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가양동에 가면 자그마한 전통시장, 신도꼼지락 시장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방문하는 곳입니다. T자형으로 늘어선 도로에 다양한 점포들이 자리 잡고 있죠. 과일, 생선, 야채, 빵집, 분식집, 건어물, 옛날 과자, 전, 반찬, 할인마트, 주차시설 등 그야말로 있어야 할 건 다 있습니다. 정겨운 곳입니다.
그런데,
딱 하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손님’입니다.
지금은 세상이 참 편리합니다. 집 근처에 언제든 갈 수 있는 대형마트도 있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번개처럼 배송해 주는 인터넷 쇼핑몰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편리함을 찾아 이마트로, 롯데마트로, 홈플러스로, 코스트코로 떠납니다.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11번가와 옥션이,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가 마치 쌍끌이 어선처럼 다 채 갑니다.
그 남은 자리엔 휑한 점포가 덩그러니 앉아있고, 가게 주인의 주름과 한숨이 있습니다. 그 적막함은 해가 갈수록 깊어집니다.
앞으로 얼마 후를 예상해 봅시다. 신도꼼지락시장이 있던 자리는 더욱 번성하여 활기와 사람과 정이 넘치는 우리 지역의 명물이 되어있을까요, 아니면 지방 소멸의 단적인 예로 자리매김을 해 있을까요? 아무래도 후자일 확률이 매우 높겠죠. 안타깝게도요.
중국에 저장(浙江) 성산(嵊山) 섬에 가면 허우터우완촌(后头湾村)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지금은 사람 하나 살지 않는 무인촌입니다. 원래 사람이 많이 살던 곳이지만 교통도 불편하고 땅도 좁아 사람들이 1990년대부터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다가 이제는 그저 빈집과 이끼와 덩굴만이 남아 있습니다. 을씨년스럽고, 쓸쓸하고, 무섭고, 처량한 곳입니다.
정겨운 우리 동네 신도꼼지락시장도 허우터우완촌처럼 될까 두렵습니다.
전통시장이 사그라들면, 유동인구가 줄어듭니다. 주변 상권도 아울러 수축됩니다. 지역 전체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인구가 적어 표가 되지 않으면, 정치인들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점점 낙후되어 가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내 삶의 터전이 슬럼이 되고, 공동화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함께 전통시장을 찾아가야 합니다.
왜, 굳이 찾아가야 할까요?
거기엔 3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온누리상품권으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온누리페이나 충전식 카드형으로 구매하면 10%씩 저렴한 가격으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요즘 경제가 어려워 이율 1%라도 더 주는 은행 찾아 멀리 가서 줄을 서거나, 기름값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가 있으면 조금 멀더라도 꼭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전통시장에 가면 아무 물건이나 10%나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전통시장이 좋습니다.
그리고 전통시장에서는 그 지역에서 생산한 ‘로컬푸드’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대형마트에서 사는 식재료는 대부분 멀리 바다 건너오거나, 화물차를 타고 온 ‘다른 동네’음식입니다. 이런 물건은 운송과 포장 과정에서 매우 많은 탄소를 배출합니다. 이렇게 나에게 어떤 물건이 올 때까지 만들어지는 탄소의 양을 ‘탄소발자국’이라고 합니다. 대형마트 물품들은 대부분 탄소발자국이 높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전통시장에서 파는 시금치, 콩나물, 상추, 고춧가루 등은 어떨까요? 이러한 로컬푸드는 운송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즉, 탄소발자국이 낮아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는 아주 좋은 식재료입니다. 전통시장을 애용하면 이렇게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상권이 살아납니다. 우리 동네 물건을 팔아주면 지역 상인들의 매출이 늘어납니다. 이렇게 상권이 살면 인구 유출이 줄거나 유입이 늘어납니다. 인구가 받쳐주면 표가 되니 정치인들도 관심을 갖고, 어떻게든 지역 발전 정책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씁니다. 결국 지역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의 작은 실천이 우리 지역이 살아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겁니다.
속담에 ‘제 보금자리 사랑할 줄 모르는 새 없다’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동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남들 모두 대형마트로 향할 때, 나라도 전통시장을 한 번 방문해 보면 어떨까요?
나의 또 다른 이름은, 우리 동네 신도꼼지락시장의 ‘손님’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