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창에 빠진 아들
어제 저녁, 하루 휴가라 저녁 시간에 모처럼 외식을 하러 갔습니다. 한 고깃집을 찾아갔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고깃집입니다. 그 고깃집을 찾아간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맛집으로 유명하기 때문은 아니고, 제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께서 ‘통의 00'이라는 고깃집을 찾아가 전도하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얼굴도 모르고, 고기 맛도 모르고, 그냥 가서 전도하라시니 우리 부부도 그냥 가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깃집을 가자고 마음 먹으니 아내가 갑자기 짬뽕이 먹고 싶다고 하고, 저도 짬뽕이 먹고 싶어집니다. 짬뽕을 괜찮게 하는 집도 있었지만, 우리 부부는 짬뽕의 유혹을 뿌리치고 목사님께서 가보라고 하신 그 고깃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고깃집 사장님이 목사님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는 생각에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저기, 안녕하세요, 사장님. 우리 목사님 소개로 왔습니다. 그런데 고기는 뭐가 맛있나요?"
"어느 교회 목사님이요?"
"하나님 보시기에 참좋았더라 교회의 목사님이요."
"아, 저기 모퉁이에 있는 그 교회요?"
"네, 잘 아시나 봐요? 우리 교회 잘 찾기 어려운 곳에 있는데..."
"제가 몇 달 전에 그 교회 앞에 있는 도랑에 빠진 아이를 꺼내준 적이 있어요. 잘 알죠“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부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를 쳐다본 순간, 아내도 동시에 저를 쳐다보며 눈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흥분된 목소리로, 말이 터져나왔습니다.
"사장님! 사장님이 구해주신 그 아이가 이 아이입니다!"
도랑에 빠진 아이는 우리 집 막내 산하입니다.
지난 3월 20일,
교회 옆에는 도랑이 흐르고 있습니다.
도랑 옆으로 콘크리트로 된 인도가 나있고, 도랑에서 인도까지의 높이는 2미터가 넘습니다. 여름철에는 냄새도 좀 많이 나고, 시궁창 같은 곳입니다. 바닥 곳곳에는 크고 작은 돌덩이도 많아서 아이들이 떨어지면 아주 위험한 곳입니다. 만 3살이 안 된 막내 산하는 교회 형들이 도랑에 내려가 축구공을 줍는 걸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산하는 형들이 공을 꺼내는 것을 보다가 거기서 굴러 떨어졌습니다.
아이들이 교회 마당으로 뛰어들어와 어른 집사님들에게 알렸습니다. 대부분의 성도들은 교회에서 노회 가입 예배를 드리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저와 아내가 소식을 듣고 예배 도중 밖으로 나와 아이가 밖으로 뛰어갔습니다.
산하 머리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큰 돌멩이는 피하고, 작은 돌멩이가 있었는지, 아이 이마 한쪽이 푹 패였습니다. 피가 계속 흐릅니다. 시궁창 냄새가 배어 악취도 심하게 납니다. 우리 부부는 두 곳의 병원 응급실을 다녀야 했습니다. 가까운 00병원 응급실을 찾았더니 아이에게서 냄새가 심하게 난다며 집에 가서 씻긴 다음에 데리고 오라고 하더군요. 우리 부부는 두 말도 하지 않고 집에 빨리 돌아가 피가 흐르는 머리부터 깨끗하게 씻겼습니다.
제 마음에는 그리 큰 불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담담하게 집에 다시 돌아가 씻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다시 그 병원으로 가지 않고 좀 더 큰 대학병원으로 갔습니다. 처음 간 그 00병원이 못 미더워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새로 간 병원에서는 마취도 하지 않고 상처를 꿰맸습니다.
