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숨진 남편, 액상 니코틴 과다 복용 사망
● 남성 시신 부검 결과, 뜻밖에도 니코틴 중독사
2021년 05월 27일 오전 7시 20분쯤 경기도 화성시의 한 가정집에서 한 남성(46)이 갑자기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119구급대가 출동했지만, 이미 숨진 상태였다. 가족들은 경찰에서 “평소 특별한 지병이 없었고 건강했다” 라고 진술했다. 돌연사가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남성의 아내(37)는 ‘의료사고?’ 라는 주장을 했다. “전날 저녁에 남편이 몸이 좋지 않다고 병원에 다녀왔어요. 분명히 병원 치료에 문제가 있었을 거예요”라면서다. 아내의 요구에 경찰은 시신을 부검했다. 2개월 뒤인 2021년 07월 중순 경찰에 부검 결과가 전달됐다. 결론은 뜻밖에도 ‘니코틴 중독사’였다. 주변 사람들은 숨진 남성이 8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 변사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한 경찰은 강력 사건으로 전환해 수사에 착수했다. 몇 개월 뒤,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의료사고’를 주장했던 피해 남성의 아내였다.
● 남편 사망시, 생명보험금 최대 1억 8,000만원 보험금
경찰 조사에 따르면, 남편은 숨지기 하루 전인 2021년 05월 26일 오전부터 극심한 구토와 설사를 하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직장에서 조퇴한 이후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날 오후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구급대원이 작성한 구급일지와 병원 진료 기록에는 “환자가 ‘아침에 먹은 미숫가루와 햄버거가 잘못된 것 같다’ 라고 진술했다” 라는 기록이 적혀 있었다. 구급대원이나 병원의 조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수상한 정황은 미숫가루와 햄버거를 건넨 아내에게서 포착됐다. 그는 남편이 숨지기 며칠 전 집 인근 전자담배 판매업소에서 니코틴 용액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니코틴 농도를 올려달라” 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남편의 장례를 치른 지 10일 만에 급하게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숨진 남편의 휴대전화로 300만원의 대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압수 수색을 통해 아내가 산 니코틴 용액을 확보했다.
경찰은 아내가 미숫가루에 니코틴을 넣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대해 아내는 “상한 꿀을 넣어서 남편이 복통을 일으킨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액상 니코틴을 산 이유에 대해선 “남편이 담배를 피워서 대신 사 놨다” 라고 진술했다. 경찰이 “남편은 8년 전에 담배를 끊었다” 라고 추궁하자, “내가 피우려고 산 것이다” 라고 말을 바꿨다. 아내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지인 등을 찾아가 “‘남편이 담배를 계속 피웠다’ ‘담배 피우는 모습을 봤다’ 라고 경찰에 진술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경찰은 2021년 11월 02일 아내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
● 씀씀이 헤픈 아내 때문에 밤낮으로 일한 남편
결혼한 지 9년 된 부부는 한때 행복한 생활을 했다.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아내는 작은 공방을 운영했다. 그러나, 공방은 월세도 못 낼 정도로 수익이 없었고, 남편 월급으로 자녀까지 세 식구가 생활했다고 한다. 문제는 아내의 씀씀이였다. 남편의 월급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각종 물건을 사들이고, 자동차를 자주 바꾸는 등 사치를 했다는 것이 이웃들의 증언이다. 남편 몰래 카드를 만들고, 소액 대출을 여러 차례 받아쓰기도 했다. 주변인들은 “부부가 돈 문제로 자주 다퉜다” 라고 진술했다.
아내의 과소비로 도시 가스 요금 등 공과금이 연체되는 상황이 되자, 남편은 1년 전부터 투잡을 시작했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벌어온 돈으로 물건을 사거나 여행을 가는 등 과소비를 멈추지 않았다. 돈이 부족하면, 또 소액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경찰이 확인한 아내의 빚은 1억원이었다. 아내는 “화장품 다단계를 했다가 진 빚이다” 라고 주장했다.
● 검찰, 살인 혐의로 기소…아내는 “죽이지 않았다” 부인
경찰은 아내가 채무 변제를 위해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치사량의 니코틴을 음식물에 섞어 남편에게 먹였다는 것이 경찰과 검찰의 판단이다. 살인 방법으로 왜 니코틴을 택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 부인이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남편이 생전 가입한 생명보험이 사망 시 최대 1억 8,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아내는 남편이 숨진 이후, 보험금을 받기 위해 절차 등을 문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보험금을 받지는 못한 상태라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2개월 뒤 전달됐고, 아내는 남편 사망 후 곧장 이사하면서 증거를 인멸해 사실 확인에 시간이 걸렸다.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니코틴 용액 구입이 쉬워진 만큼, 다른 목적으로 쓰일 수 없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화성서부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 형사3부는 2021년 11월 29일 아내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