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식의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
< 벨 칸토 - Bel Canto >
- 그 아름다운 노래에...
그 누가 말했던가요.
"음악은 나누기 위해 존재하며,
만남은 그 음악에 의해 이어진다."
여기 긴박하고도 처참한 인질의 현장 속에서 오롯이
꽃을 피웠던 '나눔과 만남의 음악' 서사가 있습니다.
미국 작가 앤 패챗이 2001년에 펴낸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폴 웨이츠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 벨칸토 - Bel Canto >.
영화는 드보르작의 오페라 < 루살카 - Rusalka > 속
물의 요정 루살카가 부르는 '달에게 바치는 노래
(Song to the moon)'의 청아한 아우러짐과 함께
그 막을 열어갑니다.
이 아리아는 일본의 기업가로 클래식 애호가인
카츠에 호소카와(와타나베 켄 분)가 해외 투자 건으로
남미 출장을 떠나기 전에 일본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감상하던 곡이었지요.
그가 듣는 CD는 미국 소프라노 록산느 코스
(줄리안 무어 분)의 음반 '벨 칸토(Bel Canto)' 로
화면에 비춰집니다만...
호소카와는 통역관이자 비서인 겐 와타나베
(카세 료 분)와 함께 남미의 최빈 국가로 향합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오페라 프리마 돈나인 록산느.
그녀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긴 협의 끝에 남미 독재정권 국가의 부통령
루벤 오코아(J.에디 마르티네즈 분) 초빙으로 그의
대저택에서 열리는 일본 실업가 호소카와의 생일
축하 파티에 공연을 하러 가지요.
리사이틀을 앞두고
록산느와 감격의 인사를 나누는 호소카와...
곧 록산느, 그녀의 미려한 '벨 칸토' 음색으로
드보르작의 노래가 불리워지는 순간,
벤자민 장군(테노흐 후에르타 분)이 이끄는 반군
게릴라 집단이 침입해 공연장을 무장 점거하며,
부통령의 저택은 그만 지옥의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병든 노약자와 아이들, 또한 여성들은 풀려나지만,
록산느의 가치를 알아 본 벤자민은 그녀를 못나가게
가로막지요.
심한 지병으로 풀려났던 록산느의 피아노 반주자는
그런 그녀를 구하려고 남은 인질들이 갇혀 있는 방
으로 뛰어 들다 반군의 섣부른 총격에 맞아 그만
사망하고 맙니다.
안타깝게도 음악의 동반자를 잃은 아픔으로
오열하는 록산느...
하지만 이들 무장 반군은 인질들을 볼모로 삼아,
투옥된 동료들의 전원 석방을 요구하며 독재 정권
당국과 장기간 대치(對峙)하게 되지요.
하여,
파티에 참여했다 인질극의 날벼락에 휘말린
성악가 록산느는 물론 ,
일본 부호 기업가 호소카와, 그리고 프랑스 대사
사이먼 티볼트(크리스토퍼 램버트 분) 부부,
러시아 무역대표 피요르도프(올렉 크루파 분) 등
유력 인사들은,
자못 인간적인 반군들과의 기묘한 동거 속에
힘겨운 희망의 끈을 이어가게 됩니다.
외부와의 접촉과 협상은 오로지 세계 적십자 단체에
소속된 니고시에이터 요하임 메스너(세바스찬 코흐 분)를 통해서만이 이루어지게 되지요.
긴장과 두려움 속에 한달 여의 막다른 교착(膠着)
상황이 속절없이 흘러만가는 가운데,
인질들과 무장 반군들은 어렵사리 그들 사이에
가로 놓여진 간극을 조금씩 조심스레 좁혀 나가고,
어렵사리 서로의 마음을 열며 따뜻한 인간애를
공유케 됩니다.
한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위기적 상황을
풀기 위해 교사 출신 무장 반군 리더 벤자민의
'협박 반, 간청 반 부탁'으로,
록산느는 저택의 옥상으로 올라가 푸치니 오페라
< 토스카 >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 vissi d'amore)' 를 부르지요.
방송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힘'으로 인종과 계급간
차별을 뛰어넘어 절대 권력의 독재자와 비참한
하류 민초 간의 화합과 평화를 불러 오겠다는 자못
감성어린 로맨틱 발상였습니다만,
정부 당국의 가차없는 보도 통제로 인민들의 자유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그들의 간절한 희망은 안타까이
묻혀버리고 맙니다.
