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공포에서 벗어나자 (서울사랑 10월호)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
서울시한의사회 홍보이사
국내에서도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는데다, 유일한 치료제로 알려졌던 ‘타미플루’에 대한 내성바이러스까지 나타났다는 보도로 인해,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심은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 가벼운 기침이나 콧물만 있어도 혹시 신종플루가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되는 경우도 심심찮게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정말 신종플루는 이렇게 무서운 병일까? 그리고 예방법은 고작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밖에 없는 것일까? 이번 달에는 신종플루에 대해 알아보고 그 예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특히 바이러스를 피해 도망 다니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맞서 싸워 이겨내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신종플루는 독감의 일종일 뿐이다.
해마다 때가 되면 세계보건기구에서는 그해 유행할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예측하여 백신을 만들게끔 한다. 이 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잘못 예측하면, 그 해년도 독감예방접종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바이러스가 다르기 때문에 아무 효과가 없는 것이다. 독감주사를 맞아도 감기예방에는 아무 효과가 없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이러스의 종류가 다르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이다.
신종플루가 감염성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확히 말해 ‘신종 인플루엔자 A형’라고 말할 수 있는 신종플루는 여태까지의 바이러스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태까지 유행했던 바이러스들에 익숙해졌던 사람들의 면역체계가 아무런 힘도 못쓰기에, 무방비로 걸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신종플루 또한 일종의 독감일 뿐이다. 사실 독감 걸린다고 다 죽지는 않는다. 평소 지병이 있거나 허약한 사람이, 독감으로 인해 상태가 악화되어, 폐렴 등의 2차 감염을 일으켜 죽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평소 건강하고 저항력이 강한 사람은 잘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걸려도 금세 이겨낸다. 이것이 바이러스 질환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바이러스질환인 감기에 특별한 약을 쓰지 않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권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자, 여기서 신종플루에 대한 무조건적인 공포에서 벗어날 길이 발견된다. 신종플루는 걸리면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닌 것이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는 오히려 다른 독감이 더 치사율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므로 신종플루에 걸리지 않게 충분히 예방하고, 또 걸려도 빨리 나을 수 있도록 건강관리만 해주면, 굳이 공포에 떨 필요는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감염자와 접촉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이겨낼 예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겠다.
제대로 된 예방법은 없을까
이렇게 온 국민이 떨고 있는데, 예방법은 고작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밖에 없는 것일까. 아쉽게도 여태까지는 바이러스를 피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이러한 대책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여기에서 벗어나, 실제 바이러스와 맞닥뜨려도 싸워서 이겨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통 우리 몸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그에 대항해 싸우는 면역기능은 주로 임파구에서 담당을 하는데, 이 임파구 숫자가 일정 비율로 존재해야 내 면역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설령 바이러스가 침입한다 하더라도, 임파구의 숫자가 충분하면, 재빨리 바이러스에 대한 분석에 들어가 그에 맞는 면역시스템이 작동하여 그 바이러스들을 이겨내게 된다. 그런데 반대로 임파구의 숫자가 줄어들어 있으면, 그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결국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우리 몸이 지는 것이다.
이러한 임파구의 감소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교감신경의 항진이다. 말은 어렵지만, 사실 알고 보면 간단하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정신적인 흥분, 그리고 육체적인 피로 및 항생제 소염진통제 등의 남용 들이 교감신경을 항진시키는 대표적인 원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비로소 질병의 모든 흐름이 만들어진다.
즉, 평소 과로하여 만성 피로상태거나, 항상 긴장하여 스트레스를 받거나, 이것저것 약물을 남용하는 사람들은 교감신경이 지속적으로 항진되게 되고, 이에 따라 임파구의 비율이 줄어들어 면역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때에 바이러스와 맞닥뜨리면 질병에 감염되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적당한 운동과 기분전환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골고루 음식을 먹으며 약물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 바로, 신종플루를 예방하는 방법인 것이다. 잔뜩 기대했다가 실망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일본 면역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약은 인체의 교감신경을 이완시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이 기회에 한의원에 찾아가 호흡기와 저항력을 강화시키는 한약 한제 정도 복용해 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 하겠다.
바이러스 질환에 대처하는 새로운 방법
지난 9월 17일에 서울에서 열린 신종 인플루엔자 국제 세미나에서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보고가 발표되었다. 이날 강연에 나선 중국 중의과학원 차오훙신 원장은 자신이 발표한 중국의 신종플루 치료현황 보고에서, 9월 16일까지 중국에서 발병한 10221명의 신종플루 환자 중에서 치료 완쾌된 경우가 6098명이며, 특히 사망자는 현재까지 한명도 없었다고 발표하였다.
사망자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상황에서, 중국은 과연 어떻게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을까? 실제 중국은 몇 년 전 유행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사스’를 대처하면서, 이미 열성 전염병 질환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두었다고 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일단 신종플루로 확진되면 무조건 중의약(한약)치료를 먼저 실시하게 되어 있으며, 증세가 위중할 때는 중서의결합치료(한양방 병행치료)로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한다. 이 원칙은 국가적으로 확정하여 시행되고 있어서, 초기에는 일단 무조건 한약을 우선적으로 투여한다고 한다. 그 결과, 신종플루의 평균 치료기간은 3~5일로 나타났으며, 한약의 투여치료가 치료율면은 물론이거니와 경제적 면에서 양약 치료제 대비 약 1/7비용으로 동질의 치료율을 보이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결과에 힘입어, 결국 중국 정부는 중의병원 뿐만이 아니라 양의 병원에서조차 한약을 동시에 투여하여 치료하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한약의 우수성을 얘기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를 하나 더 해주고 있다. 열성 전염성질환 대처에 있어서, 지금까지의 원인균 또는 바이러스를 죽이는 치료가 비효과적이며, 반대로 인체의 면역기능 자체를 강화시키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변종되는 바이러스에 무력하게 끌려 다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변종이나 내성이 생긴다 하더라도 담담하게 막아낼 수 있는 개인의 면역력 향상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라는 것을 이웃나라 중국에서 얘기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