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2장에도 예수탄생설화가 이어집니다. 1~2절을 보겠습니다.
1 헤롯 왕 때에 예수께서 유대 베들레헴에서 나셨다. 그런데 동방으로부터 박사들이 예루살렘에 와서
2 말하기를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가 동방에서 그의 별을 보고, 그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 하였다.
헤롯왕 때에 예수께서 태어나셨답니다. 이스라엘은 이때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학계에서는 아브라함이 살던 시대를 서기전 2000년경으로 봅니다. 다윗은 서기전 1000년을 전후해서 이스라엘을 통치했습니다. 북왕국이 아시리아에 멸망한 때가 서기전 722년, 남왕국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한 때는 서기전 587년입니다. 그 이후로 이스라엘 민족은 바벨론과 페르시아, 그리스 시대를 거쳐 그리스의 후예인 이집트와 시리아까지 약 420년 동안 강대국의 지배를 차례로 받게 됩니다.
서기전 165년에 이스라엘은 유다 마카비우스가 주도한 독립운동이 성공하여 약 100년 동안 불완전하지만 독립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기전 63년에 로마 장군 폼페이우스가 예루살렘을 점령하면서 이스라엘은 다시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게 됩니다. 서기전 48년에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폼페이우스를 제거하고 로마제국의 지배자가 되었는데, 그는 유대인들의 독특한 문화와 종교를 존중해주었습니다.
예수님은 카이사르의 양자이며 로마제국의 초대 황제인 옥타비아누스 시대에 태어나시고 활동하셨습니다. 옥타비아누스 역시 양아버지의 뜻을 따라 유대인들의 종교전통을 어느 정도 존중해주었기에 이스라엘은 비교적 평화의 시대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이때 유다왕국을 다스린 사람이 본문에 등장하는 헤롯인데, 이 사람은 유대인이 아니라 에돔인이었습니다.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동방박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러나 이 본문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기록이 아니라 성서학자들이 ‘예수탄생설화’라고 말하는 설화, 즉 이야기입니다.
<해리 포터> 라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아이들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건 사실에 대한 왜곡이다.’ 라고 분노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실제 사실은 아니지만 이야기가 주는 메시지나 재미에 집중하는 것처럼, 예수 탄생 이야기도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설화입니다. 부처님이 태어나시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라고 외쳤다는 설화나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처럼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본문에서, 동방박사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 그들을 인도했다는 별이 무슨 별이냐? 금성이냐 혜성이냐?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역사적 사실은 아니지만, 이 설화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이냐에 집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교리에 너무나 오래 동안 세뇌되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이런 해석을 도리어 위험하고 이단적인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어지는 본문을 보면, 헤롯왕은 동방박사들의 말을 듣고 몹시 당황해서 대제사장들과 율법학자들을 불러 그리스도가 태어나실 장소가 어디인지 묻습니다. 학자들이 왕에게 유대 베들레헴이라는 예언자의 기록이 있다고 말하자, 헤롯은 아기를 찾으면 그에게 가서 경배하고 싶으니 알려달라고 말합니다.
현직 왕이 다음 왕으로 태어날 아기에게 경배한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 설정에는, 이방인인 헤롯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다윗의 후손인 메시아가 오시면 헤롯이 왕권을 내놓아야 한다는 유대인들의 생각이 설화 속에 녹아있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은 계속 별을 따라 아기가 태어난 곳까지 가게 되었고 마침내 아기에게 엎으려 경배합니다. 그리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렸는데, 꿈에 헤롯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는 다른 길로 자기 나라에 돌아갔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박사들이 돌아간 뒤에, 천사가 꿈에 요셉에게 나타나서 헤롯이 아기를 찾아서 죽이려고 하니 이집트로 피신하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요셉 가족은 헤롯이 죽을 때까지 이집트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 다음에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16절입니다.
16 헤롯은 박사들에게 속은 것을 알고, 몹시 노하였다. 그는 사람을 보내어, 그 박사들에게 알아본 때를 기준으로, 베들레헴과 그 가까운 온 지역에 사는, 두 살짜리로부터 그 아래의 사내아이를 모조리 죽였다.
이 기록은 사실일까요? 매우 보수적인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성서학자들은 이 예수탄생설화는 모세탄생설화와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출애굽기 1장 22절을 보겠습니다.
22 마침내, 바로는 모든 백성에게 명령을 내렸다. "갓 태어난 히브리 남자 아이는 모두 강물에 던지고, 여자 아이들만 살려 두어라."
히브리인이 많아져서 반역을 일으킬까 두려워 이집트 왕 파라오가 이런 명령을 내렸는데, 모세는 파라오의 명령에 따라 나일강에 버려졌지만 오히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이집트의 왕궁에서 자라게 되는 것으로 모세탄생설화가 시작됩니다.
마태는 이 설화와 예수탄생설화를 대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을 구원할 위대한 영도자의 탄생을 막기 위해 파라오가 많은 아기들을 죽였던 것처럼, 헤롯도 메시아의 탄생을 막기 위해 그렇게 많은 아기를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예수님이 모세 못지않게 위대한 분이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설정이지 실제 사건에 대한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이야 모세를 감히 예수님과 비교하는 것이 신성모독이겠습니다만 당시에는 누군가를 모세에 비교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위대한 영도자에 대한 모독으로 간주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예수탄생설화의 결말 부분을 보겠습니다. 19~23절입니다.
19 헤롯이 죽은 뒤에, 주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요셉에게 꿈에 나타나서
20 말하기를 "일어나서,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가거라. 그 아기의 목숨을 노리던 자들이 죽었다" 하였다.
21 요셉이 일어나서, 아기와 어머니를 데리고, 이스라엘 땅으로 들어왔다.
22 그러나 요셉은, 아켈라오가 아버지 헤롯의 뒤를 이어 유대 지방의 왕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그 곳으로 가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는 꿈에 지시를 받고, 갈릴리 지방으로 떠나서,
23 나사렛이라는 동네로 가서 살았다. 이리하여 예언자들을 시켜서 말씀하신 바 "그는 나사렛 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졌다.
왜 예수님이 ‘나사렛 예수’ 라고 불리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되겠습니다. 헤롯이 죽은 뒤에 요셉 가족이 본국으로 돌아왔는데, 헤롯의 아들이 통치하는 유다 본토로 가기가 두려워 갈릴리 나사렛으로 가서 살았다는 것입니다.
헤롯은 서기전 4년에 죽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들 중에 한 명인 헤롯 아켈라오가 아버지 헤롯의 뒤를 이어 유다 본토의 지배자가 되었는데, 성정이 포악한 자라 그의 통치 영역에서 벗어나 갈릴리 지방의 나사렛이란 조그만 시골마을에서 예수님이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다는 설화, 즉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