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 비추어 본 역사 이야기 2
신에게서 사람에게로-황조가
황조가
유리왕
펄펄 나는 꾀꼬리는(翩翩黃鳥)
암수 서로 정다운데(雌雄相依)
외로운 이 내 몸은(念我之獨)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誰其與歸)
-지은이와 유래
이 노래는 고구려 두 번째 왕인 유리왕이 지었습니다. 고려 때 김부식이 쓴〈삼국사기>에 보면 이 노래가 지어진 사연이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유리왕 3년인 기원전 17년 10월에 왕비 송씨가 죽었습니다. 그러자 유리왕은 부인을 두 명 맞이하였습니다. 한 부인은 골천에 사는 화희(禾姬)라는 사람이고, 한 부인은 한나라 출신인 치희(稚姬)였습니다.
그런데 두 여자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서로 질투하고 싸우곤 했습니다. 할 수 없이 유리왕은 양곡이라는 곳에 동궁과 서궁이라는 궁궐 두 개를 짓고 따로 떨어져 살게 하였습니다.
어느 날 유리왕이 기산이라는 곳으로 사냥을 나간 사아에 두 부인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골천 사람인 화희가 치희에게,
"천한 한나라 출신이 어디서 까부느냐?"
고 무시하며 말하자 치희는 화가 나서 궁궐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유리왕이 7 일 만에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치희가 자기나라로 돌아 가버린 뒤였습니다.
유리왕은 왕이니까 수레를 타야 했지만, 마음이 급하니 직접 말을 타고 치희를 뒤쫓아 갔습니다. 고구려로 돌아가자고 애원하였지만 치희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기운 없이 돌아오는 길에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데 나무 위에서 새 두 마리가 짝을 지어 놀고 있었습니다.
"내 신세가 저 새들보다 못하구나."
유리왕 입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 노래에 담긴 의미
유리왕은 고구려 두 번째 왕으로, 고구려 수도를 졸본에서 국내성으로 옮겼습니다.
우리 역사에서 나라를 세운 왕들은 하늘에서 내려왔거나 아버지가 신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조선을 세운 단군왕검도 아버지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었고, 신라를 세운 박혁거세나, 김알지나, 가야를 세운 김수로왕은 하늘에서 내려온 알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들은,
"나는 하늘에서 내려보낸 사람이니 하늘과 통한다. 내가 하늘에 물어보니 이렇게 하라고 한다."
면서 자기가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이 왕에게 시켜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니 왕이 곧 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을 '신화'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신화를 믿었고, 하늘을 받드는 것처럼 왕을 받들었습니다.
주몽도 해모수라는 신이 낳은 아들이고, 고구려를 세웠으니, 백성과 신하들이 높이 받들었습니다. 왕이 시키는 일에 반대하거나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나라를 세울 수 있었고, 잘 다스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리왕은 주몽 아들이지만, 고구려를 세울 때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동부여에서 어머니랑 살다가 고구려로 와서 태자가 되었고, 주몽에 이어서 고구려 두 번째 왕이 되었개 때문입니다. 고구려에서 유리왕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습니다. 백성들이나 신하들도 주몽처럼 높이 받들지 않았습니다. 힘이 약한 왕이었던 것입니다.
이 노래에 얽힌 이야기에 출신이 다른 두 부인인 치희와 화희가 싸우는 것도 골천 부족과 한나라 출신 부족이 서로 싸운다는 뜻입니다. 두 부족 사이가 좋았다면 두 부인도 싸우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유리왕은 힘이 약했기 때문에 싸우는 두 부족을 힘으로 억누르지도 못하고, 서로 화해시키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도 없었습니다.
치희부인이 자기 집으로 가버렸을 때도 힘이 강한 왕이라면 직접 데리러 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신하나 아랫사람을 보내서 오라고하면 될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데리러 가서 사정을 했는데도 따라오지 않았을 정도이니 얼마나 힘이 약한 왕인지 알 수 있습니다.
뒷받침 해주는 세력이 없는 왕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러니 졸본에서는 도저히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었고, 왕 자리도 위태로워졌습니다. 그때 국내성 사람들이 유리왕을 받들며 도읍을 옮기자고 하였습니다. 도읍이 옮겨오면 자기들이 권력을 쥘 수 있고, 국내성이 더 발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리왕도 자기를 받들어주는 사람들과 더불어 나라를 다스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졸본을 떠나, 국내성으로 도읍을 옮기게 된 것입니다. 졸본에서는 하늘이 시키는 일이라면 나라를 다스려야하는데, 유리왕은 사람이 낳은 아들이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국내성으로 옮겨 사람들 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그러므로 황조가는 하늘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신화시대가 끝나고 사람 뜻에 따라 나라를 다스리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담은 노래입니다.
첫댓글 서정오 선생님께서 우리 고전 시가를 어린이 용으로 풀어 쓴 책이 있습니다. 그걸 서너해 전에 6학년 아이들과 함께 읽었는데, 옛이야기처럼 술술 읽혔습니다. 그때 고전 시가와 역사를 접목시키는 수업을 하면 좋겠구나 생각을 했었어요. 우리 시와 역사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지요. 요즘 학문의 추세도 갈래를 넘나든다는 데, 그것이 소위 말하는 통합논술이 아닐 까 싶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덧붙여서 연수때 말씀하신 문학의 보편성은 주제의 보편성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어느 나라, 누가 읽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작품이 좋은 작품의 기본이란 말씀이시죠? 권정생 선생님의 몽실언니와 박상률 선생님의 밥이 끓는 시간의 순남이(?), 선생님의 큰애기(?), 이런 작품들도 역사와 함께 놓고 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보편성은 그 의미입니다 스웨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도 린드그렌이 쓴 남쪽의 초원 순난앵에 공감할 수 있는 것은 그 보편성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