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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하면 전라도다. 그래서 전라도 여행은 즐겁다. 어느 허름한 가게를 들어가도 손맛, 양념맛으로 버무린 밑반찬이 푸짐하게 나온다.
오히려 전라도는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대형 음식점이 망가졌다. 상업화가 휩쓸고가면 고장의 맛도 돈맛으로 변한다.
담양의 대표음식은 떡갈비와 죽통밥이다. 그리고 죽순회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담양 대표음식이다. 담양의 관광안내지도, 담양군청의 관광책자와 웹사이트에도 늘 떡갈비, 죽통밥, 죽순회는 담양의 얼굴로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 떡갈비 아닌 돼지갈비집이 있다. 담양을 찾은 관광객이라면 떡갈비가 아닌 돼지갈비라는 것에 흥하고 콧방귀를 뀔 일이다. 돼지갈비는 여전히 서민의 음식이자 내가 사는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있는 음식일테니.
그러나 때때로 편견과 포장 정보가 기회를 상실하게 한다. 단언컨데, 담양에 들렀다면 이집 승일식당에서 돼지갈비를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반쪽 자리 담양관광이 되고 만다.
담양읍사무소만 찾으면 된다. 아니 담양 터미널에 내려 "승일식당"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된다. 식사를 하던 옆 테이블의 대화를 잠시 엿듣자. 참고로 전화대화다.
옆사람: 전주에서 지금온다고야? 그럼 승일식당으로 오쇼잉. 승일 식당이 어디냐구여어? 담양에 와서 승일식당 물어보면 다 안당게. 승일 식당 모른다고 하면 경찰서에 신고해부러, 그 사람 간첩이여.
1986년부터 시작했다는 이 가게의 입구는 허름하다. 그 앞 도로에 빡빡하게 늘어선 차들이 아니라면 얼핏 그냥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입구에 들어서면서 눈에 잡히는 풍경..가히 난리, 난리 이런 난리도 없다.
아주머니 서너명이 가로로 앉아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대기 시작한다. 양념에 잘 재인 돼지 갈비 한 다라를 옆에 두고 손님의 주문양만큼 석쇠에 넣은 후 잽싼 손동작으로 고기를 구워대는 동작이 무슨 오케스트라 연주자들 처럼 일사분란하고 굿판을 벌리듯 신명마저 느끼게 한다.
게다가 그 사람 잡는 냄새라니.
홀은 모두 주방이고 방으로 들어서면 밥상이 펼쳐져있는데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한다. 주문이라고 해야 돼지갈비뿐이다. 2인분에 16,000원. 600그램이다. 돼지 갈비 가격으로 특별히 비싼 것도, 그렇다고 싼 것도 아니다. 밥이나 누룽밥을 시키고 나면 잠시 후 밑반찬들이 등장한다.
밑반찬들도 하나 같이 정갈하고 맛이 있다. 특별한 반찬도 아니고 나물에 김치, 젓갈등이지만 어쩌면 하나 같이 입맛을 돋워주는 지 고기 오기 전에 밑반찬으로 배 부를 지경이다. 참고로 여기는 된장찌개가 없다. 구수한 된장국이 나오는 데 무한정 리필이 가능하고 맛 또한 아주 훌륭하다.
고기는 미리 익혀서 나온다. 3인분을 시키면 2인분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1인분이 나오는 데 고기를 미리 다 가지고 오면 식을까봐 그렇게 하는 것 같다. 사실 개인적으로 미리 구워 나오는 고기에 대해 좋지 않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을지로의 전통명가 갈비집도 주방에서 구워져 나오는 고기고, 경북 봉성의 그 유명한 돼지갈비도 구워나오는 고기다. 일일이 구워먹지 않아도 되서 편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식은 고기는 맛이 없다.
그러나...
승일 식당에서 반전을 경험한다.
고기가 너무 맛이 있어서 식을 틈도 없이 사라지는 탓도 있겠지만 워낙 많은 고기를 빠르게 구워 내오다 보니 중간에 식을 틈도 없이 고기들이 상에 올려지고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입속으로 사라진다. 양념갈비가 보통 입에 달아서 어른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데 여기 갈비는 약간 달달한 감이 있을 뿐 된장이 들어갔는지 구수하면서도 달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돼지고기 특유의 진득한 육질을 느끼게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맛이다.
이렇게 고기를 먹고 1천원 짜리 숭늉밥을 시켜서 구수하게 입가심을 하면 그 포만감이 제대로 음식을 먹은 듯한 느낌을 갖게한다.
담양에 가시거든 승일 식당에 꼭 들르시라. 이 집의 돼지숯불갈비, 정말 후회하지 않을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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