에서 묵기도 한다. 호텔이라고는 하지만 텐트에서의 잠자리가 오죽하겠는가. 시인은 그와 관련하여 우선 “텐트의 가림막을 다 내렸다./ 밤이 깊어가는데/ 하마들은 마라강에서 소리 지른다. 저 소릴 들으며/ 어떻게 잠을 이루나”하고 노래한다. 마라강에서 “하마들 누렇게 칭얼거리는 소리”가 자꾸만 들려오는데, 어떻게 잠을 이룬다는 것인가. 하지만 걱정 중에도 시인은 “풍덩 잠에 빠져”든다. 그렇게 아침잠에 빠졌을 때 “사파리클럽 직원이” “천막 가까이 대고” “굿모닝 디스 이즈 모닝콜” 하고 모닝콜을 “직접 배달”한다. 원시적인 모닝콜이지만 여간 신선한 것이 아니다. 이처럼 낡고 시원적인 것이 오히려 새로운 것일 수도 있다.
이은봉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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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프리카 야생동물을 볼 수 있는 사파리 관광은 너른 초원이 펼쳐진 탄자니아의 세렝게티국립공원과 거기에 잇대어 있는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을 들 수 있다. 세렝게티 지역이 마사이마라보다 두 배 이상 넓다. 두 딸네 식구들과 우리 내외 일곱이 아들네가 살고 있는 케냐를 찾아간 건 지난해 가을.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경비행기로 마사이마라까지는 45분 정도 걸리지만,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되어서 우리 열 식구는 두 대의 자동차 편을 택했다. 나록까지 포장도로를 3시간, 나록에서부터는 험한 비포장도로로 마사이마라까지 2시간 걸려 모두 5시간의 장거리 여행이었다. 마사이마라 국립공원 가까운 '페어몬트 마라사파리클럽'이라는 이 호텔은 명색이 4성급 호텔이다. 지붕, 사방의 벽이 텐트로 됐을 뿐, 내부 시설은 아기자기하고 훌륭하다. 일교차가 심하여 밤에는 난방이 어렵기 때문에 침대 속에 더운물을 담은, 작은 수박만한 크기의 물통을 넣어준다. 다다미방에서 생활하는 일본사람들은 잠자리에서 발을 갖다 대고 이용하는 더운 물통을 '고다쓰'라고 부른다. 마라강 인접의 숲속에 가족 단위의 이런 텐트 호텔 객실이 스물 다섯 채가 있었던가 기억된다. 한꺼번에 수십 마리 하마 떼를 가까이 구경할 만한 장소도 그리 흔치 않을 것 같았다. _ 강인한
첫댓글 마라강의 하마들 생각에 잠시 신기~~ 어떻게 끙끙댈까 골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