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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존 휴스턴
출연: 버트 랭커스터, 오드리 햅번, 릴리안 기슈
오디 머피, 찰스 빅포드, 존 색슨, 조셉 와이즈맨
{그녀는 어여쁜 젊은 아가씨였고, 장래성도 밝았다. 그래서 그녀의 어머니는 딸이 악명높고 부도덕하며, 과격한
기질의 도둑이자 살인자인 윌리엄 머니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심장발작을 일으켰었다. 그녀는 어머니 상상과는
달리, 그의 손에 죽지 않았으나, 천연두(smallpox)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가 1878년이었다.}
1880년 와이오밍주, 빅 위스키(Big Whiskey Wyoming). 윌리엄 머니(William Munny: 클린트 이스트우드 분)는
은퇴한 무법자다. 열차와 은행을 털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한 잔혹한 살인자로 악명을 떨치던 과거에서 떠나 총과
술을 놓은 지 어언 11년, 이제는 캔사스의 촌구석에서 아들, 딸과 함께 돼지나 키우고 조용히 살고 있다.
그런 머니의 새로운 인생을 가능하게 했던 아내는 죽고 돼지들이 전염병으로 죽자 생활고에 시달린다.
이때, 어느 두 카우보이가 창녀에게 칼을 휘둘러 얼굴을 흉하게 만든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곳의 부패한 보안관
리틀 빌 대거트(Little Bill Daggett: 진 핵크만 분)는 말 몇필만 받고 그들을 풀어주었다. 이에 화가 난 창녀들은
그 두 악당에게 1천불의 현상금을 걸었고 새파랗게 젊은 스코필드(The Schofield Kid: 제임즈 울벳 분)가
돈을 노리고 동업자로서 머니를 찾아온다.
이에 머니는 함께 떠나기로 하고, 옛날에 함께 일하던 흑인 총잡이 레드 로건(Ned Logan: 모건 프리먼 분)을
데리고 간다. 로건 역시 무법자의 생활을 청산하고 조용히 살고 있었으나 머니의 부탁으로 따라나선다.
세 사람은 빅 위스키로 향하고 있을 즘, 열차에선 비열한 총잡이 잉글리쉬 봅(English Bob: 리차드 해리스 분)이
마을에 들어온다. 그러나 보안관에게 잡혀 폭행을 톡톡히 당한 채 쫓겨난다. 이때 같이 왔던 작가 보상
(W.W. Beauchamp: 소울 루비넥 분)은 소설 소재를 얻기 위해 마을에 남게 되고, 이후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접 목격하게 되는데.
{몇 해가 지난 뒤, 안소니아 페더스(Ansonia Feathers) 부인은 몹시 힘든 여행을 거쳐 그녀의 유일한
딸이 있었던 마지막 장소인 호즈먼 카운티(Hodgeman Contry)를 방문하였다. 윌리엄 머니는 오래 전에
그의 자식들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곡물 산업으로 성공했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페더스 부인은 왜 자신의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악명높고 부도덕하며 과격한 기질의 도둑이자
살인자인 그와 결혼했는지 설명해주는 어떠한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세명의 오빠와 자상한 어머니를 둔 미모의 처녀 레이첼(오드리 헵번)은 명랑하고 발랄한
서부의 처녀입니다. 하지만 어느날 수수께끼같은 낯선 노인이 말을 타고 나타나면서
그녀의 출생과 과거에 대한 의문이 던져집니다. 애써 그러한 사실을 외면하려는 어머니
(릴리안 기슈)와 큰 오빠(버트 랭커스터) 그렇지만 오드리 헵번을 사랑했던 청년인 찰리가
인디안에게 살해되면서 찰리의 아버지(찰스 빅포드)와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출생이
인디안이라고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다소 뻔한 스토리이자 죄 없는 인디안을 꽤 학살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인디안을
흉폭한 종족으로 다룬 작품이기도 하죠. 그럭저럭 잘 나가던 영화가 막판에 다소 부실하게
마무리되기도 합니다. 분명 100:4의 일방적으로 불리한 버트 랭커스터 일가와 인디안족과의
대결임에도 한 명의 '구원병'의 등장으로 전세가 역전되어 버린다는 설정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아기 때 백인이 데려간 여동생을 되찾기 위하여 수십명의 무모한 희생자를 내면서
침입하는 인디안들의 모습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영화 중간중간에 인디안을 비하하는
대사도 몇 번 나옵니다.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 버트 랭커스터는 1954년 아파치라는 영화에서 인디안역을 직접
연기한 적도 있지만 여기서는 인디안에게서 태어난 오드리 헵번을 끔찍히 아끼는
용맹한 서부남성을 연기합니다. 야성미와 강인함이 넘치는 전형적인 '버트 랭커스터표
연기'를 보여준 영화입니다.
