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충북(20120717) 여름철 건강관리
1.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홍보이사이신 장동민 원장님 모셨습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자, 원장님 내일이 바로 초복인데요... 원래 삼복에는 삼계탕을 많이 먹잖아요? 이게 정말 효과가 있는 건가요?
답: 네, 효과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여름철에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음식인 삼계탕이나 황구육 등을 먹어왔는데요, 그야말로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름철에는 바깥의 더위를 이기기 위해 인체의 모든 양기가 피부로 몰려나오거나 상부로 뜨기 때문에, 반대로 뱃속이 허해지고 냉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름에 과도하게 찬 것을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서 구토와 설사 및 복통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의보감>에는 차가운 물을 먹을 때, 그냥 양치만 하고 뱉어버리라고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가급적이면 찬 것을 많이 먹지 않고 반대로 따뜻한 것을 많이 먹도록 권했습니다. 특히 초복 중복 말복은 몸 바깥의 기운은 제일 뜨겁고 반대로 몸속은 가장 차가워지는 때이기 때문에, 특별히 삼계탕이나 황구육 등의 따뜻한 음식을 먹었던 것입니다.
2. 아, 더위를 더위로 이기라는 뜻이 아니라, 여름에는 뱃속이 차가와지기 때문에 따뜻한 성질을 지닌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었군요! 원장님 그러면 삼계탕에 들어가는 약재들도 다 따뜻한 성질을 지닌 약재들인가요?
답: 네, 역시 대단하십니다. 정확하게 알고 계십니다. 삼계탕에 같이 들어가는 인삼 대추 황기 등의 약재는 모두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뱃속에 들어가 인체의 위장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주의할 사실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마트나 백화점 시장 등에서 일반인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은, 엄밀히 말해 한약재가 아닙니다. 정확히 말하면 식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의료기관에만 공급되는 의약품용 한약재와는 검사와 안전성 등에서 많은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복분자라는 약재가 있습니다. 산딸기를 얘기하는 거지요. 이 녀석이 식품으로도 유통되고 의약품으로도 유통이 됩니다. 그런데 똑같은 복분자지만, 한의원에 공급되는 의약품용 복분자는 잔류이산화화의 허용치가 30 ppm입니다. 수치가 31만 되어도 불합격이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에 비해 쥬스나 술에 사용되는 복분자는 2000 ppm이 허용치입니다. 차이가 많이 나죠? 자, 마지막으로 마트나 식당 시장에서 파는 복분자는 얼마일까요? 네 없습니다. 검사도 안합니다. 그러니 식품과 의약품의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만약 삼계탕에 넣을 약재가 필요하시면, 가까운 한의원이나 자주 다니시던 한의원에 가서 조금 얻어다 사용하셔요. 저도 집에서 삼계탕이나 백숙 끓여 먹을 때, 저희 한의원 약장에서 약재들 꺼내서 가져다 씁니다. ^^
3. 원장님, 정말 부럽습니다. 언제 저도 한번 보내주셔요~~ ^^ 원장님 그런데 우리가 제철과일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러면 여름에 수박이나 참외 같은 과일도 따뜻하게 익혀서 먹어야 하는 건가요?
답: 아이고 그렇지는 않습니다. 앞서 뱃속이 차가운 경우를 위해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라고 추천했지만, 어쨌든 여름은 불의 계절입니다. 화(火)가 너무 강하다보니, 인체의 진액을 말라들게 하거나 화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진액을 보충해주고 화열을 식혀주는 제철과일이 더 적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뱃속이 차가와질 정도로 과하게 드시면 좋지 않겠지만, 어느 정도의 진액 보충은 좋습니다.
사실 옛날에 우리 선조들이 여름철에는 결혼날짜를 잡지 않던 이유도, 여름이 불의 계절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기운이 바야흐로 화(火)가 극성하는 때이기 때문에, 반대로 우리 몸에서는 수(水)에 해당하는 하초(下焦)의 기능이 약해지게 됩니다. 따라서 여름에는 비뇨생식 계통의 기능을 소모시키는 과도한 성생활을 자제시켰던 것입니다. 만약 여름철에 임신하면, 엄마도 아빠도 애기도 다 허약해질 수 있다고 보았던 것입니다.
4. 아 그렇군요. 그런데 원장님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름에는 한약 먹으면 좋지 않다는 말이 있던데요? 그래서 저도 나중에 가을에 한의원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정말 그게 사실인지요?
답 :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잘못된 유언비어가 돌고 있기는 한데요, 여름에는 여름에 맞게 한약 처방을 합니다. 사시사철 중에서, 특히 여름은, 기를 상하는 낮이 길고, 반대로 기를 재충전할 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계절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만성피로와 식욕저하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이러한 경우 허약해진 기운을 북돋우어주면 상당히 양호한 효과를 거둘 수가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항간에는 여름에는 땀으로 한약성분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에 보약을 써봐야 효과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잘못된 말을 믿고 무작정 가을이 되기를 기다리다가는, 가을이 되기도 전에 인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제 때에 맞춰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실제 아예 여름에만 사용되는 처방들도 있습니다. 바로 궁중에서 이용되었던 제호탕이나, <동의보감>에 나오는 청서익기탕 생맥산 등의 처방이 바로 여름에 사용되는 처방들인 것입니다. 그러니 근거 없는 말에 현혹되어, 자칫 건강을 회복시킬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만약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바로 가까운 한의원이나 주치한의원에 찾아가 상담하고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