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총의 울음' 집필배경
■ 집필계기- 이 한 장의 사진이 ‘불쏘시개’노릇을 했습니다.
▲ 미국의 조선원정함대 종군사진가 펠리스 비토의 기록사진. 1871년 6월 13일,
기함 콜로라도 함상에서 꽁지머리 상투를 튼 조선군 포로를 인계받는 영종진
소속의 교졸(갓 쓴 분). copywriter@Felice Beato
2009년 가을, 인터넷 서핑 중에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을 발견했습니다. 140년도 더 지난 개화기의 우리 선조들 모습으로 마치 엊그제 찍은 흑백사진처럼 또렷했습니다. 이 분들은 신미양요(1871.6.10.) 당시 미군에게 포로로 잡혔다가 석방되는 장면으로 우리 땅에서 벌어진 국제전쟁을 기록한 최초의 사진이기도 합니다.
이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땐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신미양요를 기록한 우리 역사기록에는 “어재연 장군은 물론 광성보를 지킨 조선군 병사가 한 명도 남김없이 장렬하게 순국했다”고 기록하고 있어서, 사진에서처럼 미군의 포로가 된 조선군은 없어야 마땅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문은 미군 측의 전투기록을 읽고서 금방 풀렸습니다. 포로로 잡힌 조선군은 전원 부상자였다고 합니다. 총포 관통상이나 중상을 입은 조선군은 미군 의무실로 후송돼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고, 경상을 입고 실신한 조선군은 포로로 잡아 3일 만에 석방했다고 합니다. 사진 속 조선군 포로가 바로 그 경상자 포로들이었습니다.
유난히 필자의 시선을 끌었던 분은 사진 앞줄에서 무릎을 꿇은 병사였습니다. 초여름 뙤약볕 아래서 생사를 넘나드는 백병전을 벌인 탓인지 얼굴이 새카맣게 탄 그 분의 표정은 마치 세상을 달관하거나 체념한 듯 했습니다. 쾡 한 눈과 굳게 다문 입매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필자는 그분에게 감히 ‘정복길’이란 이름을 붙여 드리고, 시공간을 초월한 의식을 그 사진에 이식(移植)하고 공감하는 상상의 날개를 펼쳤습니다. 그 분과 함께 광성보를 지키다 전원 순국한 300백여 명의 범 포수에게도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초라하고 밋밋하던 우리 개화기의 역사 뼈대에다 도톰한 살을 붙여 나간 지 5년 만에, 드디어 역사소설 ‘총의 울음’이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 집필목적 – 한국인의 그 독한‘파이팅’의
뿌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한국전쟁으로 국토가 반 토막 났음에도, 대한민국은 불과 60년 만에 지구촌의 10대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무모하리만큼 당찬 한국인의 ‘깡’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습니다. 작지만 매운 대한민국과 한국인만의 독특한 파이팅(Fighting), 그 유전인자의 뿌리가 어디에 박혔는지 찾고 싶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과 140년 전 강화도에서 그 지독하게 매운 기운이 발아(發芽)됐습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업신여길 때가 있습니다. 특히 근대사가 화두에 오를 때면 마치 몸에 밴 습관처럼 “무능한 조선 조정과 실패한 대원군의 쇄국정책”을 질타합니다. 근대사의 끝장이 치욕스런 일제 강점기와 맞물렸으니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제가 침노하기 전, 조선은 이미 두 차례 서구 열강의 침략을 받았고 그들을 물리 친 경험이 있었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감히 상상도 못했던, 조선만의 자랑스러운 근대역사였습니다.
19세기 중후반의 동아시아에는 첨단 총포로 무장한 서구열강의 군대가 질풍노도처럼 밀어닥쳤습니다. 서태후가 섭정했던 청나라를 풍비박산 낸 영국의 아편전쟁(1840년)을 시작으로, 십여 년 뒤(1853년)에는 미국의 페리 제독이 원정함대를 이끌고 비실거리던 일본 바쿠후의 쇼군을 무릎 꿇리고 문호를 강제 개방시켰습니다.
그 십여 년 뒤에 조선을 덮쳤습니다. 오년 터울로 프랑스(1866년, 병인양요)와 미국(1871년, 신미양요)이 대규모 함대에 천명이 넘는 전투병이 승선하여 강화도 상륙작전을 펼쳤습니다. 그들이 무력으로 문호를 개방한 중국이나 일본의 국력에 비하면 조선은 새 발의 피에 불과했기에, 함포 몇 방이면 접수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조선이란 작은 고추가 너무 매웠습니다. 프랑스와 미국은 침공 목적을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조선을 철수했습니다. 근대 서세동점 역사상 서구의 원정 침략군이 상륙작전을 펼쳐서 두어 달도 못 버티고 도주하듯 철수한 경우는 조선이 유일했습니다.
조선군 주력부대는 백두산 일대에서 활약하던 호랑이 사냥꾼들이었습니다. 그들은 80년 전 만주의 흑룡강에서 마주친 러시아 원정부대를 화승총 사격으로 궤멸시킨 나선정벌(羅禪征伐)의 후예들이었습니다.
