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적·복고 느낌 사라지고 여성적·모던한 디자인 부활 식물이 자라는 LED 조명 등… 친환경+실용=에코테크노 각광
빈티지, 친환경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꿈쩍 않고 디자인·인테리어 흐름을 지배해 왔던 화두가 조금씩 뒷걸음질 치고 있다. 지난 3일부터 8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테리어박람회 '메종 오브제(Maison & Objet) 2009'는 막 기지개를 펴고 있는 세계 경제를 반영하듯 재생(regeneration)을 주제로 내걸고 새로운 시대의 디자인 가치를 모색했다. 메종오브제는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세계적인 인테리어 전시회로 한 해의 디자인 트렌드를 미리 읽을 수 있는 자리. 올해는 3000여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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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조약돌에 LED를 집어넣어 만든 조명과 나무를 코르크 형태로 작게 잘라 벽면을 채운‘블로 네이처’부스. 돌, 나무 등 자연소재의 넓어진 쓰임새를 보여준다. ② 알렉시스 트리쿠아르의 식물 조명. 식물을 키울 수 있는 LED 샹들리에로‘에코테크노’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③ LG전자가 후원한‘도시 카페’. 도시 재생의 메시지와 기술의 진보를 함께 담았다.
■ 빈티지 지겹다. '모던'을 찾아서!
낡고 허름한 느낌의 빈티지 스타일은 그간 인테리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이 유행을 지배하는 감성은 '옛날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번 메종 오브제는 "이제 빈티지의 먼지를 걷어낼 시간"이라고 항변하는 듯했다. 전시를 기획한 트렌드 전문회사 넬리 로드의 트렌드디자이너 뱅상 그레고리씨는 "불황기에 사람들은 과거는 좋은 것이고 현재는 회피해야 할 대상처럼 느껴 복고나 빈티지에 집착했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낙관론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새로운 경향으로 꼽은 단어는 '현대성(모더니티)'. 그는 "90년대 말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젠(zen·禪) 스타일이 유행이었다면 2000년대 말인 지금은 부드럽고 여성적인 네오젠(neo-zen) 스타일이 뜨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북유럽의 절제된 디자인이 인기를 끌었다면, 이번 전시회에선 둥글고 부드러운 디자인의 가구와 소품이 눈에 많이 띄었다. 촛농처럼 초에 붙어 있는 모양의 촛대(디자인스톡홀름하우스), 전선과 전구가 하나의 몸으로 이어진 전구(디자이너 크레드릭 라고) 등 유기적인 디자인이 많았다.
■ 원색은 가고 파스텔이 오다 불황 속에 열렸던 지난 봄 밀라노 가구박람회만 해도 원색의 물결이 강했지만 이번 박람회에선 원색이 퇴조했다. 전시회를 둘러본 LG전자 성재석 수퍼디자이너는“지난해엔 컬러를 입힌 철제 가구나 컬러 조명이 많았는데 올해는 컬러감이 거의 없어지고 전반적으로 탈색된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넬리 로드에서 분석한 유행 컬러는 파스텔톤과 바랜 듯한 흰색과 검정.“ 불황기엔 컬러를 통한 심리 치유를 원하지만 경제가 풀리면서 부드럽고 따뜻한 색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블로 네이처, 노만 코펜하겐, 하이브 등의 디자인 브랜드에선 하늘색과 연한 연두색 등 원색에서 한 단계 톤다운된 컬러의 제품이 많이 나왔다. 소재에서는 돌과 흙, 나무 소재가 강세다. 같은 나무라도 지난해엔 빈티지 영향을 받아 짙은 오크색이 유행이었지만, 올해는 옅은 자연 그대로의 나무색깔이 주를 이뤘다. 굵은 통나무를 다리로 만든 천 소재 소파, 나뭇가지로 둥지처럼 만든 조명 등이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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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① 파스텔 색의 꽃 모양 소파② 사람 모양의 화분. 상체 부분에서 식물이 자라난다. ③ 다리를 가공하지 않은 나무로 덧댄 소파.
■ 기술 입혀 실용적인 에코가 뜬다 친환경도 무겁고 교훈적인 것에서 벗어나 실생활과 가까운 쪽으로 진화했다. 메종 오브제 주관 기관인 SAFI의 에티엔 코셰(Cochet) 회장은 "이제는 기술과 환경을 접목한 실용적인 '에코테크노(eco-techno)'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 전시관인 '센스픽션'관에 전시된 디자이너 알렉시스 트리쿠아르의 식물 조명은 에코테크노 경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식물을 키울 수 있는 LED 샹들리에로 실제로 쓸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화분이 붙어 있어 물을 순환시켜 쓸 수 있는 수족관, LED를 넣어 접을 수 있는 나팔꽃 모양의 조명, 돌에 LED를 박아 넣어 만든 장식용 조명 등도 실용성이 돋보인 친환경 제품이었다.
전시관 내 휴게공간 역시 에코테크노의 무대였다. 박람회 전시관 중 '나우(Now!)홀' 후원사인 LG전자는 도시 카페(urban cafe)를 만들어 파리의 도시 재생 프로젝트인 '그랑 파리(Grand Paris)'를 관람객들에게 알렸다. 고동환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마케팅 전략팀장은 "가전은 환경의 적이 아니라 도시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고, 에코테크노의 조력자임을 보여주기 위해 카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메종 오브제'에서 배우는 인테리어 팁
①책꽂이가 수평이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자. 장식 오브제 겸 책꽂이. 뒷벽에 짙은 벽지나 페인트를 하면 효과가 도드라진다.
②화분의 반란! 화분이 탁자 위에만 있을 필요는 없다. 오아시스를 넣어 벽에 건 화분. 느낌이 색다르다.
③목욕통도 없애고, 샤워 부스도 없앤 개방형 욕실. 좁은 공간을 넓게 보이게 한다. 물론 물 닦는 걸 감내해야 하지만.
④책꽂이로 한 벽면을 완전히 막지 않아도 된다. 파티션 기능을 겸한 책꽂이. 답답한 거실엔 책꽂이를 소파 뒤로 두는 게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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