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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보고싶다
10ㆍ시인의 말
1부 너무 너무 소중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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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ㆍ오늘도
19ㆍ따슨 손 잡고
20ㆍ사랑한다, 싹트고 꽃 피우는 정으로
21ㆍ그대를 위한 연가
22ㆍ처음 만남 그대로
23ㆍ그대에게 가는 길
24ㆍ날이면 날마다
25ㆍ더 늦기 전에
26ㆍ그냥 이대로
27ㆍ위해 줄거야
28ㆍ아무 말 마시고
29ㆍ내 사랑하는 당신
30ㆍ그리움은 한마음으로 바라는 유혹
31ㆍ따뜻한 손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이 있어
32ㆍ밤새 너무 그리운 사람아 함께 가자
33ㆍ보고 싶다, 이 얄미운 사람아
34ㆍ그렇게 하세요
35ㆍ말없이 탈없이 기다려 주는 당신
36ㆍ당신이 아름다운 건
37ㆍ너무너무 소중한 당신
38ㆍ당신인줄 알았습니다
39ㆍ바닷가에서 그냥 만나자
40ㆍ내 사랑 순일한 그대 안심하시라
2부 스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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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ㆍ빛난 사랑
43ㆍ살아 있으므로 아름답다
44ㆍ어서 오시라
45ㆍ눈꽃 아리랑
46ㆍ삼사월 봄바다
47ㆍ비 오는 날, 다정 그립다
48ㆍ젖어서 더 아린 그리움
49ㆍ스미고 싶다
50ㆍ파도 一片
51ㆍ바닷가에서
52ㆍ밤비
53ㆍ기다립니다
54ㆍ春光
55ㆍ촉촉, 촉촉하게
56ㆍ누구에게나 말 못할 진한 사연 있다
57ㆍ잠 못 이루는 밤의 편지
58ㆍ그리움 위에 더 자란 보고픔의 바다는
59ㆍ가을 밤비 속 밀애
60ㆍ간 큰 여자
61ㆍ10월 마지막 날 밤에는
62ㆍ告白
63ㆍ安否
3부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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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ㆍ꽃
67ㆍ꽃, 신방
68ㆍ복수초福壽草
69ㆍ고추꽃
70ㆍ봄꽃은
71ㆍ그래, 봄 제비꽃 피다
72ㆍ산철쭉
73ㆍ잊지마세요
74ㆍ러브 체인
75ㆍ십자화 냉이
76ㆍ부레옥잠
77ㆍ오디 桑實
78ㆍ박꽃 사랑
79ㆍ박꽃 연가
80ㆍ박꽃, 삼복 지나 박 속에 앉다
81ㆍ네잎 클로버
82ㆍ입하, 소만, 오월 꽃 핀다
83ㆍ풀꽃 편지
84ㆍ相思花, 一片
85ㆍ海菊 一片
86ㆍ가끔 달맞이꽃이 보고 싶습니다
87ㆍ작은 구절초
88ㆍ코스모스 小記
89ㆍ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4부 향기 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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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ㆍ천도天桃
93ㆍ하나 둘 꽃잎은 떨어지고
94ㆍ바람氣
95ㆍ그리움은 민들레 뿌리로부터 스민다
96ㆍ새벽 3시
97ㆍ무릎 아래 엎드리다
98ㆍ절
99ㆍ불경기
100ㆍ그냥 色쓰다 가세나
101ㆍ촛불
102ㆍ촛불․2
103ㆍ팽이
104ㆍ初伏과 大暑 사이
105ㆍ香氣 밴 葉書
106ㆍ비목
107ㆍ녹두 빈대떡
108ㆍ장마 타령
109ㆍ귀뚜라미 보일러
110ㆍ歡절起
111ㆍ해무海霧
112ㆍ비싼 헛 배에는 배다운 배가 없다
5부 비가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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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ㆍ古情
115∙ 비탈밭 감자꽃
116∙ GamNaMu 2011
117∙ 봉황산에서
118∙ 汀羅津 六香山 海菊
119∙ 비가 오면 작은 항포구 ‘배나들’로 간다
120∙ 다시 추암, 그 바닷가에 서다
121∙ 故鄕바다
122∙ 東海바다 汀羅津 밤파도 따라
123∙ 삼척 영은사 꽃은 달고 곱다
124ㆍ近德 新興寺에 갔다 왔습니다
125ㆍ매향埋香
126ㆍ五十川 개나리꽃 피다
127ㆍ한글날, 봉황산 흰철쭉 만나다
128ㆍ아카시아 꽃 핀다
129ㆍ초 여름밤, 죽서정에서
130ㆍ영주 부석사 사과
131ㆍ頭陀山 구동연가
132ㆍ겨울 山寺
133ㆍ겨울 해가사터에서
134ㆍ섬 동백
135ㆍ太白山
136ㆍ太白山에 흰눈 내리면 기차를 타네
1부 너무 너무 소중한 당신
사랑한다, 싹트고 꽃 피우는 정으로
그리움에 온몸 떨며 꽃들은 핀다
밀려갔다 되돌아 오는 파도 또한 같다
세파에 시달려 힘들어진 그대여 울지는 말라
바다는 낮은 자세로 있어 외롭지 않느니
가슴 속에 살며시 사랑 살아나면 오시라
작은 꽃피움이면 어떠랴 포기하지는 마시라
온 마음 다해 정성으로 하루를 사는 하루살이
온몸 불살라 지극으로 사랑한다 만나서
싹트고 꽃피우는 정으로 하하 호호 웃으며 살자
마음 좋고 환한 그대여 얼른 달려 오시라
밤새워 시린 어깨 따땃하게 뎁혀 보자
그리움에 몸살 앓는 그대에게 주리니
아무 말도 마시고 맨발로 그냥 오시라
출렁이는 그대 사랑한다, 쉴새없이
그대를 위한 연가
그냥 그대로 아낌없이 다 내어준
자주 만나지 않았어도 눈빛으로만
가슴으로만 좋아하고 사모했기에
왠지 가까이 하면 할수록 설레었습니다
미움과 아쉬움이 함께 녹아 있는 사연
그 연분홍 화려함 뒤에 살며시 아로새겨진
말씀 없음의 돋을새김 땀 흘린 당신의
따슨 마음인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보여주기 싫은 빛깔과 소리 들려주지 않고
홀로 사모함의 때묻지 않은 천 년 기다림
그 마음 너무 좋으므로 태워도 타지 않는
행복 쌓을 그대 오직 함께 하기 위하여
처음 만남 그대로
그냥 좋았습니다
감꽃 활짝 핀 향기로 만났습니다
처음 만남 그대로 정말 끝까지
주저리 주저리 맺고 싶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하나 하나 채워 왔습니다
이제 모든 것 드리겠습니다
처음 만남 그대로 드리겠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
사랑하는 당신이 못견디게 그리우면
완행버스를 타네 흔들흔들 투덜투덜
온몸 좌우상하 느린 시간에 내맡긴 채
얕은 산 바쁘지 않은 작은 시냇가
손잡아 만만한 냇물 줄 맞지 않은
버드나무 휘늘어진 정든 옛 노래도
새로워라 깊은 속 입 닫음으로 편한
조약돌 세월 숨 죽여 새겨온 모든 것
다 내어준 그 비움도 눈여겨 다둑일 수 있어
온종일 흐뭇해라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사연
길 잃어 산 속 한줌 목 축여주는 샘물
그 고마운 베품처럼 당신만의 나눔
앉으나 서나 수시로 울컥 되새김 되는
몸짓 오직 하나 사랑하므로 아파지는 상흔
느려도 가슴 속속 확실히 켜지는 환한 불
되살려내는 무명탑으로 강물 거느린
그대에게 가는 길
날이면 날마다
그대와 나 행복한 만남 하나되기 위하여
불기둥 물기둥 서로 사이좋게 우뚝 세워보자
자작나무 온전한 나이테 하나하나 새겨가듯
동해바다 아침해 새롭게 밀어올리는 파도처럼
날이면 날마다 시린 어깨 다둑여주며 웃으며 살자
사랑하는 사람아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사람
바람으로 흐느낌으로 철철 넘쳐 흐르는 샘물같이
흐르는 강물 꽃피면 꽃으로 열매 많이 맺도록
우리 사이 매끄럽고 찰진 믿음의 언약 지키자
하루가 하루를 껴안고 미련없이 묻혀가듯이
안타깝고 속상한 日常 먼지 털어내듯 훌훌 벗자
이 세상 오직 하나 푸근하고 넉넉한 인연으로 만나
살아온 기쁨 날이면 날마다 행복하였노라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오지게 새겨진 당신의 화인火印
튼실한 은애의 가슴으로 꼭꼭 품안아 키우자
더 늦기 전에
보고 싶은 그대 그리워
눈 내리는 바닷가에 서면
파도는 온몸으로 그래 괜찮다
잘 왔다며 시린 어깨 다둑여 준다
파도 너울거리는 그쯤에서
소리 높여 부르면 오래 기다려준
하늘 새 바다 구름 눈 하나되어
안타까운 사연 전해줄 것만 같아
온종일 내려 쌓이는 흰 눈 맞으며
보고 싶은 그대 만날 수 있으려니
눈물로 쓴 연서 파도 위에 보냅니다
늦기 전에, 더 늦기 전에
그냥 이대로
아무 말없이 성큼 오시면 안되나요
꽃은 꽃으로 저마다의 흐느낌 다해
색으로 향으로 생긴꼴로 하소연 하네요
쉼없이 흐르는 물이 벨벨 꼬이지 않듯이
당신 함께 오가며 나눈 눈빛이 참 고아요
당신 사랑 끝까지 간직하고픈 철없는 바람
맥없이 손 놓아야 하나요 때묻지 않은
오직 그대에게 향한 올곧은 정성
울음 울게 하는 당신 정말 미워지네요
바다가 출렁이며 그래 잘 되었다
축복의 노래 쉴새없이 보내주듯이
금새 박하향 입 안 가득 퍼져 화안하듯이
품안은 만큼 가슴 아린 만큼 사랑해 주시면
그냥 이대로
위해 줄거야
은근하고 진지하게 있는 듯 없는 듯이
하루를 살다보면 속 상하고 답답해도
생소한 언행으로 섭섭하고 야속해도
울고 싶도록 자신이 미워질 때 그때
오가는 눈빛 한껏 누그려뜨려 살몃
언가슴 봄눈 녹듯이 부드럽고 따쓴 말
한마디로 고되고 팍팍한 수고로움이 실실
박하사탕 그 알싸한 풀어짐처럼
위해 줄거야 고이 품안아 줄거야
비록 가진 것 별로 없어 허허하고 못나도
남들처럼 철철 거나하게 잘해주진 못해도
처음 믿음처럼 그래 왔듯이 끝까지 하나로
위해 줄거야 빠져들거야 젖어들거야
우뚝 힘좋게 온종일 일어설 수 있도록
아무 말 마시고
가슴 속으로는 잊어야 한다면서도 금새 먹먹히
되살아나는 당신 모른 척 눈감을 수도 없답니다
비가 억수로 오고 눈이 한 사나흘 내려 쌓여도
험한 바람 심술부려도 오직 한마음
사모하는 마음만은 변할 수 없답니다
어둔 밤 지나면 환하게 웃는 해 떠오르듯이
가닥가닥 스민 달달 달뜬 몸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요
새새틈틈 돋우고 새긴 익숙한 몸짓
오직 당신만을 위한 확실한 정
밤새도록 나누며 함께 해 주셔야 합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바닷가 작은 항포구
그립고 고마운 님, 아무런 준비도 필요없답니다
아무 말 마시고 그냥 오세요
내 사랑하는 당신
품에 안겨 잠들란다 마음 놓고 울란다
엄마젖 냄새 맡으며 잠들었던 그때처럼
세상 꽃불이란 꽃불 모두 마시고 취해
언제나 언제까지나 함께라면 가시밭길
사막도 좋으리 불 질러 활활 태우면서
능소화 애붉은 염정으로 그대 가슴에 그 뜨건
가슴에 폭 안겨 천년을 걸어도 좋으리
나 당신 품에 사랑 불 쩔쩔 되피워
온 몸에 배어 익은 당신 냄새 취해 잠들란다
내 사랑 당신 품에 안겨 마음 놓고 울란다
그리움은 한마음으로 바라는 유혹
당신의 푸근한 미소가 나의 얼었던 마음
녹입니다. 입가에 의미 실은 웃음
얹히게 합니다. 푸르고 젊은 바람 가슴 깊이
일으켜 세웁니다. 한데 버무려
아늑하고 정겨운 보금자리 만들어 당신을 모십니다
품 고이 안아봅니다. 쉬이 다가서기엔 힘든 나섬이지만
열심히 믿고 맡기는 순수 받아주심을
힘찬 일획으로 새롭게 새깁니다.
