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림절의 의미
인간의 삶을 무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인생에 대해 여러 가지로 말하지만 그 중의 하나는 바로 기다리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노력하면서 희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다림이 항상 설레임과 기쁨만을 가져다 줄 수는 없습니다. 기다림 안에는 희망과 함께 공유해야 할 아픔 또한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자인 우리도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서 안타까움과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구세주가 탄생하실 날을 기다리는 시기, 바로 교회전례력에 나타난 이 시기를 대림절이라 합니다.
대림(待臨), 이를 풀어 보면 '기다릴 대' 와 '임할 림', 말 그대로 임하심을 기다리는 시기인 것입니다. 누구를? 바로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시기인 것입니다. 따라서 대림시기에는 어두운 죄 중에서 살아오던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위해서 회개하는 마음을 지니고 지내야 하는 시기인 것입니다. 곧 탄생하실 주님을 맞기 위한 마음의, 삶의 준비 시기인 것입니다.
가톨릭 신앙생활에서는 전례 생활이 상당히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 생활은 어떻게 사는 것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생활이라고 서슴없이 대답할 것입니다. 전례 생활은 바로 그리스도의 생활을 1년 동안 전례적으로 사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생활은 인간 생활의 모범적인 생활 정도의 성질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생활은 그리스도 안에 하느님이 나타나심이라는 초인간적인, 그러므로 구세의 힘이 나타나는 생활을 뜻합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하느님의 생명이 인간 생명으로 나타난 것을 뜻하고 있고 교회 전례는 이러한 신비를 일년 동안의 생활에 옮기며 살도록 짜여 있는데 바로 이러한 정신에서 대림절은 성탄 시기, 즉 하느님이 나타나셔서 세상에 오시는 것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기간입니다.
이러한 대림의 의미를 교회 안에서 좀더 살펴보면, 첫 번째는 역사적으로 이 세상에 탄생하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던 이스라엘 민족을 회고하며 이 천년전의 상황을 기념하고 재현하는 마음입니다. 기다림은 미래를 내다보는 동시에 과거를 돌이켜보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이 여러 시련 속에서 하느님의 끊임없는 약속에 기대를 걸고 시련을 이겨내고 극복했던 역사를 되새겨 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역사적으로 이 세상에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성탄 축일, 즉 첫 번째 오심에 대한 준비입니다.
두 번째는 이 세상 끝 날에 세상을 심판하고 믿는 이들을 완전히 구원하기 위하여 오시기로 약속하신 주님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재림의 기다림은 온 세상이 다시 찾게 된 하느님과의 일치와 평화에 대한 기다림이며 완성에 대한 기다림입니다. 즉 세말에 다시 오실 성자를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세 번째는 주님의 재림을 위하여 길을 닦는 보속과 속죄 등 마음이 준비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태도는 한마디로 '회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매일의 삶 가운데로 오시어 우리와 함께 하시는 주님을 따뜻이 맞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시기, 이것은 우리의 무디어졌던 마음을 다시 갈고 닦는 것으로서 단순히 죄를 뉘우치고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마음을 향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갖는 것,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심을 기억하고 사람들이 서로서로 마음을 향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는 시기입니다.
"인내와 격려로써 그리스도의 정신을 따라 모두 한마음이 되라"(로마 15,4-9).
즉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애덕의 자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고 위해주셨던 바와 같이 서로서로 받아들이는 마음입니다. 각자가 자기의 처지에서 출발해야 하는 이 회심은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게 되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본 모습을 회복하게 합니다. 그러기에 회심은 한 마디로 주님께 향하는 마음이며 그분을 찬양할 수 있는 능력의 회복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사람과 만물이 다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 영광과 찬미를 드릴 수 있게 하는 구세주를 통하여 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구세주를 기다림 자체가 회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나의 삶 안에서 나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로 돌리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로 대림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대림시기는 그리스도인들, 즉 회심한 자들이 낙관하는 기다림의 시기인 것입니다.
2. 명 칭
우리 말의 '임하기를 기다린다'는 뜻의 "대림"(待臨)은 그리스어의 '에피파네이아' (나타남, 현시) 또는 '파루시아'(옴, 현존)의 번역이며 라틴어로는 '아드벤뚜스'(Adventus:찾아옴, 도착)라고 합니다. 원래 일상 용어이던 아드벤뚜스가 고대 로마의 종교 영역에서는 신의 연례적인 성전 왕림의 뜻으로 쓰였습니다.
