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에>
이번 베트남과 캄보디아로 자유여행을 떠나는 날이 아직 2일이나 남았다. 하지만 내일은 일요일이라, 가게가 문을 닫는 곳이 많았다. 언제나 출발 하루 전에 이발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있으나, 이번에는 어쩔 수없이 이틀 전인 토요일에 이발소로 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미리 메모한 것을 보며, 짐 싸기에 골몰했다. 혹시 빠진 것은 없는지, 불필요한 것을 가져가는 것은 아닌지 점검도 했다. 국내여행은 물론 외국여행도 1년에 한 번이상은 반드시 가지만, 짐 싸기는 언제나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일반적인 것은 내가 준비하지만, 먹 거리는 아내의 손을 빌려야하기 때문에 아내도 덩달아 바빴다.
짐을 완전히 싼 후, 큰 배낭을 저울에 달아보니 16Kg나갔다. 짐을 줄이려고 노력했음에도 1홉들이 소주를 20병 넣은 것이 무게를 늘린 것 같았다. 여행의 달인은 가방 무게를 줄이는 것이 필수라고 하는데, 나는 언제나 달인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쩌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만 배낭에 넣은 것인데도 이렇게 무거우니.
이번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만나는 시간이 아침이라, 하루 전인 일요일에 평창을 출발하기로 했다. 오후에는 이곳에 스키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이 많아 길이 막힐 것을 우려해서 오전에 자동차 시동을 걸었다. 아내는 내가 승용차로 딸집으로 가는 것을 알고는 새벽에 방앗간에서 떡을 뽑아오는가 하면, 무말랭이와 호박말랭이 등 반찬거리를 한보따리 싸주었다. 언제나와 같이 수원까지는 자동차가 제 속도를 냈으나, 수원을 지나자 화물차가 많이 늘어나 저속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평창을 출발해서 3시간 만에 부천 딸집에 도착했다.
오전에 출발했기 때문에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도착했는데, 식구들이 모두 점심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아내가 전화를 한 것 같았다. 내가 도착하자마자 딸이 점심을 차려 와서 식구들과 같이 맛있게 먹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외손자인 락규와 목욕탕으로 갔다.
전에도 외손자와 같이 목욕탕에 간 적이 있지만, 나는 보통 2시간이상 찜질방을 들락거린다. 이에 반해서 외손자는 목욕을 1시간 정도에 끝내고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오늘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함께 행동하지만, 들어가서는 각자 나름대로 움직인다.
집으로 돌아오니 벌써 5시가 넘었다. 딸은 부엌에서 저녁준비에 여념이 없고, 사위와 손녀는 각자 필요한 책을 읽고 있었다. 내가 들어가자 사위는 읽던 책을 덮어놓고 TV를 켰다. 마침 뉴스가 나와서 보고 있는데, 딸이 저녁을 먹으라고 한다. 우리는 TV를 끄고 식탁으로 갔다.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목 삼겹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구워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수육으로 나왔다. 게다가 닭고기도 꼬치로 만들어 구웠고, 시어머니가 보내온 것이라며 과메기와 그것을 먹을 수 있는 김과 쌈 등이 잔뜩 나왔다.
아들이 중국으로 이사 간 뒤에는 수도권에 올 때마다 딸집에 들려 식사를 하지만, 음식솜씨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았다. 손자와 손녀도 맛있게 먹으며, 외할아버지가 자주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안주가 좋은데, 술이 빠질 수 있겠는가. 사위와 나는 소주 큰 병을 2병이나 마시고 저녁을 끝냈다.
엊저녁에 일찍 잠자리에 들은 탓일까.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살펴보고 가이드북을 보았다. 딸은 어제 술을 마셨다고 대구탕을 끓여주었다. 평소보다 이른 시간인 6시30분에 아침을 먹고, 사위의 차로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마침 우리가 도착하자 곧이어 버스가 왔다. 내가 탈 때까지 버스는 빈차이다시피 했지만, 인천시내로 들어가자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아마 출근시간이라 손님들이 많은 것 같았다. 평소와 같이 1시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에 도착(08:10)했다.
일행이 모이는 장소(08:30)인 출국장 K28카운터 앞에는 벌써 많은 일행이 모여 있었다. 이번 여행길에 오를 멤버(36명) 중에는 전에 같이 여행을 했던 분이 21명, 처음 보는 분이 15명이었다. 나는 우선 아는 분부터 인사를 했으나, 이어서 처음 만난 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모두 여행을 많이 한 분들이라 단 한사람도 늦게 도착한 분이 없었다.