하늘의 별 땅의 꽃
한마음으로 통하는 사랑 이제 새롭게 배웁니다
머리에서부터 발끝으로 시작한 설레임
다시 웃음으로 살립니다
당신의 입가에 슬몃 피워올리는 유혹
꼿꼿하게 받습니다
따뜻한 손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이 있어
하늘은 높고 푸르며 쉼없이 흐르는 강물은 힘차
즐거운 노래로 고단한줄 모르고 한없이 품안아 주는
바다로 그 바다로 흐르는가 보다
꽃들은 피어나고
우리 사이
밤새 얼리고 뒤채인 몸살 허허롭게 풀어보자
세상은 환하게 밝아오나니 구름낀 창문 활짝 열어
말끔하게 닦아내자 저마다 타고난 열정으로
나무들은 숲에서 행복한 속삭임으로 살림 살 듯
따슨 손 잡고가면 무엇이 두려우랴 큰맘 상하랴
보고픈 사람아 없어서는 안 될 고마운 사람 만나
따사롭고 향기로운 사랑 함께 엮어 나가자
아름다운 날들을 위하여 맛깔스런 찌개 끓여보자
따뜻한 손으로 반갑게 맞아주는 그리운 사람아
밤새 너무 그리운 사람아 함께 가자
늦가을 햇살 무지무지 푸르구나
색색이 푸르고 싱싱하구나
너무너무 좋아라, 진분홍 속살
언제나 함께 할 수 있어 그리움과 기다림의 행간
행간 느낌 곱게 새겨 바람으로 구름으로 고른 강으로
알맞게 젖을 수 있는 얼쩍지근한 비로 몸 떨렸듯이
통알통알 피었구나 곱실하고 연연한 사람아 성성
노래하자
나무들은 나무들끼리 송알송알 젖어가듯이
너르구나, 흐뭇하구나, 그리우면 그냥 그립다 말해
보고 싶으면 무척이나 보고 싶다고 웃으면서 말해버려
그래 짤짤 정으로 뎁힌 푸근한 손잡고 가자
염아하고 정일한 그대, 밤새 너무 그리운 사람아
달리는 세월 無心으로 한결같이 반기는 저 바다로
함께 가자
보고 싶다, 이 얄미운 사람아
웃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꿈결처럼
서로 서로 조금만 마음 열고 다가서면
품 가득 기쁨이 되었을 화끈한 몸짓
촘촘 파고드는 그대만큼 보고 싶은 心思,
속 화하도록 말끔하게 갠다, 오늘도
사랑하는 사람아, 왜 그리 그리운가
말 못할 사연 많아 산 깊은 곳 발에 익은
옛 절, 한 그루 느티나무 천년 그 길고
아득한 세월 즐겁고 희망스런 바람으로
쩔쩔 참숯 타듯 모두 있는 그대로 열자
山野에, 江 바다에 여름 깊이 익는데
잠결에서라도 푸르고 환한 속삭임 내내
흔연히 듣고 싶다 염아한 당신 헤어질 수 없는
인연 이어 이제 아픈 사랑 고백한다
내 안에 늘 살아 있는 사람아 보고 싶다.
그렇게 하세요
쩔쩔 속으로 쩔은 맘 이젠 내려놓으세요
몸과 맘 확연하게 주고받으며 달려 왔어요
처음 만나 가슴 두근거리며 조심스럽게 손잡는
헌신 이제야 왜 부끄러운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
그렇게 하세요 자유스럽게 마음 시키는 대로
온 몸 다해 모두 품은 듯 콧노래 부르며
그대 향해 못난 화살 날렸으니 미움없이
타오르게 내버려 두세요 아무런 말도 없이 왔다가
그냥 되돌아가는 파도 그 속 넓은 정이야
왜 그리 좋은지 날이면 날마다 가까이
좀더 가까이 하고 싶은 어리광 어찌 하나요
태우고 태운 올곧은 사랑 철없다 하지 마시고
신나게 품안아 주세요
함께 할 수 있어 참 소중한 당신 좋아요
말없이 탈없이 기다려 주는 당신
언제나 어느 때나 끝없이 그윽한 마음으로 모두 품안는
푸르고 젊은 동해바다 그 베품같은 당신 만나 선 자리
천년 그 천년 오직 올곧은 정성
은근과 끈기로 한결같은 당신
밤이면 밤으로 낮에는 낮대로
두 몸 하나로 알뜰살뜰 비운 곳 채곡채곡 채워가며
부족할새라 안스러운 아양 응석 간지럼 나누면서
지나온 세월 새롭다
당신 없어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맘들지 않아
철없는 못난 사람으로 그냥 두지 않고 다둑이며
용기 일으켜 세워 온전으로 힘 한껏 실어주는
저리고 아린 내 사랑 큰 당신
또 다시 태어나 새로운 언약의
인연으로 둥글고 탐스런 보라 환한 꽃 맘껏 피우자
당신이 아름다운 건!
봄여름갈겨울 한결같이 비가오나 눈이오나
한마음으로 따뜻하게 품안아주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건!
파도가 바위를 감싸안고 허허 웃으며 속 비우듯이
내일의 맑고 밝은 꿈 꾸면서 푸른 사랑
차분차분 가꾸어가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아름다운 건,
멀리 있어도 더덕향 맡을 수 있듯이
잠시 떨어져 있어도 외롭지 않게
불 환하게 그리움으로 온몸 활짝 열리는 것은
잊을 수 없는 당신의 향기 때문입니다
정녕 당신이 아름다운 건!
너무너무 소중한 당신
생각만 하여도 이름만 들어도
가슴깊이 찡하게 흔들려오는
마음 밝고 넉넉한 그대 하좋은 사람아
보고픈 여인아 밤새워 새워 붉게 타오른 그리움
살살 다둑여 하루와 하루의 사이 그 사이에서
외로움과 서글픔의 뒤안길에서 내내 젖은 몸
서로 잠시 떨어져 있다고 울지는 말자
가진 것 없는 빈 마음이라고 행여 뒤돌아서지는 말자
언제나 식지 않는 큰 정 주고 살자 너무너무 소중한 당신
한 송이 잊혀지지 않는 튼실한 꽃으로 연 잇자
이름만 들어도 생각만 하여도 마냥 좋은 사람
눈동자 고운 나의 사랑아, 손잡고 함께 가자
당신인줄 알았습니다
온 몸 흠뻑 젖도록 그렇게 함께 하면서도
그래 못 미더워 애애한 몸짓 마냥 보채고
칭얼거리는, 죽죽 뻗어 하늘 닿는 군청죽
손뼉치는 소리도, 흐뭇한 웃음 너무 많은,
당신일줄 알았습니다, 하마하마 당신인줄
흥흥흥 조잘대며 신나게 흐르는 낭랑한
시냇물도, 종종종 콧노래 부르며 시린 어깨
무게 실은 날개죽지 서로 껴안아 주며 하늘
낮게 낮게 나는 새들, 저 배움의 새들도
삭삭 당신인줄 알았습니다.
철철철 그리워서 그리워 하루 내내 살아
숨쉬는 지워지지 않는 서러운 멍울 다시
확 도지도록 깨지고 부서지며 가슴 가슴으로
한번 맺은 인연 확실하게 품고사는 저 파도도
그리도 보고싶은 당신, 당신인줄 알았습니다.
하믄요, 세상에 환한 달덩이인 당신, 아
둘도 없는 내사랑 당신인줄 알았습니다.
