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는 여러 형태를 타고 전파된다. 그 중에서도 영화, TV 드라마 그리고 책 등을 통한 문화 전파는 더욱 빠르고 그 효과가 크다. 이들은 모두 대중성과 상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수의 집단에 전달되는 것보다는 대중에 널리 회자되며 번져나갈 때 문화의 파급효과는 더욱 크다. ‘겨울연가’ ‘대장금’ 등 드라마의 수출을 통해 한국은 우리의 전통 음식문화, 복식문화, 그리고 궁중문화를 외국에 알렸으며 나아가 한국의 색과 한방의학까지 알리는 커다란 성과를 일궈내고 있다.
출판계는 소설 ‘대장금’을 수출하였으며 한복려씨의 ‘집에서 만드는 궁중음식’을 수출했다. 이 책들은 현재 특히 대만과 홍콩 등지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 맥전출판사의 편집장인 진한약(陳若)씨는 “이 책들은 2월 말 현재 각각 8만부, 2만부 정도 찍는 가운데 꾸준히 팔려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출판저작물은 현재 중어권과 일어권으로 가장 많이 수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중어권 시장이 앞선다. 그리고 중어권으로 수출되고 있는 도서 분야도 다양하다. 소설, 일반 비소설, 경제 경영, 아동, 청소년, 건강, 실용, 어학 등의 분야가 넓게 포진하고 있다. 그중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단연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학습관련서 분야다.
그렇다면, 먼저 이런 현상에서 나타나는 의미는 무엇일까. 하나는 한국 출판저작물이 단순히 소위 말하는 한류 열풍에 의지해서 수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분명 이 분야의 도서들은 내용상 한류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우리의 출판저작물이 해외 출판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가운데 하나의 확고한 시장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출판저작물이 갖는 콘텐츠가 과거 국제적인 상품성을 저하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던 짙은 한국 정서를 풍기는 내용에서 탈피하여 세계 어느 독자에게도 설득력을 주는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아이세움 출판사가 만화 형식으로 만들어낸 ‘서바이벌 과학만화상식’ 시리즈가 이 중심에 서 있다. 이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 출간된 예정으로, 현재 국내에서 출간된 것은 모두 10권이다. 이 시리즈는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한 세트씩 만들어 현재 두 세트 10권으로 출간되어 한국 시장에서 모두 250만권이 팔려나가는 대성공을 이룬 히트작. 이 시리즈 10권은 대만으로 수출되어 현재 8권이 번역 출간되었으며 현재까지 그곳에서 팔린 부수는 25만부 정도에 달하고, 계약금으로 받은 선인세인 2만5000달러를 제외하고 추가인세로 10만달러 정도를 더 받았다고 아이세움의 편집장 황현숙씨는 전한다. 이 시리즈는 또 중국 대륙에도 10권 중 8권을 수출하여 현재 4권이 출간되었으며 대략 팔린 부수는 8만부 정도에 이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아이세움은 또 이 외에도 ‘만화 역사상식’ 시리즈와 ‘레포츠 과학만화상식’ 시리즈 또한 대만에 수출했다고 밝혔다. 이런 성과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는 과학이나 복잡한 역사 상식 등을 만화로 재구성하여 어린이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창조해낸 출판사의 노력의 결실이다.
이런 노력은 웅진닷컴의 출판물에서도 나타난다. 이 회사는 세계명작 동화를 3단계로 구성하여 각 14권, 17권, 9권 등 총 40권으로 출간해서 대만에 19권을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것은 국내 저자의 창작동화가 아닌 세계 고전 명작동화를 해당 연령에 어울리는 책으로 다시 구성하여 세계 어느 나라 독자에게도 친숙하게 어필할 수 있는 책으로 재창조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의 명작이 다양한 연령대에 맞춰 여러 나라에서 출간되어 좋은 반응을 보이는 데서 볼 수 있듯 앞으로 이런 시도는 계속될 필요가 있다.
