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7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익히기 어렵다는 이유로 등한시해 온 한자. 한자교육을 제대로 받아보지 못하고 자라난 한글전용 세대들에게는 멀게만 느껴지는 한자이지만 제대로 된 교육방법과 원리를 알게 되면 한글처럼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다고 한다.
한자교육연수원의 대표이자 저술가인 전제웅 원장은 “오늘날 고학력시대임에도 한자문맹이 많은 이유는 잘못된 한자교육방법 때문”이라 면서 “몇 가지 원리와 훈련 방법을 배우면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한자를 익힐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제웅 원장은 20여 년간 한자교육방법을 연구하며 전국적인 강연활동을 활발히 해 온 한자 교육 전문가이다. ‘한자성경과 천자문으로 배우는 한자교육방법’이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획기적이라 할 수 있는 한자교육법을 제시. 한자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자 10년 간 담임목사로 목회활동을 해왔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목회자 출신이었던 그가 어떻게 한자와 인연을 맺고, 한자교육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을까. 공개강좌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 기독교연합회관 강의실에서 열성적인 강연을 펼치고 있는 전제웅 원장을 만나보았다.
한자교육, 독해력 향상은 물론 중국과의 교류에도 필수적
“학력수준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신문에 쓰인 한자는 물론, 가족의 한자이름 하나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한자문맹자가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배우고도 모르니 문제가 심각하다 싶었고요.”
20년 전 이 문제를 해결해 보리라 마음먹은 것이 계기가 되어 연구에 매진하게 된 전제웅 원장은 “한자교육의 유익함을 모르는 이들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글만 공부해도 사는데 큰 지장은 없겠지만 그래도 한자를 한글처럼 쉽게 배우고 알게 된다면 그 활용범위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넓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 한글의 70%는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한자를 알면 우선 어휘력과 독해력이 향상되어 초, 중등 교육과정을 1년 정도 단축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과의 경제교류 및 관광객 유치 등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익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자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어렵게 배우고, 쉽게 잊게 되는 오늘날의 한자교육 현실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우리 조상들은 대여섯 살부터 천자문을 익히며 한자를 능히 써 왔지만 오늘날은 한자 교육 시점부터 과거에 비해 뒤쳐질 뿐만 아니라 천자문을 알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도 드물다”면서 “100여 년 전 서당의 한자교육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혁명적인 교육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쉽게 배웠던 한자, 오늘날 어렵게 배우고 쉽게 잊어버려
연구 초기 전 원장은 많은 이들의 한자 학습 실태를 조사했다. 그가 만나본 사람들 중 어릴 적 천자문을 통해 한자를 배웠다는 이들은 대부분 배우기는 했지만 잊어버렸다는 대답이 많았다. 일반적으로 어려서 배운 것은 잊어버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왜 잊어버리게 되었을까? 그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한자를 한글 입문하듯 배운 것이 문제였다고 진단했다.
천자문은 중국 역사입문서로서 중국의 천지개벽 이후 삼황에서 삼국시대(위, 촉, 오)시대까지 역대나라와 인물, 지명, 약어(인물표기법)등으로 차례대로 배우면 잊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원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배운다면 당시에는 쉽게 배워도 곧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것.
전 원장은 “요즘도 성인들조차 끝까지 배우기 힘든 교재와 교육방법으로 천자문을 공부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학교나 일반 서점가에 나와 있는 방법들은 여전히 뜻이나 외우고 쓰는 교육이므로 배움에 한계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방법으로 배우다보니 어렵게 배우고 쉽게 잊어버려 결국 한자무용론만 부추기게 되고 천자문을 제대로 알고 가르칠 수 있는 교사들이 부족한 것도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 원장은 일련의 상황들을 만나면서 제대로 된 교재와 더불어 한자교육의 장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혼자 공부하기 힘든 이들이나 짧은 기간이라도 직접 수강하길 원하는 이들을 위해 한자 학습과 교육방법을 제대로 연수받을 수 있는 한자교육원수원을 설립하게 되었다.