바닷가에서 그냥 만나자
마냥 그리워한다고 그 그리움이 그냥 오지 않고
외롭다고 해서 그 외로움이 온전하지 않듯이
파도는 그냥 좋아서 오늘도 저리 보챈다
사랑하는 사람 하도 보고픈 당신
그래 바람은 온종일 함께 숨바꼭질 해주지
보고싶어도 보지 못하고 자고싶어도
자지 못하는 우리 사이 무엇이 문제랴
마음 가는 대로 발길 시키는 대로 아무 말없이
가슴에 품안 듯이 자연 그렇게 합하자
마냥 기다린다고 그 기다림이 빛나지 않고
무작정 참는다고 그 참음이 참음이 아니듯
열난 파도 오늘도 한마음으로 아픔 녹여 속삭인다
야속한 사람 내사랑 그대, 붉은 해당화
보고싶어 자주 가던 바닷가에서 그냥 만나자
내 사랑 순일한 그대 안심하시라
밤새도록 품 가득가득 안아
후회 않을 여인아, 나의 사람아
온몸으로 하늘 문 열어 열심히 오직 한마음으로
그대 한 줌 재로 사그러질 수 있도록 끌어 모은 힘으로
처음 떨리는 심정 다둑거려 땅 속 깊이깊이
갈아엎는 쟁기 그 날선 애끓음으로 남긴 흔적
이제는 부는 바람 빛바랜 잎새 산 넘어 生氣
갖고싶은 모든 것 오직 그대 위하여 하루를 사루나니
사랑은 꺼지지 않아 알뜰살뜰 보듬고 다둑이며
촘촘 엮은 그대와 나만의 은밀한 숙제
발맘발맘 밤 말아 달려 가리니 아름다운 나의 여인아
함께 태어나서 죽어도 후회 않을
세상 오직 하나 내 사랑 순일한 그대
안심하시라
2부 스미고 싶다
어서 오시라
싱긋 웃음 입가에 물게 하는 당신
자밤자밤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
세상에 둘도 없는 당신
온갖 옛이야기 녹아 스며 있는 두타산에
하얀 눈 내리고 오십천 강물 어울려
동해바다로 새로운 새벽 사연을 띄울 때
밤새워 못다푼 정라진 항구 살아 숨쉬는
아리아리 쓰고도 매운 메나리 한 대접
넉넉히 들을 수 있으려니
고단한 걸음 편히 쉴 수 있도록 자리봅니다
여름 내내 단물 꽉 채운 연시도 준비하여
싱긋 사람 좋은 웃음 입가에 배어 문
당신 어서 오시라 까치가 저리도 웁니다
눈꽃 아리랑
얼마나 더 오래 애태워야 하는 꽃입니까
얼마나 더 사모해야 허락하는 사랑입니까
밤 새워새워 그리워하다가 안절부절
행여 날이 밝으면 떠나실까 하여
콩닥콩닥 가슴 졸이며 아리아리 피운 사랑입니다
고마워서 행복합니다 흐뭇합니다 눈물 흐릅니다
한해 내내 기다리며 가슴으로 자아낸 기쁨입니다
얼마나 더 사모해야 간직하는 사랑입니까
얼마나 더 오래 애태워야 지지않는 꽃입니까
삼사월 봄바다
갈매기들도 그리움에 허기져 몸살 앓는
봄이 오는 길목 파도 잔잔 부서지며
옹알옹알 몸살 앓는 작은 항포구 ‘배나들’
옹기종기 어깨 감싸며 맑게 밝게
사는 사람 좋은 동네 좋아 허위허위
숨바쳐 바삐 살아가다 오면 오면야
가슴 따뜻한 그대 있어 술 한 잔 또 한 잔
나누다 보면 잘난 인생도 못난 사람도
그냥 바닥인 것을 바다를 보며 배운다
그대 서럽도록 지친 보고픔도 맘껏
눈가로 눈물 흘리며 엉엉 신나게 운다
왜 아니랴 삼사월 꽃샘 추위 파고들어도
언제나 어머니 품 넉넉한 웃음으로 지친 등
따사롭게 다둑여주는 그대 만나 행복하다
춤추는 봄바다 파도 자글자글 한결 다정타
비 오는 날, 다정 그립다
술을 마신다, 비는 절절 내리고, 두근거리며
가슴으로 제법 활기찬 물소리 곁에 두며
다정으로 환한 술 마신다, 내리는 비, 비를 가리고
부끄럼 반 설레임 반 섞어 행여 찰방거리는
마음 지칠까 오가는 술잔 잔잔하고 무척 진하다
나눔과 베풂 가까이 하는 것, 뭐 별건가
정 머금은 눈빛 사랑으로 한 끈으로 묶으면
별 색다른 안주 없이도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
술 한두 잔에 금새 푸근한 두 몸 하나되지
비 내리고 밤은 깊어 위로 차오르는 행복지수
가만가만 다둑여 세상 눈 한자 아래 낮추어
품을 줄 알며 가로등 불빛 환해지는 선술집
그래 작은 사랑 이제는 크게 맘 놓고 키우자
술 마시자, 때 따라 착착 타는 가슴 오지게
한번 안아주면 누가 뭐라나, 흐르는 물 따라
확실하게 속속 파고드는 참사랑 확 터놓자
젖어서 더 아린 그리움
칠월칠석, 서럽도록 안타까운 비는 내리고
아침 햇살그림자 가득히 밀려오는 그리움
내리는 빗속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온몸으로 하늘 껴안고 있네요, 당신은
진하고 확실한 기억 속에 서로가 서로를
아우르며 나눈 가슴 따뜻한 사랑
철 지난 풀빵처럼 부풀은 풋 연기 넌지시
피워 올리며 깊고 아늑한 다리와 다리 사이
건너갈 수 없는 한다발 묵언의 연서
가득 채워 뜬 눈으로 녹여 오롯이 새기네요
아무도 모르게 열고 닫는 영혼의 비밀
칠흑 같은 절망에 젖는 밤 포근하고 따슨
은하수 건너 건너서 오늘도 푹 젖어서 더 아린
그리움,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큰 정으로 품네요.
스미고 싶다
올해도 봉황산 철쭉 화악 피었습니다
죽어도 잊지못할 절절 사모한 여인네의 입술 위로
확실히 붙은 까만 추억 점, 꽃잎에 새겼습니다
나른나른 오는 잠 속에 두 팔 가득 안겨서는
봉황산 산신령 신통방통 방망이 이야기에도
선연한 고 몸짓 아롱아롱 미소 담뿍 얹어
골짜기 철철철 불 환하게 켜 올라타는 욕망
두타산으로 해 질 때까지 온통 족족 스미고
오십천 물길 따라 실직정으로 함께 하여
다 갖고 싶다고 까맣게 아주 새까맣게
타들고 싶다며 부끄러운 모양새로 소슬소슬
소망의 꽃도 피웠습니다 꿈에도 그리는 그녀의 몸
은밀한 곳에 점점으로 참깨들깨 오지게 새겼습니다
소쩍새 홀딱벗고 척척 삼삼 해 질 때까지
파도 一片
모두 그냥
주는 것은
난데
너는 왜
볼멘 소리도
없느냐?
보기 싫으면
오지도 말지
…… 파도
벗으면 다
바닷가에서
창밖으로 한걸음
막 다가서는 바다
상처 싸맨 얼굴로 파도 밀어
왜 그냥 말도없이 쉬이
돌아서야 하는지 목 놓아 울어도
울어보아도 몰라몰라 안타까운 心思
안으로 안으로만 다둑이고 저민
말 못할 깊은 상처 이제는
속시원히 세상 밖으로
확실히 내어놓습니다
어질어질 어질멀미로
바다는 오늘도 파도 밀어
바닷가에서 한 세상 굴러갑니다
밤비
오는 날은 걸친 옷 모두 벗어 버린다
훌훌, 훌~ 훌, 살아 꿈틀대는 것들
그냥 그렇게 미련없이 내던진다
온전히 가진 듯 온몸 부드러워진다
어두운 밤 울음 울어울어 새하얗게 샌다
하늘 바다 그대 나 보란 듯이 하나 된다
그립고 보고픈 큰 사랑 파도따라 몸살 않는다
죽죽 줄기차게 내리는 밤비 함께 하면
맨발 끝으로 속속 타고 올라 뜨거워진다
비 오는 날은 무작정 바닷가로 내달린다
벗어내린 온몸으로 부드러운 손길 탐한다
울렁울렁 발갛게 달아오른 바다도 하나 된다
기다립니다
비 내리는 날 온몸 무작정 적시며
하늘 닿는 그리움으로 당신을 기다립니다
행여 당신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동해바다
보란 듯이 길 나섰습니다
파도 만났습니다
하늘도 바다도 하나로 몸살 앓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그립고 보고파 한 걸음 찾아간 곳
비는 연이어 내리고 꿈으로 범벅된 온몸에
따습고 숫진 손 그리워졌습니다
언제나 포근하고 편안한 당신
애써 잊으려고 해보아도
더욱 더 세차게 아리게 파고드는 이 보고픔
헤픈 정 주지도 받지도 않는 파도 함께 합니다
오시는 길 행여 잃으실까 불 환히 써붙입니다
사랑하는 그대 그렇게 설레며 기다립니다
春光
― 그대를 기다리며
왕벚꽃 능청거리는 봉황산
점점점 무르녹는 봄빛 따라
달큰한 젖 기다리는 어린아이
보챔으로 그때 그 자리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사람 있습니다
우질부질 두서없는 꽃샘바람 불면
바람따라 정 업고 얼른 왔다가
부끄러워 쉬 가실 님이기에
꼭두새벽부터 밤늦도록 그래
마른 가슴으로 발맘발맘
동동동 너무 너무 그리운 사람
그대 목놓아 기다립니다 두메에서
숨가삐 먼 길 에돌아 쉬엄쉬엄
흐르는 오십천 그 맑고 푸른 물결
희망으로 꽃피운 산자락 아래
정라진 포구 밝히는 따사로운 불빛
보고픔으로 몸살난 꽃잎들 좋아라
굽이굽이마다 구구절절 끓는 사연
는실난실 큰 웃음으로 만나면 하하
금새 환하게 달아오를 사랑하는 그대
기다리며 하루를 보내는 사람 있습니다
촉촉, 촉촉하게
입술과 입술이 만나 서로
조금은 아쉽지만 촉촉
촉촉하게 젖어드는 것도
좋으리, 꽃봉오리 활짝 열릴 때
끈끈 사랑하는 사이 마음
너무 좋아하는 사람 사이
매끄럽지 못해 애면글면 애탈 때
무지 속상할 때, 그때도 좋으리
토실토실, 촉촉하게, 온溫
음과 양, 당신과 나, 절정을 달려
부드러운 관계 그 애씀을 위해서
그래그래 젖어들어도 좋으리
自然과 사람, 강과 산에 미쁜 정으로
나무와 대지, 하늘과 바다
조금은 섭섭 떨어져 있다하더라도 촉촉,
촉촉하게 서로 부닐면1) 더 더욱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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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닐다 ①붙임성 있게 굴며 잘 따르다.
②일을 도우며 고분고분하게 굴다.