병인년 조불전쟁(朝佛戰爭)은 화승총으로 무장한 조선군 기습부대가 프랑스군 수십 명을 사상시키는 투혼을 발휘했습니다. 지독한 범 포수의 파이팅에 기가 질린 프랑스군은 강화도 점령 40일 만에 조선을 떠났습니다.
신미년 조미전쟁(朝美戰爭)에서는 광성보에 배수진을 친 진무중군 어재연 휘하의 범 포수 300여명이 결사대를 조직하여 맞섰습니다. 범 포수들은 사정거리 수십 미터에 불과한 화승총으로 미군 라이플에 맞섰고, 손돌목 돈대에서는 백병전을 벌여 전원이 장렬한 산화(散華)를 택했습니다. 미군은 비록 광성보를 점령했다지만 범 포수의 ‘파이팅’ 앞에서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함대는 조선침공 한 달여 만에 조선을 철수했습니다.
‘총의 울음’은 우리 역사만 옳고 잘 났다는 아전인수식 판타지를 배제했습니다. 침략을 당했던 조선이 기록한 정사(正史)와 침략당사자 프랑스, 미국 측의 사료를 크로스 체크하여 상호 부합하는 객관적인 팩트 만을 소설에 반영했습니다. 우리가 외면해왔던 대한민국 근대사의 한 자락을 재조명하고, 그의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촉구하고자 합니다.
■ ‘타이거 헌터’- 백두산 범 포수는
21세기 한민족 자화상입니다.
우리 사가(史家)들은 한국 근대사를 일러“대원군의 쇄국정책이 몰고 온 초라한 역사”로 여겨 병인년과 신미년의 국제전쟁을 단지 소요(騷擾)로 폄하하기 일쑤입니다. 그것은 잘못된 역사인식일뿐더러 공연한 패배주의에 불과합니다.
당시 중국과 일본은 서구 열강의 침략을 물리친 조선을 한 없이 부러워했고, 강제 개항 당했던 자신의 처지를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침략 당사자인 프랑스나 미국은 조선군 범 포수의 투혼에 혀를 내두르며 칭송해 마지않았습니다. 프랑스나 미국이나 자국의 무장 함대를 출동시켜 강제개항을 시키지 못한 나라는 조선이 유일했으므로, 지금도 조선 원정침략을 들추는 일을 께름칙하게 여기거나 함구(緘口)합니다.
소설 ‘총의 울음’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타이거 헌터(Tiger Hunter)들입니다. 타이거 헌터는 작가의 작명이 아닙니다. 강화도 전투에서 고려 범보다 사나운 조선군을 맞닥뜨리곤 오줌을 지렸던 미군 병사들이 붙인 이름입니다. 칼날이 목을 찔러도,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기를 원했던 어재연 장군 휘하 조선군 모두가 타이거 헌터였습니다. 어쩌면, 당시 조선의 백성 모두가 타이거 헌터였을지도 모릅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을 세계 속의 강국으로 우뚝 서게 만든 주인공 – 한국인 모두가 사실은 ‘타이거 헌터’입니다.
'총의 울음' 소설줄거리
(상권)
서구열강이 한반도를 호시탐탐 노리기 시작하던 1850년대. 함경북도 국경마을 회령에서 소작농군의 아들로 태어난 정복길은 가난하지만 부모의 보살핌으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흉년이 든 어느 해 가을, 지주의 횡포에 맞섰다가 심하게 구타를 당하고 소작농을 그만둔다. 복길이 아버지는 그해부터 회령개시 만주거상의 종복 일을 시작했다.
복길이가 열두 살 되던 해 아버지가 거상의 집사로 승진하면서 2년간 만주로 일을 떠났다. 부모와 동생 복태가 만주로 떠나면서 복길이는 회령천변에서 화승총 화약을 제조하는 염초장인 허 초시에게 맡겨졌다.
2년간의 만주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던 복길이 부모와 동생은 만주 마적 떼에게 무참히 살해되고 재물을 빼앗기고 만다. 천애 고아 복길이는 복수심에 가득차고 허 초시는 결국 죽마고우인 강계포수에게 복길이를 맡겨 화승총 사격과 사냥을 배우게 한다.
젊은 시절 백두산 최고의 범 사냥꾼으로 이름을 떨쳤던 강계포수는 화전민의 방화로 산불이 나서 부모와 처자를 모두 잃고 회령으로 홀로 낙향했던 처지였다. 강계포수는 가족 모두를 한시에 잃은 복길이와 동병상련의 정을 쌓으면서 부자지간의 정을 쌓게 된다.
강계포수는 열여덟 살이 된 복길이에게 새 화승총을 쥐여 주고 함께 사냥에 나선다. 복길이가 스무 살이 되자 회령장터의 막걸리도가 박첨지의 외동아들 부뜰이를 끌어들여 세 사람은 본격적인 범 사냥에 나선다. 스물두 살 되던 해, 늠름한 청년으로 장성한 복길이는 염초장 허 초시의 외딸 은연이와 부부의 인연을 맺는다.
