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유기농업 이야기
한중열
3편 - 토성과 토양의 입단화
지난 2편에서는 모래, 미사, 점토의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이젠 토양에 모래, 미사, 점토 함량이 얼마나 함유되었느냐에 따라 토양을 구분하는데, 이것을 토성이라고 하며 토양입자의 크기에 따른 토양의 성질을 말하는 것이다.
토성 : 점토함량기준 |
사토 (12% 이하) 사양토 (12~25%) 양토 (25~38%) 식양토 (38~50%) 식토 (50% 이상) |
다음의 표와 같이 토양의 입자크기의 구성성분 중 점토의 보유된 함량에 따라 5가지로 구분한 것이다.
① 사토는 말 그대로 모래가 많은 토양이라 흙이 뭉쳐지지 않고 흐트러진다. 그래서 물빠짐이 심하고, 점토함량이 작아 보비력도 부족하고 농사에는 적합하지 못하다.
② 사양토는 흙이 조금 뭉쳐지며, 통기성이 매우 좋아 뿌리가 깊게 뻗는 과수재배에는 가장 적합한 토양이다.
③ 양토는 참흙이라고도 하며 흙이 뭉쳐지지만 누르면 부스러진다. 통기성이 양호해서 대부분의 농사에는 가장 적합한 토양이다. 주로 밭농사, 시설하우스의 토양으로는 매우 좋다.
④ 식양토는 뭉쳐진 흙이 잘 부스러지지 않는다. 물빠짐이 적어서 논농사에 적합하다.
⑤ 식토는 찰흑이며, 보비력은 좋지만 물빠짐이 불량해서 뿌리발육이 좋지 못하여 농지로는 부적합하다. 이런 토양에는 모래가 많은 흙으로 객토하고 유기물을 많이 넣으면 통기성이 양호해져서 좋은 토양이 된다.
토성에 맞춰서 농작물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런데 2편에서 토양공극에 대한 내용 중에 공극이 많아 가벼운 흙이 농사가 잘되는 토양이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사토와 식토 중 어떤 토양에 공극이 더 많을까?
♠토양구분 | 지름 mm | 토양 1g 입자수 | 비표면적 cm²/g |
자 갈 | 2 이상 | - | - |
모 래 | 극조사 | 2~0.2 | 90 | 11.3 |
조사 | 720 | 22.6 |
중조사 | 5,700 | 4.3 |
세사 | 0.2~0.02 | 46,000 | 90.6 |
극세사 | 722,000 | 226.4 |
미 사 | 0.02~0.002 | 5,776,000 | 452.8 |
점 토 | 0.002 이하 | 90,260,853,000 약1,000억 | 1,509,434(약46평) 판상입자 |
대부분 사토라 생각하지만 식토가 많아도 훨씬 더 많다. 사토는 기상공극은 크지만 액상공극이 매우 적다.
반면 식토는 공극이 매우 작아 공극이 없을 것 같이 생각되지만, 도표와 같이 작은 입자수가 워낙 많아 1cm²/g의표면적이 약 46평(모래의 약 1만배 이상)이나 되기 때문에 미세한 전체의 공극의 양은 사토보다도 비교가 안 될 만큼 아주 많은 것이다. 그래서 사토는 무겁고 식토는 가벼운 것이다.
이렇게 토양의 토성을 대략 5가지로 단순하게 구분하면 좋으련만, 토양의 세계는 너무 미묘하고 복잡하여 다른 변수가 많다. 그것은 모래, 미사, 점토가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 것인지, 즉 토양입자들의 구성된 배열상태가 매우 중요하다.
그림과 같이 흙알갱이가 하나씩 구성된 상태를 “홑알구조=단립(單粒)구조”라 하고, 여러 토양의 입자가 모여서 하나의 큰 입자로 뭉쳐진 것을 “떼알구조=입단(粒團)구조”라고 한다.
그렇다면 누가 토양을 떼알구조(입단粒團)로 만들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째, 토양미생물이다. 어떤 미생물은 끈끈한 점액성 분비물을 분비해서 접착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하고, 사상균(곰팡이류)이라는 미생물은 균사로 흙을 뭉치게도 한다. 그래서 미생물이 많아야 입단화가 잘 되며, 미생물의 증식을 위해서는 그들의 먹거리와 집인 유기물이 많아야 좋은 것이다.
또한 입단화가 가장 잘된 토양은 지렁이 분변토이다. 지렁이도 유기물을 먹이로 활동하기 때문에 배설물인 분변토가 매우 좋은 토양이지만 돈을 주고 구입하기에는 비싼 편이지만, 지렁이는 유기물이 많으면 자동적으로 번식하게 된다.
이러한 입단조성이 잘된 토양은 물속에 넣어도 흐트러지지 않는 내수성 토양이라고도 한다.
앞으로도 계속 강조하겠지만 유기물 부식이 많은 토양이 입단화가 좋아 농사가 잘되는 이유라 하겠다.
둘째, 양[+]이온 중에 “Ca⁺⁺이온”이다. Ca(칼슘=석회)은 접착력을 가지고 있어서 모래나 미사 등 흙을 뭉치게 하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적절하게 칼슘(석회)비료를 사용하면 흙을 접착하는 능력 외에도 좋은 작용을 많이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할 경우에는 흙을 딱딱하게 하거나, 길항작용과 같은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하나의 예로 석회는 시멘트의 주원료이며, 건축자재로 집을 견고하게 만드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너무 과다하면 딱딱하게 굳으며 덩어리가 져서 농사에는 좋지 못한 것이다.
토양 내에 칼슘 함량은 작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pH6.5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면 되고, 9편(산도)에서 자세히 설명한다.
반대로 “Na⁺이온”은 토양입단을 분산시키는 작용을 한다. 소금의 주성분인 “Na⁺이온”이 많은 바닷가의 간척지나 갯벌에는 덩어리진 흙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같은 양[+]이온이라도 작용이 엇갈리는 것을 보면 땅속의 세계는 정말로 알 수가 없다.
이 2가지 외에도 재배적인 방법으로 윤작을 하거나, 콩과작물을 심으면 토양의 입단화를 촉진시키지만, 반대로 연작을 하면 좋지 않으며, 옥수수나 목화와 사탕무 등은 입단을 파괴하기도 한다. 또한 입단화를 파괴하는 여러 작용과 여건도 있다.
① 제초제, 화학비료의 과다 시용할 때
② 건조와 습윤의 반복되는 비닐하우스의 경우에 많고
③ 투명 비닐멀칭으로 토양온도가 급변할 경우
④ 기후의 불순으로 얼었다 녹았다가 반복될 때
⑤ 경운할 때에 수분이 너무 많거나 너무 건조할 경우
⑥ 다량의 강우로 흙이 침식될 경우 등이다.
결론적으로 토양의 입단화가 지력의 척도이며, 입단화가 잘되게 관리해주는 것이 토양관리의 핵심이다.
다음 4편은 뿌리가 물을 흡수하는 원리에 대해 알아본다.
물은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물과 관련된 정보를 알아야 농사가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