누구에게나 말 못할 진한 사연 있다
가슴 깊은 곳 아주 낮은 곳에 고이 간직하며
소리없이 졸졸 졸이며 하루를 온전히 살기 바라지만
어둔 밤 지나 찬란한 아침 해 떠오르듯이
잔잔한 바다 밀려오는 온통 고기떼로 흔들리듯이
그렁저렁 고여 흐르는 잊지못할 찡한 나눔
온몸으로 파고드는 당신의 보드라운 찰진 살결
이 밤이 다하기 전에 절절 품 깊이 파고들자
칼날처럼 언 땅 봄이면 젓갈 곰삭듯이 그래그래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는 바닷바람 연비하자
누구에게나 말 못할 사연, 그 진한 슬픔 품어가듯이
잠 못 이루는 밤의 편지
별들이 소금꽃으로 숨어들기 위해 내리는 밤입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내내 몸살 앓던 파도도
까만 심술보 탁 터트렸는지 소리 없습니다
뜨거운 심장 그대 보고 싶어 이 밤 바닷가에 섰습니다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 세상 끝까지 함께 하자던 당신
한시라도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느끼지 않으면
온몸으로 말 못할 몸살 어쩔 수 없이 겪으며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그 끝으로 갑니다
갈피마다 천년 가도 썩지 않는 그리운 소식 주십시오
몸에 밴 익숙한 당신 품안으며 초록꿈 폅니다
알뜰살뜰 고맙고 정겨운 소식 듣고 싶습니다
그리움 위에 더 자란 보고픔의 바다는
이글이글 꺼지지 않은 불 환히 밝혀
바다는 보고픔으로 푸욱 푹 젖어
잠들지 못하고 오늘도 잠시 쉬지 않고
푸르고 생생한 바람꽃만 피웁니다
바다는 작은 눈물로도 서럽게 울며
짙은 해무에 온몸 착착 가라앉혀
깊고 맑은 그리움으로 끌안고 보채며
젊은 파도 파도꽃만 피웁니다
씻어내면 씻길수록 잘라내면 낼수록
확실히 파고드는 색색의 상흔 저며
아리게 풀어진 길이만큼 담근 깊이만큼
흠뻑 빠져들어 더 새롭게 돋아납니다
바다는 그래 짠사랑 오지게 먹고 자라며
해가 지고 달이 뜨도 잠들지 못하고 척척
그리움 위에 더 자란 파아란 보고픔으로
바람꽃 파도꽃도 보란 듯이 만큼 키웁니다
가을 밤비 속 밀애
늦은 가을 벌레들 발정 온기 쌓일 때
비가 산 따라 깊게 스며 내릴 때
束草지나 고성 아야진 쯤서 환한 애인 만나보자
만나 가위바위보도 하면서 살내음 너울대는
욕망으로 쉼없이 보리술잔 눕고 일으켜 그대 이름 또
목놓아 불렀노라고 발림발림 고백하면서
단풍은 설악산으로부터 점점 불붙여 밑으로 더듬어
못다 준 정 애가탄 숱한 날 불면으로 몸살 도지는데
애애한 몸놀림으로 그리운 사람아 함께하자
늦은 가을 色色氣 아아 할 때
비가 슬픈 곡 따라 처연하게 내릴 때
고성 아야진 쯤서 그녀 만나 둘만의 문 두드리자
간 큰 여자
언제 보아도 만나도 손 잡아도
살살 웃으며 알뜰살뜰 주머니 챙기는
미워도 밉지 않는 쫄깃쫄깃한 여자
숲바람으로 왔다가 온파도로 되 가는
꽃피면 아린 몸으로 떼불 무지 붙는
향유 깨나 세상에 골고루 뿌려대는 여자
하나 모르는 사랑도 슬슬 알배게 하는
이미 알고 있는 미움도 털털 잊게 하는
무지무지 심심하고 꿀꺽 군침 돌게 하는
워낙 빼어나고 삽삽한 깨어있는 여자
그래그래 언제나 간 큰 용서로 오늘도
지는 해 떨어지는 낙엽 흐르는 물로
밤새워 파들파들 흐느끼는 천생 인연 여자
10월 마지막 날 밤에는
선연하고 염아한 참좋은 당신과 함께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향과 맛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열심히 가꾼 텃밭
깨어있는 올곧은 그리움 하나 하나
하늘의 가락으로 맑고 시원한 바람으로
맞아들일 일이다
순수함으로 정일함으로 참으로
어디에 있어도 잊혀질 수 없는 사람
사람아, 내내 활활 달군 가슴으로 온 밤
뜨겁게 뜨겁게 함께 한 나이테 쪽쪽
선명하게 새겨지지 않았겠느냐
미안의 모든 불 확실히 끄고 잠들자꾸나
10월의 마지막 날 밤에는
염아하고 선연한 나의 사랑 당신과 함께
告白
그때는 한참 몰랐습니다.
함께 했어도 철없던 시절
자나깨나 언제나 곁에
성스러워 그러려니 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먹은 나이 차서야
그것이 ‘사랑’이라는 몹쓸병인지
가슴 저 깊은 곳으로부터 점점 달아오르는
정염의 불씨 죽이지 않고 키워온 걸 알았습니다.
心中의 올곧은 고백 지금 합니다.
철없이 보채던 무지한 세월, 목숨처럼 사랑합니다
아 나의 사람 사랑하는 당신 오늘도 기다리겠습니다
安否
오늘 雨水, 아침부터 우수우수 비가 옵니다.
늘 ‘변함없다’시며 肉筆로 촘촘 쓰신,
온몸에 잘 익은 당신의 연서 잘 받았습니다.
언제나 내겐 부드럽고 가슴 가득 차오르는 넉넉한
분이기에, 밤이면 밤으로, 하루를 참고 기다리며
아름답고도 향기로운 정 내려놓을 수 없습니다.
어제는 대관령 福壽草 소식에 눈떠 꿈꾸듯
東海바다 汀羅津 浦口로 늘쩡늘쩡 나섰습니다.
주섬주섬 내리는 비 함께 파도는 내 마음같이
절절 짙푸른 그리움에 보채며 종종 매달렸습니다.
죽서루 오죽의 竹心으로, 섬진강 포구 살갑은
청매실마을 매화꽃 소식 기다리며 내내
씩씩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행복하소서.
3부 잊지 마세요
복수초福壽草
망설였어요, 두근거렸거든요
얼마나 가슴 아픈지 아시지요
해 뜨면 해 뜨는 대로
달 지면 달 지는 대로
가슴 꽝꽝 얼구며 기다렸어요
산정山頂 찬바람 온몸 휘감아
조이고 또 조여 정신 탁 놓을 때
그대는 어디에서 무엇하고 계셨나요
하루가 가면 잊을 수 있을까
만날 수 있을까 그래 그렇게
온종일 마음 졸이며 하늘 바라며
푸른 꿈 버리지 않았어요, 아시지요
우리 처음 만나 모든 것 나눌 때
그대 안심하라 행복하다 속삭인 말
이제 되살아나요
화악 불 붙어라 사랑아
고추꽃
다섯잎 하얀꽃
서럽다 매운꽃
온산하 눈물꽃
밉도록 좋은꽃
햇살에 붉은꽃
언제나 섰다꽃
한, 쥐고 하하하
똑, 따며 호호호
다홍청 힘센꽃
하얀
고
추
꽃.
그래도
봄꽃은
니글니글 봄기운 달아 달아 연이어
참지 못해 그냥 얼굴 내밉니다
조금씩 잠깐만 보아달라고
수줍어 하나 둘 툭툭 털어냅니다
아웅다웅 밀고 당기는 세상 인정
근심걱정 그런저런 모든 일상 녹여
말없이 싹싹 피어나는 꽃은
받는 것 없이 그냥 줍니다
그래, 봄 제비꽃 피다
당신, 한 발 먼저 맞고픈 내마음처럼
오십천 둑방, 길 따라 물 따라 봄 제비꽃
꽃 활짝 피었습니다, 한 겨우내 애씀 속으로
절절 그리움 푹 젖어 흐르는 것이 어찌 연맺은
저 강물 뿐이리, 저 말 없는 낮은 산들은, 그래
밤새도록 잠 못이루어 뒤척이는 살은 파도는,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을 만나 손 잡고서
속으로 반가운 인사 환한 불 켜고 하듯이
지나간 세월 너무 너무 미워 울음 울었습니다.
활짝 핀 내 사랑, 이제는 그 누가 뭐라해도
흐르는 물 따라 無心 모여드는 그리움 흘러흘러
당신께 한 발 앞서 내 마음 먼저 닿습니다.
산철쭉
농밀하고 아찔한 수로부인의 달큰 순음
살며시 그냥 입에 대면 끝내 잊혀지지 않는
열꽃으로 밤마다 살맛나는 요염한 몽정
멋지게 한 번 푸욱 빠지면 영 헤어나지 못하는
이 세상 둘도 없는 너무나 시린, 찰진 입술
그대여, 남보다 먼저 선뜻 탐내지는 말게나
잊지마세요
― 치자꽃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도
잊은 듯이, 잃어버린 듯이, 그렇게
발맘발맘 보채지는 마세요
속태운 눈물 흘리지 않아요
세월 흐른다고 푸른 맘 어디 변하나요
너무너무 힘들어도 어쩌나요
그대 믿으니까요. 아시지요
꽃피면 꽃보고 비 내리면 비 안고
그렇게 긴 세월 함께 했네요
잊으라고 말하진 마세요, 울지 않아요
그리우니까요, 나 힘들어도 참을게요
이제는 내 품으로 돌아와요
모든 것 하얗게 용서했으니까요
우리 그렇게 살아가요, 비온 뒤처럼
러브 체인
꽃 피었다.