웅진닷컴은 또 학습만화인 ‘단숨에 깨치는 과학상식’ 시리즈(5권)를 중국 대만 태국에, ‘단숨에 깨치는 경제상식’ 시리즈(2권)를 대만에 수출하는 결실을 올렸다. 웅진닷컴은 이 외에도 ‘수학동화’ 시리즈(7권)를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미스터리 과학만화’ 시리즈(2권)를 대만에, ‘만화 자연박사’(3권)를 태국에 수출하는 등 아동 단행본을 포함한 다양한 출판물이 해외에 수출되었다고 국제업무 담당 차장 김경순씨는 전했다.
한편 을파소출판사는 독일 베스트셀러 작가 보도 섀퍼의 ‘열두 살에 부자가 된 키라’를 한국에서 번역출간하여 성공시킨 뒤, 저자와의 협의 후 출판사가 해외 저자와 공동 저작권자가 되어 이 책을 만화로 재구성하여 ‘만화 키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책을 다시 대만에 역수출하는 이색적인 성과를 올렸다. 세계 출판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다양한 저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출판계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런 시도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대교출판사는 만화로 구성된 성교육 시리즈 ‘어린이가 궁금한 성 이야기’(4권)를 중국과 대만에 수출했다. 만화형식을 빌린 성교육 관련서로는 이 외에도 동아일보사가 역시 만화형식으로 펴낸 ‘루나레나의 비밀편지’가 작년에 중국에 수출되기도 했다.
세계 출판시장에서 규모상 10위권에 올라있는 한국 출판시장.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 출판시장에서는 수입 저작물이 수출 저작물에 비해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수출입의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온전한 출판대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앞으로 더욱 꾸준한 노력을 통해 더 많은 한국 출판저작물을 해외로 진출시켜야 할 것이다. 올 10월 한국이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주빈국으로 자리하게 된 만큼, 세계 시장에 한국 출판물이 더욱 확산되어 나가는 계기로 만들어야 할 것이며 이에 한국 출판계는 물론 정부 관련부처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 문화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것을 우리는 늘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이구용 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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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5급 한자자격증시험을 준비하는 이민흠 군(9·경기 성남시 분당구 미금초등학교)은 부모를 졸라 한자학원에 다닐 정도로 한자를 좋아한다. 학습만화책 ‘마법천자문’에 푹 빠진 탓이다. 매주 3000원인 용돈을 아껴서 1∼7권을 모두 샀고 요즘엔 바둑을 배우러 기원에 갈 때마다 1층 서점에 들러 8권이 나왔는지 확인한다.
아울북이 2003년 11월 출시한 ‘마법천자문’ 1권은 지난해 말까지 7권을 내놓으며 200만 권 이상이 팔렸다. 아이세움의 과학상식 학습만화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도 첫판을 내놓은 지 3년여 만에 300만 권이 팔렸다.
만화에다 지식을 결합한 학습만화. 웬만한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서너 권씩 갖고 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아이들이 공부에 재미를 붙이는 것 같아 학습만화를 사주면서도 한편으론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 학습만화 열풍… 교과서도 만화로
학습만화 열풍은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이후 불기 시작해 2000년 말 가나출판사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내놓으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형서점 아동 코너에는 학습만화가 절반을 넘고 있다.
최근엔 줄거리를 만화로 옮기는 형식에서 벗어나 교육과 오락을 가미한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개념이 본격 도입되고 있다.
아울북 김진철 상무는 “과거의 아동용 한자만화책은 만화로 한자를 설명하는 수준이었다”며 “반면 마법천자문은 손오공의 이야기에다 마법이라는 장치를 결합해 아이들이 놀면서 한자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에서 살아남기’도 주인공인 어린 소년이 동굴 사막 지진 등의 자연환경에서 살아 남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풀어가면서 과학지식을 곁들였다.
