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님을 보내 드리며
기사 게재일 : 2009.08.21
김대중 전 대통령님 빈소에서 이희호, 권양숙 두 영부인께서 서로를 껴안고 한참 동안 흐느껴 울었습니다. 곁에서 이를 바라보던 우리들도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흐르는 눈물이 아니고는 우리의 비통함을 표현할 방법이 없습디다.
어찌 세브란스 병원 분향소뿐이겠습니까? 전국 방방곡곡에서 끝없는 추모행렬이 대통령님의 서거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가까운 대인시장에도 상인들도 주머니를 털어 작지만 큰 분향소를 차렸습니다.
님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기둥이자 한반도 평화통일운동의 발신자이셨습니다. 당신에게 주어진 시대 시대마다의 무거운 짐을 마다하지 아니하셨습니다. 힘들어 하는 동지들을 꾸지람하고 격려하면서 앞장서서 고난의 언덕을 넘으셨습니다. 사형수에서 대한민국의 대통령, 아시아의 만델라 등 그의 일생은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습니다. 힘든 역경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인동초의 삶이라 하지 않습니까?
님을 처음 만난 것은 1987년이었습니다. 대통령후보로서 유세 차 경남 거창에 오신 겁니다. ‘선생님’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용감한 경상도 골수지지자들과 함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밤늦게 도착해 식사를 하시면서 “정 동지, 농민운동하기 힘들지요? 정당 민주화운동도, 언론운동도, 학생운동도, 노동운동도 다 힘이 듭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민주화된 세상이 올 거외다. 멀리 내다보고 힘을 냅시다”며 굳게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2006년 님을 뵈러 동교동을 방문했습니다. 전직 대통령님께 전직 인사수석이 서남권발전특별법 제정 경과를 보고 드리면서 19년 전 거창에서 말씀하신 장대한 낙관론을 떠올리고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회원회비를 주시면서 “전라도는 아껴놓은 약속의 땅입니다. 30억 인구의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 협력하고 상호발전을 도모할 동북아시아 허브가 전라도예요. 또 광주와 전남은 사실상 한몸입니다.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함께 발전하는 길이 눈앞에 놓여 있어요. 비록 진행이 원활하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힘을 내세요” 라며 또 손을 잡아주셨습니다.
어찌 제 손만 잡아주셨겠습니까? 우리 모두의 손을 잡아주신 거지요.
이제 님은 가셨습니다. 님이 남긴 짐은 우리가 함께 져야지요. 특히 우리 동네를 ‘남겨놓은 약속의 땅’으로 만들자면 맘을 야물게 먹어야 합니다. 우리 동네의 발전을 미국이나 중국 사람에게 맡길 수 있나요? 서울이나 경상도 사람들이 대신해 줄 수 있나요? 우리들이 나누어서 같이 지면 가볍고 쉽습니다. 몇몇이 몰아서 지면 무겁고 어렵습니다.
자, 가볍게 짐 한 번 같이 지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