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의 피해
장마 중이지만 오늘은 구름도 한점 없고 무덥기 짝이 없다. 구름이 없는 데도 파란 하늘은 온 데 간 데 없으니 왠일일까? 짐작컨대, 6월이면 빼놓지 않고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오존스모그가 올해도 돌아왔나 보다. 지난 5월 16일 강원도 춘천에서 오존주의보가 처음 발령된 이후, 온산(5/29), 부산(5/29), 부천(6/2), 수원(6/2), 대구(6/6), 광양(6/6), 포항(6/17), 양산(6/18) 등 한반도 전역에서 경쟁하듯 오존주의보가 발령되었다. 그렇다. 한반도는 지금 ‘오존경보’가 발령 중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통적인 대기오염물질인 아황산가스, 일산화탄소 등의 오염도는 과거에 비해 5~10% 정도로 크게 개선된 반면, 선진국형 오염물질이라고 하는 오존오염도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1994년 8월 서울 광화문의 오존농도가 1시간 기준치를 무려 3.2배나 초과하기도 하였다. 오존경보제 도입 첫해인 1995년 7월 오존경보 중 가장 낮은 단계인 오존주의보가 서울 강북지역에 사상 처음으로 발령된 바 있다. 오존주의보는 도입 첫해인 1995년 단 2회 발령되었으나, 그 이후 매년 증가하여 2000년에는 52회 발령, 2004년에는 사상 최대인 156회나 발령되었다.
오존(O3)은 산소원자(O) 3개가 결합된 물질로서, 대기중의 질소산화물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원인물질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는데, 산화성이 매우 강해서 눈, 목 등을 자극하고 호흡기질환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대기오염물질이다. 가장 최근 연구(한진석, 2006)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 국민의 95%가 오존오염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오존 스모그의 심각성과 그 대책」
오존 스모그(smog)는 오존 고농도 상태에서 발생하는 현상중의 하나로 도시 전체가 뿌옇게 뒤덮히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스모그의 원조는 우리도 잘 알고 있는 ‘LA 스모그’ 사건이다. 1954년 6월 미국 LA시에서 발생했던 ‘LA 스모그’와 요즘의 ‘서울 스모그’를 비교해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발생된 시기가 모두 6월로 이 때는 햇빛이 매우 강한 시기로서 오존 고농도 현상이 햇빛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스모그가 발생한 서울과 LA 모두 분지 지형인데, 이러한 지형에서는 한 번 발생된 오염물질이 멀리 흩어지지 못하고 발생된 장소에 쌓이게 된다. 특히, 북한산, 도봉산 등 높은 산들이 연이어 있는 강북지역에서 오존주의보가 자주 발령되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발생된 오염물질이 잘 흩어지지 못하는 정체된 기상상태에서 발생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오존 고농도 사태의 의미와 심각성은 무엇인가?
첫째, 오존의 원인물질은 80%~90%가 자동차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오염원인 자동차가 100만대 증가하는데 채 1년도 걸리지 않을 정도로 오염원이 급증하고 있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둘째, 오존오염이 1990년대에는 주로 서울지역에서만 발생되었으며, 2000년 초기에는 수도권에 국한되었으나, 최근에는 전국에서 오존주의보가 발생하고 있을 정도로 한반도 전역으로 오존오염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 병을 적절히 진단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오염측정망은 잘 갖춰진 편이지만, 주로 어느 지역의 평균 대기질을 측정하기 위한 측정망이며, 현재와 같은 고농도 오존 또는 자동차 오염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측정망이 아니다. 그러니 아프긴 한데 어디가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정확히 진단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오존의 발생기작이 대단히 복잡하여 여기에 몇 십 가지의 원인물질들과 백 개도 넘는 광화학반응이 관계하고 있으므로, 병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울 뿐 아니라, 어떤 처방(대책)에 따른 효과도 쉽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마지막으로 마치 특효약처럼 알려진 ‘오존경보제’의 경우도 경보제를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데 필요한 예측모형의 완성도가 놓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오존오염에 대한 대책은 과연 없는 것일까?
가장 먼저, 원인물질인 VOC와 NOx의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료 등의 VOC 함량 규제, 도장시설 및 세탁시설 등의 VOC 방지시설 설치 등이 우선되어야 하며, 대형 연소시설에 NOx 저감시설을 설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주요 오염원인 자동차에서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하여, 배기가스의 배출허용기준 강화, 친환경자동차의 개발 및 이용 확대 등 배출원 대책과 자동차 부제 운행, 혼잡지역 설정 등 다양한 교통수요관리 대책을 개발하여야 한다. 또,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망을 확충하여 현재와 같은 자동차 대기오염에 적극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정확한 진단과 원인 규명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현업 적용한 오존예보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물질의 발생지역과 발생량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상세배출원목록을 작성하고,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정확도 높은 예측모형들을 개발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난해 ‘수도권대기환경청’이 설립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임에 틀림없으나, 현재는 오존이 관리대상 물질에서 빠져있으므로, 오존을 관리대상 물질로 설정하고 원인물질 배출량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고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환경질을 개선할 1차적인 책임은 분명 정부에 있지만, 정부 탓만 해서는 오존오염을 개선할 수 없다. 또, 자동차의 혐의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만 탓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오존 공습’하면 모두 놀라지만 우리 생활에서 무엇을 변화시키려고 생각한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모두 남의 탓이고 자기는 예외라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는 심각한 대기오염을 개선할 수 없다. ‘수도권 오존 공습’ 분명 위기이지만, 역사적으로 기회의 가장 좋은 제공자도 위기 아니던가. 지금은 중증 대기오염 개선에 다함께 나서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