지난해에는 언어 역사 과학뿐 아니라 ‘만화로 배우는 교과서’에 이르기까지 6000여 종의 신간 학습만화가 쏟아졌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박성식 과장은 “2001년부터 학습만화 시장이 커지면서 연 10% 안팎의 성장세를 보였다”며 지난해 만화의 시장 규모는 7500억 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40% 정도가 학습만화”라고 말했다.
○ 만화 읽으면 공간지각 능력 높아져
‘좋아해야 잘할 수 있다’는 말처럼 학습문화의 장점은 신세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주부 이순정 씨(32·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는 아들 윤호 군(9)을 위해 과학 역사 분야의 학습만화를 동네 도서관에서 자주 빌려 온다. 만화과학책을 본 뒤 “우유는 왜 흰색이죠”라고 묻는 등 주위 사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만화책의 등장인물인 뉴턴의 위인전을 사달라고 한 적도 있다.
서울 당산초등학교 배성호 교사는 “사회에서 ‘세종대왕의 한글창제’가 나오면 ‘만화,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의 관련 부분을 복사해 아이들에게 나눠 주고 만화에서처럼 한글 창제를 둘러싼 찬반 토론을 시킨다”고 말했다.
만화의 학습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고려대 김성일 교수(교육학)는 “만화를 읽으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상상력이 떨어진다는 일반의 오해와 달리 장면을 상상하게 돼 공간지각 능력이 높아진다”며 “30년 전과 비교하면 교과서도 만화에 가깝게 진화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화학습지는 한두 명의 전문가가 만들기 때문에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에서 살아남기’ 시리즈에서도 CD에 고기를 구워 먹는 장면이 나왔는데 “고기가 구워지기 전에 CD가 녹는다”는 독자의 지적을 받고 수정했다.
서울 방배초등학교 최정옥 교사는 “만화를 많이 본 학생들은 글자가 많은 책은 싫어한다”며 “학습만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만화로만 공부하려 들기 때문에 부교재로 쓰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4학년 딸을 둔 김미정 씨(40·서울 양천구 목동)는 “마법천자문 1권엔 새로운 한자가 20개 정도여서 한자를 배우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초등 4학년까지 효과” vs “어휘력 떨어진다”
만화가 독서습관으로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린다.
연세대 최유찬 교수(국문학)는 “만화는 영상세대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학습도구의 하나”라며 “일단 만화로 재미를 느끼면 원작소설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독서교육개발원 남미영 원장은 “만화가 책에 익숙해지게 하는 효과는 있지만 계속 만화책만 찾는 아이도 적지 않다”며 “만화 때문에 어휘와 상상력이 부족해져 책을 읽으면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일반 책의 어휘는 평균 3000여 개이지만 같은 내용의 만화는 100여 개에 불과해 어휘와 사고가 편협해질 수 있다는 것. 또 소설책에선 ‘슬프다’ ‘안타깝다’ ‘애틋하다’ 등 다양한 표현이 만화에서는 단 한 단어로 사용되며 대부분 구어체다.
남 원장은 “어휘능력이 완성되는 6∼12세에 읽고 쓰는 능력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어휘만큼 생각하고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교대 양태식 교수(국어교육)는 “학습만화는 4세에서 초등 3, 4학년까지는 효과가 있다”며 “이후에도 독서의 대부분을 만화책으로 하려 한다면 비디오 인터넷 등으로 관심을 돌려 교육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학습만화 시장 3000억 원대▼
학습과 만화를 결합한 학습만화가 ‘나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출판 시장의 규모는 1조6000억 원대. 만화 시장은 7500억 원 정도이고 이 가운데 학습만화는 3000억 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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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출판마케팅연구소, 2004년 출판흐름 분석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그 어느 때보다 불황의 골이 깊은 한 해였지만 출판계는 우리 사회의 민감한 부분을 놓치지 않으면서 그 나름의 트렌드와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발행하는 격주간 출판소식지 `기획회의' 20일자가 꼽은 `2004년 출판계 10대 뉴스'로 올 한해 출판 흐름을 짚어본다.
