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뜨거운 여름철 7박 8일간의 실크로드 여행 마지막 날, 버스 안에서 각자 여행 소감을 말하면서 사막의 여행길에 만난 좋은 인연을 계속해 보자고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후, 실크로드 사진첩 제작을 겸하여 1차 모임(8월22일)이 있었고, 이 날 회의에서 서울.경기지역 번개모임을 분기별로 1회 모이기로 하였고 반기별로 지방에서 모이기로 했었습니다.
지난 2차 모임(10월10일)에서는 1차 지방 모임을 동창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경주.포항지역으로 정하고 11월9일(토)-11월10일(일) 1박2일로 다녀 오기로 했습니다. 서울.경기 지역 동창생들은 아침 7시에 서울시 양재IC 근처 지하철 신분당선이 지나는 양재 시민의 숲역 4번 출구에 모여 1차 집결지인 경주로 출발했습니다.
송교수님, 춘봉이 형님, 저, 이렇게 3명이 약속 장소에 모였고 이총께서는 여행 준비를 갖추고 스타렉스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아침 7시에 일행을 태운 차는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했습니다. 내려가는 동안 고속도로 주변 산에 펼쳐진 아름다운 단풍 구경을 실컷 하면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면서 지루한 줄 모르고 내려갔습니다.
경부고속도로 --> 영동 고속도로 --> 중부내륙고속도로 --> 1번 국도를 타고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경주 IC를 나오자마자 있는 서라벌 광장에서 기다리고 계신 유성환 선생님을 반갑게 만나 뵙고 경주 집결지인 경주 시외버스 터미널 앞 고수부지 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고수부지 옆 형산강 풍경입니다.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입니다.
경주 고속버스 터미널 옆 (형산강) 고수부지 주차장에서 조르바님을 만났습니다. 조르바님은 춘천 집에서 이곳 경주에 고속버스를 타고 내려와 합류했습니다.
점심을 먹기 전에 유 선생님 나무농장에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경주시 건천읍 신평리 오봉산에 있는 여근곡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유 선생님께서 차를 잠깐 세우라고 하시고, 손가락으로 여근곡을 가리켜 주었는데 늦가을이라서 그런지 윤곽이 뚜렷하지가 않아서 쉽게 구별이 되질 않았습니다. 차창을 통해 찍은 여근곡입니다.
손가락으로 저기에 있다고 말씀을 드려도 잘 구별을 못한 동창을 위해서 잘 찍은 여근곡 사진을 올립니다요~~ ^^
유 선생님 경주 나무 농장에 도착하여 짧은 시간 농장 투어를 했습니다.
나무 농장에 있는 감나무에 감이 실하게 열렸는데, 유 선생님께선 감을 직접 따서 갖고 가라고 하십니다.
감을 따서 동창들에게 나눠주시는 유 선생님. 저도 2개 받았습니다. ^^
늦가을로 접어 든 농장의 길가에는 이런 저런 들풀이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었습니다. 제비꽃입니다.
요즘 인기가 있다는 개머루.
맛을 보니 어린 시절 즐겨 먹었던 까마중 맛이 난다고 했더니, 사모님께서 개머루가 까마중이라 일러주셨습니다.
까마중 열매
냉이
토종 흰민들레. 봄에 피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철없는 민들레도 있습니다.
유 선생님께서 직접 만든 더덕 술을 동창 모임의 반주로 흔쾌히 제공했습니다.
무려 20년생 야생 더덕으로 만든 3년 묵은 더덕 술입니다. @@
귀한 술을 보고 므흣해 하시는 춘봉이 회장님과 이총
1주일째 몸살 기운이 있음에도 먼 길을 달려 온 조르바도 술 향기를 음미합니다. ^^
맛 좋은 스테이크로 점심 식사를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친절하게 우리를 맞이해 주신 유 선생님 사모님. 오늘 모임에 참석한 저희 일행을 보시더니, 남편이 달리 보인다고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앞으로 부군께서 해외 여행간다고 여행 경비 달라고 하면 두말없이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
점심 반주로 2/3 정도 비운 더덕 술.
오늘 일정은 토요일 오후 반나절 동안 경주 문화 유적지를 구경하고 오후 6시까지 포항에 도착하기로 했기에 평소에 잘 가지 않는 몇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꼼꼼하신 여행 전문가 이총께서는 역시 우리 동창회의 역사 전문가인 풍림화산님에게 가볼만한 곳 몇 군데를 추천받아 가지고 왔더군요. 아마도 가을 향기를 짙게 느낄 수 있는 장소를 추천받은 것 같습니다. 용담정, 굴골사, 감은사지 입니다.
천주교 제1대 교조이신 수운 최제우 대신사께서 득도를 했던 장소가 용담정이며 천도교 성지입니다.
용담정 유적 배치도
왼편에는 수운 대신사 최재우 동상입니다.