깜찍하고 어여쁜 첫사랑
얼굴만큼이나 수줍은 열일곱 살 쯤
비온 뒤 무지개 살짝 걸린 뒷동산
꿈으로만 가슴 벌렁거리던
아리아리 아련한 보고픔
아무에게도 말 못한 그 떨림
꽃 피었다, 아하 삼삼 여린
내일 향해 몸살 앓으며
한 잎 또 한 잎 늘이고 살아
밤낮으로 애태우던 목마름
남몰래 사랑 키우던 시절
그리워하며 그리워 잠 못 들고
십자화 냉이
다정하고 은근한 그 눈빛
마주칠 수 있다면
부드럽고 훈훈한 그 손길
마주 잡을 수 있다면
딱딱하게 얼어 굳은 그 가슴
조금 열어
다지고 다져온 내 사랑 변하지 않을 큰 사랑
전해질 수만 있다면 고이고이 간직해온 육피
그만 확 터트릴 것인데
복숭아꽃 시냇가 버들잎
연이은 시작으로 파랗게 물드는 나날들
단 한 번만이라도 서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눈빛 나눌 수만 있다면
그 손길 잡을 수만 있다면
그 가슴에 안길 수만 있다면
그 음성 들을 수만 있다면
아, 죽어도 좋을 그대
사랑하고 애타게 그리워한 죄
내 이름은 십자화, 냉이꽃
부레옥잠
비가 왔어요, 절절 애탐 속에
달려왔어요, 햇불 밝힌 풋내로
설레는 온몸 푸욱 젖었네요, 하늘 반짝
붕붕 오를 듯한 기분에 맘 달떴어요
왕잠자리 모처럼 아주아주 신났네요
죽는 줄 알았어요 시원 상큼 했어요
깊은 잠 취해 있던 세포 하나 하나
새새틈틈 일어나는 비명
정말 사랑하면 뭐든 바라는 대로 그 끝에는
좋은 줄 금새 알아버렸네요
하루 종일내내 푸욱 젖고 싶네요
오세요, 비가 오네요
오디 桑實
비가 내린다, 농익어 철철 유혹하는 알몸
옛 그림 씻어 없애기라도 하듯 비가悲歌
맞아도 싫지 않는 굵은 비 죽죽 흐른다
바람 불고 살찐 햇살 푸져 잘 익은 살
냄새 후줄근히 가슴 속으로 야금야금
파고 든다, 벗은 허연 허벅지, 딴딴한 몸
한 때 밤새워서 함께 흘렸던 눈물
한 쪽 옆구리 얼얼하도록 생각하던 사랑
말라 뼈만 남은 그리움 찾아 헤매이듯
비가 내린다, 농익어 탐나는 미색, 아
비내음, 살내음, 쏟아진다 바싹 일으켜 세운
무섭도록 굵게 불타는 가슴 속으로 살살 온다
박꽃 사랑
아무런 말도없이 그냥 있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세월 흐르면 잊혀지는 줄 알았습니다
속 깊은 따뜻한 맘 모른 체 오직 나 하나
그 끓는 열정이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별 볼일 없는 사소한 마음쯤 아무런 이유없는
올곧은 속 정 원없이 한없이 주면
그대로 주면 다 풀리는 줄 알았습니다
슬쩍 등 돌리고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깨어나지 못할 말 한 마디로 돌이킬 수 없는
인연도 잘못된 짧은 생각으로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상 다시 만나도 떳떳한 사이
큰 사랑으로 그냥 이대로 기다리겠습니다
박꽃 연가
그대 이제는 저녁이 아침이듯 평안하시라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 긴 세월 촘촘
들국향 머금은 머릿결로부터 온몸에 꿈틀거리는 애흔
새록새록 솟아 내 모든 것 아낌없이 후회없이
소진했었네 날이면 날마다 어느 한 순간도
헛되지 않아 가슴으로 오직 가슴으로만 품안고
고되고 험난한 사랑고개 넘고 또 넘었다네
속으로 오직 속으로만 알차고 보람된 열정으로
보란 듯이 세워 왔었네 알알이 보석으로 빛나는 별
하나하나 닦고 싶어 하늘도 구름도 비바람도
말못할 시새움도 착착 다지고 익힌 우리 사이
어쩌지 못했었네 예부터 이어 이어온 큰 인연
오지게 묶은 잔 정 이제는 풀어 놓겠네
그때 처음처럼 활짝 피우는 소망
뜨겁게 뜨겁게 가슴 깊이 온전히 채우시라
죽어도 이 세상 끝까지 변치않을 큰사랑 지키려네
박꽃, 삼복 지나 박 속에 앉다
칠팔월, 염천 땀 흘려 달려온 세월
보름달 확실하게 가슴 속으로 파고들 때
있는 그대로 성큼 오세요, 서두르지는 마시고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하나하나 살펴봐요
행여 맘 상한 일 있는지 토라질 짓 했는지
더위에 잠겨 잊고 있었던 따사로움 다시 피워서
총총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힘껏 껴안아 주세요
죽죽 비 오는 날은 싫어요, 처음 만나 아주 진하게
아로 새겨 주신 언약의 기쁨 되살아나게 살살
만져 주세요, 부드럽게 온 몸 촉촉 젖어들도록
훗날 후회없는 참사랑을 위해 힘껏 태워요
설레이며 두근새근 발맘발맘 오세요
있는 그대로 욕심부리지 않고 함께 하늘 올라요
칠팔월, 삼복 염천 내내 땀흘려 왔잖아요
박꽃, 박 속에 앉다.
네잎 클로버
오가는 길 바람 잔 풀숲에
꼭 꼬옥 숨어 얼굴 붉히다가
종일 바라다 또 바라다가
온몸으로 척척 번져오는 행복
푸른 생명 애틋한 눈빛 그대
속 꽃불 삭힌 세월 끄기 위해
만삭 그리움 활활 젖는 가슴
살아있는 엽서 향기롭게 보냅니다
입하, 소만, 오월 꽃 핀다
아카시아 꽃 피면, 볕좋은 언덕으로 향기 내리면
뻐꾸기는 자지러지게 몸살 앓는다, 왁자지껄
봄으로 힘껏 달리다가 잠시 지친 몸 되돌려
잔잔 숨 고르던 파도도 오지게 뒤채이며
몸살 도진다 왜 아니랴 허전하고 출출한
빈 속에 어질어질 꽃내 스며 어질머리로 눕는다
앞 들 가득 멀지도 않는 보리밭으로 종달새 날고
감꽃 꽃숭어리마다 알알 그리움은 익는데
연초록에서 진초록으로 봄은 가고 스멀스멀
잠 못 이루는 밤은 별빛으로 숨결을 적신다
참 좋은 그대 앉았던 자리 봄 꽃자리
파꽃보다 더 시린 알음알이 여름으로 영근다
온몸으로 함께 잘잘 앓는다, 입하
소만, 오월 고래고래 꽃 천지다, 그래 산다
풀꽃 편지
그냥 주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마냥 기다리면 쉬 오는 줄 알았습니다
가만 있으면 모두 다 원하는 대로
술술 풀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눈빛만으로도 진하게 통하는 첫정입니다
마음으로 마음으로만 자잘한 아픔도
깊게 나누었습니다 죽도록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에 용기를 품었답니다
가는 세월 아쉽지만 내일을 향합니다
서럽고 안타까운 염원 점점 키웁니다
짜증도 보챔도 변함없는 사랑입니다
그럭저럭 덧없이 나이만 늘였습니다
아직도 사랑하는 그대 있어 행복합니다
相思花, 一片
그대 정말 미워 미워져서
떠나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이 우릴 버리지 않았는데
미워하지 않았는데, 밤이면
밤마다 그대와 나 하나되어
따뜻한 희망 솔솔 다시 피어나
새벽 때묻지 않은 言約
속속들이 스며든 香 어찌 합니까
나 모든 것 그대 위하여 주었거니
하얗게 지워지는 미움 무엇입니까
가르쳐 주지 않아도 너무 익숙한
사랑의 몸짓, 이제는 보내야
하겠습니다. 모르고 저지른 애흔
소리없이 태우고 태운 가슴 속으로
잔잔 갈아앉히렵니다, 잊으렵니다.
소문없이 미련없이 떠나가렵니다
사랑하는 당신, 못잊을 사람
海菊 一片
떨어지는 꽃잎은 미련없이 떠난다
아리아리 그리움 뒤 누구나 가야할 길이기에
세월 따라 인연 따라 바람으로 구름으로
이슬되어 먼지되고 여름으로 겨울되고
새싹으로 맘껏 피어오르다 꽃되어 웃는다
방긋방긋 다소곳이 서 있지만 미움 없다
손에 손잡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이웃들
참 좋은 만남 있기에 슬퍼하지 않는다
하늘 높고 맑고 고운 삶 그냥 살지 않아
가을 이름 없는 바닷가 바위틈이지만
시시때때로 다가와 어루만져주는 파도 있어
만나서 반갑고 기쁘고 고마운 사랑으로
오늘도 먼 훗날 다시 만날 꿈을 안고 간다
아리아리 그리움 품은 바다국화 참 곱다
가끔 달맞이꽃이 보고 싶습니다
‘달’하면 생각나는 꽃이 있습니다
잔잔한 강물 위에 알른알른 얼굴
수줍게 띄우는 꽃 ‘달맞이꽃’입니다
바람이 그리운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날
강물이 세월을 싣고 저만치 가는 날
달맞이 꽃이 그렁저렁 보고 싶습니다
눈물도 한 종지 보태고 한숨도 사알짝
비비고 버무려 보고픈 그대 생각으로
온몸 흔들릴 때 그때 그리워하겠습니다
달달 쪼그라드는 여린 맘 흐르는 강물
부는 바람 반짝이는 별 날아가는 새
함께 품어주는 따뜻한 꽃 보고 싶습니다
작은 구절초
무작정 칭얼거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랍니다
기다리다 사랑하다 그리워하다 못잊어
구구절절 저미고 새긴 향로연정香路戀精
꽃은 피고 지고 햇살은 굵은 바람과 함께
또 스미고 녹아 토실토실 빛남으로 살아
별들도 저마다의 그리움 키운답니다
봄여름가을 속으로 속으로만 다둑인 보고픔
찬바람 불고 흰눈 내리면 소리쳐 불러도
대답 없을 아득한 열정은 어이 하시렵니까
무작정 흐느낀다고 소리없이 울음 운다고
해결되는 것 아무도 없나니 서서히 새벽오듯이
깊고도 아늑한 그대와의 깨트리지 못한 인연
이제는 활짝 열어 모두 드립니다
보고 싶습니다, 오세요, 오십시오
코스모스 小記
만약에 만약에 당신에게 베푼 사랑이
미미하고 아주 부족하여 그리했다면
이 세상 다한 후 또 다시 만나 만나서
그때 그때엔 이 목숨 재가 되는 한
사랑하리라 죽어도 좋을 오직 그대 위해
모두 모두 쏟아내리다
간들간들 새코롬한 늘 아쉽고 부족한
사랑이었다고 하여도 살강살강 깊고도 높은
요요로운 눈물만 흘렸답니다
안으로 숨죽여 울음 울었답니다
만약 만약에 당신에게 건네어진 사랑이
정말 가슴 저린 상처준 사랑이라면
그 사랑 마음 속 깊이 담구어
곱게 쓰다듬으면서 남은 생 맨몸으로
알뜰살뜰 빌고빌며 살아가리다
세상 하나뿐인 따슨 손잡고 가리다
자장자장 행복의 웃음꽃 활짝 피우며
아낌없이 남김없이 드리리다 태우리다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가서 행복한 사랑의 보금자리 함께 만들자
다정한 손 꼭 잡고 불 태운 시간 지나
이젠 못다한 절절 스미고 꽃피운 노래 맘껏
불러보자 하얀 전설 살아 숨쉬는 숲
알싸한 그리움 녹아 스민 마음 문 활짝 열고
말 한마디 따뜻하게 건네보자
자작나무 숲에서 살가운 햇살로 젖은 몸 말리자
그 무엇으로 보답해야 하는지 알 길 없어
행여 미워하고 싫어하며 부질없다 재재
울음 우는 그대 홀로 두고 떠나야 하나
함께 나눈 시간 아쉬워 슬픔만 태운다
웃음꽃 만큼 피울 수 있는 자작나무 숲으로 가자
4부 향기 밴 엽서
바람氣
산은 활짝 꽃을 피워
내내 몸살난 바람끼氣
훨훨 털어내고
잠잠 바다는 파도 일으켜
못견디게 그리운
그대도 오라한다
불어라, 샛마바람
얼얼 추운 아랫도리
슬몃 벗겨도 좋으리
산 들 바다 강 하나로
그래 정든 인연 또 因緣
오지게 품안지 아마
그리움은 민들레 뿌리로부터 스민다
거짓없는 깜찍한 사랑은 하나 부끄럽지 않아
발가락 사이사이로 조용히 부드럽게 옮겨 번지듯이
오랫동안 서로가 서로를 사무치게 애타하면서도
멀리 떨어져 바라보며 늘 곁에 함께 하는 듯
보고픈 사람아, 나의 여인아, 손잡자
외로워서 더 그립고 서러워서 더 갖고 싶은 사랑
언제 어디서나 포근하고 따사롭게 품 내어주는
둥글고 넉넉한 베품, 바다와 강이 하나로
사이좋게 얼싸안고 종일 쉬지않고 춤추듯이
추운 겨울 딱딱한 껍질 벗고 몽울 맺히듯이
그래 의미있는 웃음으로 살살 손짓하는 훈풍
우리 둘만의 보금자리 그곳에서 그리운 살 부비자
때묻지 않은 사랑은 그 무엇도 방해치 못하나니
나의 여인아, 그리운 사람아, 내 사랑아
민들레 뿌리에서부터 그리움은 스며 물드나니
새벽3시
영 못잊어서 선잠에 일어났습니다
토옥 톡, 누구신가 은근히
창문 두드리며 오신 이 있어
슬몃 철없는 미련 떨치고 일어났습니다.
