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앞 마법처럼 열리는 장터
제주 벨롱장 & 세화장
세화해변 앞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벨롱장
제주의 작은 바닷가 마을 세화리. 이곳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지역 주민과 여행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반짝 장터가 열린다. 에메랄드빛 바닷가 아담한 노천 장터에서 마법의 물약 같은 진귀한 물건을 만날 듯한 즐거운 상상이 펼쳐진다.
한 달에 두 번, 반짝 열리는 벨롱장
예쁜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좌판들
오전 11시, 한적한 세화해변에 왁자지껄 한바탕 소란이 벌어진다. 인적 드문 해안도로변에 난데없이 좌판 행렬이 이어지고, 곧이어 기다렸다는 듯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딱 필요한 만큼씩 벌여놓은 좌판에 손수 만든 잼과 쿠키, 핸드메이드 팔찌와 손수건 등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펼쳐진다. 직접 볶은 커피콩과 갓 구워 온 수제 빵, 한 땀 한 땀 정성을 들인 예쁜 스카프, 귀여운 테왁 망사리 등 가는 곳마다 볼거리, 살거리가 가득하다.
[왼쪽/오른쪽]해녀 할머니가 만든 테왁 망사리를 팔러 나온 손자들 / 외국인 셀러가 직접 만든 음료를 시음하는 여행자
바닷가 작은 장터인 벨롱장은 그야말로 ‘반짝’ 열리는 깜짝 플리마켓이다. 매월 5일과 20일 두 차례만 열리는 데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만 장이 선다. ‘벨롱’이 제주말로 ‘불빛이 멀리서 번쩍이는 모양’이란 뜻이니 정말 이름처럼 잠깐 나타났다 사라지는 셈이다. 장이 설 때가 되면 어디선가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거리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들 어디론가 사라진다. 바닷가에서 잠시 꿈이라도 꾼 듯 신기하고 재미난 시간이다.
길게 줄을 선 초코빵 좌판
장이 열리자마자 줄이 길게 이어지는 곳들도 생긴다. 이날의 인기 메뉴는 벨기에산 다크 초콜릿과 크랜베리를 넣어 구운 먹음직스러운 초코빵.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빵이 다 팔려나갔다. 빵을 사지 못한 여행자들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좌판을 연 지 5분 만에 ‘완판’을 기록한 부부는 이제 반대로 여행자가 되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장 구경을 나선다.
각자 마음에 든 물건을 사고 즐거워하는 여행자들
벨롱장을 보기 위해 일부러 일정까지 변경했다는 한 여행자는 깜찍한 여행 기념품과 소품들을 구입했다며 무척이나 즐거워했다. 작은 플리마켓이지만 좌판 하나하나 개성 넘치는 물건들이 가득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만나면 보물을 찾은 것처럼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정성껏 준비해온 물건이 임자를 만나니 파는 사람도 즐겁고, 사는 사람도 행복하다. 다만, 가는 곳마다 지갑을 열게 되니 장터를 한 바퀴 돌고 나면 한 푼도 남지 않는다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지역민과 여행자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
[왼쪽/오른쪽]인근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직접 만든 예쁜 소품들 / 직접 볶은 커피콩도 한자리를 차지한다.
제주로 삶터를 옮겨온 이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벨롱장은 입소문을 타고 1년여 만에 지역민과 여행자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의 장으로 진화했다. 처음에는 인근 게스트하우스나 카페, 공방 등을 운영하는 이들이 각자 준비해온 물건들을 사고파는 작은 벼룩시장 형태였지만, 지금은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져 규모도 커지고 판매하는 물품도 다양해졌다. 누구에게나 열린 이 장터에서는 셀러가 여행자가 되기도 하고, 때론 여행자가 셀러가 되기도 한다. 이곳만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벨롱장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든다. 정해진 형식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유쾌하고 재미난 축제 같은 공간이다.