▲개인의 자기 상상력 추구=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며 무엇보다 개인들이 살아 남기 위해 자기 상상력을 추구한 한 해였다.
인문시장에서는 인문적 실용서가 유행했다. 이는 학문마저도 현실적 상상력과 결합돼야 하며, 엄정해야 할 역사마저도 주관화할 때 더욱 의미를 발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추세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 곳이 소설시장. 올해 내내 종합 베스트셀러 1-2위는 `다 빈치 코드'(댄 브라운)와 `연금술사'(파울로 코엘료)가 다퉜다. 이 소설들이 추구하는 것은 모두 상상력이다.
▲팩션의 유행= 인간은 상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연결함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웠던 감수성의 문을 한껏 열어 제쳤다. 하지만 상상은 현실과 결합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역사(사실)적 상상력인 팩트(fact)와 허구적 상상력인 픽션(fiction)이 하나로 융합된 `팩션(faction)'이 유행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올해 대중의 사랑을 받은 팩션으로는 `다 빈치 코드'를 비롯해 `천사와 악마'(댄 브라운), `단테클럽'(매튜 펄), `진주 귀고리 소녀'(트레이시 슈발리에), `4의 규칙'(이안 콜드웰 외), `임프리마투르(리타 모날디 외), `곤두박질'(마이클 프레인) 을 들 수 있다. `다 빈치 코드'는 올해 유일하게 밀리언셀러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기대되는 작가로 꼽히는 김영하의 올해 동인문학상 수상작 `검은 꽃'도 픽션 계열의 소설이며 김훈의 `칼의 노래'나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방각본 살인사건'도 같은 계열이다.
▲랜덤하우스중앙의 출범과 양극화= 2003년 말 중앙M&B와 랜덤하우스가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한 랜덤하우스중앙이 영업을 올해 본격개시했다.
랜덤하우스중앙은 올해 300억원으로 설정한 매출목표를 초과 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음사, 넥서스, 김영사, 시공사, 21세기북스, 웅진닷컴, 문학동네, 창비 등 상위권 출판사들도 지난해에 비해 상당한 수준의 매출신장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베텔스만코리아, 문학수첩, 가나출판사처럼 올해 대형 베스트셀러를 내놓은 출판사와 대한교과서(아이세움), 대교, 영진닷컴 등도 100억원대가 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랜덤하우스중앙은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꾸준히 조직확대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소형 출판사들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려야 했다. 매출이 10억-50억원사이 출판사들은 상위권으로의 도약이냐, 하위권 도태냐 하는 결단을 해야 할 처지로 몰리고 있다.
내년에는 상위 출판사의 시장점유율이 더욱 높아져 출판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땅테크' 서적과 `아침형 인간'의 유행= 작년에 주된 흐름을 이뤘던 리더십과 자기계발 서적이 저조한 성적을 낸 반면 올해 경제ㆍ경영서 시장에서는 `땅테크'서적이 그나마 선방했다. 땅테크를 다룬 책은 적어도 1만 부는 팔린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집 없어도 땅은 사라'(김혜경), `한국의 땅부자들'(조성근) 같은 책이 10만 부를 훌쩍 넘어섰다.
올해 초에는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 무섭게 독주하며 한 때 유행하기도 했으나 4월 말 이후에는 급격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아시아 전역으로 한류 열풍 확산= `상도'(최인호)를 수입해 재미를 본 중국의 세계지식출판사는 인터넷 작가 `귀여니'의 작품들을 수입해 열풍을 일으켰다.
`국화꽃향기' 등 김하인의 감성소설들도 중국 내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끌어 그의 작품 대부분이 번역 출간됐거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의 원작소설은 대만에서 한때 베스트셀러 1위 행진을 계속하며 20만 부 이상 판매됐다. 일본에서는 드라마 `겨울연가'의 원작소설이 120만 부 이상 팔렸다. 한류바람은 타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으로도 퍼지고 있다.