1960년에 만들어진 서부극 용서받지 못할자는 32년뒤에 만들어진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걸작서부극 '용서받지 못한 자'와 제목이 비슷합니다. 60년 작품에는 제목 앞에
'The'가 붙어서 'The Unforgiven'인 것이 다를 뿐이죠. 하지만 '서부극'이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완전히 다른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1953년부터 1967년 사이에 만들어진, 즉 오드리 헵번의 실질적인 '전성시대'의
영화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영화의 주도권을 다른 배우가 쥐었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드리 헵번은 '로마의 휴일'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영화에서 일방적인 주도권을 자신이
가졌고, 그녀와 공연한 많은 명배우들은 본의 아니게 '들러리'나 '보조'가 되었을 뿐이죠.
워낙 오드리 헵번이 일방적으로 빛났기 때문이죠. 어느 영화에서나 돋보이는 대표적 배우인
그레고리 펙 마저도 로마의 휴일에서는 오드리 헵번을 위한 보기좋은 장신구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티파니에서 아침을'이나 '어두워질때까지' '파계'등의 영화는
그야말로 오드리 헵번을 위하여 존재하는 전형적인 영화이고요. ''샤레이드'에서의
캐리 그랜트 정도가 어느 정도 동등한 역할을 해낸 공연배우 라고 할 수 있죠.
그렇지만 '용서받지 못할 자'에서는 제일 빛난 배우는 버트 랭커스터였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평생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연한 서부극이었는데, 어울리지 않게도 '인디안 처녀'로
등장합니다. 그래서 평소의 빛나는 미모를 다소 검은 피부로 바꾸어 덜 돋보이게 할 수 밖에
없었죠. 서부극이나 전쟁물 등 선 굵은 남성의 연기에 익숙한 버트 랭커스터는 물을 만난
고기처럼 굳세고 강한 주인공을 맡아서 호연합니다. 물론 오드리 헵번은 '녹색의 장원'이라는
영화에서 자연의 야성녀같은 역할을 연기한 적이 있지만 역시 그녀는 '사브리나'나 '로마의 휴일'
처럼 발랄하고 도시적인 미녀가 어울리지 웨스턴 무비에 잘 맞는 배우는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나름대로 재미있는 소재의 볼만한 서부극임에도 오드리 헵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거의 거론되지 않는 영화입니다.
사실 '말타의 매'나 '시에라마드레의 황금'등 40년대 걸작을 제법 만든 존 휴스턴 감독과
역시 '지상에서 영원으로'와 'O.K목장의 결투' 등의 명우 버트 랭커스터, 그리고 당시
최고의 여배우라고 할 수 있는 '오드리 헵번' 등이 모여서 만든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이 아쉬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개척시대와 인디안 학살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듯한
작품이기도 하고.
볼만한 배우들이 꽤 등장합니다. 무성영화시대의 명 여배우 릴리안 기슈가 '사냥꾼의 밤'
에서와 마찬가지로 강하고 용맹한 어머니로 등장하고 베테랑 찰스 빅포드도 출연합니다.
'용쟁호투'와 '나이트 메어' '지옥의 카니발'등으로 알려진 존 색슨은 당시 25세의
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디안계 청년으로 '말 조련의 달인'으로 등장하는데
수수께끼의 노인을 추격하는 장면에서 여러 마리의 말을 동시에 몰고 가면서 차례로
갈아타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작은 오빠로는 오디 머피가 출연합니다.
음악은 역시 고전적 서부극에서 많은 음악을 담당한 디미트리 티옴킨 입니다.