그때 산하가 도랑에 빠진 것을 보고, 어떤 분이 시궁창으로 뛰어 들어가 산하를 꺼내주셨다고 아이들이 이야기했습니다. 시궁창에서 산하를 꺼내서 인도 위로 뛰어오신 우리 교회의 마음씨 좋은 마 집사님에게 올려준 뒤에 차를 몰고 바로 가셨다고 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못 받으셨겠지요.
바로 그때 시궁창으로 들어가 꺼내주신 분이 그날 우리 가족이 갔던 고깃집 사장님입니다. 일곱 달여 만에 은인을 만난 셈입니다. 그런데 참 많은 것이 신기했습니다. 우리 교회는 막다른 골목에 있습니다. 그래서 길을 잘못 들어야 차가 들어올 수 있는 길입니다. 이 사장님은 우리 교회 다니시는 분도 아닙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차로 들어오다 산하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산하가 떨어지자마자 바로 차에서 내려 시궁창과 다름없는 도랑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옷도 다 버리시고 산하를 올려주셨습니다. 교회의 다른 어른들은 산하를 받아들고 교회로 뛰어오고, 산하를 꺼내주신 분에게는 아무도 관심도 없었겠지요. 냄새 나는 시궁창에서 옷도 다 버리신 그분은, 같이 있던 그분 아들의 손을 잡고 다시 가시던 길을 가셨습니다.
저희 부부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보내서, 우리 아이를 구해도록 하셨다고 믿었습니다. 그래도 그 사람을 찾고 싶었지만 우리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이라는 것만 알았을 뿐입니다. 100미터가 넘게 막다른 골목 부근까지 그 시간에, 어떻게 들어와서 구해주고 갔을까?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져 가던 궁금증은 이렇게 갑자기 완벽하게 풀립니다. 그분은 우리 교회에 한두 번 나오셨다고 했습니다. 사정이 있어 다니시던 교회를 떠나시고, 새 교회를 찾으시던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날도 교회를 찾던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산하는 병원에서 8바늘 이상을 꿰맸습니다. CT를 찍어보자고 했지만 안 했습니다. 마취도 해야 한다고 했지만 안 하겠다고 했습니다. 마취가 잘 듣지도 않을 것 같았고, 또 CT를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다쳤는데도 참 여유 있게 대처한 것 같습니다. 뇌 CT는 끝내 안 찍었습니다. 산하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산하는 크게 다치지 않을 것이며, 이상도 없을 것이라는 100% 확신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니 주님께서 저희 부부와 함께하셨 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평안했던 것 같습니다. 교회 집사님들은 은혜라고 말했습니다. 산하는 나중에 그 도랑 옆으로 가면서, 여기가 내가 빠진 곳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에 상처도 다 털어버린 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역시 하나님께서는 마지막 A/S까지 완벽하게 하십니다.
고깃집을 찾아간 사연은 이렇습니다. 목사님이 어느날 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 고깃집 갔더니, 사장님이 아주 사람이 좋아 보여요, 이선영 집사가 그 집 사장님에게 전도하세요. 손님 대접도 잘하고, 고기도 맛있어요. 그리고, 꼭 참좋았더라 교회 목사님이 소개해서 보냈다고 하세요"
목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정말 뜬금없었습니다. 보통 그렇게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음식점을 가보라고 하고, 거기에 전도까지 하라고 하시니 어색합니다. 신앙생활 1년도 되지 않은 초신자였을 때입니다. 성경 말씀 그해 처음으로 일독해봤습니다. 처음이지만 물론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재미있었습니다. 지금도 재미있습니다. 그때는 지적으로 깨닫는 재미가 있었다면, 지금은 온몸으로 말씀이 깨달아지는 은혜가 있습니다. 저보다 신앙심이 깊은 아내 덕분에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했고, 그 순종의 결과가 감사를 낳게 했습니다. 순종은 최고의 덕목인 듯합니다. 순종할 때마다 사랑의 그릇도 커졌습니다.
저희 부부는 말했습니다.