또 궁중에서는 어느 통치자가 즉위한 후에 처음으로 어느 마을을 공식 방문한다는 의미로 통용되었습니다. 345년의 로마 연대기를 보면 콘스탄티노 황제의 즉위일을 "아드벤뚜스 디비"(Adventus Divi)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라틴어를 쓰던 고대 교회 문헌, 특히 라틴어 번역 성서 불가타에서는 이 낱말을 "그리스도께서 사람 가운데 오심", "그리스도께서 사람이 되어 오심", "주께서 세상 끝 날에 다시 오심", 곧 그리스도의 역사적 탄생과 재림의 의미로 쓰고 있습니다.
7세기경의 라틴어 문헌에 나타난 성탄 준비 시기의 명칭은 '안떼 나딸레 도미니'(Ante natale Domini : 주의 성탄 전) 또는 '아드벤뚜스 도미니'(Adventus Domini : 주님의 오심)이다. 이 '아드벤뚜스'는 중세기에 서방 세계에 널리 유포되어 중부 유럽의 대림 낱말의 어원을 이루고 있습니다.
3. 대림절의 역사
대림시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 전 4주간을 말하며,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시는 것을 기다리는 시기로서, 구약의 전기간을 말합니다. 전례적으로 대림절은 구세주의 강생과 세말의 심판을 위한 재림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기다림의 기쁨과 심판의 이중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옛날에는 장림절이라고 하였습니다. 서방 교회에서는 대림절의 첫날은 성 안드레아 축일(11월 30일)에서 가장 가까운 일요일이었으나 동방 교회에서는 좀더 빠른 11월 중순부터 이 절기가 시작됩니다.
대림주일, 즉 대림절이 시작되는 주일은 교회력, 즉 전레주년이 시작하는 날 이기도합니다. 대림절의 전례적 기원을 살펴보면, 오늘날과 같은 4주간을 준비 기간으로 지내게 된 것은 그레고리오 교황(+604)때 부터이며, 그 후 10세기 초를 전후해서 속죄의 성격을 띤 대림절 전례가 전반적으로 전파되었습니다.
대림시기가 4주간으로 정착된 것은 12-13세기경이며, 이 때부터 대림 1주일이 전례주년의 첫 날로 간주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로마전례서>에 따르면 '하늘 높은 곳에는 천주께 영광'이라는 문구로 시작되는 영광송이 미사에서 생략됨으로써 이 절기의 근엄한 성격을 나타냅니다. 이 기간은 성탄뿐만 아니라 또한 그리스도의 재림을 준비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에는 이사야서와 세례자 요한의 경고 등이 독서로 채택되고 있습니다.
4. 대림절 전례
"교황청 전례 지침서"는 대림절을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 축일을 준비하고 종말에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교회가 성자의 재림을 위해 길을 닦는 보속과 속죄의 기간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로마교회 전례력은 대림 첫 주일부터 12월 24일까지를 포함하는 4주간을 대림절로 정하고 있습니다. 태양력에 의해 예수 성탄 대축일인 12월 25일이 무슨 요일이 되느냐에 따라 대림절은 가장 빠르면 11월 27일부터, 가장 늦으면 12월 3일부터 시작됩니다.
대림절은 보속보다는 기쁨을 강조하는 시기입니다. 즉 축제기간인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법은 사순절과 달리 대림절 동안은 단식과 금육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림 전례에 있어서 중심 인물은 '마리아'입니다. 대림 4주간의 복음에서 예수 탄생 사화에 나타나는 가장 돋보이는 인물이 바로 성모 마리아입니다. 구원사업에 있어서 마리아는 하느님의 말씀에 동의함으로써 예수의 모친이 되셨고, 하느님의 은총을 힘입어 당신 아드님 밑에서 아드님과 함께 구원 신비에 봉사하기 위하여 아드님의 인격과 사업에 당신 자신을 주의 종으로 온전히 바치셨음(『교회헌장』 56항)을 대림 전례는 부각시켜 주고 있습니다.
4주간의 대림주일들은 가해, 나해, 다해에 걸쳐 고유의 미사 기도문과 본기도, 봉헌기도, 영성체후 기도등은 같으나 성서 독서와 응송, 알렐루야가 조금씩 다릅니다.
4.1. 대림 제1주일
대림 제1주일 전례는 종말에 오실 그리스도를 기다리는 성격을 부각해 권세와 영광 가운데 다시 오시는 주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이 재림은 갑자기 부지불식간에 일어난다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대림 제1주일 복음은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다. 그러니 너희는 늘 준비하고 있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재림에 대한 준비와 경각심'에 대한 예수의 말씀은 대림 제2주와 제3주 동안의 성실한 준비를 거쳐 심판의 두려움보다 구세주 탄생의 기쁨으로 승화시키고 있습니다.
