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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우백 레스트에리어에서 점심식사 |
캘거리 시내에서 20분쯤 이동하니 mountain equipment co-op에 도착했다. 장비점은 150평 정도의 2층 건물(지하 1층 포함 3층)로 1층은 주로 장비들을 진열해 놓았고 2층은 의류, 산악도서, 그리고 소모품 등의 악세사리가 진열되어 있었는데 규모가 대단했다 . 가격은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약간씩 싼 것 같았다. 1시10분에 캔모어에 도착하여 IGA 슈퍼마켓에 들러 서울서 준비해 오지 않은 식량과 필수품을 구입하러 들렀다. 매장은 매우 규모가 크고 야채와 과일 등은 모두 “왕”자가 붙을 정도로 크고 종류도 매우 다양해서 우리들의 시야를 매우 현란하게 하고 있었다. 육류는 쇠고기 3근 정도에 몇 천원 밖에 안할 정도로 매우 싸다.
알버타주의 육류는 세계적으로 알아준다고 한다. 모두들 호화로운(?) 쇼핑에 신이 난 기색이다. 캔모어에서 약30분쯤 달리다가 도로 옆에 간단하게 꾸며져 있는 휴식처에 내려 점심준비를 하는데 캐나다 인 세분이 한가롭게 옆 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풍경이 평화롭고 평안해 보인다. 점심식사후 잠시 쉬는데 매우 큰 까마귀가 날아와 앉아서 고기를 주려니까 김종선 선생님께서 이곳은 생태계 보존을 위해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된다고 하신다. 야생조류이니 만큼 자생 능력을 보존해야 한다고.... 역시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3시 25분에 휘시크릭 주차장에 도착하여 등반을 위해 배낭 무게를 줄이려고 불필요한 것들을 모두 빼고 음식도 이틀분만 넣어서 히든레이크 캠프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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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급 소 방 도 로 |
산으로 오르는 길은 비포장 비상 도로로 일반차량은 통제된다. 비상도로는 길고 지루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오랫동안 비가 오지 않아서 간간히 지나는 차로 인한 먼지 때문에 더욱 WORKING을 힘들게 했다. 간간이 산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었고 물을 공급해 주는 차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기도 했다. (흙먼지 때문에 인적이 드문 이런 길에도 항상 도로에 물을 뿌리며 물탱크차가 수시로 다닌다고 한다.)
5시 55분 AVALANCHE STATION(눈사태 대피소)에 도착하여 김종선 선생님이 안내도를 보시며 우리가 오를 곳과 주변 설명을 해주셨다. 올라온 길을 되돌아보니 맞은편에 보이는 템플 마운틴이 만년설에 쌓여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 우리는 곧 발길을 재촉했다. 조금 가니 레이크루이스 스키 하우스가 앙증맞은 모습을 하고 침묵에 쌓여있었다. 아마 겨울에만 오픈을 하나보다. 스키하우스를 지나 왼쪽으로 40분정도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지도를 확인하니 웬 난리! 길을 잘못들은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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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발한 야생화 사이를 지나는 회원들. 뒤로 스키 슬로프가 보인다. |
붉은 색 인디언 페인트 브러시 |
벌써부터 조금씩 힘들어하던 소영이가 안쓰러운데 걱정이다. 지도를 재차 확인한 선생님은 스키하우스에서 우측으로 갔어야 했을 것을 왼편으로 잘못 왔다며 다시 내려갔다가 올라가느니 능선을 넘어 잡목 숲을 가로 질러 가자고 하신다.
나는 길이 없으면 잡목이 많으리라고 생각하며 걱정을 했는데 의외로 잡목은 거의 없고 초원지대는 길이 푹신해서 지금껏 올라온 길보다 훨씬 편하다. 김종선선생님이 숲 속에 피어있는 여러 가지 꽃 중에 “인디안 페인트 브러시”라는 꽃을 알려주셨는데 미선이가 여러 가지 색깔의 인디안 페인트 브러시를 보았다고 좋아한다. 초원의 길도 싫증날 무렵 작은 계곡을 건너게 되었는데 먼저 가던 종환선배가 바위를 딛고 건너는 것을 보니 몹시도 미끄러워 보인다.