▲`마법 천자문' 등 스토리 만화의 정착= 작년 11월 1권이 나온 도서출판 아울북의 `마법 천자문'은 출간 1년 만에 200만 부를 넘어섰다. `서유기'의 이야기 구조를 빌려와 한자를 저절로 익히는 방식을 취한 이 시리즈는 학습과 놀이를 결합한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다.
이 시리즈는 2000년 11월 첫선을 보인 후 지금까지 2천만 부 이상 팔렸을 것으로 보이는 가나출판사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기를 잇는 것이다.
2001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아이세움의 `서바이벌 만화과학상식' 시리즈도 인기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세 시리즈는 우리 출판시장에서도 수십 권 규모의 스토리 만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다.
▲인문적 실용서의 확대= `미쳐야 미친다'(정민), `책문'(김영완),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이덕일) 등 인문적 실용서로 묶을 수 있는 책들이 관심을 끌었다.
이들 책은 역사의 비주류를 다루고, 발상의 전환이라는 주제의식을 확실하게 담고 있으며, 실사구시의 철학을 조명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벤더(변형 도매상)의 연쇄도산= 대덕문구(옛 헤브론상사), 육가서점, 한일도서유통, 어린이책, 동문서적, 광주 삼일서적 등이 올해 일제히 도산하면서 출판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삼일서적으로 제외하고는 변칙적으로 책을 공급하는 변칙도매중개업체, 즉 벤더이다. 이들 벤더는 대형 할인점, 인터넷서점, 홈쇼핑, 회원제 독서클럽 등에 저마진을 붙이고 때로는 손해를 감수해가며 경쟁적으로 책을 공급하는 출혈 경쟁을 벌였다. 연쇄도산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등 국제도서전 주빈국으로 선정= 우리나라가 내년 10월의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과 2월 대만에서 열리는 `타이페이도서전', 그리고 41년 역사를 자랑하는 2008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차례로 선정됐다.
▲아동서적의 잇단 해외 수상= 올해 볼로냐도서전에서 윤미숙의 `팥죽할멈과 호랑이'와 신동준의 `지하철은 달려온다'가 라카치상 픽션과 논픽션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또 서양화가 김재홍이 그린 `동강의 아이들'이 스위스 발레에 있는 어린이문화재단이 2년에 단 한 권을 선정해 시상하는 `2004 에스파스 앙팡'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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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조선 '살아남기 시리즈' 250만부 '좋은 만화'로 대박
지난 15년간 ‘먼나라 이웃나라’(이원복 교수 지음)가 학습만화 시장에서 지켜온 아성을 바짝 뒤쫓는 도전자가 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살아남기’ 시리즈(아이세움)다. ‘산에서 살아남기’ ‘시베리아에서 살아남기’ ‘아마존에서 살아남기’ 등 특정 자연환경에서 조난당한 주인공이 이를 극복하는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이다. 책 안읽는 시대에 10권짜리 아동서적이 발간된 지 2년 만에 250만부가 팔려나갔으니 책 자체가 ‘살아남기’의 묘를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책보다 TV·인터넷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정보전달에만 치중한 내레이션 만화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재미 위주, 스토리 위주로 나가야죠. 살아남기라는 소재가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잖아요. 내용보다는 ‘기획의 힘’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된 거죠.”
이 시리즈를 기획한 사람은 만화기획자 홍재철(37)씨. 웅진출판사에 입사해 아이세움을 거치면서 터득한 감각으로 살아남기 시리즈에 이어 ‘레포츠 시리즈’(7권·아아세움)까지 아동서적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키고 있다. 레포츠 시리즈 역시 재미 위주의 스토리 만화. 수십 개의 과학상식을 호흡이 짧은 에피소드 만화에 집어넣은 기존의 학습만화와는 달리, 레포츠 시리즈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에 주인공까지 등장시키고 있다. 주 5일 시대를 앞두고 동굴탐험·열기구 타기·스킨스쿠버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시리즈다.
