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의 모든 아마야구 선수들에게.
그냥 속상해
가슴이 답답하고 마음이 안정이 안되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면 눈물이나고.
그동안 너무 고생한 아들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초등 3학년 부터 대학 4학년 까지
자유 시간도 맘껏 가져보지 못하고
오직 한길만 보고 달려왔는데
이제 어쩌지
엄마가 몰 어떻게 해줘야 하나
무슨 말은 어떻게 해줘야 하나
아들에게 무슨 말로 위로해 주지
엄마는 아들에게 사랑 한다는 말 밖에는 해줄 말이 없네
- 프로야구 2차 신인지명이 있던 날 대학야구선수 아들을 둔 어머니가 쓴 글.
이틀 전이었던 지난 8월 26일에는 2014 프로야구 신인 2차지명이 있었습니다. 고교 졸업생과 대학 졸업생, 군 제대 선수와 기타 선수를 모두 합쳐 총 720명이 드래프트 참가 신청서를 냈고, 그 중 105명의 선수가 프로구단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우선지명을 받은 선수와 1차지명을 받은 선수를 포함하면 총 117명의 선수가 프로로 가는 관문을 통과한 셈입니다. 14.6%의 취업률은 프로야구 출범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 하니, 프로팀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에게는, 그리고 앞으로 프로팀의 문을 두드리게 될 선수들에게는, 정말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드래프트 이후 모든 언론은 일제히 새내기 프로야구선수가 될 선수들을 조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하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짙고 어두운 그늘이 있고, 그 그늘에는 아직 85.4%의 선수들이 남아있지만 그들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보입니다. 어느 곳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한채 '지명 외'로 분류되는 603명의 남은 선수들은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요. 지난 3년동안 준수한 성적을 거둔 고교팀의 졸업생은 대학팀에 들어가 4년 후를 기약할 수 있으니 그나마 나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번번이 지역예선에서 고배를 마신 약체 고교팀의 선수나, 더 이상 진학할 학교가 없는 대학팀의 선수나, 군대마저 다녀오고 20대 중반이 훌쩍 넘은 나이에 배트와 글러브를 놓아야 하는 선수는 이제 무엇을 하며 살아야할까요.
지난 십수년간 그들에게 야구는 인생의 모든 것이었을 것입니다. 잠 편히 못 자며, 먹고 싶은 것도 마음껏 먹지 못하고, 놀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모두 참으며, 때로는 구타를 당하면서까지 놓지 않았던 배트와 글러브인데, 그들의 인생에서 야구를 빼앗아버린다면 무엇이 남게 될까요. 오로지 야구만을 위해, 단 하나의 길을 향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매진해 온 그들은 이제 어떤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할까요. 진로를 찾지 못한 많은 야구선수들이 암흑 세계에 몸 담게 되는 것을 우리는 그저 팔짱을 끼고 바라보며 혀를 끌끌 차야만 하는 것일까요.
야구대표팀이 일본과 미국, 쿠바를 꺾는 것을 보고 환호와 탄성을 보내는 것에만 그친다면, 머지 않아 한국 야구는 대만이나 중국만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 것입니다. 고교와 대학을 졸업한 선수들이 뛸 수 있는 야구팀은 반드시 증설되어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NC와 KT의 프로 야구단 창단,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탄생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일부 이기적인 구단들이 리그 전체의 수준 하락을 운운하며 새로운 구단의 창설을 반대(+방해)했지만, 올해 NC의 돌풍을 통해 그들의 주장이 몽니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고교팀의 숫자가 적긴 하지만, 엘리트 체육 시스템을 취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학교 스포츠 문화를 고려했을 때 선수수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올해 처음으로 아마야구의 선수의 취업률이 10%를 상회하게 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여전히 절대다수의 선수들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유니폼을 벗게 됩니다. 꼭 프로야구팀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사회인야구팀이든, 오래 전 옛날과 같은 실업야구팀이든, 어떤 형태가 되어도 좋으니 아마야구선수들이 최소한의 생계 걱정으로부터는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야구팀이 더 생겨나야 합니다.
