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 6일 제3회 잉창치배 결승5번기 제2국>
2300년전 진시왕이 기세등등한 대군을 이끌고 말발굽 먼지 자욱이 날리면서 달렸던 땅을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九단이 바로 그 벌판을 가로질러 세계바둑을 천하통일하려는 야심으로 깃발을 높이 치켜들고 입성한것이다.
같은남 밤 12시가 다되어 요다九단 일행은 호텔에 들어섰다.
이후 요다九단은 호텔방에 깊숙히 틀어박혔고 가벼운 바깥나들이와 관광으로 몸상태를 조절한 유九단과는 대조를 보였다.
원래 중국에서 한국바둑이 인기가 있었기도 했겠지만 때마침 조어도(釣魚島) 영토분쟁으로 반일감정이 작용한 탓인지 호텔종업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일본은 싫다 한국이 더 좋다"며 유九단의 승리를 기원해주었다.
10월 6일 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 1국에 이어 이번에도 유창혁九단은 2분전에 먼저 대국장에 입실해 묵상하며 상대를 기다렷으나 정시가 지나도록 요다 노리모토九단이 나타나질 않는다.
정확히 2분뒤 황급히 대국장에 들어서는 요다九단이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지각시간의 2배인 4분이 공제된 응씨룰 계시기가 틈을 주지않고 영어로 "곧 대국을 시작하겠습니다"라고 알린다.
그러나 요다九단은 좀처럼 첫점을 둘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자 입회인 오청원九단이 슬며시 나갔고, 흑1은 정확히 4분 뒤 놓여졌다.
오전대국의 마지막수인 흑87에 유九단은 20분이상을 장고하며 끝내 두지 못했다. 제1국도 점심 봉수점은 유九단의 몫이었는데, 어쨋든 맛이없는 점심을 두번이나 먹게된 셈이다.
오전대국의 소비시간은 흑이 1시간3분을 쓴데 반해 백은 1시간 58분을 쓰고 있었다. 응씨룰에서는 시간도 중요한 변수인 것이다.
호텔방에서 우동을 배달해 먹은 유九단은 오후대국이 재개되자마자 백90으로 치받고 92로 젖혔다
흑201수에 접어들 무렵 유九단의 남은 시간은 채 3분도 안되었다.
정작 문제는 3집은 확실한 형세를 그는 한집 이길수 있을까 말까한 미세한 계가로 계산하고 있었다는 사실.
끝까지 2집을 잘못 세고 있었다는 것이다. 변수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참르로 손에 땀을 쥐게하는 순간이었다.
우하귀는 빅이긴 해도 응씨룰에서는 백이 하나 메울수있는 권리가 있으므로 한집으로 계산한다.
종국하고 보니 3집의 차이가 났다. 유九단은 조금 놀라는 표정이었고 요다九단은 모두가 물러간 다음에도 한 5분간 망연자실, 홀로 앉아 대국장을 떠날 생각을 않았다.
해설장을 나가던 유九단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몰려드는 중국팬들의 사인공세에 밀려 거으 압사할 뻔했다.
간신히 탈출에 성공했으나 한 무리의 열성 꼬마팬들은 12층 객실까지 쫓아올라와 복도 이곳저곳을 누비며 유九단을 찾아나서는 통에 몸을 숨겨야 할 정도였다.
"생각할수록 1국이 아깝다." 2국 직후 유九단은 기자에게 무심코 이렇게 내뱉었다.
이 말은 "죽은 자식 부랄 만지는" 말이 아니라 자신감의 우회적인 표현이었다.
8집의 덤이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현란하고도 정교한 공격바둑을 구사하는유九단은 다른 기사들과는 달리 흑백에 개의치 않는다.
또한 속기에 능해 시간벌점에 대한 부담이 없는 편이다. 게다가 요다九단이 아무리 실력을 갖춘 '한국기사 킬러"라고 하지만 그의 기풍을 가만히 따지고 보면 포석이 강하고 수읽기가 깊어 날카로운 맛은 잇으나 실수가 적다는 점 말고는 딱히 유九단보다 특출난 점이 없다.
이런 수비형 바둑에게는 같은 수비형인 이창호九단보다는 공격형인 유창혁九단이 더 약일수 있다.
경솔한 운석만 않는다면 승산이 충분한 것이다.
7일 아침 7시 30분에 호탤을 나서 시안공항으로 가는 길은 안개가 가득 끼었다. 1:1 일단 승부도 여전히 안개속이었다.
제3회 응씨배 결승5번기 제2국
백 九단 유 창 혁 (한국)
흑 九단 요다 노리모토 (일본)
213수 이하줄임 296수 끝 백 3점 승
카페 게시글
● 명기보 - 감상
유창혁편
추억의 명승부열전 (유창혁九단 vs 요다九단 )
은혜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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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3.06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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