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과 진실의 차이
2009년 한국에서 열린 '넥스트 플러스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필립 클로델 감독의 <당신을 오랫동안 사랑했어요>는 15년간의 혹독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한 여인이 새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프랑스 영화이다.
유능한 의사였던 줄리엣은 여섯 살 난 친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다. 이 일로 인해 그녀는 부모에게조차 철저히 외면당하는, 외로운 삶을 시작한다. 당시 10대의 여동생 레아는 언니가 살인을 했다는 사실에 큰 혼란을 겪고 언니의 존재를 부정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줄리엣은 오랜 세월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후, 레아는 줄리엣이 출소한다는 연락을 받고 거부할 수 없는 혈연의 정으로 그녀를 받아들이게 된다.
줄리엣은 자신이 자식을 살해한 사실만을 인정할 뿐 그 외의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주변에 범죄 사실이 알려지면서 줄리엣은 번번이 취업을 거절당하고 레아의 남편은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해칠까 두려워 경계하지만 줄리엣은 단 한 마디로도 자신을 변호하지 않는다. 그런 줄리엣을 두고 사람들은 온갖 엽기적인 상상을 하며 마치 그녀가 '괴물'인 양 두려워하며 수군거린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에 뒤늦게 밝혀진 진실은 다름 아닌 '안락사'였던 것이다. 줄리엣은 불치병에 걸린 아이가 불가능한 치료에 매달리면서 고통 받는 것이 더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여 눈물을 머금고 그 같은 선택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진실이 어떻든 스스로가 자식을 죽인 어머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에 따른 형벌을 자처했던 것이다.
'신문은 사실을 말해주지만 진실을 알려주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다. 줄리엣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사람들은 신문에 드러난 사실 그 이상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가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세상은 그녀에게 친자식을 죽인 악독한 어머니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모진 시선을 보낸다. 만약 당신이 줄리엣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녀와 똑같은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줄리엣은 웃지 않는다.
사람들이 일찍 눈가리개를 벗어던지고 그녀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노력했다면, 줄리엣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 조금은 덜 어렵지 않았을까 한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
나눔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