어제보다도 더 길고 무게 있는 향내로
밤새워 내내 한 자리에 서 있었다는,
온 몸 가득 흐뭇한 웃음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속속
부는 심술 바람에도, 퍼붓는 비에도
깊은 그 따사로운 가슴 속 꺼지지 않을 불꽃
목단꽃 붉고 잔잔한 열정 일으켰습니다
당신은,
누구보다도 일찍 길 나선 일심지성一心至誠
차곡차곡 떨어져 쌓이는 情念으로 새벽
3시 하나뿐인 참된 사랑인줄 압니다
어찌 빈 손으로 그냥 보낼 수 있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 당신입니다.
무릎 아래 엎드리다
따뜻하고 당당하게 꽃 피우는 시간
아늑하고 포근한 당신 모습 보고
소리 듣고 두근거리는 마음 이해하고
느끼며 온전히 하나되게 무릎 아래 엎드리다
철없이 즐거워했던 시절 지나가고 또 지나도록
가슴 아파하며 잊혀지지 않는 우뚝한 향기로
알뜰살뜰 고마운 그 사랑, 잘잘 끓는 열정
낮추고 다둑거려 아랫 연탄이 웃 연탄을
부끄럼없이 품안아 뜨겁게 화악 뜨겁게 태우듯이
이제 아프고 외로운 날 기억속에서 지우고
노을보다 더 애탄 눈물로 종일 웁니다
몸과 맘 하나로 하늘 복숭아 다지고 다진
단내 스며 익어갈 때 당신과 함께한 언약
손잡은 줄탁 그 아아한 미소 버무려
진실로 어둠 밝히는 살아있는 촛불 됩니다
절
어허, 왠일이신가
종일 답답하셨던가
생전 안하던 나들이
오늘은 어쩐 바람이신가
비올 듯 찌부덩한 천지天地
두타산 천은사 정정淨靜
약사전 계단에서 오체투지
더딘 시간 당긴다
수 많은 날밤 맑은 영혼 찾아
언제 한 번 오지게 미련없이
온몸 버려 지극정성 절 다운 절
해보았는가
살아생전 허심탄회
설렌 맘 주고받지 못해
그리움 품안아 무량수불
천상천하 그 설법 그립다
불경기
요즘 아내가 수상하다
장바구니가 속 썩인다
비어지고 가벼워진다
젊은 아빠들 얼굴 주름살도 깊다
이래저래 살얼음 투성이다
바닥 두드리는 소리 요란하다
하늘과 땅 사이 너무 멀다
무지 무서운 세상, 바람
희망은 생명이고 사랑이다
낮추고 비워 움직이며
저 꽃들은 핀다 불, 경기
그래 살맛이라도 나거라
그냥 色쓰다 가세나
아무 일도 아무것도 하는 業없이 없어
쌕쌕 밤새도록 색色쓰다 가는 꼴 봤다
時時로 얼싸안고 생각만 나면 色 무지 쓰는
험한 세상 엄청 우아하고 부드럽게 쌕쌕
색色 홀랑 빠져 허우적이는 년놈도 봤다
꼴에 온몸으로 색 뒤집어쓰고 色色, 色色色
하는 것도 봤다, 아 我色氣歌羅夜野
밤이면 밤 따라 두 몸 하나로 죽여주고
낮이면 낮대로 서로 엉켜 히히히 좋아
색색 푹 절어 절어 죽는 꼴도 봤다
기분 짱짱한 날 배타고 해봐라 色色
삼삼 그리운 첫사랑이면 얼마나 더 좋나
촛불
쓰디 쓴 슬픔 먹고 자란다.
뜨거운 심장, 활활 타오르는
열정 속으로 속으로 잔잔 태우며 산다.
이마에 환한 그리움 써 붙이고
쉬지 않고 부서지며 온 몸으로
눈물꽃 참하게 피워 낸다.
만남 그리고 이별, 진정 사랑했으므로
마지막 피가 다 마를 때까지
떠나보내야 하는 극복의 몸부림
오늘도 보고픔으로 하루를 밝힌다.
촛불․2
타오르지 않는 것은
불이 아니다.
흘러내리지 않는 연정은
천한 죽음뿐이다.
두 몸 하나로 오오, 合一된
극치, 비로소 完成이다.
흐르지 못하고 타오르지 않는
불은 살아있는 사랑이 아니다.
팽이
아무런 緣없이
탁, 터지고 싶습니다.
산산 부서지고 싶습니다.
永遠히 지워지지 않는
미미한 香氣로 남고 싶습니다.
온전히 하나된 因緣으로
눈부시게 잦아들고 싶습니다.
初伏과 大暑 사이
깊고 높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애씀의 땀 흘려보자, 흘리자.
아낌의 미덕 잘남의 꽃핌 깨어있는
시냇물에 씻어 보내고 기뻐 춤추는
나뭇잎들의 빛남 좋아 좋아 너무 좋아
벅찬 가슴으로 옷깃 적시는 눈물이야
놓아주자 너울너울 가는 세월 가만가만
말못할 쩡쩡한 사연 잠 확실히 재우자
밤부터 새벽까지 단내 물씬 풍기도록
함께 몸 부비자 젖고 또 젖어
초복과 대서 사이 별빛으로 오래오래
살아나는 속살 단단하게 익힐 수 있는
천상의 빛난 꽃으로 깊고 향기롭게 꽃피우자
사랑하는 그대, 땀 흘리는 사람을 위하여
香氣 밴 葉書
왠지 외롭고 그리워 어깨 시려오는
가을에는, 마음으로만 사모한 그대를
이제 ‘행복해요’라고 확실히 말하렵니다.
하늘이 말끔하게 열린 날, 그날 종일
청정 싱그런 황장목 살아있는 솔숲에서
가슴 따뜻한 그대를 기다리며 고백하렵니다.
뼈마디 마디 새새틈틈 보석으로 옹글게
갈고 닦은 행복의 香氣 알갱이들 이제는
품어도 좋을 그대에게 늦게나마 드리렵니다.
한결 흐뭇한 웃음 속에 활짝 꽃필 둘만의
쏠쏠한 보금자리 위해 ‘용서해요’라고
따뜻하고 찰진 목소리로 전하렵니다.
비목
환하게 쏟아지는 은총의 달콤함이 너무 좋았어요
주저주저하며 망설이는 철없는 수줍음도 원없이
한없이 아낌없이 밤새워 품안아 먼 훗날
다시 또 만날 수 있다는 믿음의 참된 언약
달뜬 살 속으로 파고 새기며 하늘 맘껏 올랐어요
펄펄 살아나는 그리움 안으로 안으로 삼키고 키워온
육십년 상흔 천년가락 열꽃으로
곱게 곱게 피워 정하디 정한 허물 벗었네요
쉬운 사랑은 하마 죄가 될 수 있다는 별들
빛나는 젖은 하늘의 크신 말씀으로 멈추지 않고
흐르는 눈물이사 밤새워 품안아 모두모두 태워
다시는 망설이지 않고 당당한 걸음 걷겠어요
온 몸 산산 부서지는 한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그때 그 사랑 정말 고마워요
녹두 빈대떡
팍팍하고 찌든 노동에서 돌아오는 퇴근길
삼삼오오 시린 어깨 서로 다둑이며 둘러앉은 춘향옥
‘녹두빈대떡 오천원’ ‘찹쌀막걸리 삼천원’
풀린 눈 깊이 빛살처럼 파고드는 허기
묵직한 통증으로 범벅된 무릎 곧추 세우며
온 길 만큼 갈 길도 버무린다
살짝 맛간 통배추김치 썰어 눕힌 요리판 위
살아서도 돈豚 죽어서도 오직 돈으로 멸사봉공
시퍼런 당파도 넣고 모난 마늘 몇쪽 참여시켜
동동 살갑고 짜릿한 눈웃음 예쁜 주모 있어
찹쌀막걸리 한 대접 쭈욱 들이키는 재미로 허허
왁자지껄 거나한 술자리 지지고 익는다
그래 힘껏 뒤척여 보자 노골노골 달라붙는 희망이여
홧홧 온몸으로 아우성치는 못난 사랑이여
죽서루 회화나무 튼실한 웃음으로 내일은 밝다
장마 타령
평생하고 싶지 않는 얄미운 년
말도마라 오죽하면 그리할까 몰라
저 혼자 몇날 며칠씩 취해서는
끈끈 달아오른 욕정으로 몸살 앓는 녀언
속 좁고 칠칠치 못해 쉬운 말도 못하는 년
줄줄 온몸 후줄근히 적셔 달라붙는 년
혼자서도 헉헉 숨넘기는 정말 몹쓸 년
쩍쩍 달아오르는 칠팔월 염천 등업은 년
간간 성깔도 심술도 무지무지 부리는
한번 불 붙었다 하면 영영 쉬이
꺼지지 않는 야속하고 찜찜한 년
밑져도 속상하지 않는 썩어 문드러질 년
밤낮 이제나 저제나 쫄쫄 쪼그라드는
맘도 몰라 하늘땅 노랗게 샛노랗게 조이는
철없이 알랑거리며 촐삭대는 한물간 년
바다도 강물도 고개 절래절래 돌아앉는 년
귀뚜라미 보일러
그저 바라보는 것만은 사랑이 아니더구나
더욱이 그리워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도
바라는 사랑이 아니더구나 품안아 생각하는
만큼 앉으나 서나 영영 잊지 못해 서로가
서로를 탐닉하며 못다한 낯설지 않는 애무
아낌없이 미련없이 탁탁 터지며 관통하는 것
그 참된 몸짓이야 말로 열린 참사랑이지
파도가 날이면 날마다 바위 껴안고 슬슬
어르듯이 실핏줄 하나하나 새새틈틈
잘잘 끓어 따뜻해진 온몸으로 우렁우렁
기쁨까지 찡하게 쏙쏙 파고들어야지
험한 바람 불어도 눈비 내려도 쩔쩔
그리워하면서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사랑은
정녕 꼭꼭 힘주어 바치는 사랑이 아니더구나
歡절起
어질어질 어질머리 뱅뱅 환장할 일도 많다
겨우내 안으로 안으로만 잠재운 귀 열면
잎도 꽃도 눈 뜨며 쪽쪽 입 열리는 소리 들린다
‘봄’이 ‘봄’다운 것은 ‘봄’ [見]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잘 보여야 하므로 활짝 웃는다
따뜻한 손 잡고 있는 힘 다해 솟구친다
눈 귀 열고 마음까지 모두 열어놓고
기다린다, 그렇게 참았던 울음도 맘껏 푼다
가슴 아픈 사연 줄줄 풀어낸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절절 그리움에 젖어 절하며 일어선다
잘 익은 살 섞는다 웃음 피워 몸살 낸다
힘 얻는다 화안하게
봄, 歡절起, 어질어질 절하며 세상 연다
환장할 일도 많고 많다
해무海霧
동해바다 아침해 떠오르는 작은 浦口 後津에
안개가 밀려오면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말없이 그리워지는 설렘 너무너무 좋아라
