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박애경, 김향미 두사람으로 결성된 '은방울 자매'는
1950 ~ 6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린 가요계의 대표적인 원조 여성그룹이죠.
1989년 멤버 중 김향미의 이민으로 새 멤버 오숙남을 영입했는데,
지난 2005년 은방울 자매의 언니인 박애경(본명 박세말)씨가 돌아가셨습니다.
흔히 연예계에는 스캔들도 많고, 이혼도 다반사이지만,
박애경씨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모범적인 생활을 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원조 큰방울은 이렇게 돌아가셨고, 원조 작은 방울은 이민을 갔기에,
이제 원조 ‘은방울자매’를 만나는 건 어렵게 됐습니다.
은방울 자매는 그 이름처럼 고운 목소리로 정갈하게 부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들의 노래에선 극적인 표현을 자제하고 있고,
또한 민요와 판소리를 부르는 국악인이 아님에도,
거의 모든 공연에서 두 사람이 같은 치마 저고리 한복을 입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였죠.
'삼천포 아가씨', '무정한 그 사람', '쌍고동 우는 항구' 등의 노래를 히트시켰지만,
불후의 대표곡이라고 하면 바로 이 곡이지요.
** 마포종점 (1968년,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은방울자매)
은방울 자매 CD 골든 1. 1번 트랙
음원 : 68년 7월 20일 지구레코드사 발매 초판 LP녹음(모노)
銀방울 姉妹 지구전속 기념판
01. 국악방송이 있는 서울 ‘마포’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길 260-16 DMS 빌딩, 국악방송의 주솝니다.
상암동은 서울 강북에서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디지털 미디어 시티가 자리잡았는데,
그런데 국악방송이 있는 이 마포는
1960년대만 해도 서울의 변두리였고, 그 때는 상암동이란 존재조차 없었습니다.
02. 전차의 마지막 시대에 나온 마포종점
1968년 공교롭게도 서울에서 전차가 사라지던 해에 나온 ‘마포종점’은,
당시 시골에서 서울의 공장으로 이주해온 서민들의 삶터였습니다.
밤 깊은 마포종점에는 강 건너 영등포가 등장을 하고,
저 멀리 당인리 발전소도 잠이 들었다고 하는데,
마포의 당인리 발전소도 이전을 하느냐 마느냐,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그리고 마포종점에 등장하는 ‘여의도 비행장’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고,
김포공항을 거쳐서, 인천국제공항이 생긴지 꽤 됐습니다.
대중가요는 이렇게 지나간 한 시대를 증언해주고 있고, 추억케 합니다.
[가사]
1.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 섰다
강 건너 영등포의 불빛만 아련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기다린들 무엇하리
첫사랑 떠나간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2.저 멀리 당인리의 발전소도 잠든 밤
하나 둘씩 불을 끄고 깊어 가는 마포 종점
여의도 비행장의 불빛만 쓸쓸한데
돌아오지 않는 사람 생각하면 무엇하나
궂은비 내리는 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03. 대중음악 작사가로서의 정두수
<마포종점>은 얼마 전 타계한 박춘석이 작곡하고, 정두수가 작사했습니다.
작사가 정두수의 본명은 정두채, 1960년 시인으로 정식 데뷔를 했는데,
형이기도 한 정공채 시인이 형제가 같은 직업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중음악 작사가로 전업을 했고, 1960-1980년대까지,
가요 중에서 시적인 노래말은 모두 그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덕분으로 그는 지금도 저작권의 큰 혜택을 받고 있고,
자신의 휴대전화 벨소리도, 딸이 주기적으로 그가 작사한 노래를 바꿔준다고 합니다.
1997년 12월 마포대교 옆 한강변의 작은 공원에
서울에서 두 번째로 <마포종점>의 대중가요 노래비가 세워졌지만,
지금은 공원 확장공사로, 이 노래비는 오래도록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 꿀밤 삼백석. (1968년, 정두수 작사, 박춘석 작곡, 은방울자매 노래)
은방울 자매 골든 CD 2. 2번 트랙.
# 04. 정두수 -박춘석 - 은방울자매의 또다른 히트곡, <꿀밤 삼백석>
정두수-박춘석 콤비와 은방울자매가 만들어낸 또 다른 숨은 명곡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공양미 삼백석’은 심청가를 통해 잘 아실텐데,
지금 이 노래는 ‘꿀밤 삼백석’이라는 노랩니다.
조금은 해학적이면서, 조금은 에로틱한 분위기도 느껴지는 노래죠.
1.
깊은 산중 꿀밤村에 길을 잃은 총각대감님
오죽이나 배가 고프길래 스리살짝 따서 먹었나
꿀밤이 아무리 맛이 좋다지만 꿀님맛도 알아나 주오
잡숫고픈 꿀밤일랑 三百石이라도 따드리지요 꿀밤 三百石
2.
인심좋은 꿀밤村에 쉬어가는 총각대감님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스리살짝 꿀밤 따서 먹었나
꿀밤이 아무리 맛이 좋다지만 꿀님 맛도 알아나 주오
잡숫고픈 꿀밤일랑 三百石이라도 따드리지요
꿀밤 三百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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