좌판 앞을 무대 삼아 공연을 펼치는 이들
장터에는 물건들만 있는 게 아니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공연이 장터를 더욱 흥겹게 만든다. 따로 무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펼쳐놓은 좌판 앞이 즉석 공연장이 되고, 해안가 언덕이 멋진 무대가 되어준다. 한쪽에서 우쿨렐레와 젬베를 연주하며 신나게 노래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아슬아슬한 불쇼가 펼쳐진다. 물건을 팔러 나온 이들도, 구경 온 여행자들도 한데 뒤섞여 모두가 즐겁다.
옥빛 바다가 펼쳐진 세화해변
오후 2시, 마법 같은 시간이 지나고 해안도로는 다시 예전의 한가로운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제 내 차례라는 양, 새파란 하늘 아래 맑은 옥빛으로 물든 바다가 고운 모래사장을 드러내고 여행자들을 유혹한다. 혹시 내가 본 게 신기루였나? 장터는 사라졌지만 손에 꼭 쥔 예쁜 제주 여행 기념품이 장터가 실재했음을 증명해준다. 다음 장엔 또 어떤 재미가 있으려나. 상상만 해도 즐겁다.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세화오일장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세화오일장
벨롱장이 서는 날에는 부근에 세화오일장도 열린다. 세화오일장은 5일에 한 번씩 열리는 마을 장터로 제주의 전통적인 오일장 가운데 하나다.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에 장이 열린다. 바닷가 바로 앞에 서는 오일장으로 유명하다.
[왼쪽/오른쪽]싱싱한 생선들이 가득한 어물전 / 시골 패션을 좌지우지하는 오일장 의류전
세화오일장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싱싱한 생선은 물론이고 과일, 야채, 젓갈 등을 비롯해 주방기구, 생활용품, 의류, 이불 등 웬만한 품목은 다 갖추고 있다. 여기에 낫이며 호미 같은 농기구와 모종들, 고사리 채취용 앞치마, 밭일 작업용 방석 등 시골 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물건들도 눈에 띈다. 이제는 골동품처럼 되어버린 흘러간 가요 테이프가 잔뜩 쌓인 리어카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저기 벌어지는 흥정 소리가 아직 살아 있는 장터 인심을 느끼게 한다.
장터 음식의 대명사, 칼국수 한 그릇
오일장에 왔으니 장터 음식을 맛보는 건 당연지사. 장터 가장자리 옥빛 세화 바다가 내다보이는 곳에 자리한 맛나식당은 즉석에서 튀겨내는 튀김과 국수가 맛있는 집이다. 특히 오동통한 오징어튀김이 인기다. 주문하면 바로 끓여 내오는 장터식 칼국수와 멸치국수는 한끼 가볍게 해결하기 좋다. 여기에 막걸리 한잔이 빠지면 아쉽다. 아름다운 바다 풍경까지 곁들여지니 이보다 더한 진수성찬이 또 있을까. 장날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한결 여유롭다.
여행정보
벨롱장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세화해변 앞
날짜 & 시간 : 매월 5일, 20일 / 오전 11시~오후 1시
세화오일장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1412
날짜 & 시간 : 매월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 / 오전 8시~오후 3시
1.주변 음식점
본가 : 대패삼겹살, 감자탕, 해장국 / 제주시 도남로 103 / 064-724-8588 / korean.visitkorea.or.kr
무인카페 산책 : 유기농 커피, 유기농 허브티 / 제주시 애월읍 고내로7길 49 / 064-712-0373 / korean.visitkorea.or.kr
몽생이식당 : 말고기구이, 샤부샤부, 육회 / 제주시 한경면 녹차분재로 628 / 064-772-3886 / korean.visitkorea.or.kr
2.숙소
미도모텔 :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1 / 064-782-0820 / korean.visitkorea.or.kr
모두올레펜션: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279-4 / 010-2222-5437 / korean.visitkorea.or.kr
드림캐슬펜션 : 서귀포시 남원읍 남태해안로 364 / 064-764-0871 / korean.visitkore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