마음으로만 오직 활짝 열린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고 나눌 수 있고 가질 수 있는 기쁨
연사흘 발끝에서 머리꼭지까지 활활 달군 염정
소문없이 삭힐 수 있어 느리게 아주 느리게
왔다가 무척 바삐 돌아가는 얄미운 사랑으로
예쁜 미소 활짝 피워 동그라미 그리다가
보고 싶은 그녀 꿈꾸면서
동동 발 구르며 부드럽고 푸근한 애무 속으로
미련없이 버려야 온전히 갖게 된다는 것을
늘 푸른 東海바다 아름다운 작은 浦口 後津
오늘도 사랑하는 그녀 기다린다 해무 함께
비싼 헛배에는 배다운 배가 없다
秋分 지나 가을 햇살 온 몸으로 포실포실 할 때
단물 흥건히 배인 다섯 개 삼천 원 하는 큰배
오지게 탱탱한 배에는 두둥실 둥둥 흐르는 배
배가 없다야 행여 서럽다 보채지 말라 생짜
아랫배도 없고 배船도 없고 배果도 없다
배杯도 없지만 배胚는 더더구나 없단다
맨 얼굴로 바쁜 日常 서민들께서 내쉬는 숨 하나로
깊은 흔적 새새틈틈 남기나니 햇살과 별과 달
그 면면한 너울 바람과 습기와 흙의 자양
눈물의 향 골고루 함께한 작은 우주라 삼복 염천
짊어진 똥배에는 배가 없다고 하얀 꽃시절 내내
벌나비 등쌀에 살찐 배 살살 비상하기 위해 꽁꽁
몸 굴리는 짬짬 꿀배 사이소 사이소야 꿀배요 꿀배
아주아주 쌉니다 짜증만큼이나 뒤섞인 골목 안
장터 아닌 장터 확성기 서리서리 두들겨 맞은
못 가진 자의 애끓는 쓰라림이여 아쉬움이여 그래
단풍 아직 이른 秋分지난 초가을 한 낮 虛虛
맛들고 무지무지 비싼 헛배에는 배다운 배가 없다
씨가 있다 뭉클하고 가슴 깊이 숨어 있는 저 느낌표
5부 비가 오면
GamNaMu 2011
― 0335755733
벗어야 하리라
답답한 사랑도
벗어 던져야 하리라
꽉찬 그리움도
훌훌 씻어버려야 하리라
만나지 못해 발동동
만나서 더욱 애달픈 아픔도
미련없이 잊어야 하리라
툭! 벗어 던져야 하리라
봉황산에서
오늘도 눈부신 당신 만났습니다
빈 손으로 올랐다가 애씀으로
잊지못할 은혜 받았습니다
눈비바람으로 꽃 피고지고 언제나
저 강과 바다는 따슨 손 마주 잡고
괜찮아 사모한다 속삭입니다
넉넉하고 튼실한 당신 확연히 품었습니다
쓴 이별과 큰 슬픔도 배웠습니다
천천히 내려올 때 살그니 말 줍니다
그리움은 눈물의 질긴 끈과 힘이라는 것
汀羅津 六香山 海菊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세월 흐르면
아무런 말도 없이
잊혀지는 줄 알았습니다
속 깊은 따뜻한 맘 모른 채 오직 나 하나
끓는 열정이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변치않을 올곧은 속 정
원없이 한없이 주면, 그냥 그대로 주면
다 풀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냥 등 돌리고 깨어나지 못할 말 한 마디로
돌이킬 수 없는 인연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상 다시 만나도 떳떳한 사이
참 좋은 큰 사랑으로 기다립니다
비가 오면 작은 항포구 ‘배나들’로 간다
아득한 절망을 값진 희망으로 되바꾸는 바다
등 다둑여 주는 따스한 손길이 그립다
깊고 아늑한 어머니 품 속 파고들 듯 나
허기지고 지친 몸 잠시 풀기 위해 그곳에 간다
연꽃 같은 보고 싶은 사람아 그립다 사랑한 사람
자주 만나지도 못하면 무슨 사랑이 그렇나
미친 듯 달려왔다 맥없이 사그라드는 파도처럼
정 준 그 세월이 모두 삭을까보아 미워진다
술 한 잔 또 한 잔 온몸 슬슬 열기 올라 쉴새없이
뜀박질하는 파도도 싱그러워 밉지 않다 그래
그리운 사람 보고 싶어 온종일 함께 해도
싫지 않는 바다, 그 바다에 둥글게 비가 오면
난 무작정 작은 항포구 ‘배나들’로 간다
그립다, 무지 사랑한 사람
다시 추암, 그 바닷가에 서다
하늘과 바다와 땅이 하나로 얼싸 안는 날
바람이 몹시 거세게 불어 왔습니다
파도가 몹시 무섭게 섰다 앉았다 합니다
갈매기떼 파도 타기에 정신을 집중합니다
바람이 바닷모래에 잘익은 가을글씨를 씁니다
십일월 초사흘날 오후 해는 반쯤 잠듭니다
촛대바위 곰바위 여우바위 복바위 순바위
서로서로 시린 어깨 살살 부비며 깨어있는
추암, 그 바닷가에 다시 섰습니다, 秋가을
낙엽은 무더기 무리지어 몰려다니고 있습니다
찐하게 아주 확실하게 새겨진 기억의 큰
가슴을 열고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줍습니다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꿈틀거리는 욕심덩어리
이제는 미련없이 모두 버리기로 작정합니다
파도가 무서워 바람이 무서워 앉았다 섰다
떠나야 할 작은 길 위에서 파랗게 눈 뜹니다
故鄕바다
― 정라진
바다가 오징어떼 합환춤으로 몸살 앓고 있다
한 때 펄펄 끓는 젊은 피 삭히려고
집어등 꽃불 켜고 바다로 그 바다로 나갔다
밤새도록 출렁이며 속내 드러내지 않는 바다
아버지 보다 더 많은 나이테로 얼굴 다진 나
왠지 철철 손흔들며 반겨주는 아버지의 바다가
오늘따라 정겹고 고마워 그리움 품 가득 안아본다
아버지가 부르신다 푸르게 푸르게 젊어지는
정라진 애잔한 바다 오징어 줄줄 낚아
온가족 웃음꽃 피운 얼큰한 생선 해장국
소주 막사발 한 잔으로 바다가 그 바다가
나를 부른다 몸살 앓고 있다 펄펄 되살아나고 있다
東海바다 汀羅津 밤파도 따라
― 너무 너무 좋은 당신
밤바다에 나가 보았습니다, 당신이 보고 싶었습니다.
달은 당신과 함께 파도치는 동해바다에 있습니다.
기분 좋은 곰솔바람 그 싱싱한 손짓에도 마음 주며
푸르고 아아한 추억의 길 위에 서서 온몸으로 퍼지는
세세 그리움 점점 키웁니다, 하얗게 쉼없이 부서지는
성난 파도 당신의 몸에 익은 보챔인양 너무 좋습니다.
잔잔 번지는 훈향 나긋한 음성 그윽한 눈빛 포근한 모습
모두 당신을 닮아 파도는 그렇게 손짓하나 봅니다.
보고 싶은 당신, 무심한 세월 거리 먼 안타까움
어찌 그대로 내내 두어야만 하는지 육신의 상처
그 아릿따운 흔적쯤이야 따사롭게 품안아 쓱쓱
쓰다듬어 주면서 외면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제는 그 누가 뭐라해도 가슴 깊이 새겨야 하겠습니다.
너무 너무 좋은 당신 그리워 밤바다 동해바다 汀羅津
밤파도 그 아련한 곳으로 나가 밤이 새도록 따라
아침 해가 떠오를 때까지라도 푸근하게 기다리겠습니다.
곰솔나무 청빈한 품안으로 이 밤 고이고이 다둑여
모시겠습니다, 자랑스럽고 보고픈 당신, ○○
삼척 영은사 꽃은 달고 곱다
천지사방 동네방네 바람 꽃바람으로
하늘 꼭지까지 오르고 싶어 안달하는 꽃들
저마다 뽐내는 염태 불 붙이지만 수줍어
수줍어서는 숫기 채 가라앉히지도 못하고
설레고 좋았던 처음처럼 어질어질 빙빙 돌고
오고가는 세월 한 번쯤 몽땅 잊고 그래라
그대 넓고 파란 가슴 가득가득 쌓이는 신명
미소 밝게 읽다 가까이 좀더 가까이
믿음으로 하나 되기 위하여 안으로 안으로 또
채우고 다져 왔나니 죽어도 좋을 뚝심으로
언젠가는 떠나야 하는 길 그대 함께 살아
정녕 외롭지도 고단하지도 않아 쉬이 간다
삼척 영은사 꽃은 지금도 곱고 달다
바람, 꽃바람으로
近德 新興寺에 갔다 왔습니다
부처님 뵙고 왔습니다 백팔 배 뒤로하고
참보살 만났습니다 모련화보살 산보살
때묻지 않아 너무 고와 맘에 들었습니다
서울 선아 김시인 함께 저녁 공양 愛愛
푸짐하게 상 받았습니다 청정 토종 귀한
버섯 반찬 했습니다 김치 고추 감자무침
고추장 양념장도 대단했습니다
예불 독경소리 은은 밑반찬 반야심경 촘촘
열두어 줄 읽었습니다 영지버섯 우려낸
뜨끈뜨끈한 차 마셨습니다 온몸으로
부처님 말씀 입고 싸매 왔습니다
新興寺 갔다 왔습니다 근덕 동막 양평
샘물 맑고 시원하다야 울울창창 대나무숲
인정 흘러 넘쳤습니다 비 오락가락 야야
구름 많은 날 오후 늦게 모련화보살 미소
부처님 함께 만나고 왔습니다, 가을 愛
매향埋香
― 三陟 近德 孟芳里
숨 죽이고 엎드려 가만 내일 기다리는 一心은
사는 일이 보람되고 꿈이되고 기쁨이 되어
온 몸을 삭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결같은 참되고 알찬 기다림으로 큰 맘으로
무엇에라도 흔들리지 않고 호락호락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 그 천년지정 있기 때문입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단물짠물 푹 잠겨 살아
항상 정직하게 역사에 돋을새김할 수 있게
믿음으로 오고가는 세월 끝내 이겨내게 하심입니다.