병인양요(1866년) 무렵의 조선에는 외세침공 전운이 짙어진다. 신부학살을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침공하자 조선조정은 부랴부랴 순무영을 조직하고 백두산 등에서 호랑이를 잡던 범 포수들로 화승총부대를 꾸려 프랑스군에 맞서게 했다.
병인양요 당시, 광성보에는 충청도 병마절도사 어재연이 인솔한 화승총부대 지원병이 주둔했다. 그러나 프랑스군의 월등한 라이플 소총과 야포의 위력에 눌려 어재연 부대는 화승총 한번 쏘아보고 못하고 광성보의 후미진 곳에서 숨어 지냈다. 병인양요가 끝나고 공주본영으로 원대 복귀했던 어재연은 치욕으로 온 몸을 떨며 절치부심한다.
광성보 참전이후 조선 삼군부의 추천으로 곧장 회령 부사로 부임한 어재연 장군은 정복길과 강계포수, 허초시 등을 만나게 된다. 어재연 장군의 주도로 백두산 범 포수들은 회령 별포군으로 조직되고, 보수작업을 마친 회령의 진보를 지켜나갔다. 또 회령개시의 규모도 키워 별포군을 운영할 세수(稅收)도 넉넉하게 확보해나갔다.
가뭄과 기금이 회령에서 계속되자 어재연 부사는 부임 3년을 넘기면서 과로로 쓰러지고 만다. 삼군부에서는 어재연에게 한양 외곽을 경비하는 명목상의 직책을 맡기고 그를 경기도 이천의 본가로 낙향하여 쉬게 한다.
(하권)
신미년(1871) 5월 그랜트 미국대통령이 재가하고 의회가 승인한 조선원정 아시아함대가 일본 나가사키 항을 출항한다. 로저스 제독의 지휘로 전함 5척에 1,400명 정규군 병력을 실은 미국 함대가 인천 앞바다에 닻을 내리자, 조선 군부의 실권자이던 김병국 삼군부 판부사는 어재연 장군에게 조선군 총사령관인 진무중군을 맡긴다. 강화도 수비부대는 병인양요 때와 마찬가지로 용맹한 범 포수를 주력으로 편성했다.
인천 앞바다에 정박한 미국함대는 1871년 6월 10일, 강화도 초지진에 상륙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덕진진을 점령할 때까지 월등한 화력을 앞세운 미군은 조선군을 일방적으로 몰아내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어재연 장군과 휘하 범 포수들이 방어하는 손돌목 돈대는 달랐다. 화승총을 거머쥔 조선군은 미군의 라이플에도 굴하지 않고, 한 치도 물러나지 않았다.
미군은 끝내 굴복하지 않는 조선군을 제압하기 위해 돈대 성벽을 타넘고 진입하는 백병전까지 감행한다. 범 포수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혹은 죽는 순간에도 입안에 고인 핏물을 미군병사 얼굴에 뿜어대는 극렬한 저항을 했다.
정복길은 어재연 장군을 호위하였으나 장군은 백병전 막바지에 미국 해병대원의 총검에 찔려 장렬하게 순절하고, 정복길은 해병대 지휘관 틸턴 대위가 권총손잡이로 뒷머리를 가격하자 정신을 잃는다. 틸턴은 용맹한 타이거 헌터 정복길을 애틋하게 여겨 그의 목숨을 구하려 힘쓴다.
불과 10여명만 사상한 미군이 광성보의 조선군 300여명을 완전히 몰살시키는 대승을 거뒀다. 그러나 광성보에 성조기를 게양한 미군은 얼마 안있어 “승리한 패전(Victorious Failure)”임을 절감했다. 범 포수의 장렬한 순국으로 말미암아 조선 조정과 온 백성이 떨치고 일어나 미국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면서, 끝내 항복을 인정 않는 조선군의 투혼에 기가 질린 나머지 7월 초에 아무런 조건 없이 도망치듯 조선을 철수하고 만다.
실신으로 말미암아 미군 포로로 잡혀있던 정복길은 광성보가 함락된 뒤 3일만에 석방된다. 복길이는 강계 어른과 어재연 장군의 죽음을 직접 목도했던 ‘불효자식의 부끄러움’으로 말미암아 신미년의 하늘을 처절하게 우러른다.
소설 상권과 하권 말미에는 소설의 역사적 내용을 충실하게 뒷받침하는 부록이 수록돼 있습니다. 상권의 권말부록 ‘Documentary 강화 화승총’은 15세기 유럽에서 발명된 화승총은 과연 어떤 성능의 화기이며, 어떤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정착하여 강화도의 범 포수 손에 쥐어졌는지 그 경로를 꼼꼼하게 살폈습니다. 또 하권의 권말부록 ‘Image, 신미년 조미(朝美)전쟁’은 신미양요 당시 미군 종군사진작가가 남긴 기록사진과 함께 어재연 장군과 범 포수 무명용사, 국내외의 신미년 전쟁과 관련한 기록화 등을 소개합니다. |
- 카페지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