졸업 후에도 밥 걱정은 안 하며 야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게 된다면, 미래에 대한 선수들의 목표의식이 뚜렷해짐은 물론이고, 더 많은 리틀야구 유망주들이 야구를 계속하게 될 것입니다. 전반적인 야구의 저변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야구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아마야구 선수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급증 없이 운동을 하게 되면 현장에서도 당장 성적을 내는 것에 급급하지 않지 않게 될 것입니다. 혹사 문제도 덜해질 것이며, 기본기부터 착실하게 가르칠 수 있어 빠른 기량 향상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선수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는 것은 야구 꿈나무들 뿐만 아니라 여가로써 야구를 즐기는 일반 국민들에게도 희망을 줄 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프로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는 선수는 정말 극소수이고, 그 중에서 성공하는 선수는 더욱 적습니다. 프로야구 선수 하나만을 보고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하는 우리 선수들은 정말 딱한 존재입니다. 선택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수 있는 제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프로팀의 증설이 장기적인 대안이라면, 당장 시급한 것은 아마야구가 활성화되어 많은 실업팀이 생기는 것입니다. 프로야구에 하위리그를 신설하거나 실업야구를 부활시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겠지만 KBO나 MLB를 보고 눈이 높아진 야구팬들에게 아마야구는 성에 차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년 고시엔이 열릴 때면 지역예선부터 만원관중이 들어차는 일본이 정말 부럽습니다.
2013년 8월 26일은 누군가에게는 생애 최고의 기쁜 날이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날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떤 누군가에게는 영영 야구와 이별을 해야 하는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유상이가 삼성라이온즈에 지명된 것은 우상이의 팬이자 삼성라이온즈의 팬인 저에게는 정말 기쁜 일이고, 가문의 영광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아마야구를 사랑해온 한 사람으로서, 유상이를 통해 수많은 아마야구 지인선수가 생겨난 사람으로서, 슬픔과 아쉬움이 함께 밀려오기도 합니다.
이제 누군가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해 십 년 넘게 그라운드에서 흘려온 그동안의 땀과 눈물을 보상 받아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게 되지만, 다른 누군가는 상급학교 진학이나 프로팀의 연습생(신고선수)에 한 가닥 희망을 걸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한 학년을 더 유급하면서까지 야구를 하게 될테고, 가장 많은 누군가는 그동안 삶 전체와도 같았던 야구를 포기하고 그라운드를 떠날 준비를 할 것입니다.
자신을 위해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 생각에 죄송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 없고, 그렇게 많이 고생하고 훈련했음에도 좀 더 잘하지 못한 그 시간들에 후회가 밀려오고, 주변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어 연락을 끊고 죽을 만큼 술을 퍼마실지도 모를 그대들에게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대들은 모두 최고였다고.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잃으면서까지 야구에 전념한 그대들은 정말 아름다운 사람들이라고. 야구라는 힘든 삶을 견뎌온 강한 사람들이니만큼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어떤 것에 도전을 하든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 어려운 야구도 해왔는데 세상에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냐는 마음으로, 겁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에 당당히 맞서길 바란다고.
웃음과, 울음과, 행복과, 감동을 준 그대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마야구선수들, 파이팅입니다.
모두들 글 읽어 보셨나요? 저도 겪었던 일이고 제 주위에도 많은 사람들이 겪고, 현재도 겪고 있는 일들 입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제가 지난 11년 간 누구보다 열심히, 진지하게 미래의 꿈을 갖고 임했던 스포츠 이기도 합니다.
야구를 즐기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야구라는 스포츠 자체에는 진지하게 접근해 주세요^^
별것 없습니다. 야구공 발로 차지 말고, 장비 관리 열심히 하고, 운동장에 나가면 돌 줍고, 운동장에 나가면 되도록 뛰어다니고... 어렵지 않지요? 그리고 야구를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모두 지킬 수 있는 것이지요?
야구를 할때는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 부탁드리겠습니다. 세이버스 화이팅!
첫댓글 마음가짐부터 새롭게...화이팅!!
뭉클하네...
야구라는 거...
정말 매력있는 스포츠...
좋은글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