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춘천 동산에서 홍천
7시 20분 동서울 터미널 출발 8시 24분 춘천 터미널 도착 6,800원
8시 40분 춘천터미널 출발 9시 05분 남춘천 동산면 도착 2,500원
14시 30분 홍천터미널 출발 16시 05분 동서울 터미널 도착 6,600원
햇살이 좋아서 걷기에 좋다. 날씨가 부조한다. 길은 외길이니 별 다른 것 없을 것이고 마냥걷기만 하면 된다. 홍천으로 가는 이 길은 보기와 달리 오르막이다. 아마도 춘천과 홍천군 사이가 고개 마루일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계원사라는 절표시에 법화종이라 한다. 처음 들어보는 것이다. 아직 밭은 묵은 그대로 두었다. 한 곳에만 마늘싹이 올라오고 있다. 주변 길가에 마른 풀들을 헤집어 내면 그 밑에는 연푸른 풀들이 이미 고개를 내밀고 있다. 마른 풀들이 덮혀있어서 아직 겨울인 듯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무 가지에 눈들도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봄이다. 그러나 작은 산들에는 잔설이 하나도 없다. 올해 겨울을 가물었던 것 같다.
오르막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해발 240m라는 표지판이다. 계속 오르면 시내줄기가 없어지고 고개길이다. “부사원 고개”라고 한다. 나는 여기서부터 홍천인줄 알았다. 고개를 오를 때는 웃옷을 벗어 배낭에 넣고 걸었는 데도 땀이 도 날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내리막길인데 해가 구름에 가리고 골 바람이 가슴에 와 닿으면서 다시 옷을 꺼내 입었다. 그래도 산골은 산골이다.
내려오는 길에도 해발 240m 표지판이 있다. 여기 조양리까지가 춘천이다. 홍천군에 들어서는 길 양옆에는 호랑이 상이 있다. 홍천군 북방면이다. 길은 별 다른 것이 없다.
상상보다 공상을 하는 편이다. 그러나가 이곳 저곳에 인삼밭처럼 해 놓은 것이 많아서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 곳에도 인삼이 되는가? 그리고 또하나 무궁화수목원 사업 조성지를 보았다. 이 조성지는 긴 긴판이 없었다면, 펜션 조성지처럼 보였다. 무궁화가 이곳에 잘 자랄까? 무궁화는 약간 습하고 따뜻해야 하는데, 심어놓은 무궁화들이 잔돌이 많은 경사지라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가, 아차 우리나라 기후의 변화로 이곳에도 충분히 무궁화가 잘 자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주명이 말한 무궁화의 북한계선이 추가령지구대라는 것은 어쩌면 지난 세기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또 다른 불교 팻말에서 태고종 남천사가 있다. 이 곳에는 조계종이 지배하는 곳이 아닌가 보다는 생각이든다. 시골 동네 뭐 시주가 얼마나 되겠냐는 요량일 수 있다.
읍의 들머리가 북방면인 모양인데, 점심때가 다 되어가는 이때 까지 걸으면서 걷는 사람 하나도 못 보았다. 그래서 이 삼거리에서 길을 물으려고 기다려 보았으나, 볼일이 없을 것 같았다. 왼쪽 모퉁이 옆에 파출소가 있다. 들어가서 이 부근에서 이 동네 토속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동쪽으로 읍내를 가는 길을 물었다. 경찰은 친절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설명했다. 가다가 오른 편 길을 택하고, 400m 가서 11사단을 마주하여 조금 지나면, 다슬기해장국 집이 있는데 예전부터 홍천 다슬기가 유명하다고 한다.
진짜 맛있었다. 다슬기 어린 시절의 이름으로 고디가 신선했다. 요즘은 양식이다. 그보다 채소가 아욱인데 매우 부드러웠고, 부추도 있고, 고추 엷게 썰은 것은 더하여 좋았다. 마당에는 다슬기 껍질들이 좍 깔려 있다.
읍으로 들어가면서 걸으면,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라, 읍이 한눈에 들어온다. 첫인상이 이 읍이 매우 아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에 시냇물이 흐르고 다리가 놓여 있는 것이 정겨웠던 것이다. 물론 외곽에는 높은 아파트들이 있지만 위에서 내려다 본 읍은 고만 고만한 집들로 되어 있고 사방에 작은 산들로 둘러 싸여 있었다. 골짜기에 드문 드문 있었던 절들을 생각하다가 도시를 보니 교회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택촌 저 쪽에 십자가 표시가 있기는 했다 밤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강원도를 걸으면서 절이 교회보다 많은 것 같다
버스터미널에 와서야 이 동네에도 인삼을 많이 한다는 것을 알았다. 농협조합장 선거가 끝나 당선자 축하 현수막이 있는데, 인산농협조합장도 있었다. 그래서 주변을 살펴보니 장뇌삼을 파는 곳도 있었다. 인삼을 많이 하기 하는 구나. 상점에 옥수수(강냉이)를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제철이 아니면 팔지 않는다고 한다.
날씨는 흐려도 한낮이라 춥지 않은지, 고개를 내려와 이제 마을 속에 있으니 안 추운지 알 수 없지만, 또는 점심 잘 먹어서 인지 다시 봄날이라 확연히 느낀다. (48N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