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출신들은 명문 중·고 출신 동문들만큼 결속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동질감으로 정서적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명문고 인맥이 성공 지향적이라면 검정고시 인맥은 공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또 도전정신과 끈기가 이들 모두 한결같이 지닌 인생의 좌우명이다.
현 총동문회장인 강운태 광주시장(64)은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지연, 학연, 혈연 세 가지가 없어 사람인(人) 자를 써서 인연(人緣)이라 부른다"며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좌절하지 않고, 정부가 인증한 학력 검증 테스트를 합격한 DNA가 비슷한 사람들의 인맥"이라고 설명했다.
강 시장은 "성격과 사연이 비슷한 사람들이 만났기 때문에 국민통합과 사회통합에 적합하다"며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앞장서자고 늘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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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장 강운태 광주시장 |
강 시장 역시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제대로 진학을 하지 못하고 학다리고등학교를 중퇴했다. 그러나 검정고시를 통해 필사적인 노력으로 서울대 외교학과에 들어갔고, 이후 내무부 장관과 재선 의원, 민선 지방자치단체장까지 됐다.
강 시장은 "검우인들은 서로 만나 젊은 시절 고생담을 털어놓느라 밤새우기도 한다"며 특유의 정서적 공감이 동문회 발전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치인, 법조인, 연예인, 사업가 모두 자신이 검우인이라는 것을 드러내면 그만큼 고객이나 지지층이 많아지는 것"이라며 검우인들이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인생을 드러내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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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자랑스러운 검우인상 수상자 안희정 충남지사 |
지난해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로부터 '자랑스러운 검우인상'을 받은 안희정 충청남도지사(47)는 역경의 정치인생을 살기 이전 학창시절부터 파란만장했다. 안 지사는 학업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아 무려 두 번을 제적당하고 한 번은 자퇴했다.
결국 검정고시를 선택한 안 지사는 머리를 깎고 8개월 동안 공부해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안 지사는 "두 번 제적당한 사람으로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며 "검정고시의 기회가 없었다면 지금의 안희정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검정고시 출신들의 특색을 '의지'로 규정한다. 그는 "검정고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단력과 굳은 의지를 갖게 된다"며 "실패를 딛고 스스로 일어서는 힘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검정고시를 교육의 기회를 다시 이어주는 '사다리'에 비유하며 "우리 사회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성공한 사람들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 아닌 더 많은 사다리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며 "성공한 검우인들도 사다리 만들기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