몇 백년 지나 새롭게 훌륭하게 태어나 따뜻한
웃음과 향내나는 모습으로 큰 하늘 태울 수 있게
持心으로, 올곧은 바람 때묻지 않은 축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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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란 향나무를 토막내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 오래오래 묻어 두면 침향沈香으로 바뀌어
후손들이 캐내어 사루게 되는 埋香의 의식이 이곳에도
전해져 오고 있다고 한다.
五十川 개나리꽃 피다
누천년 맑고 푸른 숨 맘껏 내쉬며 흐르는 강
강가에 나란히 사이좋게 줄서서 노오란 꽃
일제히 피워냄이 어디 개나리 하나뿐이랴
가난하고 소박하게 사는 일 어디 들꽃뿐이랴 머리
꼭지까지 답답하고 허전한 心思 불 지펴 슬슬
올리다 보면 계절 오고감이 피부로 철철 감겨 들지
않는다고 목 놓아 아이처럼 엉엉 울음 울 수야 없지
않은가 아무 때나 실속없이 꽃 활짝 피지
눈홀김 오지게 받지 못했다고 지조도 없이 우수수
떨어낼 수야 없지 한 나절 소낙비 오고 바람 한번
불고 나면 마냥 힘없이 물러날지라도 몰라 밸밸
엉긴 속내 시원하게 실실 풀 수야 없지 묵묵히
흐르는 살가운 강가에 서서 노오란꽃 진창 피워냄이
시원한 숨 맘껏 내쉬며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픈 작은 소망이고져 꼿꼿이 부끄럽지 않은
여리고 따뜻한 손잡아 놓지 않아도 좋으리
한글날, 봉황산 흰철쭉 만나다
햇살 환하고 고운 날, 557돌, 한글날
정라진 앞바다 동해바다 쩡쩡 맑고 푸르런 날
그립고 보고픈 당신 만났습니다 품 가득 푸욱
안겼습니다 민들레 환한 손뼉 반가움 속
빛부신 얼굴 따뜻한 손 다정으로 꼬옥 잡고 소망스런
悉直亭으로 眞珠亭으로 잣나무 소나무 길 따박따박
걸었답니다, 사모의 길 인연의 길, 당신은 때로
말 못할 생각에 깊이 잠겨 있었습니다
바람도 좋아라 작은새들도 좋아라 만선의 꿈
가득 싣고 항구 줄지어 지어 벗어나는 어선들도
보기 좋았습니다 여기저기 노오란 달맞이꽃도
색색 코스모스 하얀 山菊 九節草도 보았습니다
幸福했습니다 온몸으로 잔잔 파고드는 애무
무지무지 기뻤습니다, 가을 햇살 환하고 푸르런날
당신을 만났습니다 가슴 가득 품었습니다 노래 했습니다
오백오십일곱 돌 한글날 봉황산 정상으로 활짝 웃는
살뜰알뜰 흰철쭉 만났습니다, 고맙고 행복하게
아카시아 꽃 핀다
내 사랑아, 봉황산 올라 가자야
달착지근 아리아리 비리비리 새들도 짝짝
짝 지어 신명오르는구나, 찰지고 바쁜 햇살
함께 먹어도 싫지 않는 아카시아꽃 야한
꽃비 속에 참았던 사랑 마음껏 풀자야
내 사랑 순아야, 낮이면 어때 밤이면 또
이른 새벽 뼛속까지 삽연한 향기 품안고
새새틈틈 저며 돋을새김한 봉황산 숲에 들자야
끝내 참았던 몸 하나로 어야디야 에야디야
幸福의 노 저어보자 암팡지게 연연하도록
실바람 분다야 천생연분 꽃바람 인다야
첫사랑 생생한 봉황산 벼락바위 가자 손잡고
유유한 오십천 죽서루 긴 사연 따라
식지 않는 사랑 한데 묶어 가슴 깊이 품안자
오늘도 달래달래 꽃핀다, 아카시아 꽃 핀다
초 여름밤, 죽서정에서
짠, 술잔 나누네
찰랑찰랑 품 가득찬 웃음 건지네
하늘엔 사모의 별 속 별 몸 환하네
향기 밴 사람 그대 그리운 정 이밤 곱게 피네
오십천도 좋아라 흐르고 흘러 달 쉬는
죽서정 꿈 꾸는 자태 고요롭고, 하아
초 여름밤 창창 짜릿한 술잔 나누네
뼛 속 깊이 확 파고드는 사랑 밤새네
영주 부석사 사과
눈만 뜨면 아리게 마음 속으로 물결 저어 왔다
입술로 촉촉 아침 이슬 꽃잎에 스며들 듯
연두빛 찰랑이는 첫사랑 그 두근거림으로
온몸으로 저릿저릿 숨죽여 붉은 향기 피웠다
그래 날이면 날마다 그리워하며 기다렸다
곱게 가부좌 틀고 제 갈길 환히 열어 놓고
곱게 새소리 바람소리 하얀 몸 가득 끌어 안고
영주 부석사 소신공양 살 아프게 섰는 부처
받쳐 인 파란 하늘 사시사철 우러러 빛 받아
비우고 태워서 따습고 거룩한 등 밝혔나니
너로 하여 세상 팍팍하지 않게 살았나니
사박사박 한없이 공손해지는 뜨거운 가슴
순일하고 염아한 눈물로 피워올린 꽃잎으로
오늘도 절절 그리움으로 온몸 몸살 도져
눈빛 맑고 매끈한 모든 생 첫경험으로 삭힌다
頭陀山 구동연가
― 이승휴 동안거사
아예 맨발로 길 나서야 하리 사모의 정 둘러메고
천천히 서둘지 말아야 하리 아리아리 맺혀
굽이굽이 꽃피우는 일편단심 그 정성 가슴으로
새겨야 하리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차고 맑은
계곡물 벗삼아 힘든 길 가슴으로 품안고
곧은 걸음걸음 밟아야 하리 천년, 그 천년의
오랜 세월 깎이고 깎인 상흔 싸매고 다둑여
오직 한 길 당신으로 하여 사무친 정염
당신으로 하여 풀어지게
시린 어깨 포개고 짠 억새풀 그 억센 태동
새들도 고마워 날개짓 힘 얻어 넘나드는 頭陀山
구동마실 밤새워 베틀에 앉은 천상여심
희구의 섬섬옥수 바람도 잠시 가쁜 숨 놓아
마음 설레게 하리니 아리아리 맺혀 서리서리
꽃피우는 일편단심 사모의 정 힘써 둘러메고
옷고름 가지런히 하여 아예 천천히 시작해야 하리
겨울 山寺
지난 밤 내린 폭설로
푹 잠긴 안개산 고봉암
풍경소리 얼어얼어 처연스레 동안거 중
조요로운 한 낮
백팔 배 접고 편 절로
누릇누릇 뎁힌 금당 추녀위
환한 둥근달 보니, 보니
밤새 그리워서 잠 못 이룬
사이좋은 소나무 손에 손잡고
와, 때아닌 풍년 잔치
통통 알토란 미소 실었다
겨울 해가사터에서
날 선 바람도 잠잠 점잖을 키우는가 보다
철렁한 가슴 그대 맞이할 준비 예비하는가 보다
동해바다 출렁이며 피워올리는 염원 밤새워
펄럭이며 가슴으로 텅빈 가슴으로 펄펄 끓어
잦아지지 않는 몸부림 불 달군 지 오래되어
시퍼렇게 살아서 꿈틀댄다 혼자가 아니어도
늘 혼자만의 보고픔 흐르는 세월에 묻어
보내도 철철 철석이며 칭얼대는 바다의 천년
사랑노래도 질기디 질긴 인연의 고리 바싹 조이며
온몸으로 가까이 오라 그래 가까이 다가오라 오라
정든 따슨 손 저리도 흔드는가 보다 오늘밤 그대
붉게 눈시울 적시는 시선 안으로 변치 않을 알짜
깊고 푸른 言約 지키기 위해 미리 품안는가 보다
섬 동백
호되고 고단한 아픔없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다
아는가 그대여 그런 사랑은 가슴 깊이 새겨지리니
오직 한 마음 가슴으로 가슴 속으로 뜻을 새워
올곧게 다지고 다진 아름다운 디딤만이 피어날진저
꽁꽁 얼음으로 생살 터지고 뼈가 으스러져도 참고 견디며
살랑살랑 땅 밑으로부터 가느다란 실뿌리로부터 그예1)
생명의 몸풀림 그 부드러운 온기 품안아 안아서
한 발 또 한 걸음 하늘 향해 순한 눈 떠야하리
님 향한 사랑보다 더 붉은
아리고 쓰린 말 못할 큰 사연으로 꽉꽉 채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숨막혀 눈물 자르르 흐르게 하는
곁에 두고도 늘 안쓰러운 꽃, 섬 동백이여
찢어지고 갈라지는 통증없이는 피지 않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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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지막에 가서 그만, 마침내
太白山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에 잔뜩 그리움 품안고
산 오르면 알 수 있지 보고픈 그대 늘 가슴으로
새기며 그 믿음직스럽고 뿌듯한 정 느낄 수 있지
강이 산과 손잡고 산이 강과 얼싸안고 서로서로
다정 키워가듯이 그래 그립고 보고픈 끈끈한 사람아
함께 하자야 꽃바람 불어 좋은 山, 큰 山, 하아
철쭉꽃 환하게 피고지는 사랑의 산, 오르자 올라
백단사 유일사 계곡따라 신나게 길 잡아주는
차고 상쾌한 물도 좋아라 보고 싶다고 그리워했다고
손 살랑살랑 흔들며 오라하는 얄미운 풍경소리도
때 절은 영혼 울렁이게 하나니 산이마 천제단 올라
빈 손 맞잡고 우리 낮게 엎드려 빌어보자 그래
하늘에서 들려주는 언약의 둥글고 푸른 소리 듣자
보고픔으로 그리움으로 밤새워서 울어본 사람들은
알 수 있지 부드럽고 따뜻한 연인들은 느낄 수 있지
그래 작은 손짓에도 크게 웃음 웃는 사람아, 지금
산 올라 얼싸 안자, 찰랑찰랑 기분 좋은 마음으로
太白山에 흰눈 내리면 기차를 타네
언제나 백색 그리움으로 몸살 앓고 있는
태백산에 흰눈 내리면 어서 빨리 오라며
뜨끈뜨끈한 정 살아 있어 멀리 있는 그대도
금세 온몸으로 와락 껴안겨 와서 좋으리
비록 소태 같은 삶일지라도 그래 잘 왔다고
눈은 눈으로 엄청 모여 긴긴 밤 오래오래
쉬었다 가라고 짭짤하게 뎁힌 이야기
척척 들려 줄 것이니 알싸한 연분홍 보고픔으로
오늘도 가슴 쩡쩡한 그대여 젊고 싱글한 품
파아란 맘으로 모두 활짝 내어주고 살자
바람불고 눈 엄청 내리는 날도 있느니
太白山 흰눈 보란 듯이 쌓이면 읽는 시 안고
사랑하는 그대 함께 뜨끈한 가슴으로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