<인천공항 K28카운터 앞에 서있는 일행들 1>
<인천공항 K28카운터 앞에 서있는 일행들 2>
<인천공항 K28카운터 앞에 서있는 일행들 3>
일행이 모두 도착하자, 9시부터 수화물을 붙이고 티켓을 받았다. 나와 함께 수화물을 붙인 분 중에 20Kg이 넘는 분이 있었으나, 나의 짐이 가벼워 커버할 수 있었다. 일행은 휴대품 검사를 끝내고 출구수속을 했다. 일행 중 많은 분들이 자동출입국심사를 할 수 있어 거의 줄을 서지 않았으나, 나는 지문을 대조하는 손가락을 잊어먹어 두 번 대조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제부터는 절대로 잊지 말아야겠다고 명심했다.
출국수속을 끝내고 세금면제라는 상점에 들어가 둘러보았으나, 특별히 살 물건이 없었다. 일행이 탈 비행기는 베트남국적의 비엣젯(vietjet)으로 저가항공이라 공항철도를 타고 멀리 가야했다. 탑승구 앞에서 일행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일행 중 1명이 일이 생겨 되돌아갔다고 한다. 이제 일행은 35명으로 줄었으나, 어쩔 수없이 시간을 보내다 비행기에 올랐다(10:40). 저가 비행기이기 때문인지 빈 좌석은 보이지 않았다.
<출국수속을 끝내고 탑승구 앞에 앉아있는 일행 모습 1>
<출국수속을 끝내고 탑승구 앞에 앉아있는 일행 모습 2>
<출국수속을 끝내고 탑승구 앞에 앉아있는 일행 모습 3>
<출국수속을 끝내고 탑승구 앞에 앉아있는 일행 모습 4>
당초 11시 5분에 출발할 예정인 비행기는 웬일인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승객들은 궁금한 표정이었으나 누구하나 묻지도 않았고, 항공사의 안내방송도 없었다. 그러나 한 30분 지연된 후에 비행기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침 창가라 밖을 내다보니 어떤 곳은 해가 나기도하고, 어떤 곳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기도 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하늘 풍경>
내 좌석 옆에는 하노이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베트남을 단기여행 하는 분이었는데 모두 젊은 분이었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비행기 티켓을 하는 시기에 따라 그 차이가 엄청나게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일행의 목적지인 하노이가 가까워져 비행기가 고도를 낮추고 착륙준비를 했으나, 무슨 사유인지 다시 고도를 높였다. 나는 괜히 불안했다. 하지만 모두 가만히 있어서, 나도 입을 꾹 다물고 속으로만 궁금해 했다. 20분 이상 하노이 외곽지역을 선회하던 비행기는 두 번째 착륙준비를 하더니, 이번에는 무사히 활주로에 내려앉았다.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춘 곳에서 본 하노이 풍경>
비행기는 당초 14시 10분에 하노이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1시간 이상 연착된 15시 15분(한국시간 17:15)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수화물을 찾아 밖으로 나오니, 일행을 안내할 길잡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따라 버스를 타고 “호치민 묘”가 있는 바딘광장(Ba Dinh Square)으로 향했다(16:00).
첫댓글 많은 참고가 될 아주 좋은 내용의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김회원님이 들어오셨네요. 고마워요.
출국장에서 반가운 분들 뵙게되었든 순간들이 고스란히 그려지네요!!!
봄누리님 이번 여행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감사 합니다 백호님
향커피님이 나오셨네요. 함께 여행해서 즐거웠어요.
백호님~~~!!와락~!!^^
여전히 건강하시구 열정적이시구 여전히 멋지시겠지요~~^^
다시 한번 함께 여행 할수 있길 바래며 여행기 잘 읽구 갑니다~^^
오딧세이님 아직 건재하시군요.
잘 계시죠. 언제 조약돌님, 킬표님과 같이 네 명이 만나면 좋겠어요.
맞어요 착륙하려다 못하고 다시 올라가 선회후 착륙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저는 무슨 일인가 하고 깜짝 놀랐어요.
대부분의 항공사고는 이착륙할 때가 제일 많거든요.
특히 착륙할 때, 관제탑의 실수로 2대가 겹치면 모두 어렵지요.
여행후 사진이랑 여행 후기 보는 재미가 현장 보다도 더 실감납니다..
벌써 잊고있던 일들이 백선생님 글속에 새록새록 생각나게해주어 행복합니다 후기 기대합니다.....감사합니다
라벤다향기님의 마음에 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저는 제가 보고, 듣고, 알고, 느낀 것 위주로 쓸 수밖에 없으니까요.
백호님의 여행기에 동승해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는 기분입니다~
그 때 그 시간속으로 들어가 순간순간을 떠올려봅니다
늘 수첩에 메모하시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네요
어찌 이리 꼼꼼히 기록하실수 있는지
그 섬세함과 열정이 놀랍습니다~
맑은아침님의 칭찬에 괜히 부끄러워지네요.
어쨌든 제가 보고, 듣고, 알고, 느낀 것 위주로 써나가겠어요~~~
생생합니다.
여행님이 함께으면 더 좋았을거예요.
베트남, 캄보디아 추억의 여행 출발~~ㅎ
맞아요. 이제 인천공항을 떠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