미선이와 나는 조금 더 위로 올라가 미선이가 앞서 건너고 나도 바로 뒤따라 건너려고 한 발짝 두 발짝 내딛는 순간 한쪽발이 미끄러지며 한 번 먹으면 10년은 젊어진다는 빙하수를 숨도 못 쉬고 마셔야 했다. 커다란 배낭 무게에 눌려 일어서지도 못하고 허우적대다 김현대 선생님의 손을 잡고 물 밖으로 나오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눈물과 추위를 참으며 옷을 갈아입는데 배낭을 다시 꾸리던 미선이가 아까 슈퍼에서 산 메론을 들고 이렇게 무거운 걸 나에게 들고 오게 했다고 야단이더니 자기 배낭에 넣는데 또 눈물이 핑 돈다. 계곡을 어렵게 건넌 우리의 산행이 무색하게 조금 더 오르니 예쁜 통나무 다리가 보인다. 조금만 더 올라왔으면 숨도 못 쉬며 물고기와 얘기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약이 오른다.
캠프사이트는 금방 나왔고 시간은 9시를 가리키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초저녁처럼 환- 한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모두들 텐트를 치고 밥 짓고 국 끓이고 저녁 준비에 도착하자마자 바쁘다. 저녁을 먹을 때는 김현대 선생님의 특별 요리도 있었는데 고기 뒤집는 솜씨와 고기에 양주를 뿌리며 요리를 하시는 모습이 일류 요리사 같다.
커다란 석회암 산을 마주하고 김종구 선생님의 우크렐라에 맞춰 산 노래를 부르니 어느 샌가 서울에서 본 것과 똑같은 달이 둥글게 떠올라 있었다.
글쓴이 / 김순남
8월27일
히든레이크 캠프의 아침
가슴 시리게 느껴오는 숲의 내음에 눈을 뜨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녹색의 아침이다. 초록의 작은 풀잎들 그리고 멀리 나무들, 아침 숲의 녹색은 이슬에 젖은 채 찬란한 빛으로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넘쳐흐르는 숲의 소리와 나의 박동소리를 진정시키느라 한참을 조용히 눈을 뜬 채로 누워 숲을 온몸으로 숨쉬어 느끼면서 진초록 빛 자유와 행복을 느낀다.
07:00 히든레이크 캠프장 숲의 나무들과 그 속에 있는 모든 숨쉬는 것들과 함께 구령에 맞춰 어제의 지친 몸과 조금은 긴장된 마음을 피티 체조로 흔들어 깨웠다.
옆의 다른 텐트에 있는 다르게 생긴 사람들의 시선을 조금은 의식하면서.....그들도 마음속으로 는 우리와 함께 했을까? 아니면 단체로 커다란 소리에 구령을 맞추는 모습이 별나다고 생각했을까? 계곡에 물을 뜨러 오갈 때나, 마주칠 때마다 다가오는 눈빛에는 다정함과 친근감이 있었고 넉넉한 여유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변화시키지 않고 그냥그대로 지켜주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녹색의 숲은 스스로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자연의 능력과 그 어떤 것도 무너뜨릴 수 없는 질서가 있음을 이들은 알고 있는 걸까?
우리는 서둘러 아침식사로 밥을 짓고 찌게를 끓여서 먹었다. 그리고 점심으로 빵과 과일 등으로 행동식을 준비했고 작은 배낭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모든 짐은 캠프에 그대로 남겨두고 식량만 따로 모아서 식량을 매달아 두는 장소에 옮겨놓았다. 이곳은 곰들이 먹이를 찾아 내려와 식량은 물론 그 식량을 먹느라고 우리의 장비 또한 망가트릴 위험이 있으므로 식량은 높은 나무에 줄로 매달아두는 곳이 따로 마련되어 있는 식량 보관 장소인 그곳에 식량을 보관했다.
다른 장비들은 모두 텐트 안에 말끔히 정돈해서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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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잔잔히 피어있는 트레일을 오르는 회원들 |
08:55 우리는 현재 히든레이크 켐프(2,200m지점)에서 Mt. 리차든슨(3,086m) 정상을 향해서 출발했다.
미지의 땅을 가는 가슴 뛰는 소리를 발자국에 실으면서 우리는 숲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평화로운 숲길에는 야생화가 잔잔하게 피어있었다. 민들레 풀씨처럼 솜털 같은 작은 야생화가 능선에 하얗게 덮여있었고 노란색 그리고 작은 보라빛 그리고 녹색바탕의 자연색들......