그런 와중에도 따스한 품성의 성악가 록산느는
기업인 호소카와와 그의 통역 와타나베, 그리고
대사 사이먼의 도움을 받으며,
젊다 못해 너무 어린 나이로 세상 물정을 모르지만,
티없이 투명하고 순수한 영혼의 청소년 반군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향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래를
가르쳐 주지요.
록산느의 정결한 음성에 실려 오는 브라질 음악가
빌라로부스의 꿈결같은 '브라질 풍의 바흐, 그 아리아'
속에,
넘을 수 없게만 보였던 벽을 조용하고도 은밀하게
무너뜨려 가며 기약없는 애절한 사랑에 빠지는
록산느와 호소카와,
또한 '벨 칸토', 이른 바 '아름다운(belle) 노래(canto)'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는 풋풋한 반군 소녀
카르멘(마리아 메르세데스 코로이 분)과 와타나베...
함께 사랑을 나누며,
어울려 축구도 하고 격식있게 차린 저녁 만찬도
즐겨보지만,
아무런 타협점 없이 협상 시한을 넘어서게 되며,
진압군의 무자비한 살육은 전격 자행되고 맙니다.
마지막 불꽃처럼 처절하게 스러져버린 반군들,
그리고 이를 혼신의 힘을 다해 막아보려다 장렬히
산화(散華)한 호소카와...
그렇게 1년 후,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 절망적 고통과 애절한
슬픔을 그저 뒤로 한 채,
화면은 무연히도 록산느 코스가 주최하는
추모 콘서트 장으로 바뀌어가죠.
아직도 무대 뒤에서 그녀의 곁을 사랑이 듬뿍 담긴
눈빛으로 그윽하게 지켜 보고 있는 듯한
카츠에 호소카와.
그를 대신하여 록산느를 변함없이 지켜 줄
겐 와타나베가 든든하게 자리합니다만,
엔딩 크레딧의 시선은 사랑했던 호소카와가
그토록 애청했던,
루살카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르는
'록산느 ,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만을 고요히
담아내고 있을 뿐입니다.
" 높고 깊은 하늘에 떠 빛나는 달님
당신의 빛은 먼 곳까지를 볼 수 있고
깊고 넓은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간이 사는 모든 곳을 들여다볼 수 있군요
오, 달님이여, 잠시만 그대로 멈추어 주세요
아, 내 연인이 어디 있는지 내게 말해주세요!
그에게 전해 주세요.
제발, 은빛 달님(Silver moon)이여,
내가 그를 마음에 꼭 품고 있다는 걸
그이가 잠시 동안이라도
꿈같은 기억들을 떠올려야 한다는 걸
멀리 그가 있는 곳까지 비춰주세요
아, 누가 여기서 기다리는지 그에게 말해주세요!
그가 나를 꿈꾼다면,
옛 추억이 그를 깨울지도 모른답니다
오, 달님이여,
제발 사라지지 마오..."
1.영화 < 벨 칸토 - Bell Canto > 예고편
https://youtu.be/dBIQ0KFGn8M
극 중 성악가 록산느 코스 역의 줄리안 무어가
겹겹이 쌓인 감정의 굴곡을 놓치지 않으면서
매혹적인 빛깔로 품어내던 노래들...
이는 미국 소프라노 디바 '르네 플레밍'의 비단결
같은 음성으로 피쳐링(featuring)됐지요.
2. 드보르작 오페라 < 루살카 - Rusalka > 중
'루살카'의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
(Song to the moon)'
2-1.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Lucia Popp) 노래,
1980년 취리히 오페라하우스
https://youtu.be/4qxi-sYUT9s
루살카의 '달에게 바치는 노래'는 그 누가 뭐래도
크리스탈처럼 맑고, 청아하면서도 윤기있는 음색의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의 고혹적인 노래가 단연
으뜸입니다.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으로 최절정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자리매김했던 루치아 포프가 소화해 낸,
모차르트 오페라 < 마술피리 - Die Zauberflote>의
'밤의 여왕(Konigin der Nacht )' 역 또한 역대 최고
로 평가받고 있죠.
※ 소프라노 '루치아 포프'의
모차르트 오페라 < 마술피리 > 중 '밤의 여왕' 아리아
'지옥의 복수심이 내 마음에 끓어 오르고
(Der Ho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오토 클렘펠러 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1969년
https://youtu.be/pDUyA-fVie8
2-2.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의 노래
(Canción a la Luna)
https://youtu.be/EBM1VOA3zTk
2-3. 소프라노 쉬 레이(Lei Xu) 의 노래
상하이 심포니 오케스트라
https://youtu.be/sMXLlRzz0Cw
드보르작은 안데르센 동화에 극적 요소를 추가하여
3막의 비극적 슬라브 오페라 < 루살카 > 를 작곡
하였습니다.