“도랑에서 구해주신 분을 못 찾아서 저희는요, 그냥 하나님께서 어느 분을 보내주셔서 우리 아이를 구해주신 것으로 생각하고, 하나님에게 감사 기도만 했답니다.”
그러자 그 사장님은 말씀하십니다. “별것도 아닌데요, 누구라도 그랬을 겁니다.” 그리고 주방으로 가시면서 다시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것은 맞지요 뭐~”
교회도 다니지 않으신다더니 예비하신다는 표현을 하시니 놀랐습니다.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분이 하나님 앞에 계시던 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돌아온 탕자처럼, 그분이 꼭 주님 앞으로 다시 돌아가실 것을 지금도 예수님의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그것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또한 최고의 복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그분이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기를 강력하게 원하셨기에 저희들을 그 사장님에게 보내신 것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하나님은 99마리 양보다 잃어버린 양 1마리에 더 마음을 두시니까요.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그분이 꼭 하나님 앞으로 돌아가 환경과 관계없는 평안과 기쁨의 인생으로 살아가시기를 축복합니다.
하나님이 목사님을 통해 우리를 그곳으로 보내신 것을 보고, 하나님께서 하시면 참 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우연이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시선으로는 우연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부는 하나님의 마음이 느껴져 감동했습니다. 아, 그래서 그때 그 사람이 그 말을 했고, 그때 그렇게 이야기를 했구나, 풀리지 않은 퍼즐들이 완벽하게 맞춰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르고 지나가는 때가 많지만, 우연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하나님 마음을 더 알게 되면, 하나님과 교제함이 더 깊어지면, 우연이 없다는 것을 더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아픈 것까지도 은혜일 수 있다니, 아픈 것을 통해서 믿음이 더 깊이 예수님께 뿌리 내릴 수 있다니, 정말 은혜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우리 목사님도 이 이야기를 들으신 뒤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하십니다. 저는 아침 출근길에 눈물이 났습니다. 구해주신 그분 얼굴을 떠올리니, 그분이 시궁창에서 우리 산하를 꺼내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때 하나님의 마음까지도 떠올랐습니다. 하나님이 미소 지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내가 이렇게 너를 사랑한단다 아들아.”
2011년 11월 무지개폭포
이 일이 있고 난 뒤, 교회 앞쪽 도랑을 따라 가드레일이 만들어졌습니다. 시청에서 민원을 받고 아주 빨리 조치해준 것입니다. 그래서 아내랑 가드레일을 보면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했죠. “아들의 핏값을 주고 산 가드레일이네, 하하”
그런데 가만히 돌아보니, 믿음의 선물로 받은 가드레일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보면, 가드레일은 당연히 있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때는 그것이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았죠. 믿음의 길을 걸어가다 보면, 많은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세상의 것은 없어도 아무렇지도 않고, 하늘의 것은 없으면 어색하고 이상한, 아주 건강한 믿음을 예수님께서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더하여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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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하나님께서 하신 일은 추억이 아니라
역사가 되네요~♡
하나님의 만지신 사랑의 손길이 산하에게
그리고 집사님 가정에 더욱 새롭게 하실것이
기대됩니다
예수님의 큰사랑으로 축복합니다~^^
어린 산하를 예수님의 시선으로 돌보셨던 집사님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신실하신 하나님의 모든손길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있는것을 믿습니다.~
그 현장에 계신 집사님부부와 가정을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집사님 가정을 통해 주님의 손길이 선명하게 보게 하셔서 저도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 감사할 일이 많아지겠지요? ^^
은혜입니다
그샘(그리스도의 샘물)집사님이 댓글로 답해주시니 그것이 더 은혜입니다^^
그랬었지요^^
하나님의 생생한
손길은
늘 가까이에 있었지요~
오늘도
함께 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바라보며
마음이 찡하여 오네요~
집사님의 가문을 교회 역사의 간증이 되는 믿음의 가문으로 세워가시는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축복하고 사랑합니다^^