천연 숲은 울창했고, 만년설이 녹아서 만든 계곡의 물은 너무나 투명해서 손을 물에 담그니 차가움이 가슴까지 시려와 손이 얼어 버릴 것 같아 입김으로 녹여가며 손을 비벼대야 했다. 20분쯤 올라갔을까? 우리는 감탄의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해발 2,270m 위에 감춰진 히든 레이크, 이 호수는 정말 감춰 놓은 보석을 보는 것처럼 신비함 마저 주는 그런 호수였다. 모두의
표현은 최고의 언어로 표현했지만 다할 수 없는 언어의 한계를 어쩌지 못했다. 옥빛? 비취빛? 에메랄드빛? 우리는 그냥 가슴으로 느껴서 담아 간직하는 수밖에 없었다. 호수를 끝으로 녹색의 지점은 끝나고 숲이 없는 흙과 석회질의 돌이 흘러내리는 너덜지대가 시작되었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등반 시작인 것 같다. 길이 있지는 않았고 우리는 올라가기 좋은 지점을 찾아서 김종선선생님의 안내로 선생님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돌들은 하나같이 흘러내리고 있어서 디딜 때마다 돌덤이가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불안감에 불안한 걸음을 한발 한발 워킹스톡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힘들게 오르는 험한 등산로였다. 너덜지대는 우리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었지만 10:50 드디어 캐나다 로키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모습이 보이는 전망 좋은 능선에 드디어 올라 설 수 있었다. 2,570m능선에는 눈이 있었다. 나는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눈을 뭉쳐서 던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의 능선 뒤로 Mt.탬풀(3,546m)과 그 옆으로 Mt.빅토리아(3,540m)가 보였고 그리고 그 옆 또 그 옆으로 3,000m 이상의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끝없이 대 파노라마를 이루고 있었다. 건너편 저 멀리 씩스 빙하 밑으로 레이크루이스호수와 아름다운 샤토호텔이 보이는 능선에서 우리는 잠깐의 휴식과 간식을 먹으면서 일행 중에 누군가가 물었다.
우리나라 백두대간 종주처럼 로키산맥 종주를 한다면 가능할까? 산쟁이의 호기심과 정복욕에 불타는 생각의 질문이었다. 아마 평생 넘다가 죽어도 못다 넘을 것이라고 하셨다. 가다가 죽어도 끝이 없는 그런 곳, 무한대의 미지가 있다는 그것은 산사람들의 호기심과 도전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지 않을까? 대원 중에 한, 두 명은 속이 울렁거린다고 했다. 고소증세가 오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 페이스에 신경 쓰지 말고 힘들면 천천히 올라오라는 선배님의 걱정 어린 충고와 산행 경험이 부족해서 제일 힘들어하는 소영이를 뒤에서 지켜주시는 든든한 김현대 선생님, 이번 우리 대원들은 모두 훌륭하다. 산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서로 위하고 감싸 안아 주는 마음은 이 끝없는 로키만큼이나 무한대였다. 우리는 뒤에 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능선에서 휴식과 감격의 장면을 조금이나마 남겨 보려고 카메라앵글을 잡고 사진을 찍었다. 우리가 올라온 능선 반대편 너머의 숲은 마치 곰이 금방 뛰어 나올듯한 원시림의 그런 모습의 숲이 보였다. 우리는 한참을 그 숲을 숨죽여 바라봤다.
어디선가 사슴이 아니면 곰이 뛰어나올 것 같아 기다리고 싶었지만.... 허지만 정상을 향해 갈 길이 먼 우리는 여유가 없었다. 능선부터는 사람의 발길이 느껴지는 길이 보였다. 능선은 지금까지의 길보다는 수월했다. 능선 길을 1시간 정도 걸어 정상 바로 밑에 도달했다. 우측으로는 눈의 언덕이 보였고, 밑으로는 올라 올 때 본 히든 레이크가 아득히 보였다.
가파른 능선 길을 오르는 대원들 맨 앞이 필자 |
서울에서 여름의 끝에서 온 우리는 눈을 밟는다는 이 느낌이 신비로움 마저 주었다.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은 회색빛의 흘러내리는 자갈길이고 아주 가파른 능선이었다.
