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축복의 땅, 남아공 여행]
①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케이프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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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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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웨스턴 케이프 지방의 남서쪽에 위치한 케이프 반도. 이 반도의 북단에는 남아공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자,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이 위치해 있다. 테이블마운틴을 배경으로 대서양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해변을 지닌 케이프타운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힌다.
어디를 가도 테이블마운틴이 드넓게 펼쳐져 있으며, 어디에 시선을 두어도 바다가 보일 만큼 트여 있는 도시다. 케이프타운에는 롱스트리트와 워터프런트, 로벤아일랜드, 테이블마운틴 등 볼거리 또한 풍성하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17일.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두 시간 남짓 걸려 도착한 케이프타운에는 바닷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람 한 점 없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던 요하네스버그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럽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도시 외관 역시 요하네스버그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곳곳에는 레이스 장식의 발코니를 갖춘 빅토리안 스타일 건물들이 즐비하다. 길거리에는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백인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실제로 케이프타운은 남아공에서 유일하게 백인들의 인구 비중이 높은 도시. 시장(市長) 역시 백인중심정당의 야당인 민주동맹(DA) 소속의 백인 여성 헬렌 질리가 맡고 있다. 백인들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백인들이 득세하고 있다.
이 도시는 아프리카 남서부 대서양 연안 가까이에서 흐르는 해류의 영향으로 겨울철에도 따뜻하다. 백인이 많은 데다 기후마저 지중해성 기후를 닮아, 마치 지중해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도시 관광 중심축, 롱스트리트와 워터프런트
케이프타운 관광은 ‘롱스트리트’와 ‘워터프런트’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도심의 중심거리인 롱 스트리트(Long Street)는 활기 넘치는 도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이 거리를 따라 현대적인 인테리어를 지닌 카페와 레스토랑, 스타일리시한 호텔들, 배낭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등이 줄지어 있다.
롱스트리트의 진가는 밤에 나타난다. 라이브 카페 등지에서 록, 재즈, 블루스 등을 연주하는 라이브 공연이 펼쳐진다.
롱스트리트와 더불어 여행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 워터프런트(Waterfront)다. 정식 명칭은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아들 이름을 딴 ‘빅토리아 앤 알프레드 워터프런트’이지만, 줄여서 ‘워터프런트’라고 부른다.
이 곳은 예전에 크고 작은 배가 정박하던 곳이었는데, 요즘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하버 크루즈(habour-cruise) 요트와 일부 작은 어선만이 분주히 오갈 뿐, 선박들의 왕래는 거의 없다.
항구로서의 기능보다는 관광 명소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워터프런트는 신선한 바닷바람을 쐬러 나오는 주민들과 관광객들로 밤낮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 곳에는 분위기 좋은 노천카페와 다양한 시푸드를 즐길 수 있는 고품격 레스토랑, 그리고 거대한 인도어 쇼핑몰과 수많은 상점을 거느린 쇼핑 거리가 들어서 있어 케이프타운을 찾은 관광객들의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넬슨 만델라가 수감됐던 로벤아일랜드
케이프타운의 또 다른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는 곳이 로벤 아일랜드(Robben Island)의 교도소이다. 로벤아일랜드는 지난 199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7세기 중반 케이프타운에 네덜란드인들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로벤아일랜드는 죄수들의 수용소로 사용됐다.
특히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이 27년 간 복역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로벤아일랜드로 향하는 배는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3시까지 워터프론트 항구에서 출항하는데, 미리 예매를 해야만 갈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케이프타운에서 의외로 많은 이들이 놓치는 관광명소가 바로 식물원(Botanical Garden)이다. 케이프타운 식물원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으로 꼽히는 곳. 식물원 내 경사면을 뒤덮은 핀보스 지대에는 수천여 종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는데, 그 중 60%는 다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희귀 야생화로 이루어져 있다. 이 모든 것이 케이프타운의 관광 명소로 꼽히지만, 누가 뭐래도 케이프타운 관광의 백미는 테이블마운틴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식물원
1086m 높이의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은 케이프타운의 병풍처럼 자리 잡고 있는 산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테이블마운틴에 올라가 산책로를 따라 거닐며, 정상을 둘러보거나 주변의 산세와 바다를 감상하는 것은 케이프타운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케이프타운 위에 우뚝 솟은 테이블마운틴에서부터 시작하여 대륙의 끝이라 불리는 희망봉까지 산세가 연결되어 있다. 이 같은 테이블마운틴 국립공원은 케이프반도 면적의 4분의 3을 뒤덮고 있다.
테이블마운틴 정상까지는 65인승용 케이블카가 10분 간격으로 다닌다. 1929년 처음 설치된 이 케이블카는 천천히 회전을 하며, 산 정상까지 올라간다. 아래에서 보았을 때 반듯하게 자로 잰 듯, 또는 날렵한 칼로 조심스럽게 수평으로 자른 듯 평평한 테이블 모양을 띤 테이블마운틴은 정상에 서서 바라보면 전혀 딴판이다.
산 정상은 마치 인위적으로 바위들을 조성해 놓고 야생화로 잘 꾸며 놓은 공원 같다. 현재 이 곳에는 15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하는데, 이는 영국 전체에 서식하는 식물 수와 같다. 가장 유명한 식물로는 ‘핀보스(Fynbos)’라는 독특한 생김새의 야생화. 그 밖에 철쭉과 비슷하게 생긴 희귀 야생화 ‘프로테아(Protea)’도 정상에선 흔하게 볼 수 있다.
테이블마운틴에 정상에 서서 주변을 내려다보는 전망은 압권이다. 드라마틱한 주변 산세와 산 아래에 펼쳐진 에메랄드 빛 해안선과 해안 마을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오는 모습이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대서양면으로는 ‘캠프 타운(Camp’s Town)’의 아름다운 해변이 보이고, 반대편으로는 가옥들로 가득 찬 케이프타운의 주택가와 다운타운의 마천루가 한눈에 들어온다.
간혹 테이블마운틴 주변으로 구름이 낄 때가 있다. 이런 날 케이프타운 사람들은 산을 가리키며, “식탁 위를 식탁보(table cloth)가 두르고 있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인터아프리카 진태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