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의 다른 이름 ❛아버지❜
❦ 라일락
아버지!!! 어린 시절 내 기억 속의 아버지는 그저 무섭고, 완고하기만 하신 분으로 친구들이 아버지 손을 잡고 재잘대는 모습을 부러워 한 나머지 내 아이의 아버지만큼은 나의 아버지와는 다른 자상하고, 친구 같은 그래서 나의 부러움을 아이를 통해 보상 받고 싶은 마음으로 간절함을 갖게 되었고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따스함이 넘치는 자상한 아빠의 모습으로 나의 마음을 채워주고 있다.
세월이 흘러 한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남편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면서도 마음 속 허전함을 채워야겠다는 생각을 차마 하지 못하다가 망설이고 망설이다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안아달라는 말을 하였는데 아버지는 두 손을 어쩌지 못하시며 ‘허허’ 헛웃음만 지으시는데 그동안 어렵고 쑥스러워 한 번도 안겨보지도, 안겨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자식이 이제 와 쪼끔 아버지께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왜 진작 아버지에게 안겨보려 하지 않았을까...’ ‘아니, 지금도 늦지 않았어…’라며 나를 토닥이고 있다.
어쩌면 어릴 적 친구 같은 아버지에 대한 꿈을 아버지도 꿈꾸셨던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면서 무슨 어려운 시험을 치른 양 마음속엔 의기양양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불쑥 튀어나오는 것이 이제는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산책을 해야겠다는 또 다른 사랑을 꿈꿔본다.
아버지는 한결같은 사랑과 기다림으로 자식들을 대하시고, 한 평생 당신이 원하시고 하고 싶었던 일을 하시는 꿋꿋함을 보이는 것으로 존경심을 불러일으키시는 분으로 이제는 죽음을 의연히 준비하시는 모습으로 자식들 마음의 짐을 덜어 주시고 계신다.
출가외인이라며 시어머니는 당연히 모셔야 하는 사람이지만, 친정 부모님은 찾아야만 뵐 수 있는 사람으로 마음 한 켠에 모셔놓기만 했던 나를 자식이라고 용돈을 모으셔서 냉장고를 바꿔주신 아버지 마음이 송구스러워 처음엔 안 받으려 하다가 “이렇게 너에게 뭔가를 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한 말씀에 “고맙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아버지의 큰사랑을 받게 되었다.
아버지는 그렇게라도 당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싶으셨음에 가슴이 아려온다.
아버지는 소소한 사랑보다는 한 말씀, 한 행동으로 나를 격려해 주시고, 인정해 주셨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면서 어머니보다 더한 아련함으로 가슴이 먹먹해져 온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관대함과 넉넉함으로 나와 다른 것들을 품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그동안 미뤄뒀던 사랑을 표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