정상의 막바지 능선 길은 발 디딜 곳 하나 안정감이 없는 불안한 길이어서 숨은 턱에 차서 정신없이 헉헉대며 자신의 인내심을 시험하면서 한참을 그렇게 오르고 또 올랐다. 고소는 걱정했던 것 보다는 가벼웠다.
고소를 느끼는 사람들의 증상을 보면 빵에다 고추장 발라서 먹는 식성이 신토불이 한국적인 사람이 조금 빨리 오는 것 같다. 점심한끼를 빵으로 먹는 것을 괴로워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먼저 고소증세가 온 것 을 보면 그런 이유도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12:30 눈 덮인 정상 조금남기고 눈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엎드려 그대로 들이켰다. 심장까지 느껴오는 차가운 기운으로 방금 힘들었던 모든 것을 녹여 버릴 듯이 깊이 들이켰다. 눈 덮인 정상! 우리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티끌처럼 작은 인간인 나를 느꼈다. 우리는 모두 정상에 올랐다.
평평한 리챠드슨 정상에 도달한 대원들 |
Mt.리차든슨 정상은 로키의 거봉들이 한눈에 들어오는 맞은편에 위치해 있었다. Mt.탬풀이 내 눈앞에 있었고 로키가 평풍처럼 둘러쳐진 그 한가운데 우리는 있었다. 잿빛의 그 봉우리들은 만년설에 덮여 있었고 캐나다는 겨울의 나라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것 같다. 겨울 한가운데에서 의 로키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가슴이 뛰어서 느낌을 전부 담을 수가 없었다. 거대한 두려움마저 느껴지는 로키의 겨울은 어느 정도일까? 지금도 저쪽 어느 봉우리에서는 폭포처럼 만년설이 흘러내리고 있는데 나는 너무 작아서 겨울을 감당하기에 평소에도 버거워 했는데, 로키는 생각만 해도 터져버릴 것 같다. 그 먼 옛날 어떤 이들이 이 땅을 발견하고 차지했는지, 차지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는 그들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난 지금 그들의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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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기념촬영. 맨 우측이 필자, 우측 두 번째가 이춘자 |
우리는 모두 엉켜서 기쁨을 함께 나누고 그리고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마음을 아니면 추억을 간직 하려고 한참을 사방을 빙빙 돌며 모두 담아보겠다고 사진을 정신없이 찍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늦은 점심을 챙기기 시작했다. 가지고온 빵으로 야채샌드위치를 만들고 동그랗게 모여앉아 점심을 먹으면서 어느 때보다 우리는 함께 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14:25 우리는 정상에서 철수를 시작했다. 오를 땐 그렇게 힘들었던 흐르는 돌길이 내려 갈 때는 밑으로 흐르니까 미끄럼을 타듯이 줄줄 흘러서 하산 길은 아주 가벼웠다. 이곳은 수만 년 전에 바다였었다. 자연의 엄청난 힘은 바다의 밑바닥을 하늘위로 아득히 밀어 올려 로키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2,200m 이상의 지점(수림 한계선)부터는 녹색이 없어지기 시작하고 석회질의 흘러내리는 돌가루와 침식층의 거대한 줄무늬가 비스듬히 사선 모양등 여러 모양을 만들면서 먼 옛 시간과 그리고 현재와 앞으로 미래의 시간들을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있다.
우리는 알고 있다. 과거도 그리고 미래를 어떻게 무어라고 이야기 하는지,단지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 자기위주로 바꿔 해석해 버리고 싶을 뿐인 것이다. 거대한 바다 속의 지층이 하늘로 솟은 힘 그 엄청난 힘은 지금 우리 앞에 저 거대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 그자체로 명백하게 지금 보여주고 있다.