전 원장은 한자 교육 원수원의 강연을 통해 그가 20년 연구 끝내 완성한 한자 교육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연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재는 ‘한자성경과 천자문으로 배우는 한자교육방법’이라는 종합교재로 천자문과 한자성경으로 한자를 완성하는 과정으로서 읽는 방법, 뜻과 쓰는 방법,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의 3가지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천자문, 4가지 구성 원리 이해하고 정거장 학습법으로 기억하라
전 원장이 개발한 한자교육방법 중 천자문 학습은 크게 4가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는데, 이를 정거장을 외우듯 기억하면 쉽다. 버스 정류소나 전철역 등 정거장은 머리가 좋지 않아도 자주보고 다니게 되면 외우지 않아도 알게 된다. 이렇듯 수많은 숫자(一에서 - 兆까지)를 단 19자, 25자로 다 읽고 쓰는 한자의 원리를 활용해 여러 번 보고 읽다보면 따로 암기하지 않아도 저절로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정거장 기억방법을 토대로 4가지 원리를 배워보면, 첫 번째로 천자문은 역대나라에 대한 기록임을 알아야 한다. 천자문은 삼황-오제-하-은-주-춘추시대-전국시대-진나라-한나라-삼국시대(위,촉,오)까지에 대한 기록이다. 예를 들어 10문장 중 제1문장은 삼황 오제시대의 삼황과 오제의 요임금과 순임금이 나오고 하나라 다음 은나라 주나라가 차례대로 나온다.
龍師火帝 鳥官人皇 始制文字 乃服衣裳
용사화제 조관인황 시제문자 내급만방
삼황 (복희신농소호) 문자 의복이 만들어짐
推位讓國 有虞陶唐 弔民伐罪 周發殷湯
추위양국 유우도당 조민벙죄 주발은탕
오제(요임금과 순임금) 주나라(발)은나라(탕)
천자문을 배우는 네 가지 원리 중 두 번째는 등장인물이다. 5문장에서만 14명의 인물이 은나라 말, 주나라 초 인물인 강태공을 시작해 전국시대 趙(조)나라 장수 염파와 이목, 秦(진)나라 장수 백기와 왕전 등 인물이 등장한다. 이 인물을 예고하는 문장이 4문장 마지막으로 策功茂實 勒碑刻銘(책공무실 늑비각명)이다.
제6문장은 천자문을 10문장으로 나눈 문장 중 하나로 5, 6문장을 한두 시간에 배우게 된다면 10문장은 10시간 정도면 배우게 되고 한자 실력으로 비교하면 1급 이상의 실력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역대나라와 인물 지명 약어를 알고 배우면 문장 읽기로서 뜻과 쓰기도 쉽게 배우고 잊어버리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다.
磻溪伊尹 佐時阿衡 奄宅曲阜 微旦孰營
반계이윤 좌시아형 엄택곡부 미단숙영
桓公匡合 濟弱扶傾 綺回漢惠 說感武丁
환공광합 제약부경 기회한혜 열감무정
俊乂密勿 多士寔寧 晋楚更覇 趙魏困橫
준예밀물 다사식영 진초갱패 조위공행
假途滅? 踐土會盟 何遵約法 韓弊煩刑
가도멸괵 천토회맹 하준약법 한폐번형
起?頗牧 用軍最精 宣威沙漠 馳譽丹靑
기전파목 용군최정 선위사막 치예단청
천자문의 세 번째 교육방법은 지명이다. 지명은 10문장 중 제6문장에 주로 나온다, 지명은 읽기만 하면 바로 해석이 가능한 문장에 속한다. 중국의 지리는 하나라 우임금 때 구주와 진나라 때 백군으로 편성되었다는 문장에서 여러 지명이 나온다.
九州禹跡 百郡秦幷 嶽宗恒岱 禪主云亭
구주 백군 큰산 항산 대산 운운산 정정산
구주우적 백군진병 악종항대 선주운정
雁門紫塞 鷄田赤城 昆池碣石 鋸野洞庭
안문 자새 계전 적성 곤지 갈석 거야 동정
안문자새 계전적성 곤지갈석 거야동정
또한 아래 문장과 같이 광활하고 드넓은 대지에 농사를 정치의 본으로 삼아 심고 거두고 여러 가지 농사를 하고 소출로 세금을 바치는 고대정치와 농사관계를 설명한 문장도 있다.