어느 정도 가벼운 오락거리로 볼만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출연 배우나 감독의 대표작
반열에는 들기 어려운 다소 그들의 '쉬어가는 영화'라는 느낌이 든 작품입니다.
ps : 이 영화 촬영시 오드리 헵번은 낙마사고로 아이를 유산했다고 합니다.
ps2 : 이 영화에서 친 오빠에게 총을 겨누는 오드리 헵번의 비정한 연기가 화제가 되었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자 라는 제목은 그 부분에 관련된 제목 같습니다.
ps3: 고립된 상태에서 수십명의 인디안에게 포위당한 장면은 윌리암 홀덴 주연의 '브라보 요새의
탈출'이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에서도 위기 일발의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소수'의 구원병에 의해서 기적처럼 살아났지만 이 영화에서도 절대 절명의 순간에서
'오디 머피' 한명이 구원 등장함으로써 상황이 반전되버린 설정은 그냥 대충 서둘러 영화를
끝내버렸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거 악명을 떨쳤던 무법자 총잡이가 은퇴한 이후 세상에 순응하며 조용히 살지만, 악덕 보안관과 피할 수 없는
대결에서 결국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되는 내용의 인상적인 서부극. 기존 서부극과는 달리 아주 사실적인 영상과
철학적인 단상들을 담아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의 영광을 안겨준 작품이다. 서부극
스토리의 확대라는 측면과 함께 19세기의 서부 모습을 사실적이고 냉정하게 스크린에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위해 배경이 되는 마을 역시 직접 세트로 건설했으며 현직 카우보이를 엑스트라로 고용했다고 한다. 아카데미
9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 감독, 남우조연(진 핵크만),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했다. 이스트우드는 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은 <여인의 향기>에 출연한 알 파치노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그는 배우 출신으로 5번째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의 영광을 안았다. 또한 이 작품은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서부극(Western movie)으로는 3번째
영화가 되었다. 나머지 두 작품은 1931년작 <시마론>이며, 나머지 하나는 바로 90년에 나온 <늑대와 춤을>이었다.
원래 이 영화의 대본은 약 20여 년간 헐리우드에 떠돌고 있었다. 그동안 진 해크만(Gene Hackman)이 한때
읽어보고 거절했던 적도 있었고 이후에 판권을 갖고 있기도 하였으나 최종적으로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넘어감으로써 제작이 되었다. 제작 단계에서는 '윌리엄 머니의 도살(The William Munny Killings)'라는 제목이
가제(working title)로 붙어있었다.
극중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기하는 윌리엄 머니(William Munny)의 아이들 이름은 각각 윌(Will)과 페니(Penny)이다.
이 이름은 한 카우보이가 어떤 과부와 그녀의 아이들을 돕기 위해 총잡이가 된다는 내용의 찰턴 헤스턴
(Charlton Heston)이 주연했던 <윌 페니(Will Penny)>(68)라는 영화에서 따온 것으로 영화 매니아들은 추정한다.
또 극중 솔 루비넥(Saul Rubinek: 뷰 캠프 역)이 6명의 보안관 부하들을 쏠 때 어떻게 순서를 정했는지 클린트
이스트우드(머니 역)에게 물어보자, 머니는 "그냥 운이 좋았다"고 대답한다. 이것은 <무법자 조시 웰즈>(76)에서
치프 댄 조지(Chief Dan George)가 "4명의 연방군을 사살하는데 어떻게 순서를 정했느냐"고 이스트우드에게 물어보자
그 병사들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권총집과 눈빛에 대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는 장면에서 살짝 내용을 비틀어 따온
것이다. 한편, 극중 진 해크만이 네드 로건(모건 프리만)을 채찍질할 때 "메디신 햇의 엘로이 퀸시
(Elroy Quincy out of Medicine Hat)"란 말을 하는데, '메디신 햇'은 이 영화의 촬영지인 캐나다 앨버타 주의
실제 존재하는 마을 이름이다. 엔딩 크레딧의 문구 '세르지오와 돈에게 바친다(Dedicated to Sergio and Don)'가
가리키는 사람은 마카로니 웨스턴으로 인기를 얻었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영화 스승 세르지오 레오네
(Sergio Leone) 감독과 돈 시겔(Don Siegel) 감독을 가르키는 것이다.
옥의 티.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880년(또는 1881년)인데 어떤 사람이 가게에서 더 이상 현금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30-30(30구경에 30 grain, 즉 약 1.92그램의 화약을 담는다) 총알을 팔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총알은
1896년에 가서야 출시되었다. 또 머니는 자신의 리볼버(revolver)의 탄창을 옆으로 열고 있는데 실제의 그 기종은
앞으로 열게 끔 되어있다고. 마지막 총격씬에선 보안관의 부하 중 앤디의 가슴에 총을 맞기 전 이미 총알 구멍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