아득한 먼 옛 시간이 아닌 지금 우리 눈앞에서 말이다. 그리고 먼 훗날 우리의 작은 이어짐들이 이 자리에서 어떤 모습을 보게 될 것인가? 우리는 그 지층을 흘러서 내려왔다. 신발의 빈틈으로 자꾸만 파고드는 흙모래를 발과 같이 그득히 담으면서, 녹색의 언덕이 보이기 시작했다. 올라갈 때 보았던 히든레이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15:50 우리는 히든레이크 도착했다. 안도감과 만족감을 가슴 불룩하게 느끼면서 양말을 벗고 히든레이크 호수에 발을 담구었다. 아! 이 느낌! 옷을 다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물속에 뛰어들 수밖에 없게 만들어 버린다. 마음속으로만 먼 옛날 선녀들을 내려오게 했던 호수가 바로 이런 호수였겠지? 이호수의 물빛은 선녀를 유혹해서 옷을 벗기기 충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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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중에 본 히든레이크 |
인간의 발길이 오기 전 그 이전에는, 비취빛 호수물이 온몸으로 스며들어 내 눈빛이 호수인가? 얼어버릴 것 같은 차가움을 견디지 못해 발을 오래 담그고 있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여러 번 담금질을 계속했다. 호수의 차가움이 뼛속으로 느껴오고 피로는 호수 속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 경련처럼 떨려온다. 우리는 날아갈 듯이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16:30 히든레이크 캠프로 돌아왔다. 계곡 물에 포도를 씻어 나누워 먹으면서 우리는 조금 휴식을 취한 후 철수준비를 시작했다. 시간여유가 있으니 이곳에 있지 말고 다음 일정에 맞춰 그곳으로 이동하여 하루를(아니 한나절) 벌어 보자고 텐트를 걷고 배낭을 챙기고 공동 짐을 내가 조금 더 가져가지 못함을 마음 아파하면서 그리고 내가 더 가져가지 못하므로 인해 다른 사람의 짐이 무거울 거라는 미안한 마음으로 우리는 배낭을 모두 꾸려서 히든레이크 캠프를 떠나기 시작했다.
히든레이크 캠프장을 철수 |
히든레이크 캠프장을 떠나 휘시크릭 주차장으로 하산 중 |
모두 지친 우리를 위해 앞의 선발대를 정해 빨리 내려가서 큰길까지 차를 갖고 올라오기로 결정하고 몇 명의 대원이 앞질러 출발했다.
내리막 길 인데도 우리의 다리는 배낭의 무게와 그리고 그 위에 피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작은 물가에서 조금 쉬었다 일어나려면 몇 번을 버둥대야 했다. 이 길이 이렇게 길었던가. 숲 속으로 땅거미가 밀려오는 그런 시간에 우리는 오늘밤 묵을 캠프를 찾아서 차를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처음 들어간 키킹홀스 캠프장은 만원이었다.
우리는 다시 다른 캠프로 이동 조금 떨어진 모나크 캠프장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오늘밤을 머물기로 했다. 먼저 키킹홀스 캠프장 보다 조금 시설이 떨어져서 인지 아직 자리가 남아 있었다. 우리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펌프가 있었고 화장실은 재래식 이었는데 아주 깨끗했다.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이곳의 기후가 건조한데다 화장실 굴뚝을 크고 높게 만든 이유인 것 같다. 이렇게 나그네가 사용하는 시설들인데도 우리네 주인이 쓰는 것처럼 쓰고 있다. 그리고 모든 시설물들은 자연의 일부분에 묶어서 조화롭게 만들었고, 재질도 자연처럼 나무 등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 아름다운 자연은 캐나다를 지켜주고 그리고 이 사람들은 자연의 뜻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 같았다.
이 자연이 인간을 돌봐주고 있다는 것을 자연이 인간을 포기하게 까지는 하지 말아야 할 텐데..... 생각해 보면 정상에서 느꼈던 두려움과는 또 다른 두려움이 느껴진다. 우리는 펌프로 물을 길어 늦은 저녁으로 밥을 지었고 미선이가 끊인 된장찌게는 먹다 모두 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꿀맛이었다. 그리고 약간의 알코올을 서로 나누면서 오늘을 반성하고 정리했다.
피로는 눈꺼풀로 단단히 바쳐놓고 좀더 낳은 내일을 위해 이야기를 나누웠다.
감사하다는 마음도 많았고 서로 위하는 마음이 너무 넘쳐버려 감당하기 벅찬 그 넘치는 마음 까지도 우리는 같이 넘칠 수 있는 남은 날들이길 바라며 넉넉하고 평화로운 이 들판에서 쏟아져 내리는 별과 함께 밤 속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Mt. Richardson(참고사항)
주차장에서 약 3.7㎞지점에 눈사태 대피소인 무인 산장이 있고 스키장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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