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 속엔 오래도록 품어온 꿈이 있나요?”
영화의 배경은 1957년 런던이다. 해리스는 청소부 일을 하며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해리스는 부유한 한 가정에 청소를 하러 갔다가 안주인의 값비싼 디올 드레스를 발견하고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 드레스는 해리스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 현실이다.
이후 해리스는 남편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상심에 잠겨있던 해리스는 이제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겠다고 다짐하고는, 그동안 벌어온 돈을 모두 들고 디올 드레스를 사기 위해 파리로 여행을 떠난다.
"파리에 가서 디올 드레스를 살 거야"
나라: 영국
개봉: 2022년
감독: 안소니 파비안
출연: 레슬리 맨빌, 이자벨 위페르, 램버트 윌슨
해리스는 오로지 꿈꾸던 드레스를 사겠다는 마음 하나로 낯선 파리에 홀로 도착한다. 그러나 당시 상류층 사람들이 고객이던 디올 매장안에 해리스는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러나 친절하고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해리스는 우연히 디올 모델을 도와주고 매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우연히 후작의 도움을 받아 패션쇼에 참석할 수 있었다. 아마 우연이라기보다는 평소 해리스가 가지고 있는 선한 마음의 보답이 아닐까. 전 재산을 들여 산 꿈의 드레스를 타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내 주던 모습은 해리스가 평생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망가진 드레스를 되찾고 마음을 내려놓고 돌아서는 해리스... 그러나 하늘은 역시 선한 사람을 기억한다. 해리스는 디올로부터 똑같은 새 드레스를 선물받게 된다.
해리스는 디올 드레스를 갖고 싶다는 꿈을 꾸었고, 꿈을 찾아 전재산을 가지고 파리로 갔으며, 당당하게 어려움들을 뚫고 꿈을 이루었다. 이후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꿈을 잠시 빌려주는 사랑을 베풀었다. 그러나 그 사랑의 댓가는 망가진 꿈으로 돌아온다. 아... 망가진 드레스를 바라보는 해리스의 표정은 슬프다고만 하기에는 너무 깊다. 비로소 나를 위해 꾼 인생 말년의 꿈이었는데....
세상은 해리스의 따뜻하고 선한 마음이 망가진 드레스처럼 기억되게 하지 않았다. 디올 직원들은 해리스의 사연을 알고 마음아파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마음을 모아 똑같은 드레스를 다시 지어 해리스에게 전해주었다. 이전에는 해리스 자신만의 재산으로 꿈을 가졌으나, 망가진 꿈은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담아 특별한 꿈이 되었다.
해리스는 나이 많고 청소일을 하며 사는 평범한 노인이었다. 청소해 주던 집에서 디올 드레스를 보고 가슴 설레는 아름다움을 경험하고 꿈을 꾸게 되었다. 드레스를 처음 본 해리스의 그 표정은 내 마음까지 설레고 행복하게 했다. 해리스와 디올 드레스는 너무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해리스는 디올 드레스를 이미 자신의 것으로 마음에 품었다. 진심으로 말이다. 그순간 디올 드레스는 이미 해리스의 것이었다. 해리스는 돈을 들고 움직였고 꿈을 성취했다. 해리스가 디올 드레스를 가지게 된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 있다. 해리스 부인은 디올의 직원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영감과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된다. 나이많고 가난한 청소부로 살던 할머니는 굉장히 지적이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이 해리스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해리스와 디올 모델, 디올 모델을 좋아하는 회계사 청년이 나누는 대화는 사르트르의 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웨이터는 웨이터인가? 아니면 웨이터 본질이 표현된 것일 뿐인가? 그럼 나는 철학자인가? 아니면 외부에 대한 표현인가?'
'나는 회계사 직원인가? 아니면 외부에 대한 표현인가?'
'해리스 부인은 청소부인가? 아니면 그 이상의 어떤 존재인가?'
해리스 부인의 본질은 지적이고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품어온 꿈이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영화를 보며 마음 한 구석이 설렘과 기대와 그리움으로 뒤엉켜 아련한 저릿함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너무 낡아 빛 바랜채로 마음의 골방 어딘가에 쑤셔박아 놓은 꿈이 있는 것 같다. 나이와 상관없이 해리스에게서 젊음이 느껴지고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그녀가 꿈을 꾸고 돈을 가지고 실제로 움직여서가 아닐까. 꿈을 향해 움직일 수록 해리스는 자신만의 본질을 드러냈다. 마음 구석 어딘가에 있을 나의 꿈을 다시금 꺼내야 겠다. 그리고 꿈을 만나러 갈 방법을 구상하고 움직이자. 나의 본질을 만나러 여행을 떠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