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산 사랑 사화집
<마산 사랑, 가고파 물결에 젖다>응모 원고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하네
-배효준-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하네
달님도 우릴 위해 한 눈을 감아 준
동구 밖 느티나무 아래 그날 밤
살며시 안아 본 가슴 벅찬 포옹을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하네
가포바다 찰랑찰랑 은빛 손짓하며
우리 만남 반겨주던 따스한 봄날
팔짱을 끼워주던 가슴 떨린 오솔길을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하네
진달래 만발한 가포 꽃동산에 파묻혀
세상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꽃잎 속에서
황홀한 꿈을 꾼 키스의 순간을
나는 그날을 잊지 못하네
만나지 못할 것 같았던 사람의 뜻밖의 전화
전화를 하고 편지를 주고받고 손을 잡고
둘만의 시간 속으로 여행하던 그날들을
행복 싣고 달리는 자동차
-배효준-
마산 합포구 진동에서
마산 월영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왕복 4차선 도로 위
시속 80~100Km로
앞만 보고 운전하면서도
제 귀는 뒷좌석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주고받는
윤하와 윤하 할머니의 얘기를
놓치지 않고 다 듣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4살이 된
큰손녀 윤하와
윤하 할머니의 얘기는
정해진 주제도 없이 계속 이어지다가
윤하가 불쑥
얘기의 궤도를 무단이탈하여
'할아버지는 잘 생겼다'
'할아버지는 멋지다'
뜻밖에 툭 튀어나온 손녀 말에
저와 윤하 할머니는
유쾌한 웃음이 절로 빵 터졌고
손녀의 반응이 궁금했는지...
'윤하야, 할머니는?' 하고 물어보니
뭔 생각을 하는지 반 박자 쉬었다가
'할머니는 예쁘다'
'할머니는 멋지다'
차 안은 웃음과 행복을 가득 싣고
마산 우리 집을 향해 신나게 내달렸습니다.
*詩作 노트:2020년7월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