4.2. 대림 제2주일
대림 제2주일 복음은 세례자 요한이 구세주 오심을 예고하고 속죄를 권유하며 신약의 제2독서는 그리스도가 구원의 전달자로서 선포되고 이분은 정의가 깃드는 새 하늘 새 땅을 이끌어 내실 것이라고 선포합니다.
4.3. 대림 제3주일
'기뻐하라'는 말로 시작되는 '기쁨의 주간'인 대림 제3주일은 독서와 복음, 모든 기도문이 구세주 탄생이 임박했음을 예고합니다. 또 사제는 대림 제3주일을 맞아 그리스도 탄생을 준비하는 기쁨을 더욱 현양하기 위해 '보라색 제의'를 벗고 '장미빛 제의'를 입고 전례를 집전합니다.
4.4. 대림 제4주일
대림 제4주일은 주님의 첫 번째 오심과 성탄 축제에로 전례를 집중시켜 아기 예수 탄생을 준비하는 마리아의 기쁨에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대림절이 축제 시기인 만큼 전례의 온상은 '가정과 교회'라고 신학자들은 말합니다.
4.5. 대림절의 전례력적 위치
일반 연혁(1월 1일-12월 31일)과는 달리 교회력의 구성은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즉 예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 제1주부터 시작하여 그리스도왕 대축일에 끝나게 되는데, 교회력의 정점은 부활 축일로서 이날을 중심으로 교회력이 구성됩니다.
4.6. 대림초·대림환 대림시기 전례의 장식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대림환(待臨環)입니다. 대림환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독일 개신교 선교사 요한 비허른(J. H. Wichern)으로 전해집니다. 비허름은 1833년 함부르크에서 무의탁 청소년들을 위해 대림절 동안 촛불을 켜놓았으며 1840년대에 들어 왕관형 촛대와 둥근 환형의 촛대가 등장했습니다.
대림환의 첫째 특징은 둥글게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둥근 것은 시작과 끝이 없듯이, 대림환의 둥근 모양은 하느님께서는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한 분임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푸른 환은 헬레니즘 시대에 승리의 월계관으로 쓰였고 오늘날에도 올림픽이나 국제 경기에서 우승하고 돌아온 선수들을 환영하는 뜻으로 꽃으로 만든 둥근 관을 씌워 그가 승리자임을 알렸습니다. 이처럼 푸른 환은 그리스도의 승리를 나타냅니다.
둘째, 대림환은 늘 푸른 전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또한 대나무, 소나무 가지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푸른 나뭇가지를 보면 우리는 다시 봄을 맞이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푸름은 살아있고 성장하는 생명을 표시하며 희망과 미래를 나타낸다. 그래서 대림환을 볼 때 우리는 하느님께 선물로 받은 생명을 그리스도의 탄생과 더불어 생각하게 되고, 또 영원한 생명을 바랄 수 있게 됩니다.
셋째, 대림환에는 초가 네 개 꽂혀있습니다. 네 개의 초는 대림 네 주일을 나타냅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나가는 동안 넷이란 숫자가 지닌 깊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동서남북의 네 방향은 세상의 모든 곳, 곧 세상 전부를 뜻하며, 그리스도의 빛은 세상 모든 곳을 두루 비춤을 나타낸다.
넷째, 주일마다 하나씩 새 초에 불을 붙인다. 빛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며, 그 빛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앞서서 인도합니다. 그리고 초의 색깔을 보면 성탄 대축일에 가까워질수록 진홍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해갑니다. 그것은 "너희 죄가 진홍같이 붉어도 눈과 같이 희어지며 너희 죄가 다홍같이 붉어도 양털같이 되리라."(이사 1,18) 하신 말씀처럼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이제 무엇에도 물들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대림시기는 아기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심을 준비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우리에게 신비로운 빛을 보여주셨고, 예수님을 보내셔서 우리에게 확고한 희망을 주셨습니다. 빛이요 희망이신 예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오시고자 하시며, 모든 사람을 밝혀주고 따스하게 하실 것이다.
이 대림초는 대림 제1주일에는 한 개의 초에, 2주일에는 두 개의 초에, 3주일에는 세 개의 초에, 마지막 4주일에는 네 개의 초에 모두 불을 밝힙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성탄이 가까울수록 빛이 더욱 밝게 빛나, 그리스도의 탄생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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