학습목적의 만화인지라 재미뿐 아니라 정보전달의 역할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살아남기 시리즈’의 경우 만화 중간에 정보 페이지를 넣어 주인공이 상황마다 필요로 하는 과학상식을 끼워넣었다. 이야기에 몰입되다 그때그때 필요한 교과내용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구매력이 강해지고 있거든요. 아이들의 호응뿐 아니라 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여전히 아이들이 만화 보는 걸 반기지 않아요. 이런 불신감을 정보 페이지를 통해 최소화하는 겁니다. 인터넷이나 TV 보는 대신 학습만화 책이 쥐어지면 안심하는 거죠.” 만화적 재미와 학습 정보를 공존시킨 것이 인기몰이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살아남기’ 시리즈의 성공 이후 아동 학습만화 시장도 커지고 있다. “1990년대에는 1년에 2만권만 팔아도 됐지만 지금은 1년에 7만권이 나가야 10위권에 간신히 진입할 정도”라는 것이다. 따라서 성인용 메이저 출판사들도 아동만화 시장에 뛰어들어 진입 장벽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학습만화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동영상 시대에 접어든 이상 아이들은 무엇인가를 배울 때도 시각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매체를 선택할 거라는 얘기다. 홍씨가 만화를 기획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재미’입니다. ‘사회적인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죠. 요즘은 아동과 성인의 벽이 점점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아동전문 출판사들이라고 사회적인 트렌드를 무시한 채 예전에 써먹었던 기획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주5일제를 앞두고 제가 기획한 ‘레포츠 시리즈’가 잘 나가는 것도 그런 이유죠. 출판시장의 상황도 고려해야 합니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책과 유사한 종류의 책이 이미 나와있다면 그 기획은 조용히 접는 게 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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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극한 상황에 빠진 주인공의 모험기를 다룬 어린이용 학습만화다. 동굴에서 펼쳐지는 모험을 통해 과학상식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열대 관광 동굴에 놀러간 4명의 주인공이 붕괴 사고로 동굴에 갇히게 된다는 내용이다.
석회동굴의 생성조건과 원리, 다양한 동굴 생성물, 동굴 속 생물 등과 같은 자연상식과 동굴 탐험에 필요한 장비·수칙이 나와 있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동굴 체험을 전문가들의 감수를 거쳐 수록했기 때문에 현실감 있고 과학적이다.
‘동굴에서 살아남기’는 200만부 이상 팔린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의 세번째 시리즈다.
글 류기운, 그림 문정후.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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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모모와 형 준모, 아리와 언니 아지는 열대관광동굴에 놀러 갔다가 신비로운 매력에 빠져 비공개 동굴탐험에 도전한다. 그러나 중간에 붕괴사고가일어나고, 아이들은 추락하고 만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이들은 필사적으로 또 다른 출구를 찾는다. 지식과장비를 동원해 탈출을 시도하지만 쉽지가 않다. 때로는 지치고 힘이 들지만 동굴의 아름다움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석회동굴의 생성조건과 원리,동굴의 생물, 동굴탐험의 수칙 등을 배울 수 있다. 코믹콤 기획, 문정후그림. 아이세움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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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동굴에서 살아남기 = 코믹컴 글. 문정후 그림.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시리즈 3편. 열대 관광 동굴에 놀러 간 모모 일행은 동굴 붕괴 사고로 그만 추락하게 된다. 아이들은 각종 서바이벌 지식과 장비를 동원해 탈출을 시도하면서 신비한 동굴 속 세계를 체험한다. 아이세움 刊. 208쪽. 8천500원.
▲만화 칼의 노래1 = 김훈 원작. 박산하 그림.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하기 전 2년 동안의 삶을 담은 원작을 만화로 옮겼다. 아이세움 刊. 208쪽. 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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