曠遠綿邈 巖峀杳冥 治本於農 務玆稼穡
광원면막 암수묘명 치본어농 무자가색
?載南畝 我藝黍稷 稅熟貢新 勸賞黜陟
숙재남묘 아예서직 세숙공신 권상출척
천자문의 네 번째 교육방법은 약어인데, 약어(천자문용어)란 나라명과 인명이나 지명을 一字로 표기하고 읽는 방법이다.
전 원장은 이렇게 역대나라와 인물 지명을 알고 문장 읽기로 천자문을 공부하게 된다면 한자는 짧은 시간에 배우게 되고 잊어버리지 않게 된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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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전 원장은 “천자문의 글자 수는 千字지만 8자 문장으로는 125문장 10단원 정도이다. 1단원이 약 100자로 구성되는 이야기로서 한 문장 100자 정도를 읽으면 10문장 千字도 읽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면서 “한 문장을 읽는데 걸리는 시간은 익숙해지면 1~2분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한 문장을 읽는데 시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한 시간, 하루가 걸린다면 10시간, 열흘정도 걸린다”며 “이 방법이라면 단기간에 한자실력 1급 이상 한자실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즘처럼 한자에 무지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단시간에 배울 수 있어 과거처럼 예닐곱 살에 천자문을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
성경 속 핵심 단어는 한자어. 한자성경으로 한자교육 가능해
전 원장이 천자문 학습방법과 더불어 역점을 둔 부분은 한자성경 학습방법이다. 그가 한자성경에 주목하게 된 것은 한자교육방법 연구시절 한자 혼용된 자료를 찾던 중 시중 서점을 통해 한자성경에 대해 알게 된 이후부터다. 우리가 처음 성경을 받아들였던 과거에는 한자로 만들어졌던 것이지만 현재는 한글로만 읽혀지고 있으며, 성경의 창세기 1~2장에는 천자문의 처음 11문장 88자와 내용과 한자 부수자 대부분이 창세기 1~3장에서 인용되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것으로 전 원장은 한자성경을 통해 한자교육이 가능함을 깨닫게 되었다고.
전 원장은 한자성경은 과거 한글을 모르던 사람이 찬송가 몇 장을 부르면서 한글을 읽게 되었던 원리처럼 간단하게 한자성경 한 장(종합교재 1권 참고)으로 한자성경 전체를 읽게 된다고 했다. 이는 한글을 한 장 정도 읽는 사람이면 한글을 읽는 것처럼 한자성경은 시편 119편 1편만 읽게 되면 시편을 읽고, 시편을 읽으면 한자성경 전부를 읽고 잊어버리지 않는 단계에 도달한다. 전 원장은 한 시간 정도의 교육이나 교재로 학습방법만 알게 되도 한자성경을 한글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자, 몇 개월이면 누구나 쉽게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
순수한 열정 하나로 외부지원 없이 혼자서 20여 년간 연구하고 강연해 온 전제웅 원장. 그는 정부나 투자자 등이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연구에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좀 더 빨리 마칠 수 있는 연구였는데 20여 년의 세월이 걸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전국을 돌며 조사와 연구, 공개강좌를 가지면서 다른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 않은 분야에서 일했다는 점은 스스로에게도 뿌듯한 일이며, 목적을 성취했다는 자부심도 느껴진다. 특히 어느 날 갑자기 천자문이 외워지고, 쓰게 되고, 그것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을 결과로 확인하였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공자가 말한 군자삼락(君子三樂) 중 하나로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큰 행복”이라면서, 자신은 20년이 걸렸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은 며칠이나 몇 개월에 한자를 익히게 되고, 자신의 방법으로 공부한 이들이 매달 천자문 읽기 시험에 응시하여 95%이상 합격률을 기록하는 모습을 볼 때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전 원장은 교재를 구입하여 혼자 공부하여도 무방하지만 공개강좌를 들어보거나 짧은 연수를 통해 학습 요령을 익힌다면 높은 학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한자교육방법이 수강자들을 통해 널리 알려져 많은 이들이 더 쉽고 빠르게 한자를 익혀 누구나 한자를 가르칠 수 있는 시대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전 윈장의 공개강좌와 연수교육은 매주 월,화요일과 주말에 충주에서 메월 첫주 월,화요일은 서울에서 들을 수 있다. 안내 010 2218 1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