1막 마지막에 물의 요정 '루살카'는 자신의 마음을
왕자가 제발 알아 주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며,
처연(凄然)한 아리아 '달에게 바치는 노래
(Mesicku Na Nebi Hlubokem : Song to the
moon )'를 애틋하게 부르지요.
3. 푸치니의 오페라 < 토스카 - Tosca > 중 2막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
vissi d'amore')
- 디바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노래
로열오페라
https://youtu.be/NLR3lSrqlww
- 소프라노 라이나 카바이반스카 노래,
브르노 바르톨레티 지휘 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https://youtu.be/9H45MMW7VxA
푸치니의 다섯번 째 오페라 < 토스카 > 2막,
파르네제 궁 윗층에 붙잡혀 있던 토스카는 연인
카바라도시를 반역죄로 총살형시키겠다며 협박하는
동시에 그녀의 몸을 요구하는 사악한 스카르피아
에게 경멸을 담은 어조로 묻지요.
' 콴토? , 콴토? '
'콴토 코스타(Quanto Costa)'는 이태리어로,
'얼마면 돼?(How much?)' 냐는 뜻입니다만,
음흉한 스카르피아는 알아들었으면서도 마실 것을
따르며 모르는 척 반문합니다.
'얼마?(Quanto?)'
'대가말이에요!...(Il Prezzo!..)'
스카르피아는 능청스럽고도 악랄하게 내밷지요.
'그렇군!
다들 내가 돈을 밝힌다고 하지.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에게는 나 자신을 돈에 팔지
않소.
만약 충성의 맹세를 배신해야 한다면...
나는 다른 거래를 원하오.
당신의 울음은 내 감각을 용암처럼 분출시키고
나에게 증오를 보내는 그대의 싸늘한 시선은
나의 열망을 더욱 사납게 만들었지...
당신이 마치 표범과 같이 연인을 휘감았을 때,
아! 그 순간,
난 당신을 갖겠다 맹세했소
내 것으로! '
토스카는 극도의 고통으로 탈진하여
바닥에 쓰러진 채 흐느끼며,
탄식어린 부르짖음 '노래에 살고,사랑에 살고
(Vissi d'arte, vissi d'amore)' 를 부릅니다.
" 난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았네.
생명있는 영혼들은 결코 해치지 않았고
남몰래 이 손으로 불쌍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
도움을 주었는데...
늘 순수한 신앙으로 성당의 성인들에게 나의 기도를
올렸고, 늘 순수한 신앙으로 재단에 꽃을 바쳤네.
그런데 고난의 순간에
왜, 왜, 하나님!, 제게 이렇게 갚아주시나요?
성모님의 망토에 보석을 바치고
별들과 하늘에 노래를 드려 더욱 아름답게 빛나게
했는데,
이런 고난의 순간에 왜, 왜, 하나님!,
제게 이렇게 갚아주시나요...?"
4. 에이토르 빌라로브스 '브라질 풍의 바흐' ,
제 5번 중 '아리아'(Cantilena)
- 한명의 소프라노와 8명의 첼리스트를 위한
Bachianas Brasileiras No.5 , Aria
2008년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발트뷔네 페스티벌'
- 소프라노 안나 마리아 마르티네즈 노래,
구스타프 두다멜 지휘 베를린 필 첼로 앙상블
https://youtu.be/maQ8t8mJkTM
소프라노와 8명의 첼리스트를 위한 '브라질풍의
바흐' 제 5번 중 '아리아'.
브라질 최고의 작곡가 에이토르 빌라 로보스 (1887~1959)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화창한 봄날처럼 밝게 흐르는 보칼리제(가사 없는
성악곡) 로 시작되다가 중간 부분에선 레치타티보
처럼 같은 음 위에서 시를 읊조리지요.
곡의 주제는 '그리움(사우다드:Saudade)'으로,
" 저녁 꿈꾸듯 ,
아름다운 하늘에 투명한 장미빛 구름이 천천히
흐르고 한껏 예쁘게 치장한 처녀처럼 달은 잔잔히
땅거미를 수놓네
물 위에 비친 달빛이 문득 웃으면서,
또 눈물짓는 '잔인한 그리움'을 안기네..."
- 李 忠 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