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희성·이새봄 부부는 십수 년 전 요르단 암만에서 만나 결혼했다. 그곳에서 10여 년을 살다가 충청북도 보은으로 귀농해 대추 농사를 짓고 있다. 많지 않은 정착 자금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부부는 얼마전 결혼한 지 8년 만에 건강하고 잘생긴 아들을 낳으며 성공적인 귀농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요르단 건너 보은으로 오다
충북 보은 산외면을 찾아 국도를 따라 한참을 달린다. 큰 마을을 지나 논밭을 가로지르자 나희성·이새봄 부부가 돌보는 대추밭이 나왔다. 두 사람은 2015년 7월 충북 보은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본격적인 대추 농사는 지난해부터 시작했는데, 마을 부녀회장의 대추밭을 임차한 것이다.
원래 두 사람은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각자 생활하고 있었다. 나희성 씨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 단원이었고, 이새봄 씨는 암만의 여행사에서 근무 중이었다. 둘은 한 건물 2층과 3층에 살면서 친해졌고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됐다.
두 사람은 암만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지만 사정상 주말부부로 지내야 했다. 신혼부부가 타국에서 함께하지도 못하는 데다 직장 스트레스까지 더해지자 부부는 더 이상 버티기가 힘에 부쳤다. 무엇보다 자녀가 생기지 않는 것이 힘들었다고 한다. 결국 부부는 암만에서의 생활을 접고 한국에서 농사지으며 자식 농사도 짓자는 데 뜻을 모으고 귀국을 결심했다. 막연했지만 이런 결심이 가능했던 이유는 나희성 씨의 전공이 농산물 유통 분야였기 때문이다. "대학원에서 성공한 농업인이나 농장을 견학 다니면서 취업을 돕는 사업단 조교를 했어요. 저도 모르는 사이 농업에 관심이 있었나 봐요(웃음). 그때 막연하게 '농업이 좋구나, 충분히 성공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걸 느꼈거든요."
아내 이새봄 씨는 남편의 귀농 결심을 듣고 프러포즈 때 '언젠간 농사를 짓겠다'고 한 말이 지금이구나 싶었다고.
"요르단에 있을 때 남편 얼굴색이 나빴어요. 저러다 죽겠다싶을 정도였죠. 그렇다고 한국에 오는 게 걱정이 없진 않았지만, 막상 귀국해서 정착해 보니 이곳이나 암만이나 다를 게없어 적응은 쉬웠어요. 다만 배달 음식 없고, 지대가 높아서 물 사정 나쁘고(웃음). 그래도 말은 통하니 지낼 만하죠."

개척 정신으로 대추 농사에 뛰어들다
나희성 씨는 농업계 대학원을 다녔다고는 해도 실제 농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내 자본을 잃지 않는 방법’에 대해 아내와 많은 고민을 나눴다. 귀농에 대한 준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2개월여의 교육도 빠짐없이 받고 전국 곳곳으로 견학도 다녔다. 그러다 충북 보은에서 대추 농사를 짓는 귀농·귀촌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정착을 결심했다.
“과수는커녕 농사도 모르는 저였죠. 그러다 과수는 가지치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모양을 기른다는 선배의 말을들었어요. 문득 인생도 같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싶듯이 나무를 통해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어요. 그렇게 수형을 잡는 매력에 빠져 결심한 것이 대추 농사죠.”
부부는 귀농·귀촌 작물을 고를 때 두 가지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지역 대표 특산물은 있는지, 그리고 판로 개척 가능성이 있는지에 무게를 실었다. 충북 보은은 과거 유통 센터를 통해 대추를 수매했지만 부도가 나서 농민이 직거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부부는 이것을 어려움이 아닌 가능성이라고 생각했다.
“대추 농사 전에는 복분자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진천에 아는분이 땅도 빌려주고 작목반도 소개해 준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그쪽으로 갈까 하다가 아무도 모르는, 말도 통하지 않는암만에서도 10년 넘게 있었는데 말 통하는 우리 땅에서야 어디서든 못 할까 싶더라고요. 생면부지의 땅이라도 말은 통하니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추 농사로 결정했어요.”

초보 농사꾼이어도 괜찮아
나희성 씨는 보은군 농업기술센터의농업인대학을 다니며 대추에 대해 배웠다. 하지만 농사 초보인 나 씨가 땅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약을 치는 시기나 비료 뿌리는 시기를 놓치기 일쑤였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년째 꼬박꼬박 영농 일지를 쓰고 있다. 일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농사에 대한 이해는 깊어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 부부는 현재 4000㎡(1240여 평) 규모의 대추밭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다 자란 대추나무는 약 570주 정도다. 농장에가 보면 독특하게 나무마다 이름표가 하나씩 달려 있다. 주로 남편이 관리하는 터라 가끔씩 아내 이새봄 씨가 가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하려고 달아 놓은 것이다. 나무마다 이름이 있고 숫자를 붙여 마치 아파트처럼 이름과 호수만 알면 쉽게찾을 수 있도록 정비했다.
초기 정착 자금 위한 아이디어
부부는 초기 정착 자금 마련을 위해 ‘평생 고객’과 ‘연간 고객’제도를 만들었다. 평생 고객은 가입비 20만 원을 내면 들 수있다. 농장이 폐원할 때까지 매년 대추를 보내 준다. 연간 고객은 가입비 10만 원을 내면 생대추, 건대추, 대추즙, 대추칩 묶음을 1년에 한 번 받을 수 있다. 얼마 전에는 연예인이
연간 고객을 신청하기도 했다. 부부는 이렇게 마련한 가입비로 제조와 가공 쪽에도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파트너십을 맺은 회사와 함께 대추를 가공한 제품 관련 특허출원도 추진하고 있다. 이 준비가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지금까지 없었던 대추 가공 제품이 나오게 된다.
“단계적으로 대추 관련 상품을 확대할 생각이에요. 단순히 생산하고 가공하는 형태로는 한 평당 소득 단가가 낮으니까요.
그래서 대추를 이용한 가공 제품에 대한 궁리를 많이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특허출원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번 특허출원을 시작으로 제조업을 준비하고, 가까운 미래에는 6차 산업에도 참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법인을 만들어 대추즙과대추 과자도 생산하고, 법인 이름으로 수매도 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며 부부는 환하게 웃었다. 얼마 전 태어난 아들 ‘하울’이는 22년 만에 동네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준 복덩이다. 나 씨는 “이사한 지 3년 만에 새마을 지도자도 되는등 마을에서 기회를 많이 주고 도와준다”며 “앞으로도 많은젊은이가 귀농·귀촌해서 농촌이 계속해서 유지됐으면 하는바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중고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한편, 나희성·이새봄 부부는 중장기 계획으로 대추 관련 상품을 확대할 생각이에요. 단순히 생
산하고 가공하는 형태로는 한 평당 소득 단가가 낮으니까요.
그래서 대추를 이용한 가공 제품에 대한 궁리를 많이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특허출원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이번 특허출원을 시작으로 제조업을 준비하고, 가까운 미래에는 6차 산업에도 참여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법인을 만들어 대추즙과 추 과자도 생산하고, 법인 이름으로 수매도 하고 싶습니다."
미래를 이야기하며 부부는 환하게 웃었다. 얼마 전 태어난 아들 '하울'이는 22년 만에 동네에 아기 울음소리를 들려준 복덩이다. 나 씨는 “이사한 지 3년 만에 새마을 지도자도 되는등 마을에서 기회를 많이 주고 도와준다"며 “앞으로도 많은젊은이가 귀농·귀촌해서 농촌이 계속해서 유지됐으면 하는바람”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색깔있는 농업 11월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