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뭘해서 먹고 살지?
- 은유시인 -
이 소심한 의문은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철학자는 물론 범부들이 스스로에게, 또는 주위 사람들에게 던진 가장 솔직한 의문이다. 고로 나 또한 올 1월1일 새해를 맞이하면서 예순이 넘은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앞으론 뭘해서 먹고 산다냐?"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켜보면서 철도기관사들이 하루 3시간 남짓 일하고도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어 깜짝 놀랐다.
"와! 디게 많이 받는다!"
그래서 나도 그 대단한 철도기관사 면허를 따려고 여기저기 알아봤다.
취직하려는게 아니다. 늙었다는 이유로, 또 경력이 없다는 이유로 철도청에서 써 줄 리 만무한 것이다. 다만 그 어려울 것 같은 철도기관사 면허나 따두겠다는 생각일 뿐이다.
그러는 와중에 박근혜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철도파업은 맥없이 철회되었고, 면허 따서 철도파업이 벌어지면 이 한 몸 무료봉사하겠다는 생각도 접게 되었다.
엊그제 티비 뉴스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한국엔 폐지 줍는 노인이 175만 명이란다. 늙어 취직도 못하고 노가다할 힘마저 없다보니 늙은이들이 할 짓이란 게 고작 폐지 줍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하루 종일 폐지를 주워보았자 하루 5~6천원 벌이....
한 달 뼈 빠지게 폐지 주워봤자 10만원 벌이도 힘들다는 것이다.
벌어놓은 돈도 없고, 그렇다고 누군가의 도움도 받을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늙고 병약해지면 별 도리가 없잖은가? 폐지라도 주워서 먹고 살아야지....
철도기관사면허는 당분간 보류하고... 폐지 따위나 주워서 구차하게 살지 않으려면 뭔가 힘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자격증이라도 따놔야 쓰것다란 생각에 각종 자격증 사냥에 나섰다. 우선 운전과 관련된 면허증 사냥에 나섰다.
그래서.... 1월부터 최근까지 7개의 자격증을 땄다. 먼저 버스운전자격증과 화물운송자격증, 택시운전자격증을 땄다. 그리고 중장비(지게차)조종사면허증과 1종대형면허, 특수트레일러면허, 특수레커면허를 땄다. 7가지 면허 따는 데 시험 수수료로만 대략 5~60만원 가량 들었다.
고로 이제 한시름 놨다. 폐지는 안 주워도 먹고사는 데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다. 마을버스를 몰아도 될 터이고, 화물차를몰아도 될 것이다. 그도저도 못하면 까짓 택시운전하면 된다. 아무리 인건비가 박한 택시운전일지라도 바리바리 부지런을 떤다면 최소 100만원이야 못 벌겠는가.
이제부터 올 한 해엔 모두 세 가지 국가자격증이 목표다.
첫째는 4월에 시행할 유기농기능사 자격증, 둘째는 5월에 시행될 농산물품질관리사 자격증이다.
이 두 가지 자격증은 항차 글 쓰며 목가적 생활을 하기 위해 시골에 내려갈 때 호구지책이 될 것이다. 애오라지 글만 써서는 먹고 살기 힘들 터이니 약초 재배와 약초효소 제조판매를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인 것이다.
세번째는 10월에 실시될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다. 시골생활이 만만찮다 여겨지면 복덕방이라도 차려야 쓸 것 같기 때문이다.
참고로...
6월에 시행될 법무사시험도 칠 생각인데, 법무사 시험은 엄청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올 한 해 안에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 마스터 목표로 영어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 얄팍한 문법책을 달달 외우고 있는 중이며, 매일 밤마다 CNN과 Arirang TV를 들여다 보고 있다. 아직 뭔 말인지 못 알아듣지만 언젠가는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오케이?
내가 운전면허와 관련된 7가지 자격증을 취득해서인지 간이 어지간히 부었나 보다. 쓰잘 데없이 욕심만 늘었으니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