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운전이 능숙한 사람이라도 좁은 공간에 차를 세우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지하주차장애서 아슬아슬한 심정으로 전·후진을 반복할때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AVM은 이러한 생각을 현실화시킨 기술이다. * 글 변성용
얼마 전 현대모비스가 어라운드뷰 모니터(Around View Monitor, 이하 AVM)를 개발 공급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랜저 3.3 GDi를 시작으로 향후 현대·기아의 고급차를 대상으로 적용 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국산차에는 이제야 적용되지만 사실 이것이 상용화된 것은 몇 년 전의 일이다. 지난 2007년 인피티니가 크로스오버 EX35에 AVM을 적용한 것이 그 시초.
최근 들어 AVM은 닛산·인피니티 이외의 브랜드에서도 활발하게 확산되고 있는데 가격이 높고 주차가 더 어려운 대형차에 먼저 달리고 있다. 브랜드별로 부르는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BMW는 국내에 얼마 전 도입한 535i X드라이브와 X5 40d 등에 서라운드뷰라는 이름으로 처음 달았고, 폭스바겐은 ‘탑뷰’라고 부르는데 신형 투아렉을 시작으로 점차 전모델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에도 비슷한 제품이 달려 있는데 이는 오프로드에서도 매우 유용한 장비다.
4개의 카메라로 찍어 하나의 이미지 완성
어라운드뷰 모니터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주변의 360도를 비추어준다. 이 화면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후좌우에 고정된 4개(5개를 쓰는 경우도 있다)의 카메라로, 자세히 보면 프론트 그릴 속, 후방번호판 주변, 사이드미러 하단부에 카메라가 붙어 있는 것이 보인다. 여기서 촬영한 영상을 이미지 프로세싱을 통해 보정한 뒤에 마치 지붕 위에서 촬영한 듯한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어라운드 뷰다. 자동차의 네 귀퉁이와 옆차 사이의 간격이 얼마인지 눈으로 확인하며 주차할 수 있으므로 주차가 한결 쉬워진다. 필요에 따라서는 동반석 측면 부분만 확대하여 볼 수도 있고, 후진시 스티어링의 각도에 따라 미리 진행방향을 표시하는 PAS(Parking Assistant System)기능까지 결합되면 주차시 구획선에 정확하게 세우는 것이 편리해지고 접촉사고의 가능성도 크게 낮아진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 기술의 관건은 영상처리 알고리즘이다. 초광각 카메라로 네 곳에서 찍은 왜곡된 광각 촬영화면을 마치 공중에서 보는 것처럼 똑바로 펴서 보여주는 것이 핵심. 그동안 국내에서도 꾸준히 AVM 관련 기술 개발이 이루어져왔는데 이미지넥스트(현대모비스의 협력업체)가 자동차용 ‘사각제거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AVM의 상용제품을 조만간 발매할 예정이다. 앞서 모비스가 선보인 제품도 사실은 이 회사의 제품을 기반으로 한 것이다.
올해 초 닛산은 이 기술을 함께 개발했던 일본의 자동차용 AV 전문기업 클라리온에게 AVM의 라이선스를 넘겼다. AVM이 다른 브랜드에도 탑재될 수 있는 길이 열린 만큼 빠른 대중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