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남구 용현 5동의 옹진군청. 청사 본관 오른편에는 '효심관'이라는 별관이 있다.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지어졌지만 주민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강당은 예식장으로도 쓴다지만 지난해 단 4건의 결혼식이 있었다.
1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옹진군은 모든 군민이 섬에 살고 있지만, 군청은 육지에 있어 오가기가 불편하다. 군민 이 모 씨는 "군청 일을 보기 위해 뭍으로 나오려면 하루 생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물리 치료와 방사선검사실까지 갖춘 군청 보건실은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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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시 남구에 위치한 옹진군 청사는 연면적이 1만4984㎡(약 4530평)로, 주민 1인당 청사 면적이 공사 중인 서울시 신청사의 91배에 이른다. /인천=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취재진이 지난 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민원실을 방문한 주민을 세어봤더니 고작 4명에 불과했다. 정작 군청이 처리하는 업무는 용현 5동 주민들의 민원이 더 많았다.
군청은 지을 때부터 잡음이 많았다. 245억원이던 설립 자금은 부지 매입 비용 등이 추가되면서 300억원을 넘어섰다. 재정자립도(전체 예산에서 지방세 등 스스로 마련한 재원의 비율)가 20%대인 옹진군에는 버거운 사업이었다.
2006년 완공 이후 3년간 청사 유지비는 총 34억원(구 청사 개·보수 비용 등 포함)에 달한다. 유지비와 운영비는 계속 불어나는 추세다.
옹진군 인구는 1만8000명 정도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두 번째로 적지만, 청사 면적은 1만4984㎡(약 4530평)에 달한다. 주민 1인당 면적으로 따지면 서울시가 짓고 있는 신청사의 91배나 된다. 주민들 사이에선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군청인지 모르겠다. 군청 직원들이 편해지려고 시내에 지어놓은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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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동구는 지난달 예산 부족으로 신축청사 공사를 중단했다. 707억원이나 투입되는 청사 공사를 벌인 탓에 직원 월급조차 주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전=신현종 기자 shin69@chosun.com
지방자치단체들의 '호화 청사' 바람은 시청, 구청을 거쳐 옹진군의 사례처럼 군청으로 번져 있는 상태다.
전라남도 신안군은 163억원을 들여 새 청사 공사를 진행 중이고, 전라북도 임실군은 265억원을 들인 청사를 최근 완공했다. 두 군(郡)은 모두 재정자립도가 10%대 초반에 그친다. 신안군과 임실군의 새 청사는 주민 1인당 면적이 전남도청에 비해 6배, 10배나 넓다.
이처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들이 큰 예산을 들여 청사를 짓게 되면 지방재정은 더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아방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호화 청사를 지은 성남시청은 최근 지급유예(모라토리엄) 공방에 휩싸였다. 대전 동구청은 707억원짜리 신청사를 짓다 예산 부족으로 공사를 중단한 상태다. 재정자립도가 12.2%에 불과한 상태에서 일을 벌여 구청 직원들의 월급도 못 줄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