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가 현대인의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붓글씨용 종이에서부터 벽지와 기능성 옷감 등으로 거듭나고 있고, 한지공예는 유행을 타지 않는 문화강좌로 자리잡으며 공방도 늘고 있다.
현재 일정 규모를 갖추고 한지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20여곳이 조금 넘는데 절반 정도가 전북 전주에, 나머지는 강원 원주, 경남 의령 등에 몰려 있다. 이들 가운데서도 원료인 국산 닥나무를 사용해 수공업에 의한 전통 한지를 생산하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계식 한지를 생산하거나 수입 펄프 등을 혼용하고 있다.
국내산 닥나무만을 사용하는 전통방식의 한지 제조업체로 유명한 원주한지의 장응열 대표는 “기계를 쓰면 손쉽게 생산할 수 있지만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차원에서 수제를 고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집상을 통해 국내산 닥나무 원료를 조달하고 있다는 그는 서예지를 비롯해 동양화지·벽지·천연염색지(공예용)·장판지 등 15종류를 생산하는데 거의 다 주문을 받아 생산에 들어간다.
한지를 생산하는 과정은 닥나무를 쪄서 껍질을 벗기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겉껍질을 벗겨 잿물에 삶으면 표백이 되는데, 이를 3~4시간 나무 방망이로 곤죽이 되도록 두드린다. 그리고 이를 맑은 물에 헹군 후 찬물에 닥풀을 넣고 짓이겨 지통에 넣는다. 이후 발을 지통에 담가 전후좌우 흔들어 종이를 떠낸 후 겹겹이 쌓아 약 하루 동안 물을 빼고 가열한 철판 위에 말린다. 염색 시에는 몇가지 공정이 추가된다.
이렇게 탄생한 한지는 500장(1연)씩 포장돼 유통된다. 제작과정이 간단한 것 같지만 사실 전통 한지를 만드는 과정은 힘든 노동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하루에 1,000장 이상 생산하기 어렵다.
전통 한지는 생산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수입지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수요도 한정돼 자연히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10여년 전부터 한지공예가 각광받으면서 한지산업이 조금씩 회복됐고, 최근 들어서는 그 용도가 무한대로 뻗어가고 있다.
오영택 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한지사(섬유)와 인테리어 소재 등 친환경 응용제품이 각광받으면서 수요가 늘고 있는데 오염물질 흡수기능 등 한지만이 가진 장점을 의료·위생·바이오 용품 등에 접목한다면 더욱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면서 “한지산업이 생산성이 낮고 시장이 좁은 한계를 깨고 발전하려면 생산기법의 과학화는 물론 마케팅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