병풍을 둘러친 듯한 산세인데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멋진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용담정에는 수운대신사 초상화를 모신 금당 건물이 있었는데, 여기서 신도들이 참배를 하더군요.
금당 건물 위쪽에 아담한 정자가 있었습니다. 계단 아래서 정자를 바라보는 풍경이 무척이나 운치가 있더군요.
경주에서 가을을 느끼고 싶은 분은 한번 찾아볼 만한 곳입니다.
정자 오른편에는 계곡의 암반을 타고 내려오는 물줄기가 있고, 바위틈에서 나오는 약숫물도 있었습니다.
다음 답사지인 굴골사입니다. 저는 한 10 여년 만에 다시 와보는 것 같습니다.
굴골사 (경북 경주시 양북면 안동리 304번지)는 계곡을 따라 길이 방향으로 길게 건물이 배치되어 있었고, 주말 템플 스테이가 진행되고 있는지 젊은 신도들과 일반 신도가 입는 진한 감색 승복을 입은 외국인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굴골사 벼랑에 새겨진 마애불상 (보물 제581호)
굴골사는 불교무술인 선무도(禪武道)로 유명한 절입니다. 유럽에까지 알려져 이곳에 와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선무도를 수련하는 외국인도 있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88년엔가에 선무도를 한 6개월 정도 배웠습니다. 현재 굴골사 주지스님이신 적운스님께서 당시에 선무도를 보급하기 위해 서울시 창덕궁 맞은편 길에 선무도 도장을 개설했는데 여기서 배웠죠. 당시 제 직장인 S전자 반도체통신연구소가 경기도 부천에 있었는데 이걸 배운다고 눈치보며 퇴근해서는 저녁 8시에 도착해서 한시간 정도 수련을 했었습니다. 직장 생활에 매여 있던 때라서 1주일에 한 2번 정도 밖에는 수련을 못했고, 결혼 초 애기 키우느라 힘들었던 아내에게도 눈치가 보여서 더 지속하지 못하고 그만두었습니다. ^^;;
(사진출처: 변종만의 추억과 낭만찾기)
위 사진 오른쪽의 역동적인 내지르기 동작까지 배웠드랬습니다. ^^;;
굴골사에서 내려다 본 풍경
마지막 답사지인 감은사터와 삼층석탑. 이렇게 어스름한 시각에 이곳을 찾은 것은 첨입니다.
동창들의 문화 유적에 대한 애정과 역사에 대한 내공이 상당하여 여행길이 내내 즐거웠습니다.
저녁 6시 넘어 경주 감은사지를 출발하여 비 내리는 국도를 따라서 약 1시간 정도 걸려 포항의 별미 횟집에 도착했습니다. 차량에 네비가 없었는데도 유 선생님과 포항 동창의 길 안내로 모임 장소에 잘 찾아왔습니다.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계셨던 햇살님과 메릴 박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지난 6월말~7월초에 사막의 실크로드에서 맺은 질긴(?) 인연으로 이렇게 4개월이 지난 11월에 첫 동창모임을 경주.포항에서 갖게 된 것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내년 이른 봄엔 목포.순천의 동창을 만나러 갈 예정입니다.
저는 내일 일요일 아침에 일이 있어서 2차 모임에 동행하지 못하고 이곳 1차 모임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서울로 향했습니다. 포항 고속버스터미널에서 10:30시 우등버스를 타고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2:30시였습니다.
귀가 길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차편을 미리 예약해 주신 메릴 박님께 감사드립니다. ^^ 덕분에 편하게 서울에 올 수 있었습니다. 내일 일요일 여정도 즐겁고 안전한 여행길이 되길 빌면서 환대해 주신 경주.포항 동창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첫댓글 이총님, 한밤 중 서울로 가는 버스 길에 잊지 않고 안부 전화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침엔 해장국 잘 드셨는지요? 이번 경주.포항 모임 준비하고 운전하시느라 수고 넘 많이 하셨어요~~
글구 차 안에서 빌려주셨던 박재동 화백의 실크로드 여행기 책은 잘 챙기셨는지요? 잠깐 보고 뒷자석에 놔뒀는데 챙기셨는지 궁금하네요. ^^;;
형님 브라보! 부지런하시네요
꼼꼼하게 여정 기록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물론 책이야 잘 챙겼지요,그날 너무 재미있게 술마시고 ,노래하고,이야기 나누고, 좋은 시간 가진 덕분에 앞으로 동창들 또 만날 날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그나저나 클났습니다,
이틀 째 기록을 누군가는 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제가 해야 하겠지요^^
홍석경 선생님이 있어서,
앞으로 여행기록은 염려안해도 되겠군요♬♪
ㅎㅎㅎ
정말 꼼꼼한 기록, 좋은 사진 너무 고맙습니다. 우리를 환대해주신 유성환 선생님과 포항 예쁜 여자 선생님들 너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