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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상상력의 놀이터 원문보기 글쓴이: 다림
다림 세계 문학 003 이탈리아 문학 마두레르를 위한 세상
로베르토 피우미니 글 | 체코 마리니엘로 그림 | 이현경 옮김 164쪽|8,000원|2005년 9월 20일 출간 신국판 변형|초등 고학년 이상 |
■ 작품 소개
햇빛을 볼 수 없는 소년과 천재 화가가 함께 그려 나가는 감동적인 세상 여행
《바다소》,《망각의 정원》에 이은 다림 세계 문학의 세 번째 책《마두레르를 위한 세상》이 출간되었다. 《마두레르를 위한 세상》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아동 문학 작가 로베르토 피우미니의 작품으로, 햇빛을 볼 수 없는 소년과 천재 화가의 이야기가 작가 특유의 시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문장으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뛰어난 화가로 이름 높은 사쿠마트에게 낙투말의 성주인 가누안이 아주 특별한 부탁을 한다. 희귀한 병으로 햇빛을 보지 못하고 방 안에서만 살아야 하는 자신의 아들 마두레르를 위해 마두레르의 방에 그림을 그려 달라는 것이다. 높은 지위의 성주가 보여 주는 겸손함과 아들에 대한 사랑, 병에 걸려 있지만 쾌활하고 밝은 소년 마두레르의 모습에 이끌려 사쿠마트는 어느덧 부탁을 들어 주기로 한다.
넓은 방의 벽을 채울 그림을 정하기 위해 사쿠마트와 마두레르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그러면서 서로 친해지게 된다. 드디어 그림이 시작되고 사쿠마트의 붓을 따라 마두레르의 꿈과 희망, 모험으로 가득 찬 세상이 벽 위에 펼쳐진다. 목동과 양이 있는 산, 전쟁중인 도시, 해적선이 출몰하는 바다, 빛을 내는 식물 스트랄리스코가 있는 초원까지 그림을 통해 두 사람은 어느덧 우정을 쌓아가고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세상과 이야기들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마두레르의 상태는 더 악화되고 사쿠마트는 그림을 통해서도 마두레르를 죽음에서 구할 수 없음을 알게 되는데…….
그림 속에 흐르는 우정과 사랑
《마두레르를 위한 세상》에서 그림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래 아이들과는 달리 한번도 바깥으로 나가 본 적 없던 소년 마두레르는 지혜로운 화가 사쿠마트와 함께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을 통해 세상의 모든 멋진 곳을 여행하게 된다. 산과 도시와 초원 그리고 그림 속 마두레르를 통해 바다의 수평선도 가장 먼저 보게 된다. 햇빛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창 밖도 내다볼 수 없었던 마두레르에게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세상을 여행하던 그 순간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사쿠마트의 그림은 어린 마두레르에게 주는 위대하고 고귀한 선물이다. 그림은 마두레르에게는 가장 아름다운 세상이다. 비록 진짜는 아닐지라도 그 속에는 자신의 짐을 덜어 주기 위해 항상 고민하는 아버지의 사랑,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어 함께 놀고 그림을 그려 주는 천재 화가 사쿠마트의 우정과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쿠마트와 마두레르, 그리고 가누안 성주의 모습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가슴 찡하게 전달된다.
삶과 죽음을 바라보는 따뜻하고 깊은 시선
주인공인 마두레르는 병에 걸린 소년으로 우울하고 폐쇄적일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지만 보통의 다른 아이들처럼 밝고 쾌활하다. 그렇다고 해서 마두레르가 자신의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 걱정 없이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끔씩 "절름발이 개는 늙어서 죽었어요."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지요."라는 마두레르의 말을 통해 마두레르가 죽음을 이해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어린 소년에게는 힘겨운 일이었을지도 모르는 죽음이라는 문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변화하는 것처럼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원이 잠들고 있어요. 지금까지 너무 오래 달려온 초원은 피곤하지만 행복해요. …… 초원은 깨어나야 할 때 잠에서 깰 거예요. 잠든 사람들도 그렇잖아요."
죽음을 앞둔 마두레르와 마두레르를 떠나 보내야 하는 사쿠마트와 가누안 성주. 그들의 모습을 통해 작가 로베르토 피우미니는 죽음을 슬프고 무겁기만 한 것, 두려워서 부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이해하도록 만든다. 언제나 천사와 같던 마두레르의 말처럼 죽음은 그림 속의 초원이 언젠가 깨어나듯 또 다른 삶으로 깨어날 수 있는 긴 잠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로베르토 피우미니는 이 작품을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주제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내며, 어린 독자들 눈높이에서 진지하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 글쓴이 로베르토 피우미니
1947년 이탈리아의 에돌로에서 태어났으며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현대 아동 문학 작가로 손꼽힌다. 교육학을 공부했고, 작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에, 교사, 배우, 꼭두각시 인형 부리는 사람 등 여러 직업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한 경험은 그를 폭넓은 작품 영역과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는 작가로 성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시를 닮은 아이들의 순수한 언어로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피우미니의 작품 속 문장은 짧고 쉬우며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단순하고 소박하다. 그러나 그 간결한 문장들을 다시 한 번 음미해 보면 오히려 그 짧은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 자신의 깊고도 풍성한 사색과 성찰이 담겨 있음을 알게 된다. 단순함 속에 깊이를 가지는 이야기들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써내고 있다.
지금까지《갈매기의 섬, 모투-이티》《서커스와 구름》《이끼 낀 돌》《중세의 생활》《단테의 신곡》《파리스를 유혹하는 미소》《다섯 개의 섬》《완두콩 공주》《만능 컴퓨터》《천재의 비밀》등 다양한 분야를 소재로 한 수십 권의 책을 출간했으며, 안데르센 상을 비롯한 동화 작가 상을 30여 차례나 수상했고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 세계 여러 나라에 소개되었다. 국내에 소개된 작품으로는 《할아버지와 마티아》《빨간 모자》《장화 신은 고양이》등이 있다. 현재 밀라노에 살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 본문 그린이 체코 마리니엘로
1950년 이탈리아의 시에나에서 태어났다. 현재 이탈리아의 유명한 그림책 화가 중의 한 사람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85년, 1989년에 안데르센 상을 받았고, 그의 많은 작품들이 이탈리아의 여러 문학 작품집에 수록되어 있다. 《무시무시한 발명》《할아버지와 마티아》등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로베르토 피우미니와 작업을 함께 하면서 좋은 책들을 많이 만들어 내기도 했으며 지금은 피렌체에서 어린이를 위한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있다.
■ 표지 그린이 크빈트 부흐홀츠
1957년 독일 슈톨베르크에서 태어났다. 예술사를 공부했고 뮌헨 조형예술대학 아카데미에서 그래픽과 그림을 전공했다. 많은 책에 삽화를 그렸고 시적이고 상상력이 가득 찬 독특한 표지 그림으로 찬사를 받고 있다. 《잘 자라, 아기 곰아》《호수와 바다 이야기》《책 그림책》《달빛을 쫓는 사람》《소년과 고래》등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그림책《순간의 수집가》로 2001년에 볼로냐 라가치 상을 받았다.
■ 역자 이현경
1966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가톨릭 대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주관하는 '제1회 번역문학상'을 수상했다.《사랑의 학교》《거미집이 있는 오솔길》《싯다르타》《할아버지와 마티아》《알리체의 일기》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