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維歲次) 모년(某年) 모일(某日), 당자(當者) 우리 사회에 만연한 파라치 문화에 대해 삼가 조의를 표함이라. 조침문(弔針文) 문체라도 좋다. 어느 때인지 모르노라. 선(選)파라치로 그럴듯하게 시민 의식과 합류하더니, 이제는 카파라치, 봉파라치, 세파라치, 술파라치, 쓰파라치, 담파라치, 청파라치, 식파라치, 토파라치... 무슨 파라치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노매라. 파파라치가 뭔가? 이탈리아 말로 그건 “파리처럼 웽웽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라 하지 않은가. 유럽에서 부호나 정치하는 사람, 연예인들의 스캔들이나 프라이버시를 드러내는 사진을 한 장 퍽- 찍어 온 세상을 들끓게 만드는 나쁜 놈의 사진사였다고 하지 않는가. 파파라치, 그 파파라치가 변형을 일으켜 우리 사회에서 판을 치고 있는데, 그 놈의 얼굴을 잘 뜯어보면 웃기는 구석만 대롱대롱.
일회용 비닐봉투 돈 안 받고 제공하는 것 얼른 찍어 신고하는 ‘봉파라치’, 쓰레기 불법투기 장면 몰래 찍는 ‘쓰파라치’, 탈세하면 ‘세파라치’, 청소년 주류판매 곧바로 ‘술파라치’에 걸려 들고, 담배 피우다 버린다고 걱정할 것 없다 ‘담파라치’ 활약상, 노상방뇨 ‘노파라치’, 식품 유통기한 걱정 없다 ‘식파라치’, 수산물 원산지 미표기? 그건 곧바로 ‘어파라치’에 걸린다. 얼쑤 좋다. 꿍딱. 토지거래 불법 거래는 ‘토파라치’에 맡기고 선거법 위반 사례는 ‘선파라치’에 맡기고,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다고? 걱정할 것 없다 ‘청파라치’ 활약만 기대면 되고, 불법 유턴이나 교통법규 위반자 ‘카파라치’가 다 할 수 있노라.
포상금 몇 푼 노리고 이곳저곳 기웃거리는 파라치들, 돈타령만 하노매라. 옆 친구 시켜 가게 들어가 함정 단속하여 사진 찍어도 사회 정의 실현이라면 다 용서하는 듯. 몰래 한 신고꾼이 알고 보니 동네 사람이라, 눈치하고 손가락질해도 파라치 양성 학원에서 돈 내고 배운 거니까 나도 별 수 없다고 하면 어찌해보지도 못하는 듯. 파라치 있어 불법 행위가 줄지 않았냐고 강변하면 으쓱 하는 듯. 신고도 못하면 능력 없는 듯. 오호 통재라, 정말 ‘하? 모? 일이런가.’ 어느 누가 수단 방법 가리지 말고 돈벌면 그만이냐고 했더냐.
에라야 사미인곡(思美人曲) 문체로 변해도 좋다! 미인(美人)이 얼마나 좋은디. 그 미인은 다 어디 가고 남의 애를 끊나니. 당자가 그리워하는 미인은 이런 사람들이라. 나 혼자 있지 않고 더불어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요, 나 스스로 법규 잘 지키고 못난 사람 위로할 줄 아는 멋진 웃음이요, 어려운 사람 어떻게 사나 가끔 생각하며 봉사하고 정분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이요, 무언가에 열중하여 생활의 기쁨을 일 속에서 찾는 진정한 생활 자세이라. 오호, 애재라. 우리 사회 모두 미인을 그리고 있음이라. 그놈의 파라치가 문제로다. 시민고발의식 고양의 허울을 쓰고 60개도 넘는 포상금 제도가 문제로다. 그런 방법밖에 없나. 파라치들이여, 조금, 아주 쬐끔(?) 벌었다고 내 삶을 윤택하게 함이 아니라. 언제부터 이 나라가 파라치 공화국이 되었는가. 우다당탕 판소리 어투로 놀아보기나 하자.
그놈이 어떤 놈인가, 가만히 살펴보는디, 포상금 챙기기 위한 전문 학원이 우후죽순 생겨 파라치 양성하며 돈버는 놈 생기고, 일주일에 두 번 세 번 아르바이트 삼아 비디오 하나 챙겨 나가면, 잘 하면 일주일에 2,30만원 챙기는 거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허구. 거 머라냐, 아줌마 직업으로 심심풀이 땅콩으론 최고급이고, 조금만 전문적 기술을 익히면 머 성취감도 있다나 머라나. 얼씨구 좋다! 둥딱. 너는 얼마 벌었냐, 포상금 많이 받았으니 한번 쏜다고 온 식구들 불러댄다. 거참 기막히다. 이 세상에 태어나서 떳떳하게 살아야 하는 법인디, 진지하게 다른 사람을 대하고 상대의 인권도 고려해야 세상사는 맛 나는 법인디, 아아 어찌하여 우리 정부나 자치단체에서는 신고 포상금제로 불법 단속을 하려는지 모르것다. 둥다당 둥딱!
제문을 지어 애도하노라! 유세차…… 못난 이내 몸이 미인을 그리며 애타게 부르노라. 파라치여 가라. 전통 문화를 숭상하는 이 지역에서라도 사라져라. 그저 할 일 없어 별 수 없이 한다고 반문하지 말라. 열심히 산 그대들이여, 오호 미인이여! 다시 돌아오라. 서로의 잘못을 일러바치면 불신만 늘어남이라. 얼른 평생을 바쳐야 할 일을 찾는 위대한 결단을 내려야함이라. 파라치 문화여! 삼가 조의를 표하노라. 상향(尙饗).
<전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용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